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영풍그룹’ 사외이사 막전막후

빵빵한 사람들로 꽉꽉…방패막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영풍그룹의 관료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평균이 43%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 ‘관피아’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높은 수치라 비난이 불가피하다. 논란의 사외이사를 <일요시사>서 정리했다.
 

관료출신 사외이사에게 붙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범죄조직 마피아와 관료의 합성어 ‘관피아’다. 관피아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민관 유착과 전관예우 등의 문제점이 수차례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관 유착
전관예우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5년 3월31일부터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공무원이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동안 소속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나 대학 병원 등 비영리법인에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법망을 교묘히 피해 관료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관피아 논란은 여전하다.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앞장서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금지법 등의 규제정책을 내놓다보니 소위 힘센 기관 출신들이 기업서 방패막이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18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609명과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상위 100대 기업 사외이사 815명의 출신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한국은 ‘관료’, 미국은 ‘재계’ 출신 사외이사를 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분기 기준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235명으로 38.6%에 달했다. 다음은 186명을 배출한 학계로 30.5%를 차지했다. 
 

미국기업들이 사외이사로 가장 선호하는 재계 인사는 97명으로 15.9%에 불과했다. 그외 언론(25명, 4.1%), 공공기관(24명, 3.9%), 법조(17명, 2.8%), 세무회계(14명, 2.3%), 정계(4명, 0.7%) 출신 순이었다.

반면 포춘 100대 기업의 경우는 815명의 사외이사 중 재계 출신이 603명(74.0%)으로 4분의 3에 달했다. 반대로 관료 출신은 10%도 못되는 81명(9.9%)에 그쳤다. 그 다음은 학계 57명(7.0%), 세무회계 31명(3.8%), 언론 15명(1.8%), 법조 12명(1.5%), 정계 8명(1.0%) 순이었다.

미국의 경우는 경쟁사 CEO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정도로 재계 전문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국내 대기업은 권력기관 출신을 더 선호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방패용 사외이사가 더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관계 유력 인사들 포진
관료 출신 비중 70% 달해 

이 같은 상황서 영풍그룹의 사외이사에 눈길이 쏠렸다. 재계서열 30위인 영풍그룹은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일요시사>가 영풍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회사 사외이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영풍, 고려아연, 시그네틱스, 코리아써키드, 영풍정밀, 인터플렉스 등 6개사의 사외이사 가운데 관료출신의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영풍의 경우 최문선, 장성기, 신정수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최문선 이사의 경우 영풍통산 대표이사와 영풍 상근감사를 겸하고 있다. 최 이사의 경우 올해 나이 77세로 대기업 사외이사 가운데 최고령(2015년 기준)으로 재계 출신이다. 

최 이사의 경우 사외이사 자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 이사는 1964년 영풍에 입사해 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또,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계열사 영풍통상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이하 CGCG)는 “계열회사 전현직 임원으로 근무했던 최 이사의 경우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장성기, 신정수 이사 등은 모두 관료출신으로서 관피아 논란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장 이사는 전 환경부 경인지방청장 출신이다. 그의 선임이 논란이 된 것은 관료출신이라는 점 뿐아니라 장기 재임으로 인한 독립성 훼손 문제도 부각됐다.

지난 3월 재선임에 성공한 장 이사는 2009년 처음으로 사외이사직에 올랐다. 2005년부터 2015년 3월가지는 계열사 코리아써키트의 사외이사직을 맡았으며 코리아써키트가 최대주주인 인터플렉스 사외이사를 2005~2009년까지 지낸 바 있다.

