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혼놀족이 노는 법 ‘천태만상’

왕따? 혼자 노는 게 대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부정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너 왕따야?” “왜 혼자 놀아?” “친구 없어?” 등 혼자를 향한 날카로운 말은 단독 행동을 택한 ‘나홀로족’을 상처 입힌다. 그럼에도 최근 혼자 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른 사람과 의견 충돌 없이 나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혼놀족의 시대가 오고 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발언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 4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혼자 먹는 밥, 혼밥 문화를 두고 한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황씨는 “혼자 밥 먹는 분들이 많다. 혼밥이라는 게 인간 동물의 전통으로 보면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여느 동물과 달리 인간은 음식을 쾌락으로 만들었다. 입 안에 음식을 넣고 맛을 즐기는 동물이다. 다른 동물은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혼밥 문화 두고
누리꾼 갑론을박

이어 “혼자서 밥을 먹는 건 인간 전통서 벗어나는 일이다. 혼밥은 소통하지 않겠다는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소통을 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한 예를 본 적이 있는데 노숙자”라고 설명했다. 또 “밥을 혼자 먹는 것은 소통의 방법을 거부하는 거다. 싫다고 해서 나는 나 혼자서 어떤 일을 하겠다, 점점 안으로 숨어드는 건 자폐”라고 덧붙였다.

황씨의 발언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한 언론사서 이 발언을 두고 ‘혼밥인(人)은 자폐아…황교익, 위험한 발언’이라는 제목을 달아, 황씨가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논란이 계속되자 황씨는 자신의 SNS에 해당 언론의 기사를 “쓰레기 언론의 기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서 “(사회적 자폐는) 자본의 횡포로 혼밥에 내몰리게 된 산업사회 노동자들의 현실이 그럴듯한 삶의 태도인 것처럼 자본에 의해 포장되는 현상을 드러내고자 사용한 용어”라고 부연 설명했다. 

해당 언론사는 문제의 기사를 삭제 처리하고 황씨에게 사과했다.

황씨는 지난해 5월에도 혼밥에 관한 생각을 SNS에 게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혼자 밥을 먹을 것인가요?’ 혼밥의 이유를 찾자면 이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한 ‘여유롭다’느니 하는 긍정의 의사표현은 혼밥을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그 상황의 심리적 불편을 회피하려는 전략으로 던지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황씨의 발언과 SNS를 중심으로 혼밥 문화에 대한 누리꾼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서 “황교익씨의 발언이 논란이 된 건 혼밥 문화가 그만큼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또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던 과거엔 황씨의 발언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보다는 내가 우선
자발적 ‘솔로’ 늘어


문화라고 불릴 만큼 사회적으로 확산된 현상이기에 논란이 빚어졌다는 주장이다.

실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을 비롯, 영화를 보는 혼영족, 술을 마시는 혼술족 등 ‘혼자 살아가는’ 혼놀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구 구성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가는 만큼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2030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화되면서 다른 사람의 눈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도 혼놀족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인 가구 수는 520만 3000가구로 전체 1911만1000가구 중 27.2%를 차지했다. 지금 추세면 앞으로 1~2년 안에 가구 셋 중 하나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나홀로족을 겨냥한 마케팅이 힘을 얻고 있다. 1인 가구를 노린 제품을 집중 개발해 판매하는 현상을 일컫는 ‘솔로 이코노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산업연구원은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가 2010년 60조원서 2020년 120조원으로, 두 배 정도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다른 유형의 가구보다 구매력이 왕성하다고 분석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원하는 취미 생활이나 자기 계발에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혼놀족은 대부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를 즐긴다. 욜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자기만족을 위해 과감한 소비도 주저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1인 가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빗대, ‘1인’과 ‘이코노미’를 합해 ‘1코노미’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시간이 갈수록 1인 가구 수는 늘어날 테고, 소비 성향 또한 왕성한 편이라 시장이 그들의 소비력에 따라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혼놀족은 대체로 뭘 하고 놀까? 최근 혼밥이나 혼술, 혼영 등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 혼밥 문화가 조금씩 확산될 무렵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서 혼자 먹기(1단계), 고기집서 혼자 고기 구워 먹기(6단계) 등 단계를 구분해 도전하던 것도 무색할 정도다. 

