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정계은퇴설 전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31 11:11:24
  • 호수 1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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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판이냐 등판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 이후 ‘문준용씨 제보조작 의혹’ 사건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당 혁신과 인적쇄신을 위한 카드로 안철수 전 대표의 은퇴론이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다. 
 

지난 24일 국민의당 비대위, 혁신위, 전준위의 연석회의가 열렸다. 해당 자리에는 박주선 비대위원장, 김동철 원내대표, 김태일 당 혁신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 혁신위원장은 이 자리서 안 전 대표의 무한책임론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박 비대위원장이 “자유롭게 이야기해보자”고 하자 정적이 흘렀고,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이찬열 의원이 정적을 깨고 발언을 했다. 

소문이 ‘솔솔’

이 의원은 “대선서 낙선된 것이 본인이 방송토론을 잘못했기 때문이고 ‘이유미 사건이 난 것도 본인의 책임이 있으니 안 전 대표가 차라리 은퇴하는 게 낫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안 전 대표가 정계은퇴 하지 않으면 국민의당은 살 수 없다”며 “당이 죽어가는 데 더 머뭇거리면 안 된다”고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의 깜짝 발언을 들은 박 비대위원장은 “굉장히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소신 있게 한 것은 의미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우리끼리는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지만 외부에선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발언 직후 자리를 뜬 것으로 알려진다. 

안 전 대표의 정계은퇴론이 이번에 처음 떠오른 것은 아니다. 대선 패배 직후 일각에선 안 전 대표가 은퇴를 선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대선 직후 “난 패배했지만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변화와 미래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은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후 제보조작 파문으로 안 전 대표는 또 다시 정계은퇴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제보조작에 책임을 지고 정계를 뜰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제보조작 파문당시 침묵으로 일관했던 지난 12일 안 전 대표는 입장을 밝혔다.
 

‘대국민 사과’로 시작한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게 있다”며 “모든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또 “원점서 뿌리까지 제 정치 인생을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 일각서 예상한 정계은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실제 기자회견 직후 책임의 범위에 "정계은퇴까지도 포함된 것이냐"는 질문에 안 전 대표는 "제가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짧게 답했을 뿐이다. 

이번 이 의원의 안 전 대표 정계은퇴 발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당내서 불거져 나왔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선 전후를 거치면서 안 전 대표는 여야로부터 정계은퇴를 요구받기는 했지만 당내에선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의 실질적 창업주임과 동시에 ‘국민의당은 안철수, 안철수는 국민의당’이라는 등식이 통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영향력 하에 안 전 대표는 수월하게 당내 유력 대선주자들을 제치고 본선행을 꿰차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대선 패배 및 제보조작에 대한 책임론이 정계은퇴론으로 번지면서 안 전 대표의 당내 입지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위기의 국당…돌연 은퇴론 떠올라
8·27전대 등판론…안의 선택은?

당내서 안 전 대표에 대한 비토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민의당서 안 전 대표를 옹호하는 세력도 상당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안 전 대표의 지지 당원 모임인 미래혁신연대는 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후 잠행 중인 안 전 대표가 8·27 전당대회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들은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적 타협만 일삼는 국민의당을 혁신하고, 적폐에 물든 대한민국을 바꿔줄 정치인은 안철수뿐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미래혁신연대가 안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안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진다. 당 내부서 안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당권 주자들은 안 전 대표 모시기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정동영·천정배 의원 등은 안 전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등 우회적으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천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둘러싸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안 전 대표를 옹호사고 나섰다. 천 의원은 지난 25일 MBC <여의도는 지금>과의 인터뷰서 당내 일각의 안 전 대표 정계은퇴 주장에 “특정 지도자들을 속죄양으로 만들려는 태도는 생산적이지 못하다”며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선 책임을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반성하고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안 전 대표지지 모임이 주장하는 안 전 대표 등판론에 대해서는 “당내의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일각에선 전혀 다른 흐름도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은 공당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정치권에선 최근 각종 구설로 칩거에 들어간 안 전 대표가 조만간 8·27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포함한 향후 행보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안 전 대표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싱크탱크인 정책 네트워크 ‘내일’ 사무실서 여러 인사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청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대표 출마?

안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며 “안철수 등판론이 나오고 (정계은퇴 등의)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이기에 향후 행보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어 “아마 입장 발표를 하게 되면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국한되기 보다는 향후 행보에 대해 얘기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지지율 보니…

지난달 26일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이 터진지 약 한 달이 지났지만 국민의당 지지율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7월 한 달 동안 여론조사 기관의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연이어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의당에 대한 여론 악화 요인으로는 제보조작 사건, 안철수 전 대표의 늦은 사과, 이언주 원내수석의 막말 등이 꼽힌다. 한국갤럽의 7월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국민의당은 1주차 4%, 2주차 5%, 3주차 5%를 기록해 3주 연속 꼴지를 달렸다.  

국민의당의 최근 지지율에 대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국민의당 지지율이 4∼5%를 맴돌고 있다”며 “이 지지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지지율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정당으로서는 탄핵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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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