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프랜차이즈 황제경영 -신선설농탕

서서히 드러나는 악질 본색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현 정부서 프랜차이즈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태의 심각성이 위험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일성도 이 같은 맥락서 나왔다. <일요시사>에서 프랜차이즈의 황제경영 실태를 점검했다.
 

신선설농탕에 때아닌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갑질 방식이 미스터피자의 사례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음식이 있어 행복합니다’라는 캐치플라이즈 아래 신선설농탕을 운영해 온 ‘쿠드’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하필 지금…

쿠드는 현재 프랜차이즈 브랜드 신선설농탕, 시·화·담, 우소보소, 수련 등을 운영 중에 있다. 쿠드는 나눔을 연구하고 행복을 만들어가겠다는 경영이념 아래 신선설농탕을 운영하면서 성장했다.

오억근 창업주는 1981년 서울 잠원동에 기사식당 ‘대림장’을 창업했다. 이후 1987년 신선설농탕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현재는 오 창업주의 아들인 오청 대표가 신선설농탕을 경영하고 있다. 

그는 2004년 법인전환으로 쿠드를 설립하고 프랜차이즈 신선설농탕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쿠드의 매출액은 2015년 기준 28억원으로 많은 수준은 아니지만 주요 거점에 매장을 늘리는 방식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또한 2008년 이래 노숙자 등에게 설렁탕을 무료로 배식하는 ‘사랑의 밥차’ 등을 운영하며 착한 프랜차이즈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쿠드 역시 이른바 황제경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2015년 오 대표는 김치가공식품 기업이자 자신의 개인기업인 신선식품을 설립해 신선설농탕에 김치를 납품하는 방식으로 사익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신선식품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오청 대표가 40%, 부인 박경원씨가 20%, 아들 오이령씨가 40% 지분을 가진 가족회사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지난해 매출 74억9018만원 중 88%(66억5007만원)를 신선설농탕과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매출 나오는 가맹점 먹기 의혹
가족회사에 인테리어 강매 논란

가족회사를 설립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 물품 구매를 강매하는 것은 현재 프랜차이즈가 개선해야할 사안 가운데 하나다. 신선식품이 신선설농탕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다고 해서 신선설농탕을 통해 폭리를 취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마진율이 투명하게 공개되기 어려운 구조상 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 같은 상황서 본사의 갑질 의혹이 불거졌다. <뉴시스>에 따르면 신선설농탕 전 가맹점주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의 불공정거래 관련 진정을 제출했다. 공정위는 현재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선설농탕은 가맹점주들에게 오너 부인이 운영하는 회사와 계약을 맺게 해 비싼 인테리어 소품을 강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선설농탕 가맹점주 A씨는 인터뷰를 통해 “신선설농탕 사장 부인이 조화 관련 사업을 하는데 처음 가맹계약을 맺을 때부터 한 달에 30만원씩 매년 360만원(부가세 별도)을 내라고 했다”며 “그러면 조화가 한 달에 두번, 1년에 6번 왔는데 새 제품이 아니라 다른 매장을 돌고 온거라 먼지가 가득한 물건을 받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에는 조화가 1년에 6번 왔는데 좀 지나서 1년에 4번으로 바뀌었지만 가격은 그대로 월 30만원이었다”며 “지난해의 경우 2번 밖에 오지 않았고 한 번은 생화였다”고 밝혔다. 
 

오너 부인이 운영하는 인테리어 업체의 제품을 강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작품을 보면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플로리스트가 조화 재료를 사서 만든 작품으로, 계약 당시에 분명히 고지했고, 10년간 가격을 올리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너 일가의 업체 제품을 구입해야 했다는 점에서 법적인 판단과 별개로 도의적인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스터피자와 유사한 방식의 보복 출점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수익이 안 나는 직영점을 정리하고 수익성이 검증된 가맹점을 빼앗기 위한 보복 출점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선설농탕의 전 가맹점주 B씨는 <뉴시스>를 통해 “신선설농탕이 10년 계약이 만기된 가맹점들을 직영점으로 전환하기 위해 계약해지를 해왔고, 그 과정서 일부 가맹점들에 대해 보복출점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쿠드는 가맹 1호 매장인 안산점을 시작으로 가맹계약 해지를 한 것을 비롯해 최근 2∼3년간 총 8개 중 5개 매장과 가맹계약을 해지했다.

B씨는 “본사서 매장을 달라고 몇 차례 연락이 왔는데 외부에서 받을 수 있는 바닥권리금보다 못한 액수를 제시했다”며 “3개 매장이 본사의 이 같은 요구에 불응, 매장을 넘기지 않고 계약해지를 했는데 그때부터 보복출점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노원점의 경우 매장을 본사에 넘기지 않고 이름을 바꿔 설렁탕집을 차렸다. 하지만 신선설농탕은 해당 매장의 100m앞에 직영점을 차린 후 ‘10년 전 가격’으로 파격할인을 하며 이 매장을 압박했다. 

B씨는 “다른 직영점이 모두 가격할인을 했다면 몰라도 노원점에서만 파격 가격할인이 이뤄진 것은 명백한 보복행위”라고 주장했다.

올해 6월로 가맹계약 10년을 맞은 북수원점 역시 특별한 이유없이 지난 3월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받고, 3개월 시한을 받았다. 북수원점 점주는 노원점처럼 보복을 당할까봐 업종이 다른 돼지국밥집을 열었지만 신선설농탕은 200m 앞에 직영점 공사를 벌이고 있다.


창업주 아들 등 가족이 장악
김치회사 만들어 일감 주기

B씨는 “신선설농탕의 경우 직영점들은 수익이 좋지 않고 가맹점들의 매출이 좋았다”며 “가맹점을 직영점으로 흡수하고, 수익이 안 나는 직영점들을 정리할 것으로 들었다”며 보복 출점에 대한 이유를 분석했다.

신선설농탕 관계자는 이에 대해 “10년 전부터 신규 가맹점을 받지 않아 사실상 가맹사업을 접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당 매장들의 경우 위생평가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원점 보복출점 논란에 대해서는 “매장 개장 첫날 수익금을 구청에 기부했는데 기부금을 많이 모으기 위해 가격인하 이벤트를 벌인 것이고, 그 기간이 좀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은 향후 신선설농탕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관리 당국이 프랜차이즈의 적폐 청산을 위해 업계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검증이 필요


업계 관계자는 “신선설농탕의 황제경영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만큼 적폐청산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선설농탕, 직원감시 논란도

2014년 신선설농탕은 직원 평가 시스템 때문에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이른바 ‘다면평가’로 직원 감시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직원 개개인의 장·단점을 서로 평가하고 그 자료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회사가 직원 상호 감시 시스템을 통해 개인의 성향을 과도하게 파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신선설농탕 측은 당시 내부적으로 왕따나 편가름 문제가 있어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평가 방식이 논란이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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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