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안철수의 큰 그림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1:00:09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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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찍고 청와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당 대표 도전을 선언했다. 대선 이후 칩거할 것이란 정치권의 분석과 달리 안 전 대표는 빠르게 몸을 풀었다. 안 전 대표의 깜짝 행보에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선당후사를 강조하며 ‘구원투수론’을 꺼내든 그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 3일 안 전 대표는 오는 8·27전당대회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기자회견을 연 그는 “8월27일 치러질 국민의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며 “선당후사의 마음 하나로 출마의 깃발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안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대표직서 물러난 뒤 1년2개월 만에 당 대표에 다시 도전하는 셈이다. 

“당 구하겠다”
 깜짝 재등판

당초 정치권은 안 전 대표가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당분간 칩거에 들어가 몸을 낮출 것이라 예상했다. 일각에선 대선으로 내상을 입은 안 전 대표가 정계은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조심스런 관측도 나왔다. 

정가의 예상을 뒤집고 안 전 대표는 조기 등판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의 등판에 국민의당은 물론 정치권은 술렁였다. 안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와 동시에 당내 비안계로 꼽히는 박준영·조배숙·장병완·이찬열 의원 등 10여명은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와 증거 조작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성명을 냈다.

일찌감치 당대표 출마의사를 밝힌 정동영, 천정배 의원도 안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당은 지난 1년 반 사당화의 그림자가 지배했다”며 국민의당 사당화의 중심이었던 안 전 대표를 비판했다.


정 의원은 “당 건설은 지체됐고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았다”며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아무 때나 출마할 수 있고 당선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사당화의 명백한 증거다. 사당화는 패배의 길이며 공당화가 승리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천 의원도 안 전 대표 공세에 가세했다. 천 의원은 “안 전 대선후보의 당 대표 출마는 구태 중의 구태정치”라며 “누울 자리, 누워서는 안 될 자리조차 구분 못 하는 몰상식, 몰염치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예상 깬 깜짝 등판…곳곳 반발 기류 
명분 없는데 “당 생존이 중요하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도부를 대체하기 위한 보궐선거다. 가장 큰 책임은 안 전 후보 본인에게 있다”며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당 대표 자리를 대선 패배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대선후보가 차지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안 전 후보가 그렇게 부르짖던 새 정치인가”라고 꼬집었다. 

당내 당권주자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는 전대서 승리해 당권을 거머쥔다는 복안이다. 당초 안 전 대표의 조기복귀를 가로막는 걸림돌로는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파문’ 두 가지가 꼽혔다.

안 전 대표는 선거라는 전장서 패배한 패장이기 때문에 이에 마땅한 책임을 지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보조작 파문은 안 전 대표가 직접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은 당내 조사 및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지만, 안 전 대표의 측근이 벌인 일이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책임이 무거웠다. 


이 때문에 명분도 없이 당 대표에 도전한다는 비판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최근 안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이상돈 의원도 안 전 대표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인지부조화나 나르시시즘이 있는 것”이라며 “충격요법 운운하는데 그게 맞는 말인가. ‘내 미래보다 당의 미래’라고 강조했는데 ‘당의 미래보다 내 미래’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비꼬았다. 

