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여성대표 리더십 비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14 11:33:09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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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트로이카 시대 열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여성 당 대표 전성시대다. 원내 5당 가운데 3당을 여성이 이끌면서 정당 정치가 새 국면을 맞이했다. 그들이 이끄는 당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일요시사>는 여성 당 대표의 리더십을 비교해봤다. 
 

여성 당 대표 시대를 처음 연 것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다. 추 대표는 지난해 8·27전당대회서 친문 진영의 절대적 지지로 당 대표에 올랐다. 추 대표는 화법이 직설적이고 목표가 생기면 좌우 돌아보지 않고 돌진하는 스타일로 평가된다.

추다르크 리더십
연일 작심 발언

15대 대선서 김대중 캠프 선거유세단장을 맡으면서 ‘추다르크’라는 별명도 얻었다. 당시 그는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서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끌면서 유세활동을 벌였다. 일각에선 추 대표가 정치적 스킨십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5선 의원이지만 측근으로 불리는 의원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이에 추 대표는 “계파정치를 하지 않아 그런 오해를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27일 당 대표 수락연설서 “계파의 곁불조차 쬐어본 적이 없는 정치인생을 21년간 외롭고 외롭게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낙 강골인 탓에 화법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입사 특혜의혹 관련 제보조작 사건을 두고 벌인 국민의당의 자체 조사 결과를 두고 ‘머리자르기’라고 비판해 논란이 됐다. 


당시 국민의당은 추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리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과정서 추 대표는 정치적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리 사과를 두고 추 대표는 “청와대서 대리 사과를 하겠다면 사전에 제게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며 “더욱이 사과하러 오는 장소가 국회였다. 임 실장이 마땅히 여당 대표실부터 들렀어야 했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른바 ‘추미애 패싱’이란 지적에는 “대표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정권을 받쳐주는 그릇이 부서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5당 중 3당 여성 당대표 선출
시작부터 강렬한 존재감 과시

추 대표가 정치적으로 승승장구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서 정치인생에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당초 추 대표는 “탄핵은 아직 익지 않았다”며 민주당 지도부서 유일하게 탄핵에 반대했지만 표결 직전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추 대표는 당시 탄핵 찬성 이유를 그의 회고록 <물러서지 않는 진심>을 통해 밝혔다. 당시 최고위원이던 추 대표가 ‘3불가론’을 들어 탄핵에 맞서자 “당내 2인자가 당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지도부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고 했다.

당 지도부가 구치소에 수감됐던 의원 2명에게까지 탄핵 서명을 받겠다고 하자 추 대표는 “숯댕이(범죄자)가 검댕이(노무현 전 대통령)를 나무랄 순 없다. 민주당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내가 기꺼이 표를 드리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핵 역풍은 거셌고 17대 총선서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은 추 대표는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해 삼보일배에 나섰다. 이후 총선서 낙선한 뒤 2년 동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추 대표는 “아침에 눈을 뜨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정치적으로 재기에 성공한 것은 18대 총선이지만 정치 일선에 나서게 된 계기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되면서부터다. 당시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의원를 도와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었다.

또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사퇴를 주장하던 다른 최고위원들과 선을 그었다. 이때의 정치적 스탠스가 훗날 당 대표 선거에 도전했을 때 상당한 정치적 자산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추 대표는 연일 날선 발언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호남을 두고 경쟁을 펼칠 국민의당을 향해서는 물론 청와대와 당 내부에도 작심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우원식 원내대표에게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추경예산 표결 당시 외유 등으로 불출석한 당내 26명 의원을 거론하며 “원내대표가 도장을 찍어줬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또 “이런 보고를 당 대표인 내게는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의 광폭행보의 이면에는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한 행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본인은 선을 긋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선 추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의지가 남다르다고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서 추 대표의 향후 정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엄마 리더십
당 내분 조짐

지난 6월26일에는 바른정당 당 대표 지명대회가 열렸다. 3선의 이혜훈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돼 보수정당 사상 첫 선출직 여성 당 대표가 탄생했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서 “당이 하나 되는 일이라면 백번이라도, 아니 천번이라도 무릎 꿇는 화해의 대표가 되겠다”며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고 크고 작은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 대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선출 직후 대변인 성명으로 “이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국민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 소신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를 잘 알고 지낸 한 언론인도 “이혜훈은 말솜씨가 뛰어나 어떤 질문에도 간결하고 명쾌하게 대답한다”며 “훌륭한 인터뷰 대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 성격을 다혈질이라고 평가하며 “바른 소리를 많이 해서 당에서 미움도 받는다. 억울하고 부당한 것은 못 참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 당선 이후에는 바른정당의 기틀을 세우고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달 7일에는 바른정당의 싱크탱크인 ‘바른정책연구소’를 열었다. 개소식서 이 대표는 “우리는 사회와 괴리된 보수를 지양하고 사회 흐름을 먼저 읽고 개혁해 사회 흐름을 선도하는 ‘변화하는 보수’가 되고자 한다”고 말해 비전을 제시했다. 


