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추다르크 1년 성적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28 10:41:41
  • 호수 1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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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킹메이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주년을 맞았다. 대선 승리를 위해 당권 도전에 나섰던 그는 정치권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대선 승리를 일궈냈다. 최근에는 친문(친 문재인)계와 각을 세우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터닝포인트를 지난 추 대표의 공과를 분석해봤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취임 1주년을 기점으로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당 대표로서 공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추 대표는 지난해 8월27일 민주당 전당대회서 친문계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당 대표에 올랐다. 

혜성처럼 등장
공과 재조명

당시 당 대표 수락연설서 추 대표는 “흩어진 지지자들을 강력한 통합으로 한 데 묶어 기필코 이기는 정당, 승리하는 정당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다”며 “우리 대선승리를 위해 모두 땀 흘리는 전사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당내 통합을 바탕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나설 것으로 보였던 추 대표는 당 대표에 오르자마자 ‘돌출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9월 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하겠다고 밝혔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당시 예방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 추 대표는 “민주주의 역사의 피가 흐르는 민주당의 대표로서 당과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 예방 목적은 모든 세력을 포용하고자 했던 마음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반성과 성찰을 거부한 상태서의 예방은 적절치 않다는 당과 국민의 마음이 옳다고 보여진다”고 해명했다. 


한 번의 돌출 행동 이후 추 대표가 당을 재정비할 여유 없이 곧바로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청와대와 당시 여권을 향해 추 대표는 날선 공세를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에게 최순실 국정 농단 사과를 요구하고, 특검 수사를 촉구하는 등 전 정권을 압박했다. 

광폭행보를 보이던 추 대표는 지난해 11월 ‘돌출 행동’으로 다시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퇴진 및 하야 요구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14일 추 대 표가 박 전 대통령에게 양자 회담을 단독으로 제안한 것이다. 

취임 1주년…촛불, 탄핵, 대선 치러
당 통합 일등공신…대선 승리 견인

당시 추 대표는 “오늘 이른 아침에 제1 야당 대표로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만남이 필요하다고 보고 청와대에 긴급 회담을 요청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 모든 것을 열어놓고 허심탄회하게 민심을 전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이 제안을 즉각 받아들여 다음날 영수회담이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양자 회담에서 배제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즉각 반발했다.

당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오늘 야 3당 대표 회담이 예상되는데 아침에 느닷없이 추미애 대표가 양자 회담으로 결판을 내자고 제안했다”며 “과연 야권 공조는 어떻게 하고 야권의 통일된 안이 없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야권 공조가 파기된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야당도 필요하면 청와대와 순차적으로 (영수 회담을)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당 공식 창구서 추 대표를 감싸는 발언을 했지만 당내 반발은 거셌다.


결국 추 대표는 영수회담 계획을 철회했고 리더십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박 전 대통령과 양자 영수회담을 하기로 덜컥 합의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셈이다.

추다르크 리더십 
대선 관리 호평

추 대표가 오락가락 행보만 보인 것은 아니다. 원내 제1야당으로서 탄핵정국을 주도하며 촛불집회를 견인한 점에서 추 대표의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3월 박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서 탄핵이 인용된 후에는 곧바로 이어진 조기대선 국면서 당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경선 이후에는 문재인 대통령 선대위의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최일선서 진두지휘했다. 

실제로 이번 대선을 두고 정치권에선 인물 중심의 대선이 아닌 당 중심의 선거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당내 경선과정서 후보간 불협화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추 대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당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통합을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 대표에 대해 “이런 큰일을 겪으며 민주당이 별다른 잡음 없이 단일 대오를 유지한 데에는 분명 추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번 대선 때는 지난 2012년 대선 때와는 다르게 당이 혼연일체가 돼 선거를 치렀다. 문 대통령도 ‘이번 정부는 민주당 정부’라고 말했을 정도”라며 “그만큼 당의 위상도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또 다른 인사는 “민주당은 대선 이후 50% 이상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강한 정당’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며 “추 대표가 당 수장의 역할을 잘한 셈”이라고 말했다. 대선 승리를 이끈 그는 대선을 전후로 해서 청와대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추 대표는 대선 본선 과정서 중앙선대위 종합상황본부장에 측근인 김민석 전 의원을 내정했다. 이에 임종석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은 ‘일방적 발표’라며 재조정을 공개 요구키도 했다.

추 대표 측은 후보의 동의를 구한 인선이라며 임 실장 사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추 대표가 김 전 의원을 민주연구원장에 앉히면서 친문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었다. 

대선을 치른 지 6일 만인 지난 5월15일 추 대표는 당직 인선 발표하면서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친문계 인사들을 다수 기용했지만 당 일각에선 “대선 승리 위해 뛰었던 당직자들을 해고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당시 인사를 반대해온 대표적 친문계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은 추 대표가 마련한 점심식사도 불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 대통령 측근 인사는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까 봐 일단 참지만 언제 불만이 폭발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한 리더십 및 강경 발언으로 당 통합을 이끈 그지만 제보조작 파문 당시 ‘머리자르기’ 발언은 추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혔다. 

