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여의도-서초동 총성 없는 ‘삼각전쟁’ 막전막후

‘스르륵~’ 칼 가는 검찰, ‘바르르~’ 떨고 있는 국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청와대와 여의도, 서초동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수부 폐지’를 놓고 끊임없는 공방이 이어져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지부진 하던 중수부 폐지안이 여야 합의로 급물살을 타는가 싶더니 청와대가 검찰 편을 들자 한나라당은 돌변했다. 시간을 더 갖자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청와대와 검찰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 모습이다.

청와대 지원에 수사 탄력 받아 의원 줄소환 예정
거물 브로커 박태규 신병 확보 시 태풍 몰아칠 듯

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사실상 정치권 초토화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의 검찰소위원회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법제화에 합의했지만, 청와대가 지난 6일 거악(巨惡)척결 차원에서 중수부 폐지에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성역없는 수사’의 추진력을 한껏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는 청와대와 검찰 간에 모종의 교감이 오갔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와 검찰은 이를 부인 했다. 청와대가 검찰의 손을 들어주자 한나라당은 입장을 선회했고 여의도는 ‘노심초사 좌불안석’이다.

중수부 폐지안 놓고
확연한 입장 차이

중수부 폐지를 놓고 청와대와 국회, 검찰은 각각 거악 제거, 검찰 개혁, 서민의 희망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검찰은 정치권 등 외부로부터 바람막이가 되는 중수부가 있기 때문에 그나마 검찰 수사가 독립성을 유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중수부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승진이나 영전을 의식해야 하는 간부가 지휘하는 다른 수사부서는 독립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중수부가 과연 중립적이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중수부가 수사한 사건은 살아있는 권력 대신 과거 권력을 죽이려 한 것뿐이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도 “중수부가 과연 완벽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수사를 했느냐는 국민의 의혹이 과거 정권에서부터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라고 거들었다.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중수부 수사권 폐지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역시 강경하다 못해 비장함이 느껴진다. 검찰은 일선 검찰조직의 역량만으로는 권력형 비리 수사에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는 검사 4~5명씩으로 구성된 특수부와는 구성부터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중수부는 일선지검 부장검사급인 과장들도 직접 수사하고, 소속 검사들도 대부분 특수수사 능력을 인정받은 10년차 이상의 중견들이기 때문에 한 차원 높은 수사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중수부는 총장의 직접 지휘만 받게 돼 있어서, 상부 보고단계를 밟는 일선 지검보다 의사 결정도 빠르다고 주장한다.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복잡해지는 현실 속에서 강력한 수사조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공직자비리조사처, 특별검사제 등을 도입하면 굳이 중수부가 아니더라도 중요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독기 품은 김 총장
“수사로 말 하겠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 6일 전국 검사들을 비상대기 시킨 상태에서 긴급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검찰은 수사에 매진, 향후는 수사로 말 하겠다”며 여의도를 향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이어 성명서에 없는 즉흥 멘트로 “항해가 잘못되면 선장이 책임지면 되지 배까지 침몰시킬 이유가 없다”며 중수부 폐지 움직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발언은 중수부 폐지문제를 놓고 더 이상 정치권에 밀릴 수 없다는 김 총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자신의 거취를 걸고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 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강경 대응은 정치권에 대한 항의 표시와 함께 저축은행 수사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직접 전달, 중수부의 존재 이유를 심판받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 총장은 이와 관련, “저축은행 수사를 끝까지 수행해 서민 피해를 회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성역 없는 수사’로 정치권에 대해 수사 강도를 높이겠다는 또 하나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김 총장의 이러한 발언에 청와대는 “거악 척결을 위한 전국 단위 수사조직은 필요하다”며 힘을 실어줬다. “국회 논의를 지켜보고 있다”며 언급을 자제하던 태도에서 달라진 것이다.

국회 논의를 관망하던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 반대’를 선언한 것은 사개특위 논의가 중수부 폐지 쪽으로 급진전된 데 따른 것이다. 여야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는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와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 논의가 뒤섞여 정치적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명확히 선을 그을 필요성을 느낀 걸로 보인다.

