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집을 그리는 지유라

휴가, 집에서 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집은 사람들의 안식처이자 돌아갈 수 있는 쉼터다. 학교나 직장에서 하루를 보낸 이들은 집에 가서야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한다. 가식 없는 맨 얼굴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곳, 집은 내가 나로 존재하는 공간이다. 집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품어가며 성장한다. 집도 울고 웃는다.
 

지난 24일 신사역 근처 카페서 만난 작가 지유라는 집을 그린다. 직접 자른 나무판 위에 밑그림도 없이 쓱쓱 그린 집으로 벌써 일곱 번째 전시를 진행 중이다. 지난 6년간 오로지 집을 소재로만 그림을 그렸다. 자신을 집 그리는 작가, ‘집유’ 작가라 소개한 지유라를 만나봤다.

두 번의 전환점

인간의 삶에는 대부분 전환점이 있다. 자의로 바꿨든 타의로 뒤집혔든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튀는 상황을 한번쯤은 겪는 게 대부분이다. 기회일수도, 위기일수도 있다. 지유라는 2012년과 2016년 뚜렷한 전환점을 맞았다. 한 번은 외부로 드러난 큰 변화였고 또 다른 한 번은 뱀이 허물을 벗듯 조용한 내면의 움직임이었다.

지유라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강원랜드 총괄 아트디렉터로 일했다. 강원랜드 로고부터 카지노서 사용하는 칩, 딜러들이 입는 옷의 무늬, 심지어 엘리베이터에 박힌 숫자까지 강원랜드에는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다. 

지유라의 표현을 빌리자면 ‘머릿속의 생각이 모두 현실화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서의 생활은 외로움의 연속이었다. 가족들은 모두 서울에 있었고 남편과도 주말 부부로 살았다. 술을 잘 못해 동료들과 어울리는 일도 흔치 않았다. ‘내 사람’을 제외한 타인이 자신의 울타리로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던 때였다. 

따로 마련된 사무실서 자신과 타인을 예민하게 몰아붙이던 때, 지유라는 끊임없이 나무를 그렸다. 그때 그린 나무에는 잎이 하나도 없었다.

강원랜드 아트디렉터서 변신
오로지 집을 소재로 전시회

10년 차부터 퇴직을 고민하다 12년 차가 되던 해 미련 없이 직장을 그만뒀다. 높은 직책과 연봉을 뒤로 한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이상향을 찾아 현실을 벗어나 집을 그리기 시작했다. 집은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강원도에 혼자 살면서 서울의 가족들을 끊임없이 그리워했던 감정이 집이라는 공간으로 발현된 셈이다.

지유라는 ‘꿈꾸는 집, 가고 싶은 집, 추억의 집’을 쫓는다. 작가로 인생의 방향을 바꾼 초기에는 상상 속의 집을 마음껏 그렸다.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나무판에 쏟아낸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상상력이 샘솟던 때였다. 
 

자신의 집에서 상상 속의 집을 그리던 작가는 더 이상 새로운 집이 떠오르지 않을 무렵 현실의 집을 찾아 나섰다. 도시와 시골, 아파트와 빌라, 해외에서 본 집이 작가의 나무판에 자리 잡았다. 모양도 제각각인 나무판에는 말 많은 집들이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 역시 나무판에 아로새겨졌다.

“집을 보다보면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상상하게 돼요. 그들이 집에 살면서 느끼는 감정은 뭘까. 기쁠까, 슬플까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집 안의 모습이 떠올라요.”


작가는 매년 한 차례씩 자신이 그린 집을 세상에 내놨다. 2013년 ‘첫 번째 집들이’를 시작으로 ‘집 이야기’, ‘집을 봄’, 네 번째 ‘집 이야기’까지 숨 가쁘게 달린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그 남자네 집’ 전시서 지유라는 작가로서의 전환기를 맞았다. 

그 남자네 집 전은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작가만의 시각으로 해석한 전시다. 2011년 작고한 소설가 박완서 선생의 자전적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서 영감을 얻었다.

그리움 대상이자 쉼터
“관객들 휴식 느꼈으면”

“그 남자네 집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정릉에 갔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딱 맞는 집을 발견했는데 그 앞이 ‘주차금지’ 팻말로 딱 막혀 있는 거예요. 전시서 표현하고자 했던 ‘첫사랑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결국은 이뤄지지 않는다’와 어울리는 집이 눈앞에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

“그 남자네 집을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저는 취미도 별로 없고 그저 그림 그리는 게 제일 좋은 사람인데, 그 때는 정말 그림이 잘 안 그려지는 거예요. 다른 전시는 정말 즐겁게 준비했다면 그 남자네 집 전시는 힘겹게, 또 그만큼 혼신의 힘을 다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서 지유라의 집에는 대문이 생기고 꽃이 놓이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자신의 외로움을 잎이 없는 나무로 표현했던 작가는 창문을 그려 마음의 문이 살포시 열린 것을 암시하고 꽃나무를 그려 집주인에게 봄을 선물할 만큼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됐다.
 

12년간 디자이너로 살았던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기획 단계에 꼼꼼히 관여하고 시뮬레이션까지 해볼 정도로 철저한 전시를 원했던 그녀가 내려놓을 수 있는 화가이자 예술가로 거듭난 것이다. 갤러리 두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 ‘휴가’ 역시 그 연장선이다.

사소한 행복

지유라는 ‘집에서 쉬다’를 이번 전시의 주제로 삼았다. 돌담 사이로 바람이 드나드는 제주의 집, 그리움이 담쟁이로 피어난 삼척의 집, 올망졸망 속초 아바이 마을의 집, 희망의 꽃이 피어난 동유럽의 집, 마법에 걸린 공주가 갇혀있을 것만 같은 남프랑스의 벽돌집은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장소로 되돌아왔다.

“여행지서 돌아와 ‘내 집이 최고’라고 말했던 어머니의 말을 이해할 만큼 나이를 먹었어요.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소하고 평범한 행복을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관람객들도 제가 그린 집을 통해 휴식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전시는 8월1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지유라는?]


▲학력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대학원(2017)
국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학부 시각디자인학과(1997)
계원 예술고등학교 미술과(1992)

▲경력

강원랜드 총괄 아트디렉터(2000∼2012)

▲작품 소장

강원도삼척 추추파크 나한정 전시실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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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교체? 김문수<br>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대선후보 교체? 김문수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후보 교체를 강행한 데 대해 10일, 김문수 후보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강력히 대응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서 선출하게 돼있는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예비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압박했다”며 “어젯밤 우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며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자유민주주의의를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 여러분, 저 김문수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 전 후보 측은 이날 중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가 시간 끌며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서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들의 명령이었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기호 2번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께 단일화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지속적으로 간곡히 요청드렸고 저를 밟고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주십사 부탁했다”는 권 비대위원장은 “하지만 결국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미리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비대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비대위는 모아진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비대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한 예비후보를 대선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마치면 대선후보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뤄졌던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후보 교체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 등의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돼있는 공당의 후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소속의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보 접수도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만 받았던 점, 한 후보가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꼭두새벽에 접수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앞서 이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김 전 후보와 한 후보는 후보 단일화 문제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1차 회동에 이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가졌던 2차 긴급 회동서도 단일화 방식 등 룰에 대해 논의를 시도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 그러자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없이 승리는 없다”며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두 후보 간의 만남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며 “후보 등록이 11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7일)은 선거 과정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불과 27일 남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며 “이재명 세력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 사실 공표죄를 사실상 폐지하고 대법원장 탄핵까지 공언하면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리려고 한다. 반면 우리는 단일대오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