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구치소 마약파티설 ‘진상’

모두 잠든 시간 삼삼오오 투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치소 수감자들이 ‘마약파티’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수감자가 구치소에 반입된 향정신성의약품을 교도관 모르게 숨겨뒀다가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구치소 측에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구치소 마약파티설의 진상을 <일요시사>가 따라가 봤다.
 

최근 톱 아이돌 그룹의 멤버, 유명 밴드 출신 가수가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또 여성 보컬 그룹의 한 멤버는 지인이 자신에게 마약을 권유했다는 내용을 SNS에 폭로해 논란을 빚었다. 

연예계 마약 스캔들이 자주 보도되면서 초기에 비해 놀라움의 정도가 줄고 있다. 심지어 몇몇 연예인들은 예능 프로그램서 과거 마약 투약 혐의로 수감됐던 사실을 ‘셀프 언급’하며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마약 스캔들↑
이제 별거 아냐?

일각에선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대중에게 친숙한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마약 관련 범죄에 연루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뎌졌다는 분석이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별다른 제재 없이 다시 방송이나 경기에 얼굴을 비추는 일이 잦아지면서 마약 범죄는 ‘눈 감아 줄 수 있는 수준’이 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안일한 인식과는 달리 마약 범죄는 여전히 횡행 중이다. 특히 인터넷과 SNS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면서 마약 구입경로가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경찰청은 최근 인터넷과 SNS, 국제우편 등을 이용해 마약을 구입한 마약류 사범이 최근 5년 새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환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해피벌룬이 클럽과 술집을 넘어 일반 사회에까지 무차별로 유통되는 등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해피벌룬을 과다 흡입한 20대 남성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지만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환경부와 식품의약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해피벌룬의 원료인 아산화질소를 환각 물질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본격적인 단속은 8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마저도 실효성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문제는 이처럼 사회 전반에 걸쳐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마약 관련 사건이 버젓이 구치소서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온 점이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 중인 A씨는 담당 교도관들이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 이하 향정약품)으로 지정돼 있는 약품을 교부하는 과정서 투약 확인을 생략하는 등의 허술한 점을 악용해 한 수감자가 약품을 모아뒀다고 주장했다. 

“밤마다 시끄러워 못살겠다”
연루 의혹 수감자 5명 고소

또 모아둔 약품을 다른 수감자들에게 나눠줘 취침 시간 등에 함께 투약하며 마약 파티를 벌였다고 덧붙였다. A씨에 따르면 마약파티는 2월17일부터 3월19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수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A씨는 이 과정서 소음·소란이 지속돼 수면장애, 환청, 이명 등 정신적·육체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또 사건을 미연에 방지했어야 할 구치소 측에서 담당 교도관을 관리·감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마약파티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수감자 5명과 구치소장 등 6명을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향정약품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이다. 다시 말해 환각·각성·습관성·중독성이 있는 의약품을 뜻한다. 환각을 유발·발동시키는 물질도 모두 여기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현저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일반인은 향정약품을 사용하지 못하며 약국 역시 반드시 처방전서 따라서만 취급할 수 있다. 제조업자·의료기관·약국 등은 향정약품의 판매·수수에 관한 장부를 작성·비치하고 판매 또는 수수할 때마다 그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여기에 매수인과 양수인의 서명과 날인도 필요하다. 또 향정약품은 잠금장치가 설치된 장소에 보관하도록 한다.

향정약품은 오·남용 가능성과 그에 따른 위험의 정도에 따라 가목서 마목까지 세분화돼있다. 가목은 오남용 우려가 심해 의료용으로도 쓰이지 않는다. 안전성이 결여돼있어 이를 오남용할 경우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킨다. 성관계시 흥분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최음제인 ‘고메오’가 여기에 분류된다.

필로폰, 암페타민 등은 나목에 속한다.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심하고 의료용으로도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다목은 가목과 나목에 규정된 것보다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약물을 말한다.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알려진 플루니트라제팜 등이다. 

라목은 다목보다도 오·남용 우려가 적은 약물로, 프로포폴이나 일명 물뽕이라고 불리는 GHB(Gamma Hydroxy Butrate) 등이 해당된다.

투약 확인 소홀
약 모아놨나?

교정시설 내 반입이 가능한 향정약품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다목부터 라목까지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규정돼있다. A씨에 따르면 피고소인 가운데 한 명인 B씨가 다른 수감자들에게 교부한 향정약품은 졸피뎀 복제약, 디아제팜, 루나팜, 스틸록스 등이다. 졸피뎀과 디아제팜은 교정시설에 반입 가능한 향정약품 라목에 해당된다.

구치소 측에서는 A씨가 제기한 의혹이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구치소 관계자는 “수용자의 가족으로부터 향정약품 교부 신청이 있을 경우, 외부 의료시설서 발급한 의사의 진단서 및 처방전을 제출하도록 한다”며 “의무관과 약무관 또는 전문가의 의약품 감정을 받은 후 필요한 경우에만 허가해 반입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했다.

이 과정을 거쳐 반입된 향정약품은 분류 후 자물쇠 등의 시건장치가 있는 2중 캐비닛에 넣어 잠금장치가 설치된 의약품 창고에 보관한다고 강조했다. 또 매일 수량과 보관상태 등을 확인하고 있으며 담당자 외 출입을 일체 통제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A씨가 언급한 사건이 일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향정약품 투약 확인 과정이 허술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구치소는 “향정약품은 필요 최소량만 투약하고 있다. 투약일에 담당 근무자에게 교부해 투약수용자에게 1회분씩 지급하면서 동시에 복용여부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정약품의 경우 수용자의 복용여부를 입속까지 확인한다”고 덧붙였다.