1인 가구 증가
개인주의 성향↑

처음엔 혼자 오는 손님을 꺼리던 음식점은 이제는 1인 테이블과 1인 메뉴를 만드는 등 그들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드라마나 영화서 자주 나오는 포장마차 혼술 장면은 이제 가게 속으로까지 들어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대서 가볼만한 혼술집 Best 7’ 등 혼자 술 마시기 좋은 장소를 추천하는 글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이 마실 사람이 없어서’ ‘약속 맞추기가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술 약속을 거절했던 사람들은 취향에 맞는 술집을 찾아 혼술을 즐긴다.


1인 관객이 많아지면서 영화관도 혼영족 모시기에 나섰다. ‘CGV리서치센터’가 CGV 회원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2년 7.7%에 불과했던 혼영족은 지난해 13.3%까지 늘어났다. 

한 번이라도 혼자 영화를 본 경험이 있는 고객의 비율은 2012년 20.8%서 32.9%로 증가했다. 혼자 영화를 보면서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2015년 62.5%서 지난해 75.1%까지 높아졌다.

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혼행족도 급증했다. 지난 2월 국내여행기업 ‘모두투어네트워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혼행족은 지난 2015년부터 늘어나기 시작, 지난해에는 여행상품 예약 건수 5건 중 1건이 개별여행일 정도로 급증했다. 
 

국내 온라인 항공권 판매 1위 업체인 인터파크 투어가 분석한 해외 항공권 구입 소비자 구성도 흥미롭다.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은 20대 초반, 여성은 30대 후반에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해외여행뿐 아니라 혼자 국내 여행을 하는 사람의 비율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산업연구원의 ‘1인 여행객의 국내 여행 행태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국내를 여행한 1인 여행객이 10.3%였다. 2013년 4.7%에 불과했던 국내 혼행족은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당일치기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행족의 당일 여행 비중은 75.6%로 숙박 여행(24.4%)을 크게 웃돌았다. 대신 숙박을 하게 되면 2인 이상 여행객보다 관광지에 오래 머물렀다.

밥·술은 기본
여행·레저까지

최근에는 고속철도(KTX)와 고속버스를 타고 관광지를 순회하는 여행이 아닌,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가까운 곳에 들러 몸과 마음을 식히는 여행객이 늘었다. 지하철의 경우 노선별로 각 역마다 둘러볼만한 곳을 추천하고 있다.

국내, 해외여행뿐 아니라 1인 캠핑을 즐기는 혼캠족도 늘었다. 캠핑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국 각지에 캠핑장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캠핑이라고 하면 텐트를 짊어지고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그림을 떠올리기 쉽다. 단체 캠핑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솔로 캠핑에 대한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다.

최근 최소한의 장비로 도심 속에서 캠핑을 즐기는 이른바 캠프닉(캠핑과 피크닉의 합성어)이 혼놀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용품 브랜드들은 혼캠족을 겨냥한 솔로캠핑 아이템을 발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서 지난해 상반기 1인용 캠핑용품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171%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는 혼놀족이 사랑하는 아이템이다. 한 때 자전거 동호회는 직장인들 사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주말이 되면 도로가를 달리는 자전거 부대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라이딩족이 늘었다. 

여럿이 달리면 자칫 분산될 수 있는 신경을 혼자 집중해서 탈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위험도 줄어들 뿐 아니라 페이스 조절도 자유로워 각광받고 있다.

특히 국내 자전거 시장의 대세였던 산악 자전거의 수요가 줄어든 대신 로드 자전거를 구매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졌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이전에는 전체 자전거 구매자 중 70.7%가 산악자전거를 샀지만 2015년에는 그 수치가 29.7%로 크게 줄었다. 대신 로드 자전거는 1.8%서 24.9%로 늘었다. 자전거 업체들은 다양한 로드 자전거를 출시해 혼놀족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쉬는 날이면 실내 클라이밍장을 찾아 암벽을 타는 사람도 있다. 클라이밍이라고 하면 단순히 벽을 오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암벽을 타는 데도 다양한 단계와 과정이 있고 때로는 스스로 과제를 설정해 퀴즈를 풀듯 머리를 써야 한다. 

