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적폐청산 플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17 10:35:02
  • 호수 11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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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 지시 여부·의혹 진위 등 쟁점될 듯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정원은 우선 내부적으로 환부를 도려내고, 사법처리까지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야당은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개혁이 쉽사리 진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일요시사>는 국정원의 앞날을 예측해봤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정부서 벌어진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의혹 13건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지난 11일 서훈 국정원장은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조사할 사건의 목록을 확정해 국회에 공식 보고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사건 조작’ 보도 개입 의혹을 포함해 모두 13건이다. 

내사 착수

적폐청산 TF가 조사할 항목은 ▲노무현 전 대통령 논두렁 시계 사건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화계 블랙리스트 ▲국정원 댓글 사건 ▲헌법재판소 사찰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사찰 논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추명호 국장 우병우 민정수석 비선보고 ▲우파단체 지원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박원순 서울시장 관련 문건 ▲필명 좌익효수 사건 ▲해킹프로그램(RCS)을 통한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이다. 

13개 항목 중 특히 주목 받고 있는 사건은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논두렁 시계’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을 당시,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1억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받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이다.

해당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노 전 대통령은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절인 지난 2011년 “사법처리가 여의치 않으니 언론을 통한 망신주기 압박으로 굴복을 받아내려는 것 같았다”며 “뇌물로 받은 1억원짜리 시계를 논두렁에 갖다 버렸다는 ‘논두렁 시계’ 소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초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망신주기 위해 언론에 흘린 것으로 지목됐지만 2015년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던 이인규씨의 폭로로 국정원이 논두렁 시계 사건으로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전 중수부장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정원은 당시 사실이 아니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국정원이 내부 적폐청산에 착수함에 따라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검찰 출신 조남관 감찰실장이 주도하는 TF에 현직 검사가 파견된 것도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한다.
 

이는 국정원이 내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를 의뢰할 경우 재수사나 추가 수사할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12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국정원 측의 협조 공문을 받은 검찰은 보유한 관련 수사기록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건 기록이 방대한 만큼 일찍이 검토에 들어간 셈이다.

노무현 논두렁 시계사건 등 13개
자유한국당 홍준표 “어처구니없다”

본격적으로 수사로 이어지면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악연이 있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관련 수사를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인원은 국정원법에 근거해 국정원 직무와 관련된 범죄 수사가 가능한 국정원 내부 직원으로 구성됐다. 

13개 항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과거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국정원의 정치 중립의무 위반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다.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국정원 댓글 사건이 대표적 정치 중립의무 위반 사례로 거론된다.


특히 채 전 검찰총장 뒷조사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비교적 최근 사건이다. 국정원 극우단체 지원 의혹의 경우 국가 정보 기관이 정부가 아닌 정권을 위해 특정 단체를 지원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이번 재조사를 통해 ‘윗선 지시’ ‘의혹 진위’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정원은 ‘윗선’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꾸준히 부인해 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난 10일 파기환송심 재판서 아래서 보고 받은 적이 없냐는 질문에 “그런 적 전혀 없다”고 답했다.

또 국정원장 모르게 국정원이 작성한 문서가 청와대에 보고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법정서 다 진술했다”고 말해 윗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의혹 진위를 위해 1차 조사 대상은 국정원 현직 직원이 될 전망이다.
 

정확한 혐의 입증을 위해서 우선 현직을 중심으로 구체적 증언 및 녹취 파일 등 문건 확보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전직 직원은 조사에 응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현직 직원에 대한 자체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전직 직원은 검찰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의 국정원 개혁 의지가 높아 개혁과제들이 신속하게 처리될 전망이다. 현재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13일 “올해 안 국정원 정치개입 관련 13개 과제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혀 빠르게 국정원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앞선 이명박, 박근혜정부를 출범시킨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국정원 개혁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국정원 적폐청산 TF에 대해 “과거 사건을 미화하고 조작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문재인정부의 국정원 적폐청산 TF를 공개 비난했다.

그는 “국정원서 과거에 있었던 모든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것을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검찰 수사를 재수사한다는 것인데 국정원에 그런 기능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보복?

야당의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정 위원장은 “문제가 많았던 국정원의 활동을 다시는 할 수 없도록 하자는 건데 이걸 정치보복이라고 정쟁화하는 것은 국정원 조사를 방해하는 것”이라며 “이런 물타기로 국정원 개혁을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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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