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고액 연봉자 백태

월급이 많든 적든 뒷말 무성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기업의 임원들은 보수로 얼마나 받을까. 이들이 받는 연봉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많이 받으면 많이 받는대로 적게 받으면 그 나름대로 말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주요 그룹들이 논란의 고액 연봉 등기임원을 조명했다.
 

이달 초 경제개혁연구소는 ‘2016년 임원보수 공시 현황 분석’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주요 기업들의 임원 보수 수준을 비교했다. 해당 자료가 공개되자 재계의 눈길이 쏠렸다. 한편에선 생각보다 많이 받는다는 평가가, 다른 한편에선 생각보다 적게 받는 다는 말이 나왔다.

상장회사 5% 
 5억원 초과

경제개혁연구소는 고액연봉의 기준을 5억원 이상으로 판단했다. 현재 5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은 공시의무가 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3년간 임원보수 공시를 분석한 결과 개인별 임원을 공개한 회사는 전체 상장회사의 약 25%다. 상장회사 전체 등기임원 중 불과 5% 만이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임원의 보수총액은 자본시장법 제 159조 및 동 시행령 제 168 조에 따라 각 사업연도 재임 및 퇴임한 등기이사, 사외이사, 감사 등이 등기임원으로서 받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 퇴직소득의 총액을 의미한다.


이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고액등기임원은 일반 직원과의 임금격차가 큰 임원들이다. 직원들과의 임금격차가 가장 큰 고액 연봉 임원은 성기학 전 영원무역홀딩스 대표다. 

그는 영원무역홀딩스를 지배하고 있는 오너다. 그가 지난해 챙긴 보수총액은 141억6600만원으로 일반 직원의 연봉인 2300만원에 비해 무려 612배 많다. 

다만 그의 보수에는 41년간 근무한 데 대한 퇴직금 138억4400만원이 포함됐다. 최근 3개년간 영원무역홀딩스의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2014년 2349억원, 2015년 2308억원, 지난해 2009억원으로 매년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연봉에 퇴직금을 제외하면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이 직원들과 가장 많은 연봉 격차를 보였다. 지난해 82억1000만원을 보수로 챙겨 일반 직원의 5700만원보다 144배 많은 연봉을 받은 것.

141억 수령한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일반 직원에 비해 612배 많아 눈길

김상철 전 펩트론 부사장은 34억6700만원을 연봉으로 받아 일반 직원보다 81배 많은 급여를 받았다. 손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격차였다.

애경그룹의 사위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직원들과의 임금 격차가 주요 기업 가운데 세 번째로 컸다. 지난해 그는 31억원의 연봉을 챙겼다. 일반직원이 42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에 견줘 74.74배 차이다. 


전문경영인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이사는 29억원을 보수로 챙겨 그 뒤를 이었다. 직원평균급여 4039만원 대비 71배 많은 보수를 챙겼다. 이는 주식매수 선택권 행사이익으로 23억원을 소득이 생긴 것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효성의 조석래 회장은 46억원의 연봉으로 일반 직원에 견줘 68배 많은 보수를 받았으며,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35억6500만원의 연봉으로 일반 직원 5500만원에 비해 64배 많았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50억4400만원의 보수를 받아 직원 평균보수 7900만원에 비해 63배 많은 임금을 받았다.

임원 간 임금격차도 존재했다. 최상위와 차상위 보수격차가 가장 큰 회사는 LS산전이다. 구자열 이사의 보수는 20억 5000만원, 차상위 수령자인 한재훈 이사와 격차가 15배에 달했다. 

이는 전문경영인 한재훈 이사의 보수 중 퇴직금을 제외한 급여및 상여가 1억29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실질적으로 보수격차가 가장 큰 사례는 현대모비스로 지배주주 일가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급여 및 상여로 각각 39억7800만원, 5억8800만원을 수령하여 양자 간 격차는 6배였다. 정몽구와 정의선 부자는 현대자동차서도 최상위, 차상위 보수 수령자로 각각 53억원, 15억6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액보수 임원이 2명 이상인 73개 회사의 최상위 수령자 중 38 명은 지배주주 일가인 반면, 차상위 수령자의 63명이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지배주주 일가가 회사 내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경향이 높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하락
연봉은 상승

이른바 재벌 총수 일가 가운데 가장 많이 버는 오너 일가는 누굴까.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일가 중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은 현대자동차 그룹 정몽구 이사다. 

정몽구 이사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로부터 약 93억원의 급여를 받아 2014년부터 3년 연속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경식 이사는 CJ제일제당 1개사로부터만 82 억원의 보수를 받아 두 번째 고액보수 지배주주 일가로 확인됐다. 손 이사는 단기 인센티브를 2015년 51억원 수령한 데 이어 2016년에도 52억8000만원을 받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칼서 상여없이 급여로만 26억5000만원을 받는 등 3개 계열사에서 66억원의 보수를 받았으며,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가장 많은 4개 계열사서 총 49억5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고액 연봉자 가운데 오너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지배주주 일가 간 경영권 분쟁 외에도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7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등 오너 리스크를 겪고 있는 와중에 고액 연봉자에 이름을 올렸다. 

신 회장은 2016년 롯데쇼핑 등 3개 회사서 총 63억 7500만원의 고액보수를 수령했다. 

조석래 효성 회장도 오너 리스크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8900억원 분식회계를 통한 조세포탈, 해외 현지법인을 통한 횡령 및 배임, 위법배당 등의 혐의로 형사재판 1심서 유죄를 선고받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는 2014 년 효성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표이사 조 회장과 이상운부회장을 해임권고 조치했다. 