1인 가구 증가, 경제 ‘큰손’
레저·스포츠 산업까지 영향

실제 실내 클라이밍을 즐긴다는 대구의 30대 한모씨는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하다 보니 몸도 건강해지고 집중력도 높아졌다”며 “머리가 복잡하거나 잊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암벽을 타고 나면 기분이 풀린다”고 했다.

서핑도 혼놀족 사이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한국서핑협회 조사 결과 국내 서핑 인구는 2016년 기준 3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피서객이 빠지고 파도가 큰 가을은 서핑족에겐 최고의 계절로 꼽힌다. 서핑족의 증가는 서핑 의류와 용품 매출로 직결됐다. 특히 래시가드의 시장 규모 확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 300억원에 불과했던 래시가드 시장 규모는 불과 1년 새 1022억원으로 3배 이상 뛰어 오른 데 이어 2016년과 올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는 소득의 많은 부분을 자기 자신과 여가활동에 투자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국내 레저·스포츠 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건설사들 역시 혼놀족들의 등장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소형 오피스텔에 커뮤니티 시설을 들여 혼놀족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피트니트 센터, 실내 골프연습장, 옥상 정원뿐 아니라 북카페, 조깅 트랙, 게스트 하우스, 스카이 가든, 캠핑장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대학가 오피스텔에는 실내 암벽 등반시설과 자전거 보관소를 만들어놓는 경우도 있다.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수요를 잡기 위해 그들의 문화를 집과 그 주변으로 옮겨놓는 셈이다.

동전노래방은 혼놀족 덕분에 재조명된 아이템이다. 동전노래방은 그동안 오락실이나 찜질방서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동전노래방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일반 노래방과 비교해 값싼 가격으로 노래를 즐길 수 있고, 혼자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적은 비용으로 부담 없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어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덩달아 성장세를 탔다.

인형 뽑기 역시 동전노래방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한 때 열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국에 인형 뽑기 방이 빠르게 늘었다. 뽑기 조작, 가짜 인형 등의 사건으로 그 열기가 많이 식었지만 인형 뽑기는 혼놀족에게 여전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형 뽑기는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인형 뽑기에 몰입하는 혼놀족을 취업난과 장기 불황이 만들어낸 청춘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표현한다.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른이 늘어나면서 완구 시장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키덜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고가의 완구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키덜트는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말이다. 저출산으로 전체 완구 매출은 줄었지만 키덜트 완구 매출은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혼놀족들의 문화가 단순히 놀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요즘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혼을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비혼식, 싱글웨딩 등이 유행하고 있다. 비혼식과 싱글웨딩은 결혼식의 반대 개념으로 ‘결혼 없이 살겠다’는 뜻을 기념하기 위해 치르는 의식을 말한다.

