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이 제보조작 파문으로 수렁에 빠졌다. 현재는 검찰에 공이 넘어간 상황. 국민의당은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중요한 기점으로 보고 있다. 누가 위기의 국민의당을 구할 영웅이 될까.
국민의당은 문준용씨 취업특혜 제보조작 사건이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판단하고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여성핵심당원 혁신 릴레이 행사에서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사실상 끝났고 종결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나오나?
당 내부에서도 제보조작 사건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최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을 대리사과하면서 제보조작 사건이 마침표를 찍었다는 시선도 강하다.
대선당시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여지가 남아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에 국민의당은 본격적으로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지도부 구성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17일 전당대회를 관리할 중앙선거관리위원을 임명, 구성을 완료했다.
선관위는 김관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위원으로는 김경진·김삼화·정인화 의원, 배준현 비상대책위원, 고연호 전 대변인, 문형주 서울시 의원 등을 임명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도 조만간 인선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지도체제에 대한 논의도 시작했다. 당 혁신위원회는 비상대책위원회에 지도체제를 변경하는 안을 보고했다. 국민의당은 현재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전당대회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당 대표를 맡고 2∼5위를 기록한 후보들이 최고위원에 선출된다.
혁신위는 비대위에 보고한 ‘조직 및 운영 체제 변경안’을 통해 현재의 집단지도체제서 단일지도체제로 전환하고 최고위원회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1위를 차지한 후보만 당 대표에 선출되는 것이다.
최고위원회가 폐지되고 상임집행위원회로 대체해 당 대표를 보좌하게 된다. 이는 당 대표에게 권한과 책임을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고 혁신위서 제기한 방안에 대해 당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경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당권주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아직 룰이 확정되지 않아 출마 선언을 주저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출마에 대한 결심을 굳힌 이들은 사실상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일찌감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천정배 의원을 비롯해 문병호 전 최고위원과 손학규, 김한길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치열한 당권 경쟁을 예고했다. 정 의원은 발빠르게 지난 11일 “당을 위기서 구해보고자 오는 8월27일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하고자 한다”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8월 전당대회는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전당대회로 재창당 수준의 큰 변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당원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당헌 1조에 2항을 신설해 ‘국민의당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당원에게서 나온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보조작’ 검찰 손…전당대회 채비
단일지도 첫선…정·천·문 삼파전?
그는 “국민의당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국민주권 실현 전제로서 당원주권을 확실하게 구현해야 한다”고 제안키도 했다. 또 “위기에는 장수가 필요하다”며 “다른 것은 몰라도 위기를 돌파하는 데 저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에 이어 천 의원도 당 대표 출마를 시사했다. 천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뼈저린 반성과 깊은 성찰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한다”며 “저의 모든 정치생명을 걸고 당의 위기를 이겨내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출마여부에 대해선 “당을 어떻게 살릴지 논의가 먼저”라며 “조만간 결심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당 대표로서의 비전과 견해를 보이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당의 문제점을 소통과 협치의 부족이라고 평했다. 천 의원은 “문재인정부에 소통과 협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당내의 소통과 협치는 부족하다”며 “당 대표가 된다면 좀 더 내부소통을 강화하고 일사불란한 자세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타자중심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리딩파티가 돼야 한다”며 “민주당 2중대라고 욕 먹어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못하면 비판하겠다. 민주당 뿐 아니라 타 당과의 통합은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즉 ‘신 자강론’을 펼친 셈이다. 바른정당을 협력대상으로 삼은 정 의원과도 결을 달리했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 창당 공동대표를 맡아왔던 천 의원은 지난 총선 직후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당 대표서 물러났다. 정치권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천 의원이 당권을 잡고 정치 일선에 복귀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문병호 전 최고위원도 당권경쟁에 합류할 전망이다. 문 전 최고위원은 지난 1월15일 전당대회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0일 인천시당 당원과 대화서 “국민의당이 나아가야 할 길은 국민을 믿고 ‘제3의 대안’을 명확히 가고 새로운 정치의 정체성을 더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대선과정서 오랜 칩거를 끝내고 국민의당에 합류한 손학규 전 대표의 출마도 점쳐지고 있다. 손 전 대표는 꾸준히 개혁과 개헌을 주장했고 정치 경험도 여타 후보들에 밀리지 않아 당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한길 전 대표도 당권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대표측 관계자는 “아직 전당대회 출마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당내 인사들의 출마 요청과 권유에 김 전 대표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당내 많은 인사들이 ‘김 전 대표가 당을 구하는 구원투수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김 전 대표를 찾아와 전대 출마를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선거체제 돌입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대해 “사실상 물밑에선 당권 경쟁이 시작된 상태”라며 “전대 룰 문제 논의가 시작되면서 당이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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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새 지도체제 후보들 생각은?
국민의당 당대표 출마 인사들 사이에서 ‘단일지도체제’에 대한 생각이 엇갈리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당대표 중심의 단일지도체제를 꾸리자는 혁신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지금 당이 절대적인 위기인데, 강력한 대표 중심 체제를 구축해서 돌파해보자는 제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병호 전 최고 위원도 “통상적인 상황에선 분권이 맞지만 지금은 보다 더 큰 책임을 대표에게 부여해야 당을 혁신할 수 있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천정배 전 대표는 “각 당이 지난 30년간 제왕적 총재에게 쏠린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정당민주화에 노력해왔는데, 이에 역행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