이 밖에 정치인재 양성을 위한 ‘청년정치학교’를 열어 바른정당 의원과 광역지자체장 등에 강의를 맡기고 오는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전국 17개 광역시도를 돌며 국민의 의견을 직접 듣는 ‘국민소통 캠페인’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처럼 이 대표가 바른정당의 외연확장에 힘쓰고 있지만 정작 당내에선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이 대표는 선출 직후 당이 깨질 수도 있다는 지적에 “어머니이 마음으로 감싸겠다”며 ‘어머니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 갈등설을 빚은 김무성 의원을 찾으면서 당내 갈등 요소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최근 인재영입 1호로 박종진 전 앵커를 영입하면서 당내 갈등은 결국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인숙 의원은 이 대표가 박 전 앵커를 서울 송파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한 데 불만을 표시하며 시당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자신과 사전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당 고위관계자는 “조강특위서 공개적으로 진술할 기회를 드렸고 박 의원이 ‘당의 결정을 잘 알겠다’고 해서 결정했다”며 “또 최고위 의결 당시에도 박 의원이 자리에 있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오신환 수석대변인도 대변인직서 물러났다. 표면적으론 국민들과 소통을 위해 물러난다고 했지만 오 의원의 사퇴를 두고 당내에선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오 대변인 사퇴 이후 원내 의원 가운데 선뜻 대변인직을 맡겠다는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당직 인선 정체 현상도 불거졌다. 

최근 불거진 당내 불협화음에 대해 당 관계자는 “홍보 등 주요 업무서 이 대표의 다소 독단적인 업무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당내 갈등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외연확장 딜레마 
강한 야당 만들기

여성 당 대표 ‘3인’ 중 마지막은 정의당 이정미 대표다. 초선의 이 대표는 지난달 11일 정의당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이 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정의당의 더 큰 도약을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며 “국회에선 ‘진짜 야당 정의당’, 국민 속에선 ‘민생 제1당 정의당’의 대표로 혼신을 다해 뛰겠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를 향해서는 “촛불혁명을 함께 만들어 이 정부의 성공에 사명이 있는 만큼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잘못된 점은 제대로 비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20대 총선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된 이 대표는 정의당 부대표 겸 원내수석부대표로 활동했다.

지난 19대 대선에선 심상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선거를 지휘했다. 특히 심 후보가 사용할 메시지, 여론조사 분석 및 타깃 설정, 유세동선 등을 짰다.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소신과 일관성이 있는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강조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데 힘쓰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심 후보가 역대 진보정당 후보 가운데 최고 득표율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을 들었다. 

연일 문정부에 쓴소리
좌우 보지 않고 돌진

이 대표는 소수자의 대변인으로 통한다. 여성, 청년,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줄기차게 대변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 6월15일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한국정치의 주류를 교체하겠다. 여성, 청년, 비정규직의 노동을 대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는 “정당 안의 정당, ‘청년정의당’을 건설하겠다. 청년 정치에 더 이상 ‘나중에’는 없다”며 “당으로부터 준 독립된 청년정의당에 과감히 자리와 재정을 내주겠다”고도 제안했다. 

그는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의 권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몇 안되는 의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지난달 15일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자리서 그는 “아시아서 두 번째로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국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권이 바뀌었다. 태어날 때부터 성정체성 때문에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범죄국민으로 낙인찍히는 이런 사회를 극복하는 것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첫 발”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 선거연대를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내년 지방선거는 선거 연대 없이 우리 당의 독자 역량으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이 대표는 “서울시장, 경기지사뿐 아니라 호남 등 전국에 최대한 모든 후보를 내서 광역단체장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기초단체장 3석까지 꼭 얻겠다”고 했다. 

정의당이 문재인정부의 2중대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의당이 민주당 정부를 돕는다는 프레임 자체가 잘못됐다”며 “우리 당은 나라를 바꿔 달라는 촛불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동성혼 합법
선거연대 NO

이 대표는 당 대표 재임 중 달성할 목표도 제시했다. 그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국회의원 300명 중 150명을 비례대표로 뽑아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청년 열정페이 방지 ▲여성 임금 격차 해소 ▲세월호 특조위 2기 활동 개시 등을 꼽았다.

또 옛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창당과 관련해선 “이제야 우리 당의 정체성을 찾고 다음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느 정당과도 통합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3당 대표가 여성으로 채워졌지만 여성 정치인의 비율은 여전히 부족하다. 20대 구고히 여성 의원은 전체의 17%다. 16대 국회서 5.9%를 기록한 여성 의원 비율은 17대 13%, 18대 13.7%, 19대 15.7%로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절대적 수치로는 아직도 적은 숫자라는 것이 중론이다. 국제의원연맹 회원국 기준, 평균 여성 의원 비율은 22.7%다. UN이 권고하는 여성 의원 비율은 30%다. 

전체 의석 중 80%를 차지하는 지역구 의석을 보면 여성 의원의 비율은 더욱 적다. 20대 국회서 지역구로 선출된 여성 의원은 단 26명이다. 비례대표 후보자의 절반을 여성에게 공천토록하는 의무 조항 덕분에 여성 의원이 17%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지역구 여성 의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지난해 8월 지역구 국회의원 및 시·도의원 선거서 후보자의 30% 이상을 반드시 여성으로 추천토록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지만 계류 중이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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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