자체 조사 결과
“절대 아니다”

또 A씨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자체적으로 이미 조사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당시 담당 근무자는 투약 확인 과정을 확실히 이행했고 마약파티를 했다고 지목된 수감자들은 “처방받은 약을 나눠 먹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마약파티에 사용됐다고 A씨가 주장한 약품의 종류는 처방되거나 반입된 사실이 없다”며 “거실 검사 결과 어떠한 향정약품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마약파티에 대해 제보했을 때 구치소 측이 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마약파티 의혹 대상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증거물 확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도리어 사건의 피해자나 다름없는 자신을 소란행위로 징벌·경고 처분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A씨는 지난 3월 소란 혐의로 징벌위원회에 회부돼 ‘경고’ 처분을 받았다.

구치소 측 “일방적인 주장”
향정약품 관리에 문제없어

구치소에 따르면 A씨는 3월19일 오후 3시경 비상벨을 계속 누르고 고성으로 근무자에게 항의하며 거실에 있는 다른 수용자들과 다른 수용거실 수용자들의 수용 생활을 방해했다. A씨는 마약파티서 시작된 사건이 자신에 대한 경고 처분으로 끝난 것에 대해 구치소장의 직권 남용과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A씨는 “수감 전 진료나 처방 기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다량의 향정약품을 처방해주는 병원들이 마약파티 등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해당 처방전을 받아오는 사람 역시 수감자의 보호자나 가족이 아니라 출소한 마약류 사범 동료가 부적절하게 발급받아 전달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A씨가 지적한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 2013년 부산·창원·통영·진주 지역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진찰도 하지 않고 향정약품을 처방해준 혐의로 부산과 전북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두 명이 불구속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교도소에 수감된 마약사범들은 교도소와 진료 계약을 체결한 정신과 의사 장모씨와 신모씨의 도움으로 환각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향정약품을 상습적으로 복용해 왔다.

장씨는 재소자의 지인이나 가족이 찾아와 정신불안증세 등을 호소하면 1인당 최소 5일서 한 달간 복용할 수 있는 디아제팜, 라제팜, 졸피뎀 등의 향정약품을 처방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장씨가 약을 처방해준 재소자 18명 가운데 17명은 마약 사범이었다. 신씨 역시 약 1년간 교도소 재소자 25명에게 진찰도 없이 42차례에 걸쳐 향정약품을 처방한 혐의를 받았다. 신씨로부터 처방받은 재소자 가운데 마약사범은 7명이었다.

수감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약품을 타낸 뒤 우편으로 교도소에 보낸 혐의를 받던 인물은 당시 수배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수배된 그는 수감자의 주민등록번호로 신분을 속이는 등 재소자 인적사항을 도용해 두 의사들로부터 처방전을 받고 처방전과 향정약품을 등기 우편으로 재소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재소자들은 장씨와 신씨가 진찰을 하지 않고 향정약품을 처방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지인과 가족 등을 보내 처방전을 받도록 했다. 복역 중인 마약사범들에게 향정약품을 제한 없이 복용하도록 한 의사들이 적발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도 교정당국의 재소자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처방전 없이
약주다 적발

최근에는 향정약품을 처방받아 건네주는 등 재소자에게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교도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12월 인천지검 강력부는 인천구치소 교도관 C씨를 체포했다. 그는 마약성분이 함유된 다이어트 약을 수감자에게 수차례 전달해주는 등 편의를 제공하고 금품을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2부는 지난 2일 C씨에게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4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공직사회의 청렴성과 공무원이 처리하는 사무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며 “피고인이 법정서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범행을 진정으로 뉘우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졸피뎀·디아제팜·루나팜·스틸록스는?
잠 안온다고 막 먹었다간…

구치소에 수감된 A씨는 자신이 고소한 피고소인들끼리 마약파티를 벌일 때 졸피뎀, 디아제팜, 루나팜, 스틸록스 등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용으로 쓰이는 수면 유도제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서 졸피뎀 부작용과 관련된 사건이 대대적으로 드러나면서 큰 논란을 빚었다. 졸피뎀은 복용 후 전날 한 행동을 기억 못하는 증상이 나타날 때가 있어 ‘제2의 프로포폴’ 이라 불리기도 한다.

디아제팜은 정신안정제나 골격근 이완제 등으로 쓰이는 약물이다. 약물 효과에 따라 임의로 용량을 증가시키면 안 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습관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일 이상 꾸준히 사용한 경우에는 의사 지시 없이 갑자기 중단하면 좋지 않다.

의식 없이 운전하는 경우도

식품의약품안전처서 최면진정제로 분류한 루나팜은 수면 운전과 같은 복합 행동이 보고된 바 있다. 수면 운전은 수면진정제 복용 후 완전히 깨지 않은 상태서 운전하며 환자는 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또 루나팜 복용 후 음식 준비, 음식 먹기, 전화하기, 성관계 등의 복합 행동을 한 환자의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환자는 기억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최면진정제인 스틸록스는 완전히 각성된 상태서 진행해야 하는 다른 행동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취침 직전에 1회 복용하되 약물 복용 후 기상 전까지 최소 7∼8시간의 간격이 필요하다. 다른 수면제들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사용은 권장되지 않는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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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