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생리대 업계 1위 유한킴벌리를 직권조사 중이란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문제는 유한킴벌리가 현재 생리대 가격 꼼수 인상 논란 중이는 점. 공정위의 직권조사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1일 <일요시사>와 통화서 유한킴벌리 생리대 가격과 관련한 직권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공정위는 직권조사를 위한 제반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국정감사서 생리대 폭리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소리 소문 없이…
당시 상황을 복기해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유한킴벌리가 1년 가운데 생리대를 가장 많이 쓰는 여름 직전에 생리대 가격을 인상해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심 의원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유한킴벌리는 2010년, 2013년, 2016년 등 3년 단위로 6월에 생리대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의 경우 ‘화이트 슬일소 30’은 패드(Pad)당 59% 가격이 인상됐다. ‘화이트 슬일소(슬림, 일자형, 소형) 10’은 패드당 53% 가격이 인상됐다. 전체 제품군은 20%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
또 2015년 5월 ‘깔창생리대’ 논란이 일자 유한킴벌리 측은 생리대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좋은느낌 울트라날개 중4’와 ‘좋은느낌 수퍼롱4’ 제품에 대한 가격만 인하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한킴벌리서 팔고 있는 나머지 품목들은 ‘리뉴얼’이라는 명목으로 최대 17.4% 평균 7%대의 가격 인상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유한킴벌리가 인하한 ‘좋은느낌 울트라날개 중4’와 ‘좋은느낌 수퍼롱4’ 제품에 자판기 판매용으로 만들어져 수요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제는 유한킴벌리가 갖는 시장지배력이었다.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은 유한킴벌리가 57%, LG유니참 21%, 깨끗한나라·한국 P&G가 각각 9%, 8%다. 시장 점유율 50% 이상이거나 생리대 제조 3사의 시장점유율이 75%가 넘을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심 의원도 유한킴벌리의 시장지배력과 관련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보다도 높다고 주장하면서 유한킴벌리의 폭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뉴얼 명목으로
가격 평균 7%↑
유한킴벌리 측은 ‘원재료 가격상승과 기술적 요인’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지만 공분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유한킴벌리 측의 수익성은 개선되는 양상이다. 2015년 매출액을 살펴보면 1조5190억원에서 전년 1조499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764억원서 2288억원으로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407억원서 1791억원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가격인상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유한킴벌리 측이 대리점에게 제공한 제품 생산계획을 보면 가격 동결 주요 제품에 대한 생산계획을 확인하기 어렵다. 통상 대리점은 사측이 제공하는 생산일정에 맞춰 영업계획을 세운다.
따라서 유한킴벌리가 의도적으로 인상한 리뉴얼 제품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측이 제공한 1분기 생산일정에 따르면 지난해 인상제품수 약 46개 중 현재 좋은느낌 울트라 날개 중·대형 32P 한 품목만 생산일정에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까지 유한킴벌리의 주요 생리대 제품이었던 ▲좋은느낌 울트라 일반 소·중형 ▲좋은느낌 슬림 날개 소·중·대형·오버나이트 ▲좋은느낌 울트라 날개 소형·중형·오버나이트 ▲좋은느낌 좋은순면 슬림 날개 소·중·대형 ▲좋은느낌 좋은순면 울트라 날개 소·중·대형 ▲좋은느낌 수퍼롱 오버나이트 ▲좋은느낌 좋은순면 수퍼롱 등의 제품명은 제외됐다.
주력 제품 가운데는 현재 좋은느낌 울트라 날개 중·대형 한 품목만 생산일정에 포함됐다.
유한킴벌리는 “중저가 생리대 출시를 했고 가장 수요가 많은 좋은느낌 울트라 날개 중·대형의 제품은 계속해서 공급하고 있다”며 “저가 생리대 공급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사측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한킴벌리대리점협의회 관계자는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외품 생산실적을 보면 상위생산품목 29위 코텍스좋은느낌2울트라중형날개형에이만 있을 뿐”이라며 “좋은느낌 울트라 날개 중·대형의 제품은 계속 공급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전체제품의 극히 일부”라고 지적했다.
‘칼날 피할까’ 주목
심층조사 가능성도
현재 유한킴벌리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유한킴벌리가 대리점주에게 운영 포기각서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또 한 번 논란이 예고됐다. 사측이 대리점주에 판매 목표치를 주고 이행하지 못한 대리점을 상대로 대리점 운영 포기각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2008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유한킴벌리 대리점을 운영했던 박상현씨는 사측이 제시한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사측은 2012년 3월과 2013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당시 해당지역 지사장인 A씨를 통해 박씨에게 대리점 사업권 포기각서 작성을 강요했다.
박씨는 두 차례 모두 각서를 제출했다. 2014년 1월에도 판매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자 세 번째 포기각서를 제출해야 했다. 급기야 사측은 포기각서 내용에 따라 대리점 사업권을 회수하기까지 했다.
박씨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지난해 공정위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지만 ‘의견불일치’로 석연치 않게 사건이 마무리됐다”며 “지난 6월말 공정위에 관련 내용을 신고했다”고 말했다.
당시 포기각서를 썼던 한 대리점주는 유한킴벌리 전현직 대리점 인터넷 카페를 통해 “(사측 담당자가) A4 용지와 볼펜을 주면서 포기각서를 쓰라고 했다”며 “지사장들이 사채꾼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도산된 것도 아닌데 지금도 포기각서를 왜 쓰라고 했는지 궁금하다”며 “포기각서라는 것 자체가 정말 치욕적”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신고건도 있다. 유한킴벌리대리점주협의회가 지난해 1월13일 유한킴벌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한킴벌리의 불공정행위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유한킴벌리대리점협의회는 유한킴벌리 하기스 기저귀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 판매 목표 강제 등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이에 관한 내용을 오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유한킴벌리는 공정위의 칼날 위에 서 있는 상황이다.
이슈들에 덮여
유한킴벌리대리점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유한킴벌리의 갑질문제는 2013년 이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문재인정부에 들어 그동안 진행이 미뤄졌던 사안들이 속도가 붙을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