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골프장 살인사건 전말

고급차에 비싼 가방이 자극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달 27일 자루에 담긴 4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여성은 지난달 24일 골프연습장 주차장서 실종된 A씨였다. A씨의 시신이 발견된 날 피의자 혼성 3인조 가운데 1명이 경찰에 잡혔다. 9일간 국토종단 수준의 도주극을 벌인 나머지 2명은 한 시민의 제보 끝에 지난 3일 경찰에 검거됐다. 돈? 원한? A씨는 왜 이들의 희생양이 됐을까?
 

“내가 죽였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경남 창원 골프연습장 40대 여성 납치·살인사건의 주범 심천우씨가 지난 4일 범행을 자백했다. 3일 검거된 이후 시신을 유기한 것은 맞지만 죽이진 않았다고 줄곧 주장하던 심씨가 하룻밤 새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심씨와 그씨의 여자친구 강정임씨, 심씨의 6촌 동생까지 피의자가 모두 검거되면서 관심은 범행 동기에 집중되고 있다.

금품 노렸다

지난달 27일 경남 진주시 진수대교 아래서 A씨의 시신이 담긴 자루가 발견됐다. 유가족은 경찰이 수습한 시신이 24일 경남 창원 골프연습장서 납치·실종된 A씨가 맞다고 진술했다. A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 창원 서부경찰서는 A씨를 납치한 3인조 중 1명인 심씨의 6촌 동생을 검거해 조사 중이었다.


이들은 범행 당일 오후 8시30분경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서 골프연습을 마치고 자신의 차로 귀가하려던 A씨를 납치했다. 3명은 “저기요”라며 A씨를 불러 세운 후 자신들의 스포티지 차량에 강제로 태웠다. 

이 과정서 3인조는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차량 두 대에 나눠 타고 각기 다른 곳으로 향했다. 심씨와 심씨의 6촌 동생은 스포티지를 타고 경남 고성군으로, 강씨는 피해자의 차량을 타고 창원 내 다른 주차장으로 갔다.

이후 심씨의 6촌 동생이 심씨를 고성군의 한 길가에 내려준 후 강씨를 데리러 갔다. 그 사이 심씨는 폐업한 주유소서 A씨를 살해했다. 심씨는 A씨를 살해하기 전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심씨의 6촌 동생은 자신과 강씨가 만나기로 한 고성군의 주유소로 갔을 때 A씨가 이미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범행을 자백한 심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고성을 지르며 도망가려 해 손으로 목을 눌렀는데 죽었다”고 말해 단독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납치 당일 살해 후 다리 밑에 버려
카드서 인출한 돈은 ‘410만원’

다시 만난 3인조는 사망한 A씨의 시신을 자루에 담아 오후 11시30분께 진수대교 인근에 유기했다. 이들은 시신을 버린 후 25일 전남 광주로 이동해 A씨 명의로 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에서 410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로 70만원씩 5번, 체크카드로 60만원을 뽑았다. 체크카드로 돈을 뽑은 심씨의 6촌 동생은 발각될까 무서워 돈을 많이 뽑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돈이 생긴 피의자들은 범행 이틀 후인 26일 전남 순천의 미용실 두 곳에서 머리 스타일을 바꿨다. 심씨는 머리를 짧게 스포츠형으로 깎고 왼쪽 귀 윗머리에 일자로 스크래치를 두 줄 냈고 강씨는 단발로 잘랐다. 

공개수사로 전환한 경찰이 수배전단에 넣은 사진은 돈을 인출하는 과정서 찍힌 사진이었다. 스타일을 바꾼 심씨와 강씨는 인근 PC방에 들러 음료수를 사 마시며 인터넷 뉴스를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행적이 드러나자 누리꾼들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미용실에 들러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PC방에도 간 두 사람의 태연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10시께 경남 함안에 진입한 이들은 이튿날,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다. 
 

이날 함안의 한 아파트 주변 차 밑에 숨어 있던 심씨의 6촌 동생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의 포위망을 피하기 위해 인근 야산서 2시간가량 숨어 있던 심씨와 강씨는 걸어서 남해고속도로 신안터널까지 이동했다.

차량을 버리는 바람에 이동수단이 없던 두 사람은 도로변에 정차해 있던 트럭 기사에게 “태워주면 5만원을 주겠다”고 제안, 부산 주례로 이동했다. 당일 오전 모텔에 투숙한 두 사람은 새 옷을 사 입고 한동안 부산 일대를 배회하다 택시를 이용, 27일 오후 7시께 대구로 올라왔다. 

대구서도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다음 날인 28일 오전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왔다.

심씨와 강씨는 일주일치 숙박료를 선지급하고 서울 중랑구의 한 모텔에 머물렀다. 이들이 머물렀던 모텔 직원은 애초 얘기했던 숙박기간이 이틀 남았지만 일찍 퇴실한 점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를 분석, 인근서 탐문·잠복수사를 벌여 3일 오전 해당 모텔 객실서 둘을 체포했다. 체포 과정서 두 사람은 10여분간 문을 잠근 채 버티는 등 실랑이를 벌였으나 경찰의 설득에 자신들이 범인임을 시인했다.

이들의 범행 동기는 ‘돈’으로 보인다. A씨를 살해한 심씨는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됐고 어머니 명의 신용카드로 2600만원 상당의 카드빚이 있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씨를 주범으로 한 3인조의 범행은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과거 골프 경기보조원으로 일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한 심씨와 강씨는 지난해 말부터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A씨를 전혀 몰랐지만 고급 승용차에 비싸 보이는 가방을 들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범행 대상으로 지목했다.

머리 스타일 바꾸고 PC방까지
전국구 도주극에 경찰 ‘당황’


경찰은 심씨와 강씨가 A씨를 납치·살해하기 전에도 동일 수법의 범행을 준비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 4월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남성을 대상으로 납치 계획을 세우고 지인들에게 제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차량을 들이받은 뒤 범행을 하려는 시도도 했지만 해당 차가 너무 빨리 달려 실패한 경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닌 이들의 도주극에 경찰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심씨의 6촌 동생이 검거된 후 두 사람은 부산, 대구, 서울 등을 히치하이킹, 고속버스, 택시 등을 이용해 거리낌 없이 움직였다. 

경찰은 지난 1일 지역 경찰관 1000여명을 동원해 함안과 진주, 마산 등에 위치한 야산과 빈집, 무인텔 등을 수색했지만 이들은 한참 전인 지난달 28일 이미 서울로 도주한 지 오래였다. 경찰의 검문·검색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경찰은 두 사람을 검거하는 과정서 제보자의 신원을 노출시켜 공분을 사고 있다. 검거 경위를 밝히는 과정서 신고 접수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된 것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공익신고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돼있다. 경찰은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공익신고자의 신분이 보도된 뒤였다.

치밀한 계획


경찰 출신 변호사인 박상융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선펍>과의 인터뷰서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납치 후 몸값을 요구하는 유괴범죄 대신 카드 자체를 노린 무작위적인 납치와 살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납치·감금사건이 빈발하지만 백화점, 대형마트, 아파트 등 다중운집시설 지하주차장 내 CCTV 설치와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남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여성들의 경우 112를 반드시 긴급단축번호로 저장해놓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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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