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만난 ‘성형수술 뻥튀기’ 이벤트 주의보

쉽게 예뻐지려다 팍 망가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본격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최근 성형외과가 바빠졌다. 그동안 외모에 자신 없던 사람들이 여름방학과 휴가시즌을 이용해 ‘변신’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잇따라 터지고 있는 성형수술 관련 부작용, 환불 거부, 거짓·과장 광고 등의 소식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여름방학과 휴가시즌이 다가왔다. 각 성형외과서 실시하는 가격할인 등의 다양한 여름 맞이 이벤트가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돌다리도…
거짓 후기 범람

그러나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환자를 유인하기 위해 시술 후기 등을 거짓 조작된 내용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달 31일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시술 가격을 심하게 할인해주거나 성형 전·후 사진만을 전면으로 내세워 홍보하는 성형외과는 과장·허위 광고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라고 성형 후기글에 대한 의심은 필수다. 보통 성형외과 정보 공유를 원하는 사람들은 성형 카페에 올라온 후기글에 댓글을 달고 원글 게시자는 쪽지를 통해 자신이 수술을 받은 병원과 가격 정보 등을 공유한다. 


이러한 방법을 악용해 성형외과 원장들로부터 거액을 받고 거짓 성형수술 후기와 댓글을 쓰는 것이다. 최근엔 성형카페서 거짓 수술 후기와 댓글을 올려주는 대가로 성형외과 원장 6명으로부터 6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성형카페 운영자들에게 징역형이라는 중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거짓 수술 후기는 법으로 금지된 범죄행위다. 의료법 제56조 1항은 ‘의료법인,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시술 및 병원에 관한 홍보를 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밖에 의료법은 ‘소비자를 현혹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인터넷 광고시장서 공정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인터넷광고재단도 성형 관련 인터넷 카페와 앱에 올라온 성형 시·수술 경험으로 가장한 거짓 후기로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 주의’를 당부했다. 

재단은 최근 1개월간 회원 수 10만명 이상 성형 분야 인터넷 카페 26곳을 선정해 이들 카페에 올라온 성형 후기 976건 내용을 분석해 이 같은 주의를 내렸다. 분석 결과 성형 분야 인터넷 카페 상위 26곳의 게재 후기 976건 중 308건(31.6%)이 거짓 후기로 의심됐다. 3개 중에 1개는 거짓 후기라는 것이다. 

조작 후기와 과장·허위광고 급증
3개 중에 1개는 거짓 후기로 의심

시·수술에 대한 만족도를 과장하거나 병원이나 의사에 대한 과장된 칭찬이 대부분이었다. 재단은 ▲부작용 등 안전성 과장 ▲묶음 상품 수술 유도 ▲저렴한 비용 강조 ▲댓글과 쪽지를 통한 문의 유도 ▲작성자 아이디가 다르지만 복수의 성형 후기나 게시글, 댓글, 문구 형식이 유사한 경우 등도 의심 사례로 분류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광고재단 관계자는 “의료행위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부작용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시·수술에 대한 정확한 의료정보, 관련 부작용 사례, 타 의료기관과의 비교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의료 분야서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이 ‘의사 선택’인 만큼 진료를 받을 병원을 고를 때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형수술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이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 경남 거제시서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자신이 프로포폴을 투약한 환자가 사망하자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인면수심의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사 윤리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사고가 단순히 프로포폴 투약 오류 문제가 아니라 환자 사망 후 진료기록부 조작과 함께 시신을 버린 극도의 비윤리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하다. 

이번 사건서 위법을 저지른 의사 A씨의 경우 환자가 사망하자 직원들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범행을 감행했다. A씨는 단지 환자의 시신을 유기하고 은폐한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운영하는 의원서 기록한 CCTV 기록을 삭제하고 진료기록부도 조작했다. 

차트 조작에 
사체 유기도 

경찰은 수사 과정서 증거조작을 한 A씨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채무가 많은데 피해자 유족이 손해배상을 청구할까 두려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김지철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의사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강남 G성형외과에 재직 중이던 2013년 12월 수술받는 18세 여성 환자가 심정지에 이른 사실을 모른 채 쌍꺼풀과 코 수술을 하다가 응급 처치가 늦어져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면 마취 상태로 수술을 받는 환자는 산소 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지고 뇌로 가는 산소가 5분 넘게 공급되지 않으면 회복되기 어려운 뇌 손상을 입을 우려가 있다.
 