그러나 효성은 이들을 해임하지 않고 2016 년 정기주주총회서 재선임했으며, 매년 여전히 고액의 보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2016년 급여로만 약 30억원, 성과급 16억원 등 효성 1개 계열사에서만 46억원을 받아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보수 상위 10위 내에 들었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 역시 2016년 효성서 약 11억원의 고액보수를 받았다.

2015년과 달리 2016년에는 고액보수 상위 10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그룹 유동성 위기에도 불구하고 현대엘리베이터서 29억9800만원의 고액보수를 받았다. 

한진해운 파산의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는 최은영 이사는 계열분리된 유수홀딩스의 대표이사로서 11억2200만원을 받아 여전히 고액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형사재판 유죄확정 후 사면된 김승연 한화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 등은 경영에 복귀했으나 등기이사로는 선임되지 않았다. 

따라서 등기이사로 복귀하지 않는 한 2017 년까지 보수는 원천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2018년부터는 등기임원이 아니더라도 한 계열사서 5억원 이상 보수를 수령하고 보수총액 기준으로 상위 5명에 포함될 경우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지난해 대기업집단 지배주주 일가 중 퇴직금을 수령한 사례는 이승휘 세아홀딩스 이사와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이 실제 퇴직으로 인해 각각 29억원, 51억5900만원을 받은 두 건이다. 두 사람의 퇴직금은 각각 재직 기간 24년1개월과 29년을 반영한 결과다.

물의를 일으킨 오너 일가 임원의 보수가 크게 오른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림산업의 이해욱 이사다. 이 이사는 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면서도 2015년까지 개별보수를 공개하지 않아 5억원 미만을 수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16년에는 13억8700만원을 수령하여 최소 2배 이상 보수가 증가했다. 

2016년 보수는 급여 8억6700만원 그리고 5억2000만원의 상여금으로 구성되며 상여금은 경영성과를 기준으로 지급한다고 돼있다. 문제는 연봉이 증가한 이유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이사는 2016년 운전기사에 대한 폭행과 폭언 등으로 기소돼 2017년 4월 1심서 벌금 1500만원을 선고 받는 등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의 일으키고 
보수 크게 올라

그동안 연봉을 공개하다 지난해 연봉공개를 하지 않은 임원들에게 눈길이 쏠리기도 했다. 

이만득 삼천리 회장은 2015년 9억7500만원을 수령해 개별 보수내역을 공시했다. 2016년 3월 돌연 등기이사를 사임해 개별보수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사임 이후에도 미등기임원으로서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이 회장과 같이 뚜렷한 이유 없이 등기이사를 사임하고 이후 미등기임원으로 회장직을 유지하는 경우, 개별보수 공시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등기임원을 사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 및 원정도박 등으로 2016년 11월 대법원 유죄가 확정됐다. 현재 동국제강 그룹의 경영권은 동생 장세욱 회장이 행사하고 있다. 

장 전 회장은 2015년 7월 형사재판으로 등기이사를 사임하면서 급여 및 퇴직금을 더해 40억7700만원이라는 거액의 보수를 수령한 바 있다.

장형진 전 영풍 이사는 2015년 3월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를 사임하며 16억2200만원의 퇴직금을 수령했다. 
 

구자홍 전 LS산전 이사는 2014년 말까지 이사회의장으로 재직해 2015년에는 등기이사가 아니므로 개별보수 공시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2015년 사업보고서에 개별보수 14억3900만원을 공시했으나 2016년에는 공시하지 않았다. 

2016년 구 전 이사는 공시의무가 없으므로 보수가 5억원 이상이지만 공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오너 리스크 주범이지만…
등기직 사퇴로 숨기기도

최상주 케이엠에이치 회장은 2015년 14억원의 보수를 수령했으며, 이 중 급여명목 수령액은 10억원이다. 최 회장은 15 년 간 등기이사로 재직하다 2016년 3월 임기만료 후 재선임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개별 보수 공시 의무가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미등기임원인 회장으로 상근하고 있어 2016 년에도 고액의 보수를 수령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내역은 파악이 불가능하다.

중견기업 오너 일가 가운데 고액연봉자에 이름을 새로 올린 임원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해태제과의 신정훈 대표이사는 20억5600만원의 보수 중 4분의 3인 15억3200만원을 급여로 수령했다. 해태제과의 임원상여금은 이사회 결의로 만든 규정에 따라 이사회 및 보상위원회에서 결정하며, 영업이익 초과달성 시 매출과 영업이익을 고려해 연봉의 0∼200% 내에서 지급한다. 

회사는 2014년 대비 2015년 매출 16% 증가, 영업이익 86% 증가했고, 허니버터칩 등의 제품으로 전사 경쟁력을 제고한 공로 등을 고려해 신 대표에게 상여금 5억2400만원을 지급했다. 

신 대표는 크라운그룹의 지배주주인 윤영달 회장의 사위이다. 에스에이엠티의 이기남 이사는 대표이사가 아니지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순수 보수로 10억7500만원을 수령했다. 이 중 6억원이 급여다. 

에스티큐브의 정현진 대표이사에게 2016년 지급된 보수 12억원은 모두 급여 명목으로 지급됐다. 회사는 산정기준에 대해서도 ‘이사 보수 기준에 따른 급여 지급’이라고 간략하게만 표기해 실질적으로 어떤 기준을 통해 보수가 지급되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곽민철 셀바스에이아이 대표이사는 11억2200만원을 수령했는데 이 중 급여 및 상여명목은 2억8000만원뿐이다. 나머지 8억4200만원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주식양수도 거래서 발생한 세법상 인정 상여다.

미등기로 
경영권 행사

경제개혁연구소는 “일부 고액보수를 수령하는 임원은 개별보수 공시제도 시행 이후 등기이사를 사임하여 공시의무서 벗어난 뒤 미등기임원으로 계속 경영권을 행사한다”며 “종합적 대안 마련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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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