지난달 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한 추 대표는 국민의당이 ‘문준용 제보조작 파문’을 사실상 이유미씨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린 것에 대해 “단독 범행이라는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고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 맹비난했다. 머리자르기 발언은 곧바로 추 대표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해당 발언에 국민의당은 발끈했다. 전직 대표이자 대선 후보를 향해 ‘머리자르기’란 표현을 썼다는 것이 정치 도의적으로 볼 때 수위가 너무 심했다는 이유였다. 당시 국민의당의 도움으로 추경 통과를 바라던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아울러 추경안 통과를 국정운영의 시발점으로 본 청와대도 입장이 곤란해졌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민의당을 찾아 대리사과를 하면서 이른바 ‘추미애 패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추 대표는 그는 그러면서 “대표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은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정권을 받쳐주는 그릇이 부서지는 것”이라고 말해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정발위 파문
일시적 갈등?


최근에는 정당발전위원회(이하 정발위)를 두고 친문계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지난 18일에는 정발위 구성을 논의하는 의총장에서 추 대표와 친문 의원들은 논쟁을 이었다.

추 대표는 혁신안 변경이 “당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지만 친문계 한 의원은 “새로운 룰을 적용하더라도 다음 지방선거는 아니다. 이미 ‘1년 전 경선룰 발표’라는 당헌·당규를 어긴 상황서 룰을 뒤집는다면 새롭게 만든 룰도 다음 지도부가 지키지 않을 수 있는 개연성을 남길 뿐”이라고 반발했다.   

표면적으론 정발위 때문에 빚어진 일시적 갈등으로 보이지만, 친문계의 집단 반발은 단순히 정발위 때문이 아닌 추 대표에게 쌓여온 불만이 이번 기회에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추 대표는 대선 직후 당이 국무위원 공직자 인선 관련 추천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친문계와 갈등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은 추 대표와 친문계 간 갈등이 수습 국면에 들어갔다. 당 최고위는 지난 23일 비공개 회의서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룰은 정발위서 논의하지 않고 사무총장 직속의 ‘지방선거기획단’을 구성해 다루기로 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서 “정발위는 당원권 강화와 당의 체질·문화 개선, 100만 당원 확보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구로 활동할 것”이라며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지방선거기획단에서 당헌·당규 해석과 시행 규칙을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앞서 추 대표는 정발위서 지방선거 공천 방안까지 논의하려 했다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계와 시·도당 위원장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오락가락 행보…거친 발언으로 구설
추vs친문 갈등…지방선거서 또 중책

이번 발표로 정발위 사태는 표면적으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양 측이 전면전 직전까지 가는 갈등을 드러낸 만큼 앞으로 당 운영과 지방선거 공천 방식을 놓고 불협화음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 

특히 친문계와의 정발위 갈등이 추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4일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추 대표는 청와대의 대리 사과로 관계가 불편했던 임 비서실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졌다. 만찬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정책적 논의는 없었고 순수하게 격려하는 자리였다”며 “25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정책 얘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무거운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 정부이며 튼튼한 당·청 관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한 마음으로 국정과제를 실현하고 정기국회에 임할 것임을 다짐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측에선 추미애 대표, 이춘석 사무총장,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전병헌 정무수석 등 12명이 참석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정신없는 한 해를 보낸 추 대표는 남은 1년 동안은 집권여당 대표로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도 개혁 작업을 힘 있게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우선 이번 정기국회서 국정의 주도권을 쥐고서 민생·개혁 법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입법하느냐가 당면 과제다. 여소야대 국회서 다른 정당과 잘 협치를 하는 것은 물론 청와대와도 생산적인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6·13 지방선거
선거 여왕으로?

정기국회 이후에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추 대표의 리더십은 확실한 검증을 받게 되는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개혁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도, 반대로 힘이 빠질 수도 있다”며 “추 대표 개인의 정치적 위상 역시 지방선거 결과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뜨는 추미애 한양대 라인

지난 5월 당직 인선에서는 한양대 출신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홍익표 정책위수석부의장(정치외교학과 85학번)을 비롯해 대변인으로 발탁된 김현 전 의원(사학과 84학번), 당 대표실 소속으로 신설된 정무조정실장을 맡은 강희용 전 당 대표 메시지 실장(정외과 90학번)이 한양대를 졸업했다. 

당 관계자는 “윤관석 수석대변인(신방과 79학번)의 교체 배경에 한양대가 당직에 지나치게 많다는 고려도 작용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한양대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일각에서는 한양대 출신의 대거 등용을 두고 추 대표가 친정체제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서울시장 출마 등 자신의 향후 정치 행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추 대표가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대선 승리를 이끈 당직자 교체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추 대표가 측근인 김민석 전 의원을 사무총장에 앉히려다 당내 안팎의 반발이 심하자 민주연구원장으로 보직을 바꾸고 그 김에 대대적인 당직 개편에 나섰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훈>
 

<기사 속 기사> 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넘긴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8월 3주차 민주당은 지지율 52.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주 동안의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에 선공한 것이다.

이 같은 반등세는 문 대통령 100일 관련 언론보도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추진된 각종 시민·약자 중심의 개혁정책과 탈권위 소통행보과 여론의 긍정적 평가를 받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취임 100일 문 대통령 기자회견’이 있었던 지난 17일 에는 54.5%를 기록했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16.9%를 기록해 민주당에 3배 가까운 지지율 차를 보였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6.4%와 5.5%를 기록해 한자릿 수에 머물렀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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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