잊혀진 산업 살리고
놀이 넘어 문화 정착

실제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남기는 일이 늘고 있다. 이들의 행위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배경서 비롯된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싱글웨딩을 검색해 보면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여성이나 남성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쁜 모습을 간직하고 싶다는 바람이 투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혼자 뭔가를 한다는 게 사회적 관계 거부, 외부와의 단절 등으로 비쳐졌지만 이제 젊은 층에게 혼놀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예전에는 주변 사람에게 양보하고 맞추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다면 지금은 개인의 취향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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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단독] ‘10년 묵은’ 서불대 교수 학위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체 구성원이 200명도 안 되는 학교서 한 교수를 둘러싼 논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교수의 학사학위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임용 당시 서류에 기재한 내용을 두고 사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등교육법 제30조(대학원대학)에 따르면, 특정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대학원만 두는 대학, 이른바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합대학과 달리 학사과정을 운영하지 않고 석·박사 과정만 두는 교육기관이다. 작은 학교 오랜 잡음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이하 서불대)도 그중 한 곳이다. 재단법인 불교안양원의 이사장인 덕해큰스님이 설립했다. 2002년 9월1일 개교한 서불대는 불교학과, 상담심리학과, 심신통합치유학과 등 3개 학과로 구성돼있으며 현재 석‧박사 학위과정 입학정원은 81명이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서 운영을 총괄한다. 최근 서불대가 소속 교수의 학사학위 문제로 시끄러워졌다. 부교수인 정모씨의 학사학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두고 경찰 고발까지 진행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연출됐다. 문제는 정 교수의 학위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월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를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정 교수가 지원 당시 제출한 서류에 학력 부분을 허위로 기재하고 임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발인은 “학사학위도 없는 교수가 석‧박사를 지도하는 엉터리 같은 상황이 우리 대학원서 자행되고 있다”며 “사실 여부를 정확히 가려 일벌백계해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05년 9월1일 서불대 전임강사로 신규 임용됐다. 2007년 9월1일 조교수로 승진, 2015년 3월1일 부교수가 된 이후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정 교수가 2005년 7월 서불대 전임강사 임용 과정서 제출한 ‘신원진술서’와 ‘교수초빙 지원서’의 학력란이다. 정 교수는 학사 부분에 학교명 ‘Buddhist and Pali University’(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 학과명 ‘Buddhist Social Philosophy’, 전공 ‘Buddhist Social Philosophy’라고 기재했다. 수학 기간은 1992년 3월부터 1997년 2월로 1997년 1월1일에 문학학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 교수가 함께 제출한 ‘신원진술서’에 1994년 6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군대에 다녀왔다고 적은 부분이다.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서 공부한 기간과 군 복무 기간이 겹치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1997년 1월에 스리랑카로 출국, 같은 해 3월에 입국했다. 2015년 첫 문제 제기 2021, 2022년, 올해도 기록의 모순점이 알려지면서 정 교수의 학사 학위를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결국 서불대 학위검증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정 교수의 학사학위를 검토했다. 그리고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당시 소명서에 학사과정을 적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아닌 한국분교서 군 복무 기간에 진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한국분교인 ‘한국불교대학’은 당시 교육부 미인가 대학이었다. 눈여겨볼 만한 대목은 보문학원 이사회의 처분이다. 보문학원은 2015년 9월2일 개최한 이사회서 정 교수의 임용 과정 중 면접위원이었던 이모 교수와 김모 교수를 중징계 조치했다. 정 교수가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의 한국분교서 학사과정을 한 사실을 인지했지만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아 보문학원과 서불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퇴직 상태였기 때문에 ‘퇴직 불문’ 처리됐다. 근무 중 문제가 발생했지만 징계 절차 전에 퇴직해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 서불대에는 기관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정 교수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학위 논란에 책임진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일단락되는 듯했던 학위 논란은 지난 2021년 재차 불거졌다.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성적증명서였다. 한국불교대학서 정 교수가 학부 과정을 진행했다는 시기와 인접한 때에 발부한 성적증명서와 그가 제출한 문서가 다르다는 새로운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정 교수가 제출한 서류는 성적증명서가 아닌 졸업시험성적표로 확인됐다. 서불대는 ‘계약제 교수 업적평가 규정’에 따라 계약제로 임용된 교수의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하고 있다. 정년보장 교수(정교수) 승진 전까지 1~3년 단위로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원인사위원회가 영역별로 평가한 뒤 임용 혹은 면직을 제청하면 법인서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정 교수는 당시 일정 기간 단위로 계약을 새로 체결해야 하는 부교수 신분이었다. 