다른 그룹보다 
2배나 많네∼

CGCG는 “회사 및 계열회사에 9년 이상 장기간 사외이사로 활동할 경우 지배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이미 10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한 장성기 사외이사의 재선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신 이사 역시 관료 출신으로서 자격 논란이 있었다. 그는 전 국무총리실 정책분석평가실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2015년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영풍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문제는 그의 선임이 상법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CGCG는 “상법에서는 ‘해당 상장회사의 정기주주총회일 현재 그 회사가 자본금의 100분의 5 이상을 출자한 법인의 이사·집행임원·감사 및 피용자는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영풍이 36.13%을 보유하고 있는 코리아써키트의 사외이사는 영풍의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 이사의 사외이사 활동이 상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이들 사외이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영풍의 사외이사가 처리한 안건은 ▲외부회계감사인 선임건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평가보고 ▲제66기 감사보고서 확정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장 선임의 건 등 총 4건으로 이들은 모두 찬성에 표를 던졌다.

관료출신 사외이사는 영풍 외 계열사에도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해 이들 이사는 1인당 평균 2010만원을 보수로 가져갔다.

고려아연은 사외이사로 김종순, 이진강, 한철수, 주봉현, 이채필 이사 등 전부 관료출신으로 채웠다. 김 이사의 경우 국세청에서 잔뼈가 굵다. 

중부지방국체청 조사3국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국세청 조사1국 과장을 거쳤으며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과장의 경험까지 있으며 역삼세무서장을 끝으로 35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현재는 세무법인 세율의 회장으로 법인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진강 사외이사는 검찰 출신이다. 1943년 생인 그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후 1965년 제5회 사법시험을 합격했다. 1988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1993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지청장 등을 거쳤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철수 이사는 ‘재계의 검찰’이라 불리우는 공정거래위원회서 공직 생활을 했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인 한 이사는 경제기획원 핵심부서 종합기획관과 총괄사무관을 역임했다. 공정위서는 제도개선기획단장과 카르텔조사단 등 요직을 거쳤다. 

사무처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친 한 이사는 올 3월 고려아연의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육사 출신인 주봉현 사외이사도 관료 출신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행정대학원을 거친 그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 조정위원장(1급)을 역임했다.

이채필 사외이사는 1992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2002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을 거쳤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3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하이마트서도 사외이사 직을 맡고 있어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상법상 상장법인의 사외이사는 해당 상장법인을 제외한 2개 이상의 다른 회사(비상장기업 포함)의 이사·집행임원·감사를 겸직할 수 없다.

고려아연의 사외이사들은 모든 안건에 찬성 표를 던졌다. 올해 이사회의 주요 의결사항은 ▲징크옥사이드코퍼레이션 잔여지분 인수의 건 ▲대표이사 선임 및 직위 선정의 건 ▲이사 경업 승인 건 등이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사외이사에게 1인당 평균 6600원의 보수를 챙겨줬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서 책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100% 찬성
두둑한 보수

시그네틱스는 심일선, Neil Yoohoon Kim 등 2명이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심 이사는 정치인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주요 기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는 한국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전국민주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한국노동교육원 객원교수,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산재의료관리원 감사 등을 역임했다. 

제6대 산재의료관리원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내 이사장으로 활동한 심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사퇴압력을 받고 물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Neil Yoohoon Kim은  버클리공대를 졸업하고 (전)브로드컴 캘리포니아 기술 생산 부사장, 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시그네틱스 사외이사 역시 올해 처리된 중요 의결사항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심 이사는 100% 참석률을 보였으나 Neil Yoohoon Kim 이사는 올해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의안 내용은 ▲한국산업은행 산업시설자금대출 기한 연장의 건 ▲ KEB하나은행 운전자금 약정내용 변경의 건 ▲ 한국산업은행 외화 및 산업시설자금대출 기한 연장의 건 등이다. 주로 은행 관련 의안내용이 처리된 점이 눈길을 끈다. 

시그네틱스는 지난해 이들 사외이사에 4100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코리아써키트에는 앞서 소개한 영풍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신정수 이사가 상반기 기준 유일하게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Neil Yoohoon Kim은 올해 3월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하다 퇴임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지난해 사외이사 한명당 평균 3800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Neil Yoohoon Kim 이사는 안건 회의에 전부 불참했으나 신 사외이사는 100% 찬성표를 던졌다. 주요 안건 내용은 ▲이사 선임의 건(사외이사 포함)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이사회 의장 선임의 건 ▲ 대표이사 선임의 건 등이다.