B씨는 수술 당시 환자의 산소포화도 측정장치가 꺼져 있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 작동법도 모른 채 수술에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환자 얼굴이 창백해지고 발톱 색이 변하는 등 심정지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수술을 계속하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간호조무사 말을 듣고서야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산소포화도 측정장치를 켠 채 수술하다 제때 조치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한 사실도 드러나 의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환자는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연명치료를 받다가 결국 2015년 1월 숨졌다. B씨는 사건 후 병원서 퇴직했다.


애플과 SNS
청소년에 무방비

일각에선 성형 애플리케이션과 온라인 게임이 청소년들에게 특정 외모와 신체를 강요하고 청소년의 성형을 조장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애플, 구글, 아마존서 성형 앱을 삭제하라는 청원서에 2만명 이상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실제로 스마트폰을 검색해보면 티안나, 성형얼마, 앱미인 등 가상성형을 통한 성형 견적을 제공하는 앱을 손쉽게 찾아 다운 받을 수 있다. 

앱 뿐만 아니라 각종 SNS에도 성형외과 모델 모집, 성형 파격 할인 이벤트 등 자극적인 광고가 넘친다. 또 SNS 속 ‘페이스북 여신’ ‘인스타 여신’ 등은 아름다우면 인기 있다는 식의 인식을 심어줘 성형수술 욕구를 자극한다. 

이렇듯 성형과 관련된 SNS 정보와 앱이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돼있는 것이다. 수술 후기, 전후 사진 등 자극적인 정보 속에서 특히 청소년들은 성형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만다. 

이렇다 보니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서도 성형수술에 대한 10대들의 고민이나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름방학 시즌이 다가오면 성형 수술을 받으려는 학생들의 예약 문의가 빗발친다. 이런 상황에 이상한 풍토까지 생겨났다.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형수술 상담을 받으러 병원에 가면서 딸이 어머니에게 “엄마가 아니라 가정부 아줌마라고 말해달라”고 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중학생 딸이 하도 졸라 쌍꺼풀 수술을 시켜주기로 했는데 수술 상담을 받으러 가는 길에 딸이 우물쭈물하더니 ‘가정부 아줌마라고 해달라. 그러면 엄청 부잣집인 줄 알고 일부러라도 수술을 잘 해줄 것 아니냐’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10대 고민 순위 2위 ‘외모’
너도나도 SNS 여신 따라하기 

작성자는 “내 아이가 착하고 바르게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어쩜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일부 청소년들은 성형수술을 시켜달라고 떼를 쓰며 부모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둔 C씨는 ‘양악 수술을 시켜 줄 때까지 말을 하지 않겠다’는 딸과 일주일째 냉전 중이다. 

C씨는 “처음에는 치아 교정을 해달라고 노래를 부르더니 이제는 아예 턱뼈를 잘라내야 하는 양악 수술을 해달라고 한다”며 “치료 목적이면 당연히 해줘야겠지만 성형을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6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13∼18세)이 가장 고민하는 문제 1위는 압도적으로 공부(53.7%)였지만 2위가 외모(12.5%)였다. 3위는 직업(10.4%)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이 외모에 신경을 쓰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청소년상담학과 교수는 “일선서 청소년들을 만나 상담해보면 대부분이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생각하고 있다”며 “외모를 위한 성형수술을 취업이나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환자는 수술, 치료 후 조치, 사후관리 등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의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본인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질 의사를 선택할 때 다양한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의존할 수 밖에…
의사에 달렸다

현재 성형외과의사회는 ‘성형 코리아’라는 전문포털 사이트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 여부를 구별하는 방법부터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 회원 명단까지 누구나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성형상담도 받을 수 있으며 불법 의료신고센터를 통해 잘못된 의료 행위를 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상태다. 특히 회원 자격정지 등 징계를 받은 의사 명단도 확인할 수 있어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의사회 측 설명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