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한 항공사의 여성 사무직원이 아파트서 투신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업계 내에선 이번 죽음이 같은 회사 유부남 부기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문제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동종 업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까지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9일 오전 항공사의 여직원 A씨가 아파트 옥상서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A씨는 2014년 항공사에 입사해 지상직으로 근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서 숨을 거둔 상태였다.
경찰은 타살 흔적을 찾지 못해 자살 사건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런데 A씨 투신 사건 후 항공사 내부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A씨의 죽음에는 항공사 부기장 B씨와의 스캔들이 엮여 있다는 것.
유족 문제 제기
돌고 있는 소문에 따르면 애가 둘 있는 유부남 B씨는 A씨에게 추파를 던졌다. B씨는 A씨를 꼬시기 위해 인천공항서 합정동까지 출퇴근을 시켜주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다. A씨는 곧 이혼할 거라며 이혼서류까지 보여주는 B씨의 말을 믿고 부적절한 만남을 시작했다. 하지만 B씨는 그의 아내와 셋째 아이를 가졌다.
배신감에 A씨는 이별을 통보했지만 B씨는 “부인과 관계해 생긴 아이가 아니고 아내가 인공 수정을 했다”며 인공 수정한 서류까지 조작해 보여주며 A씨를 안심시켰다. B씨는 “장거리 비행 시 성욕을 풀기 위해 동영상이 필요하다”면서 A씨와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 뒤 B씨는 A씨가 만나주지 않자 A씨가 사는 아파트 앞에 찾아가 자동차 경적을 미친 듯이 울리고 A씨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는 등의 만행을 저지른다. 당시 A씨는 항공사의 다른 부기장한테 도움을 청했지만 부기장이 해외에 있어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이후에도 B씨의 막장 행동은 계속됐다. B씨는 문자 메시지로 ‘사랑한다’고 남기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게 괴롭혔다. 그래서 그들이 나눈 메시지 내용을 보면 A씨가 B씨를 좋아하는 것처럼 만들어져 있다. A씨는 4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B씨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차에 3∼4시간씩 가둬놓고 성폭행당하기도 했다.
A씨가 거부하면 집에 보내주지 않았다. A씨는 자신의 힘으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 B씨를 만날 때 일부러 아버지와 함께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B씨는 A씨의 아버지에게 “딸이랑 동거하는 거 알고 있느냐” “쟤랑 나랑 하는 동영상 있다. 지금 보여줄까?”라며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당시 대화 내용을 녹취해 어머니에게 보냈고 A씨의 어머니는 B씨의 아내에게 녹취파일을 보내게 된다. 이혼을 요구한 B씨의 아내는 남편 B씨에게 피해보상 신청을 했다. B씨는 2000만원의 보상금만을 물고 특별한 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서 A씨는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어머니는 운항본부 담당자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둘만의 문제니깐 알아서 하라”는 말뿐이었다. 이는 B씨뿐만 아니라 항공사 역시 A씨를 죽음이라는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부모의 도움 요청에 회사가 자체 진상 조사를 벌였다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죽기 전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 측 변호사는 상대 변호사가 너무 강력하다면서 다른 변호사를 찾아볼 것을 권유했다.
아파트 옥상서 투신…도대체 왜?
부기장과의 부적절한 관계 회자
A씨는 “회사도, 세상도 내 편이 아닌 것 같다”며 좌절했다. A씨는 B씨에게 수시로 폭행을 당했는데 한 번은 폭행의 증거를 사진으로 찍었지만 “증거가 되지 않는다. 병원서 진단서를 끊어야만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야속한 대답만이 돌아왔다.
항공사 측에선 “사생활이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내부에선 B씨에 대한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비행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 같은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공분 여론이 잇따르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서도 B씨에 대한 파면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것.
일부 네티즌들은 B씨를 ‘살인자’라 부르기도 하며 파면을 촉구했고 사망한 A씨를 향한 안타까움을 전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하지만 같은 항공사에 근무한다는 C씨의 글이 올라오자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C씨는 A씨, B씨와 함께 입사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C씨는 “A씨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며 말을 시작했다.
C씨의 글에 따르면 C씨는 A씨의 장례식장서 소문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B씨에 대한 배신감과 증오감까지 들었다. 그러던 중 B씨의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지인은 A씨, A씨 부모님과 B씨 간의 지금까지 오간 고소장들과 여러 장의 대화 캡처를 보여줬다.
C씨가 확인한 자료에는 지금 돌고 있는 소문의 내용들과 그것과 관련해 B씨가 증거들을 첨부해 조목조목 반박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해당 소장으로 B씨가 어떤 부분에선 승소했다는 사실 또한 확인했다. A씨의 잘못도 눈으로 확인했다.
또한 A씨의 변호인 측도 알려진 것과 다르게 <무한도전> 등 각종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일명 스타 변호사였다.
C씨는 “믿기 힘들었지만 여러분이 알고 계신 그 내용이 전부가 아니다. 때로는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A씨의 죽음으로 많이 화가 나셨을 거다. 저 또한 그렇다”며 “하지만 조금만 더 냉정해지자.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또 다른 범죄를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라며 말을 마쳤다.
일각에선 “비행기를 모는 승무원이 남녀관계로 인해 심리상태가 불안정해진다면 기내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는데도 신고를 받고도 항공사 측은 사생활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던 것은 무책임하다”고 성토하고 있다.
엇갈린 주장
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자체적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평소 건전 조직문화 정착에 앞장서왔으며 사내 성희롱 방지를 위한 교육도 많이 했지만 성인 간 사생활에 대해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며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다. 떠도는 소문과 개인의 주장만이 있을 뿐. 하지만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해 의문점이 있다면 회사 측과 경찰은 반드시 풀어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