영풍정밀은 정관계와 재계 인사를 고루 선임했다. 한봉훈 사외이사의 경우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출신으로 현재 액센추어 코리아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관피아 논란에도 비중 확대
정치인 공공기관장도 선호

김선우 사외이사는 언론인 출신이다. 한국방송공사 이사, 한국교육방송공사 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총 5회 사외이사로 활동했는데 영풍그룹 비관료 출신 가운데 연임횟수가 가장 많았다.

신재국 이사는 국세관료 출신이다. 그는 9급 공채로 국세청에 투신해 역삼·서초 ·반포·용산·광화문·구로·남대문·중부산 세무서를 거쳐 국세청 국제조사과,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등에서 근무했다. 
 

또한 서초·홍천 세무서장을 역임했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과장, 국세청조사2과장, 광주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직 등 요직을 거쳤다.

이들 역시 주요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졌다. 안건 내용은 ▲이익배당(안) 결의의 건▲감사위원회위원 후보자 추천의 건▲이사 보수한도 승인요청액 결정의 건 ▲대표이사 선임의 건 등이었다. 

회사는 이들에게 1인 평균 58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인터플렉스는 코리아써키트 사외이사인 심일선 사외이사에 직을 또 맡겼다. 올해 심 이사는 인터플랙스에서도 주요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주요내용은 ▲KEB하나은행(전 외환) 여신변경의 건▲금전채권신탁계약의 건▲유상증자 결의의 건 ▲미국지사 설립의 건 등이다. 

