새민중정당 창당의 비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11 10:22:15
  • 호수 1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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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에 그 색깔…제2의 통진당?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새민중정당이 공식 출범했다. 새민중정당은 ‘국민주권시대 완성’ ‘민중의 직접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해산된 통진당 출신들이 새민중정당의 주축을 이뤄 사실상 ‘제2의 통진당’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민중정당이 노동자와 농민, 빈민과의 적극적 연대를 기치로 내걸로 지난 3일 공식 창당을 선언했다. 새민중정당 창당준비위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서 당원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당대회를 열고 ‘민중의 단합에 기초한 당’ ‘자주와 평등의 새 시대를 여는 당’ ‘촛불시대 정당’을 다짐했다. 

부활 신호탄?

새민중정당 당 대표에는 무소속 김종훈 의원이, 원대대표에는 무소속 윤종오 의원이 각각 추대됐다. 강규혁 민주노동조합 총연맹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노동대표로,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치위원장은 농민대표로, 이영순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여성대표로 각각 합류했다. 

민중정당은 10대 기본정책으로 ▲직접민주주의 구현 통한 국민주권시대 완성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세상 건설 ▲민중의 직접 정치 실현 ▲진보 집권 ▲종속적 한미동맹 체제 폐기 등 민족의 자주권 확립 ▲민중이 경제의 주인이 되는 평등사회 실현 ▲전쟁과 분단 체제 해체 ▲존중과 포용의 사회 실현 ▲성평등 실현 ▲생태위기 극복 등을 내세웠다. 새민중정당은 다음 달 중순 민중연합당과의 합당도 준비하고 있다.

새민중정당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 할 김 대표, 윤 원내대표의 면면을 살펴보면 노동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출신이며 윤 원내대표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출신이다. 


두 사람을 출신뿐만 아니라 정치적 행보도 유사하다. 김 대표는 울산광역시의원, 울산광역시 동구청장을 지낸 뒤 지난해 국회에 입성했다. 윤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로 울산시의원, 울산북구청장을 거쳐 지난해 총선서 승리했다. 

두 사람 모두 우리겨레하나되기란 단체에 몸담기도 했다. 우리겨레하나되기는  ‘북한 동포 지원’ ‘남북 사회문화교류’ ‘평화와 통일 가치’란 목표를 가지고 2004년에 창립한 대북지원 NGO다. 또 다른 공통점은 ‘노동자’ 중심의 의정활동을 들 수 있다.

김 대표의 경우 지난 6월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앞에서 민노총과 함께 단식을 진행해 노동자 권익을 대변했다. 또, 고용관련 법인 ‘고용정책기본법 일부법률개정안’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대표 발의했다.

윤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지위 향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특고 노동자 행정지침으로 노조설립을 인정하라”고 촉구키도 했다. 지난해에는 ‘쉬운해고금지법’을 1호법안으로 내 노동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최근 새민중정당 창당으로 함께 뭉친 두 사람은 새민중정당의 세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유능한 정치인을 선별·선출하던 시대는 갔다”며 “특정 정치인보다 민중의 단결과 행동이 보다 유능하다는 것을 촛불혁명은 보여줬다”며 새민중정당의 창당 배경과 역할을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도 새민중정당 창당에 앞서 “새로운 진보정당은 촛불시민혁명 정신을 제대로 모아 가는 정당이어야 한다”며 “정치적 소외계층인 비정규직·농민·노점상·아이엄마가 직접 정치에 참여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정당은 대부분 지역정당”이라며 “이를 극복하는 철저한 계급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훈·윤종오 주축 공식 출범
민중연합당과 합당 앞두고 뒷말

새민중정당이 진보진영의 새로운 이정표 역할을 자임하며 정당을 창당했지만 일각에선 과거 해산된 ‘통진당’의 부활이 아니겠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통진당 출신들이 새민중정당 창당에 주축 멤버들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 윤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중의 꿈’ 강병기 상임대표, 김창현 진보대통합추진위원장 등이 통진당 출신이다. 

새민중정당의 주요 인물들의 출신뿐만 아니라 강령에 있어서도 ‘제2의 통진당’이 아니냐는 지적이 불거졌다. 지난 5일 중앙선관위가 공고한 새민중정당 기본정책(강령)에 따르면 통진당이 핵심 강령으로 도입한 ‘진보적 민주주의’는 담지 않았지만 이는 통진당과의 유사성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통진당 해산 결정 당시 결정문을 통해 “폭력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 새로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해 집권한다는 입장이 이석기 전 의원 등의 내란 관련 사건으로 현실로 확인됐다”며 진보적 민주주의를 해산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그 대신 새민중정당은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청년학생 등 민중의 직접정치를 실현하고 민중 자신의 힘으로 노동 존중, 인간 존중의 새로운 사회를 실현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한미동맹 등에 대해선 과거 통진당과 강령이 유사하다. 

새민중정당은 “종속적 한미동맹 체제를 폐기해 사회 전 분야서 민족의 자주권을 확립한다”고 주장했다. 통진당도 “주한민군을 철수시키고 종속적 한미동맹 체제를 해체해 동북아 다자평화협력체제로 전환한다”고 강령을 내세운 바 있다. 

또 새민중정당이 “초국적 자본 및 재벌독점체제를 해체한다”고 주장한 부분과 통진당이 “초국적 독점 자본과 재벌의 횡포와 수탈로 얼룩져온 오욕의 역사를 바로잡는다”고 한 점도 유사하다. 

이밖에 새민중정당은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외에도 “갑오농민전쟁과 7∼9월 노동자 투쟁, 촛불혁명 등 도도히 이어져온 민중투쟁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한 정당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세상을 건설한다”고 기본정책에 담았다.

이는 통진당이 3·1운동 등 외에도 강령에 “갑오농민전쟁과 7·8·9월 노동자 대투쟁, 촛불항쟁 등 도도히 이어져온 민중이 저항과 투쟁을 계승하는 정당”이라고 한 부분과 사실상 일치한다. 


유사한 강령

정당법 40조에 따르면, 정당이 헌재의 결정으로 해산된 때에는 해산된 정당의 강령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 하지만 유사 정당 창당을 제한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새민중정당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헌재의 해산 결정이 선례가 없었고 정당 활동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해석했다”며 “북한 체제를 따른다는 내용 등이 있는지를 위주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통합진보당은?

통진당은 2011년 12월6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가 통합해 창당했다.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 위해 뭉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보편적 복지사회 실현, 보편적 의료보장체계 구축, 교육의 공공성 확보, 국민 기본생활 보장,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주요 강령으로 했다. 


19대 총선에선 지역구 7석, 비례대표 6석을 얻어 당시 새누리당·민주통합당에 이어 원내 제3당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선 직후 비례대표 경선 과정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내분으로 당은 약 10개월 만에 분당 수순을 밟는다. 

2013년 8월에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면서 통진당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국정원은 이석기 전 의원을 내란음모와 선동 및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국회에서는 이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같은 해 11월 통진당은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으로 헌재에 넘겨진다. 

결국 통진당은 2014년 12월19일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고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노선을 같이 한다’는 이유로 해산됐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법으로 정당이 해산된 것이고 소속 국회의원들도 자연 의원직을 상실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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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