 김 총장 “수사로 말 하겠다” 비장함 속 선전포고
‘중수부 폐지’ 합의 번복한 한나라당, 비난 쇄도

청와대가 이 시점에서 검찰 손을 들어준 또 다른 이유는 정권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필요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저축은행 수사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검찰을 자극하지 않는 게 좋다고 청와대가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청와대가 여태 가만있다가 여야가 중수부 폐지에 합의하자 반대하고 나선 것은 레임덕을 걱정해 검찰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이날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을 여당인 한나라당에 전달한 점은 또 다른 정치적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국회 논의과정에서 중수부 폐지를 막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사개특위 위원들 사이에서 “논쟁이 첨예한 사안에 청와대가 당에 특정 방향으로 지침을 내린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7일 대검 중수부 폐지 반대를 둘러싸고 민주당이 제기한 청와대-검찰간 ‘빅딜설’을 일축했다. 청와대는 저축은행 수사 수위를 놓고 제기된 청와대와 검찰의 사전 교감설은 ‘아니면 말고’식의 전형적 구태정치라고 비판하면서도 사법개혁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식 반응은 자제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시대에 청와대가 검찰 수사의 수위를 놓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고, 또 검찰이 그런 지시를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면서 “이치에 닿지 않는 얘기에 말할 가치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갈 길 바쁜 검찰
의원 비리수사 가속화

청와대가 힘을 실어줬지만 검찰로서도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국회가 중수부 폐지 등 개혁안을 최종 확정하기 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중수부는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논의 시한이 이달 중으로 예정된 만큼 늦어도 2~3주 안에 이른바 ‘비리 몸통’을 규명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에 수사의 칼날은 본격적으로 정치권을 직접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3월 중순 본격 수사에 착수해 한 달반 동안 1단계 수사를 진행해 21명을 기소했다. 지난달부터는 부산저축은행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동시에 비호세력과의 유착의혹을 파헤치는 데 전력했다. 최근까지 금융감독원 전·현직 임직원 10여명을 구속 또는 기소하고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잇따라 구속했다.

때문에 이후 전·현직 정치인과 그 주변 인물 소환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삼길(53·구속기소)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과 통합민주당 임종석 전 의원 혹은 보좌관에 대한 소환이 우선 점쳐진다. 본인들은 금품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강원저축은행의 비리를 적발한 금융감독원 관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우제창 민주당 의원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친동생 박지만씨와 신 명예회장 간 두터운 친분관계로 인해 지만씨가 저축은행의 각종 이권을 위해 정치권과 금융감독 당국에 선을 댔을 것이라는 의혹에도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 기소한 윤여성씨에게서 10년 전부터 로비창구역할을 하며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과 접촉한 정황을 포착하고 로비 대상자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또 윤씨 외에 해외로 달아난 소망교회 출신의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신병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박씨는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씨의 신병확보가 비리 몸통 규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박씨가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 캐나다의 수사기관과 공조해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한나라당 배신
민주당 연일 비난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 반대 입장을 한나라당에 전달하자 현행유지로 가닥을 잡고 중수부 폐지안에 대한 합의를 뒤집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사개특위 검찰관계법소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대검 중수부 폐지안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민주당은 기존 합의안대로 중수부의 수사 기능 폐지를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합의 무효를 선언하며 충돌했다.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대검 중수부 유지 주장이 압도적 우위를 보인 점이 반영된 결과다.

소위는 찬반 논쟁 끝에 당초 합의한 폐지안과 함께 한나라당의 ‘현행 유지’ 입장을 소수 의견으로 특위 전체회의에 넘겼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선회로 인해 최종 합의 처리는 불투명해졌다.

이에 민주당은 한나라당에게 “청와대 거수기 노릇을 하느냐”며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그러면서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당으로 돌아오기 바란다”고 비꼬며 “검찰개혁의 첫걸음인 중수부 폐지 법안을 여야가 합의한 대로 6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는데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우리나라가 검찰공화국이 돼서는 안된다. 사법제도로 국민에게 봉사해야지 억압하고 탄압해서는 안된다”고 검찰에 포화를 퍼부었다.

특위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오는 30일 예정대로 활동이 종료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거대여당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경우 중수부 수사권 폐지는 사실상 18대 국회에서 물 건너갈 것으로 보여 청와대와 검찰, 국회간의 총성 없는 전쟁의 승자는 검찰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검찰은 미소 짓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몇 명의 의원이 소환될지 여의도는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