인터플렉스는 심 이사에게 지난해 38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결과적으로 영풍그룹의 총 15명(중복허용)의 사외이사 가운데 10명이 관료출신이었다. 총 사외이사대비 66% 비중. 이는 전년 56% 대비 10% 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또한 공공기관장과 정치인까지 포함하면 13명이 정관계 출신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들 사외이사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 독립성에 의문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이다. <CEO스코어>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풍그룹의 사외이사는 평균 3.6번 연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함없는 고집
도대체 이유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 상위권인 영풍그룹은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등 많은 논란 요소가 있지만 적극적인 개선 방안엔 미온적인 모습”이라며 “관료출신 사외이사 역시 매년 논란이 되는 가운데 올해 그 비중을 대폭 늘리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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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대권 청신호’ 이재명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권행 급행열차 티켓을 거머쥔 채 돌아왔다. 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여부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 대표가 반격의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족쇄에 얽매인 지 3년 만이다. 웃음을 띤 채 법원서 나온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서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는 국력을 낭비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살아서 돌아왔다 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무죄를 선고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모두 뒤엎은 것이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이던 2021년 TV 프로그램서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다. 재판부는 두 가지 모두 허위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이 교유관계를 부인해 허위 사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주관적 인식에 대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교유행위를 부인한 발언으로도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1심서 유죄가 인정됐던 ‘골프 발언’에 대해서도 TV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며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고 무죄로 봤다. 특히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사진으로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원본 일부를 떼어냈기 때문에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국토부가 협박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핵심은 국토부가 법률에 의거해 변경 요청을 했고 성남시장으로서 어쩔 수 없이 변경했다는 것”이라며 “(발언의)일부가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선거권 박탈형 1심 몽땅 뒤집혀 무죄 선고에 한시름 놓은 민주당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항소심 법원 판단은 피고인의 발언에 대한 일반 선거인들의 생각과 너무나도 괴리된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으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곧바로 상고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사건의 최종 판결은 대법원서 가려지게 됐다. 이 대표의 선고가 예정된 26일 이전부터 민주당은 초긴장 상태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당의 운명이 걸려있다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향후 모든 방향이 결정되는 하루일 것이다. 조기 대선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를 경우 하나의 작은 변수도 나비효과처럼 커질 수 있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죄가 선고된 후에는 “차기 대통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완벽한 서사”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이 대표가 밝은 얼굴로 법정서 걸어 나오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대권주자 1위를 달리는 이 대표 앞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이재명 흔들기’에 나섰던 대권 잠룡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사그라들 전망이다. 후보 교체론을 주장해 왔던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 역시 입을 모아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 “사필귀정”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 대세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탄핵 정국이 현재 진행형인 만큼 총구를 밖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뒤통수 얼얼 여당 대혼란 국민의힘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1심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기 때문에 2심 역시 최소한 벌금 100만원을 예상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판부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고 직후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이 부분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당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고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1심은 6개월, 2·3심은 3개월 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최대 리스크였던 범죄자 프레임이 상당 부분 걷어지자 보수 잠룡들은 저마다 말을 얹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거짓은 죄, 진실은 선이 정의”라는 글을 게시했다. 오 시장은 “대선주자가 선거서 중대한 거짓말을 했는데 죄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바로 설 수 없다”며 “대법원이 정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재명이 억지 무죄가 된 것은 사법부의 하나회 덕분”이라며 “사법부 조차 진영 논리로 재판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지만 사법부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하겠나. 오히려 잘됐다. 언제가 될지 모르나 차기 대선을 각종 범죄로 기소된 사람과 하는 게 우리로서는 더 편하다”고 비꼬았다. 대세론 굳히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2심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며 “정치의 큰 흐름이 사법부의 판단에 흔들리는 정치의 사법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의 골프 사진을 최초로 제시한 개혁신당 이기인 최고위원은 “졸지에 사진 조작범이 됐다”며 “옆 사람에게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 조작범이 되나? CCTV 화면 확대해서 제출하면 조작 증거이니 무효라는 말이냐? 무죄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꾸며낸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상고심서 잘 다퉈주길 바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비를 넘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운명을 쥔 헌재를 최대한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차기 집권여당으로서의 면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죄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곧장 안동을 찾아 대형 산불로 터를 잃은 이재민을 위로했다. 지난 26일 이 대표는 법원서 곧바로 국회로 이동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산불 피해가 커지자 이를 뒤로 미루고 안동으로 향했다. 안동은 이 대표의 고향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표는 무죄 선고 이후 취재진 앞에 서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서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이 또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아니면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되겠나”라고 꼬집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안동을 찾은 데 이어 27일에는 화재로 소실된 경북 의성군 고운사를 찾아 “고운사를 포함해 피해 입은 지역이나 시설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국회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헬기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던 중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당분간 통하지 않을 ‘범죄 프레임’ 여권 잠룡 집중포격에도 꼿꼿하게 이 대표가 민생을 살피는 동안 나머지 민주당 의원이 장외 투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2심 결과가 나왔으니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지 않는 이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고궁박물관 앞 민주당 천막 당사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서 “헌법재판소는 해야 할 일을 즉시 하라”며 다시 한번 압박에 나섰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로 12·3 내란발발 115일째,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 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헌재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선입 선출에 따른 파면 선고라는 상식의 시간은 지났고, 오늘 오전까지도 선고기일 공지를 안 하면 명예의 시간도 넘어간다”며 “검찰의 억지 기소에 따른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이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느냐는 불명예스러운 물음에 답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힘 전략이 반쪽짜리가 되면서 탄핵 정국 돌파구가 막혔다. 2심 무죄 판결이 대법원서 뒤집히길 바라며 상고심이 오는 6월26일까지 나와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남은 건 헌재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는 만큼 아직 ‘완전히’ 족쇄를 풀지 못했다는 새로운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단 이 대표의 존재감만 키워줄 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야권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시름 놓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대권주자 1위를 굳힐 일만 남았다. 중도층을 포섭하는 동시에 비호감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이에 맞춰 이 대표의 목소리도 더욱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피 튀기는 3월이 마무리되면서 조기 대선의 운명을 가를 헌재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