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6학년 남학생 제자와 수차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발각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의 성범죄나 성적 일탈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또 교사와 미성년 제자간 성관계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지역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 A(32)씨는 교육 중 알게 된 미성년자(만 13세 미만)인 제자 B군과 지난 6∼8월 교실, 승용차 등에서 아홉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A씨는 본인의 나체 사진을 찍어 학생 휴대전화로 보내기도 했다.
A씨는 경찰에서 “잘 생겨서 (성적) 충동을 느꼈다. 서로 좋아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형법 제305조에 따라 성적 자기 결정권이 미약한 13세 미만 아동과 성관계는 처벌된다. 행위 자체에 위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사랑했다”
교사가 마땅히 보호해야 할 학생과 성관계를 했다가 적발된 사건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안성의 한 중학교 여제자들에게 음란 사진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 이모(당시 41세)씨는 재판과정서 과거 여제자·학부모와도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경기도 안산 고교(2015년 7월), 파주 고교(2014년 5월)서도 제자와의 성관계 문제가 불거졌다. 경기도교육청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개인정보 문제로 징계 결과에 대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7월 경북 청송군의 한 조용한 시골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청송의 한 고등학교 교사 최모(당시 47세)씨로부터 자신의 딸(당시 18세)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C씨(당시 44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C씨는 3달 전 쯤 경찰에 최씨를 고소했지만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C씨 딸은 ‘낙태 고통’까지 겪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사 최씨는 2015년 항소심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죗값을 치르고 있다.
과거 서울의 한 학원가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5년 당시 31세던 여성 영어강사가 만 13세 중학교 2학년 학생과 수차례 성관계를 맺은 것이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해당 강사는 최근 법정 구속된 상태다.
지난해 7월에는 대구 30대 음악 교사가 남학생(15)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사자 모두 부인해 경찰이 내사 종결한 일도 있었다. 당시 해당 교사는 학생을 ‘서방님’이라고 호칭했다.
성추행과 같은 비위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게 교육계의 현실이다. 경기도 여주 지역의 모 고등학교 교사 2명은 전교 여학생의 3분의 1가량인 7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교사는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안전생활부장·담임교사였다.
이밖에 남자친구와 이별한 여고생 제자에게 “성경험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수차례 성추행을 일삼은 50대 교사가 지난달 징역 6년형을 선고 받는가 하면, 2013년 전남 목포에선 “바람이나 쐬자”며 자율학습 중이던 옆 반의 고3 제자를 모텔로 데려가 성추행한 혐의로 40대 교사가 경찰 수사를 받은 일도 있다.
성 관련 비위 외에도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난 6월 서울의 한 사립고등학교 여교사는 하교 중인 학생을 부르더니 생활지도를 이유로 교실에서 막대기로 수십대 때렸다. 신문지를 여러 겹 말아 만든 종이 막대였지만 학생의 허벅지는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체벌 후 원고지 24장 분량의 반성문도 쓰도록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꼬셔서 성관계?
끊임없는 교사 성추문…대책은 없나?
지난해 3월 경기도 용인 모 초등학교에선 “평소 욕하는 나쁜 버릇을 고쳐주겠다”며 교사가 학생 2명에게 서로 욕을 하게 하는 ‘욕설 상황극’을 시킨 일도 있었다.
이밖에 타 지역에선 여고생들만 있는 교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사건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극소수 교사의 ‘막장 드라마’와 같은 일탈행동 때문에 전체 교육계를 매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육계의 성범죄 관련 비위현실은 도를 넘어 위험 수준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성비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증가 추세다. 2014년 44건에서 2015년 97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135건으로 집계됐다. 2014년서 지난해 사이 3배 가량 늘어났다. 피해자가 학생인 경우도 상당수 포함됐다.
이 때문에 교육계 안팍에서는 교원들에 대한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하고, 성 비위가 드러나면 징계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사를 모범적인 인격체로 여기는 어린 학생을 상대로 한 어른 교사들의 이런 성비위는 일종의 ‘갑질 범죄’로 볼수 있는 만큼 강하게 처벌해 뿌리 뽑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 학부모연합회 회장은 “연간 3시간씩 교원들에 대한 성폭력 예방과 학생인권 존중을 위해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60∼70명씩 모여 형식적으로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임용 단계부터 교원들의 성인식과 인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성범죄에 연루된 교원에 대해 진상이 명확하게 드러나면 해당 교사를 교단서 영구 퇴출시키는 ‘원스크라크 아웃제’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교사와 학생간 성비위 사건을 권력관계 측면에서 보면 각종 전권이 선생님에게 달려있는 특수한 상황과 가해성이 강한 특정 교사의 자질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서 교사의 성 비위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기 어려운 조직구조, 학생 입장에서는 문제를 알려봐야 자신이 겪게 되는 2, 3차 피해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거란 생각 때문에 사건이 은폐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대책 시급
교육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경남도교육청은 “일선 학교서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상대로도 성 인지와 성 교육을 보다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범죄를 저지른 교사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 해임 또는 파면 조치할 것”이라며 "유사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