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롯데렌터카가 갑질 의혹으로 공정거래조정원과 금융감독원에 투서가 들어갔다. 연일 갑질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을 받고 있는 상황. 롯데렌터가 이번에는 어떤 갑질로 구설에 올랐을까.
영세 중소기업을 운영 중인 고모씨는 롯데렌터카 부천지점서 업무용 법인 렌터카(기아 스포티지)를 임차했다. 2015년 12월4일부터 3년 6개월 렌탈하는 조건이다. 그런데 지난 2월 중순 롯데렌탈 부천지점 한 직원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수상한 계약서
“문서를 보내드렸습니다. 체크한 부분에 회사 도장만 찍어서 보내주시면 됩니다. 읽어 볼 것도 없고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사장님 회사에 아무런 피해도 가지 않습니다.”
롯데렌터카에선 두 장의 계약서를 보냈다. ‘업무전용자동차보험특별약관’이라는 계약서와 ‘업무전용자동차보험 미가입 확인서’였다. 고씨는 이게 어떤 계약서인지도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였다.
무언가 수상했다. 때문에 직원들에게 롯데렌터카서 문서가 오면 절대 도장을 찍어서 보내지 말라고 지시했다. 고씨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다른 렌터카 회사 모 지점장에게 연락을 해 롯데렌터카서 보낸 계약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 지점장은 금융감독원서 2016년 3월6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내줬다. 고씨는 그 보도자료를 읽고 나서야 롯데렌터카가 왜 무조건 도장만 찍어 보내라고 했는지 알게 됐다.
지난해 정부는 법인 명의로 고가의 승용차를 구매한 후 사적 용도로 사용하면서 관련 비용은 회사 경비로 처리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법인세법을 개정했다. 그동안 재벌들이나 기업인들은 법인 명의로 수입 외제차와 슈퍼카 등을 사들여 사적으로 유용해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2월부터 법인차량이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경우에만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다시 말해 임직원 외(임직원 가족, 친척 등)에는 법인 차량을 탈 수 없다. 이를 어기고 운전시 사고가 난다면 보험처리도 안 되며 세법상 내용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뿐만 아니라 차량 운행일지 작성 등 규제가 강화됐다.
법 개정에 따라 손해보험사 및 렌트카서도 ‘임직원 전용 자동차 보험’(상품명 임직원운전자 한전운전 특약)을 판매해야 했다.
고씨는 이걸 안 순간 아찔했다. 만일 롯데렌터카 측 말대로 계약서에 도장만 찍고 보냈더라면 그로 인해 발생할 피해를 온전히 회사가 책임져야했기 때문이다. 롯데렌터카는 고객에게 변경된 약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의무가 있다.
자세한 설명 없이 “사인해라”
무보험으로 타고 다닐 뻔
그런데도 무작정 도장만 찍으라고 한 점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 충분하다. 심지어 롯데렌터카 부천지점 임직원은 “무보험으로 사용하면 된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무보험 사용 중 사고라도 나면 그 피해는 온전히 법인 고객이 감당해야 한다. 롯데렌터카 측은 계약을 변경하면 ‘당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보험으로 운전했을 때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 등을 설명했어야 했다. 고씨는 롯데렌터카 측이 자세한 설명도 없이 무작정 사인만 하라는 행태에 분개했다.
고씨는 더 이상 롯데렌터카를 신뢰할 수 없었다. 또 그동안 렌트카를 이용한 이유가 편리해서였는데 법이 개정되면서 많은 규제가 생겨 불편해졌다는 것.
고씨는 더 이상 렌트카를 이용할 이유도 없어졌다. 때문에 고씨는 렌트 중인 차량을 반납하며 롯데렌터카에 계약해지를 요청했다.
그러자 3월17일 롯데렌터카 측으로부터 공문이 날아왔다. 공문의 요지는 렌트카 계약 중도 해지에 대한 위약금 243만원을 지급해야 된다는 것이다.
롯데렌터카 측은 임대차 계약 약관 제10조 5항(고객이 본 계약을 중도해지하고자 할 때 렌터카 회사에 차량 반납 및 위약금 지급)에 따라 해지일까지 대여료를 완납 및 위약금 지급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씨는 억울했다. 당초 계약 조건과 상이해 변경된 보험 약관은 회사 여건상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렌탈 계약 당시 전혀 예측 할 수 없었던 사항이기 때문에 계약 해지는 정당하며 위약금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롯데렌터카는 고씨 법인의 보증인인 서울보증기금과 그의 딸에게 채무불이행 명목으로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달 17일 고씨는 서울보증기금에 고지서를 받았다. 고씨는 이에 대해 “롯데렌터카는 계약자에게 조금도 설명 없이 무작정 서울보증기금에 보험금을 청구했다”며 “영세 소기업 입장에선 이런 고지서가 사업에 얼마나 큰 타격인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서울보증기금이 롯데렌터카 측에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고씨의 대위변제·대지급 정보가 등록돼 향후에 이 기록으로 금융상 불이익이 발생한다. 보증서 발급은 물론 대출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 때문이 고씨는 즉각 서울보증기금에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보험금 지급을 막았다. 고씨는 롯데렌터카가 부당하게 ‘갑질’을 한다고 느꼈다. 이에 지난 3일 공정거래조정원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렌터카 측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렌터카 관계자는 “해당 고객이 기존 계약을 주장하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우리(롯데렌터카) 역시 마찬가지다. 세법이 개정될지는 몰랐고 정부의 시행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이유가 위약금 면책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롯데렌터카 측은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해당 직원이 잘못한 것’이라고 답했다.
피해는 고객이
롯데렌터카 관계자는 “직원이 아무 설명 없이 무조건 도장만 찍으라고 했다면 직원 과실이 맞다”며 “고객을 상대로 갑질하려는 것은 아니었으며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이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 시행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면 소비자 입장서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와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