절체절명 국당
친안vs비안 혈투 

그렇다면 정치권의 비판을 무릅쓰고 안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당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안 전 대표를 정치 일선에 복귀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 이후 제보조작 파문으로 좌초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서 정당 지지율은 5%대에 머무르며 원내교섭단체 중 꼴지를 달리고 있다. 정치적 기반인 호남서의 지지율도 좀처럼 반등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전 대표는 고심 끝에 지금이야 말로 나서야 할 때라고 인식한 듯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출마선언을 통해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며 출마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인사는 “창당이후, 대선을 위한 경선이나 대선 과정서 안 전 대표의 창당정신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고 당 조직은 계파별로 나눠먹기가 됐다”며 “대선 패배 직후부터 당 정체성을 고민하게 됐고 이게 출마로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만큼 안 전 대표 입장에선 당 대표에 당선되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현재 전대 분위기는 안 전 대표가 다소 앞서 있고 정 의원과 천 의원이 뒤따르는 ‘1강 2중’구도라는 것이 정치권 중론이다. 다만 단일화와 결선투표 등 변수가 남아 있어 안 전 대표 입장에선 판세를 낙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안 전 대표의 출마로 자연스럽게 ‘친안’ 대 ‘비안’ 구도가 형성됐다. 안 전 대표의 당권 저지를 위해 정 의원과 천 의원이 대승적 차원에서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초 친안계로 분류된 이언주 의원의 출마도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이 의원은 당내 후보들을 견제하면서 독자적 입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광주시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여러 번 실패한 정동영, 천정배 두 호남 출신으로는 미래 가치를 만들 수 없다”며 “당의 희생을 위해 밀알이 돼 당의 버팀목으로서 역할을 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를 겨냥해서는 “대표가 되면 우려되는 게 굉장히 많다. 당의 갈등 상황을 수습하려는 노력, 절박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당을 살리는 게 아니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유로 내년 지방선거서 친안계를 당내 주류에 포진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상 친안-비안 대결구도서 친안계가 당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장악하고 넘어 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서 안 전 대표는 친안계의 전폭적 지지로 손학규 전 고문과 박주선 비대위원장을 무난하게 물리치고 대선후보로 우뚝 섰다. 당내 지분율을 대선 국면에선 빛을 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친문 패권주의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당내 친문계의 든든한 지지로 대선후보에 올랐다. 결국 당내 권력지형이 유력대권 주자의 향후 정치행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안 전 대표가 비안계로 구성된 당권 주자들의 견제를 뚫고 당권을 잡더라도 풀어야 할 숙제는 쌓여있다.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일이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비안계는 친안계에서 촉발된 제보조작 파문으로 당의 위상이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서 갈등 봉합 없이 단순이 또 국민의당이 안 전 대표의 질서대로 움직이면 내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가 대표에 오른 뒤 가장 먼저 오를 본격적 시험대는 내년 6·13지방선거다.

현재 국민의당은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등 핵심 지역에 딱히 내세울만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다. 안 전 대표에게는 다시 당 대표가 될 경우 인재영입을 통해 유력주자들을 발굴해내야만 하는 막중한 책임이 뒤따른다.

6·13지방선거
본격적 시험대 


이밖에 현재 당내 경선 과정서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론’도 불거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6일 라디오 인터뷰서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묻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겠다”며 “(내년 지방선거 때) 어떤 역할을 하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될지 그때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오후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가 끝난 자리에선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한다는 뜻”이라며 톤을 높였다.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여부에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당권주자들은 뿔이 난 모양새다.
 

지난 17일 이언주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차출론에 대해 “당이 원하면 당연히 나가야 한다”며 “현재 안 전 대표가 출마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는데 당 대표가 된 뒤 출마하게 되면 당이 혼란에 빠지는 만큼 서울시장을 출마한다면 차라리 당 대표 후보를 사퇴하고 지방선거에서 기여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장 출마여부에 대해선 안 전 대표도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시장에 출마하게 된다면 당 대표에 나서는 명분이 약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섣부르게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 우뚝 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서울시장 출마설 솔~솔
결국 대권행 수순 밟기?

안 전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지금 제 머릿속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가 차기 대선에는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은 지금 당대표에 출마하는 것이 사실상 차기 대권을 노린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안 전 대표가 당대표에 오른 뒤 서울시장에 나서지 않고 지방선거 총책임자 역할에 머무른다면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입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당 창당 이후 첫 지방선거라는 점에서 총선서 보여줬던 저력을 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서지 않더라도 지방선거서 선전을 거둔다면 향후 당 대표서 자연스럽게 물러난다 하더라도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고 대선주자로 자연스레 거듭났다. 이처럼 안 전 대표가 지방선거를 통해 위기의 당을 구해낸다면 사당화 논란서도 자유롭게 될 전망이다. 

시장은 YES
대권은 NO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선 안 전 대표의 당 대표 도전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리더는 위기 때 나타나야지 자기가 살려고 나와서는 안 된다”며 “지방선거 결과가 좋을 수도 있지만 나쁠 경우 위기 돌파를 위해 나오는 것은 모르지만 이번에는 너무 조급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안철수가 아니면 국민의당이 독자적인 자강 노선을 걷기가 어렵다고 하는 현실이 있는 것 같다”며 “명분은 없지만 정치 현실적으로 강행되는 것으로 본다”고 말해 정치현실 상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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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