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전지역 폭력조직(이하 조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심야 시간대 주택가 골목서 다른 조직 조직원을 집단폭행하는 등 잇단 세력·이권 다툼을 벌이면서 애꿎은 시민들만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3시께 대전 서구 월평동 주택가 한 골목서 대전 A파 조직원 10여명이 B파 조직원 C씨를 둔기로 마구 때린 뒤 달아났다. 이들의 범행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조폭 간 전쟁
대대적 물갈이
C씨가 운전하던 승합차가 골목에 들어서자 차량 5대를 나눠 탄 A파 조직원들이 앞과 뒤를 가로막은 것이다. 이후 유리창을 깨고 C씨를 차량 밖으로 끌어내린 뒤 둔기로 마구 폭행했다. 당시 C씨 차량에는 유흥주점서 일하는 속칭 ‘보도방 도우미’가 타고 있었다.
집단폭행이 일어난 곳은 늦은 시간에도 유동 인구가 많은 유흥가 인근이다. C씨가 치료받는 병원 응급실에도 몸에 문신한 B파 조직원 10여명이 몰려와 일반 환자와 보호자, 간호사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몸에 한 문신이 한눈에 보이니 조폭인 것을 알았다”며 “난동을 부리면 처벌받는 줄 알아서인지 소리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응급실을 조폭들이 들락날락하다 보니 불안했다”고 전했다.
A파와 B파는 수년 전부터 최근까지 세력 다툼 및 위력과시를 위해 조직원 간 집단폭행을 일삼고 있다. 이날 사건을 계기로 A파에 대한 B파의 보복 폭행과 속칭 ‘조폭 간 전쟁’마저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람 많은 유흥가서 집단 폭행
수년 전부터 시작된 세력 다툼
실제로 지난해 5월 폭력조직원과 추종세력 70여명이 기소돼 한꺼번에 한 법정에 출석해 재판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7월 상대 조직원에 대해 집단 보복 폭행을 하려 하거나 기강을 잡기 위해 후배 조직원을 때리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유성구 봉명동 유흥가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상가 앞에서 조폭이거나 추종세력으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 6∼7명이 도열한 상태서 고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기강을 잡으려는 듯 이들의 정강이를 차고 욕을 하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상점에 있던 고객들과 주민들은 이들 때문에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한참을 불안에 떨어야 했다. 각종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검거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보도방 연합회를 결성해 가출한 10대 등을 노래방 도우미로 공급하고 대포차를 불법유통시키고 인터넷 중고차 판매사이트서 판매한 조폭들이 무더기로 검거된 것이다.
지난해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보도방 연합회를 구성해 도우미를 공급하고, 보도방 업주들을 협박해 돈을 챙긴 혐의(공갈 등)로 대전서 활동하는 폭력조직 3개파 조직원 52명을 붙잡아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가출한 10대 등 남성·여성 도우미 530명을 서구와 대덕구 일대 유흥주점에 독점 공급해 알선비 등 명목으로 2015년 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99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신한일파가 대세
견제하는 조직들
이날 심야 폭행 사건도 도우미 공급 등 이권을 놓고 대립해 온 조폭들이 충돌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들이 결국 세력 확장과 이권을 놓고 다투는 것”이라며 “사건 현장 주변을 탐문하는 한편 조폭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조폭들의 세력다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12일 오전 대전지법 230호 법정 앞에 건장한 체격의 20∼30대 남성 7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남성들은 “시간이 됐으니 들어오라”는 법원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한꺼번에 법정에 들어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재판을 받기로 한 대전의 폭력조직 신한일파 조직원 70여명이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7월 신유성파 조직원들과 세력 다툼을 하며 흉기를 휘두르거나 보복 폭행을 하고 기강을 잡는다며 후배 조직원들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주점·호텔·도박
주력사업으로 연명
법정 밖과 내부에는 만일에 있을 상황에 대비해 광역수사대 형사 등 70명이 넘는 경찰력이 배치됐다. 한꺼번에 재판을 할 수 없어 법원은 오전 9시40분 40여명, 11시에 30여명으로 나눠 변론 등을 진행했다.
이들이 앉을 의자에는 이름과 번호가 적힌 종이가 붙는 진풍경이 연출됐고 주민번호와 이름, 거주지를 확인하는 데만 30분이 넘게 소요되며 진땀을 뺐다.
당시 판사는 “피고인들이 너무 많아 협조를 잘 해줘야 재판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며 거듭 당부의 말을 전했다.
재판은 우려와 달리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검사가 공소사실을 읽자 일부 조직원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일부는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재판서 변호인들은 자신들이 맡은 조직원들의 각 혐의에 대해 일부는 인정하면서도 “다소 과한 면이 있다”며 일부 혐의는 부인했다.
재판 막바지에는 “한 사람씩 일어나 마지막 발언을 해도 좋다”는 판사의 말에 조직원들은 차례로 일어나 자신들의 심경을 말하기도 했다. “반성하고 있다”는 말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조직원은 “곧 아기가 태어난다” “기초생활수급자라 생활이 어렵다” “가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일부 증인 신문이 남은 조직원들을 제외하고 20여 명에 대해 징역 1∼4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위험해서 못살겠다”
시민들 불안 최고조
이 사건과 관련해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014년 1월 동료 조직원을 집단폭행한 혐의 등으로 조직폭력배 213명을 붙잡아 12명을 구속하고 20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에 연루된 신유성파와 한일파 조직원들은 상대방 조직원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거나 보복 폭행을 가하는 등 기세를 과시하며 집단 충돌할 뻔했지만 직전 경찰에 대부분 검거됐다.
조폭들 간의 대립으로 시민들의 피해가 계속되자 대전지방경찰청은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9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집단폭행사건을 계기로 지난 8일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돼 11월15일까지 100일간 진행된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대전지역 조직폭력배는 6개 조직에서 약 200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주로 사행업이나 성매매, 보도방 운영, 불법 대부업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하다 최근에는 대부업과 유치권 분쟁 개입 등 활동 영역을 기업형이나 지능형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이 과정서 이권을 둘러싼 세력과 영역 싸움이 끊이질 않고 조직 간 집단 폭력으로 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 경찰은 이에 따라 조직폭력 전담수사체제를 갖추고 이들에 대한 광범위한 첩보수집에 나섰다.
예전부터…
70명 잡히기도
경찰은 이들이 서민생활 안정을 위협하는 금품 갈취 및 각종 이권 개입이 드러날 경우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불법 자금원 원천봉쇄 및 범죄 분위기 차단에 주력할 방침이다.
대전경찰청 강력계 관계자는 “서민 생활 주변의 치안 안전 확보를 위해 조직폭력에 대해서 단속활동을 지속하고 강력한 처벌을 통해 조직이 와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