6년 만에 바뀐 결론 서불대는 2021년 6월21일 열린 교원인사위원회서 정 교수의 부교수 임용 심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정 교수가 임용 서류에 학사학위 관련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면직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 결과를 들어 면직을 제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립학교법 제58조(면직의 사유)는 ▲인사기록에 있어 부정한 채점‧기재를 하거나 거짓 증명 또는 진술을 했을 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됐을 때 등의 이유로 해당 교원의 임용권자는 그 교원을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변호사는 정 교수가 교원으로 임용될 당시 제출한 지원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것이 사실이라면 면직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그러면서 교원인사위원회서 심의하고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가 이뤄지면 정 교수를 면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을 보문학원에 제청했다. 이후 보문학원은 서불대 교원징계위원회에 정 교수에 대한 면직 동의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보문학원이 기재한 징계 사유는 “(정 교수가) 임용 지원 당시 교원임용지원서에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으로 표기했어야 하는 것을 당시 면접위원들과 논의해 ‘한국분교 한국불교대학’을 제외하고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만으로 표기했다”는 것이었다. 정 교수는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서 ‘문제 없음’, 이사회서 ‘불문 처리’됐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면직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2015년과 2021년 두 차례 걸친 검증 과정서 서불대와 보문학원 이사회는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서불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2015년에 진행된 학위 검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판단은 또 달랐다. 보복이냐 허위냐 정 교수는 면직된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면직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 교수의 면직 처분이 위법하다며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당시 정 교수는 ▲2014~2015년 학위 검증 ▲사학비리 신고에 대한 보복성 조치 ▲면직 사유 부존재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 2021년 1월경 서불대 전 총장 황모씨 등 일부 인사의 입시 및 학위 수여 부정, 다국어교육원 운영과 관련한 횡령 혐의 등을 교육부에 감사 요청한 것을 두고 그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면직 처분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또 학사학위를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서 받은 사실과 수학한 곳이 해당 학교의 한국분교라는 사실은 서로 다른 범주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곳을 지원서에 적지 않았다고 해서 학사학위를 받은 자체가 허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4~2015년에 이뤄진 학위 검증에 대해 언급했다. 서불대가 요청한 학부‧석사 성적, 재학증명서에 대해 스리랑카 국립 팔리불교대학교가 서류를 보낸 점, 당시 면접위원이었던 김모 교수의 확인서 등을 근거로 삼았다. 김 교수는 “학사 및 석사학위에 하자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 또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반면 문제를 제기한 쪽은 정 교수가 신규 임용 재계약 과정서 제출해야 할 서류를 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서불대 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재임용 과정서 정 교수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사립대학 교원의 임용권은 학교법인이나 학교의 장에게 있다는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서불대 교원의 신규 임용 후보자는 규정에 따라 14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대학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석·박사 학위증명서·성적증명서 및 학위기 사본 ▲경력증명서 등이다. 서불대 관계자는 “정 교수는 학사(대학)학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사 성적증명서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결정, 외부 기관 뒤집혀 면직→복직, 재임용 1년→3년 2022년 또다시 학위검증위원회와 교원인사위원회가 잇따라 개최됐다. 정 교수를 포함한 교수 3명의 재임용을 논의하는 과정서 학위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학위검증위원회는 정 교수의 학사학위에 대해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2015년 학위검증위원회가 잘못 심의한 부분과 2015년 이후 추가로 밝혀진 부분을 참고해 재검증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불대 교원인사위원회는 학위검증위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 교수에 ‘재임용 불가’를 의결했다. 보문학원은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 1년 재임용’으로 결론내렸다. 하지만 정 교수가 법인의 결정에 반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년 조건부 재임용 계약을 취소하고 3년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정 교수는 서불대의 교직원 부당 채용 의혹 등을 신고한 뒤 재임용 계약기간 단축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며 ‘신분보장등조치’를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정 교수의 신고가 없었더라도 동일한 내용의 불이익 조치를 받았을 만한 정당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가 2021년 2~3월에 신고한 교직원 채용 관련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징계 조치 등을 요구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보문학원은 정 교수와 3년 재임용 계약을 맺었다. 강의 배정, 논문지도 교수 위촉 등 국민권익위원회의 주문 사항도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에 이뤄진 경찰 고발사건 역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해 불송치됐다. 경찰은 정 교수의 업무방해 혐의에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업무방해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서류 누락 진실은? 서불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정 교수는 ‘교원의 자격’ ‘신규 임용자의 제출서류’ 등 학교 규정을 무시한 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사학위와 관련한 서류를 내면 모든 게 마무리되는데 2005년 신규 임용 때부터 1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걸 못 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학교나 법인 차원서 처리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정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서를 보내고 통화를 시도했다. 정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학교법인 보문학원에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