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대선 선거인단 논란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10 10:55:46
  • 호수 1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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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띄우려고 거짓 공표?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 경선인단 모집과정서 민주당의 수상한 언론플레이가 드러났다. 확인되지 않은 숫자를 언론에 공개하는가 하면 폭주, 마비 등의 단어를 써가면서 경선 띄우기에 열을 올린 정황도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수상한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 모집의 비밀을 들여다봤다.   
 

민주당은 지난 2월15일 대선 경선 선거인단 모집을 시작했다. 같은 날 민주당 안규백 사무총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서 “오전 10시부터 11시 사이에 9만6800여명이 한꺼번에 접속했었다”며 현재까지 권리당원과 대의원, 사이트 신청자를 포함해 30여만명“이라고 말했다. 

즉 안 전 사무총장은 총 30여만명이 민주당 경선 첫날에 선거인단에 등록했음을 밝히고 있다. 

의문의 숫자

문제는 다음날 민주당 양승조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밝힌 숫자와 안 전 사무총장의 숫자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 2월16일 양 전 부위원장은 “선거인단 모집 첫날인 어제 22만명 정도 접수했다”며 “콜센터로 문의하는 전화만 71만건에 달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을 비교해보면 대략 8만여명의 경선인단 숫자가 차이를 보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양 전 부위원장의 발언이 사실에 부합한다. 


선거인단모집 집계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월15일 콜센터 8744명, 인터넷 1만9074명, 서류 161명 등 합계 2만7979명이다. 양 전 부위원장이 밝힌 22만명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앞서 민주당은 권리당원과 대의원은 자동적으로 경선인단에 등록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숫자는 모두 19만5572명이다. 즉 자동적으로 등록된 19만5572명과 첫날 콜센터, 인터넷, 서류를 통해 등록된 숫자의 합이 22만여명인 것이다. 

그렇다면 안 전 사무총장이 2월15일 밝힌 ‘9만6800여명’의 접속 ‘30여만명’의 등록 발언에 의구심에 제기된다. 
 

안 의원실에 공식자료와 다른 발언이 나온 배경을 물었다. 지난 5일, 안 의원실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난 것이라 그때 당시 발언이 맞느냐고 (의원님께) 묻기 그렇다”며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사무총장 당시에 거짓말을 하셨을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양 전 부위원장의 22만명과 안 전 사무총장의 30만명 발언 차이의 진위 여부에 대해 묻자 다음날 안 의원실 관계자는 “사무총장실에 문의한 결과 총 30만건의 문의가 걸려왔고 그중 22만명이 선거인단으로 등록됐다”고 말했다.

해당 해명은 2가지 의문을 남긴다. 첫째, 앞서 양 전 부위원장이 말한 71만건의 문의와 사무총장실이 말한 30만건의 문의 숫자의 차이다. 또 다시 두 사람 중 한명은 거짓 증언을 한 셈이다. 두 번째는 안 전 사무총장이 앞서 밝힌 ‘9만6800여명의’ 접속에 대한 해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명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뤄졌다. 바로 민주당 평가감사국이다. 민주당 평가감사국은 지난 대선 경선과정서 경선선거인단 모집 실무를 담당했던 곳이다.


우선 양 전 부위원장이 밝힌 경선인단 첫날 모집인원 22만명과 안 전 사무총장이 밝힌 30만명의 차이에 대해 평가감사국 한 관계자는 “그분들(양 전 부위원장, 안 전 사무총장)은 실무자들이 준 데이터만 가지고 발표를 한다”며 “본인들이 알고 발표한 것보다는 실무자 의견으로 발표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실무자가 올린 자료를 당 경선의 핵심 관계자가 검증조차 하지 않고 언론에 공표한 셈이다.   

아울러 그는 “경선인단 신청을 받을 때 실시간으로 통계를 낸다”며 “실무자 전달과정서 약간의 숫자 차이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숫자 차이만 8만명에 달하고, 실제 자료에 존재하지도 않는 숫자인 ‘9만6800여명’의 접속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는 점에서 단순한 실무자 차원의 실수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첫날 30만명 진실은…엇갈리는 진술들
“분위기 띄우기”민주당의 이상한 해명

당연 등록 숫자인 권리당원·대의원 19만5572명을 제외하곤 실제로 2만7979명이 첫날 경선인단으로 모집됐는데 이를 30만명으로 발표한 것은 과도한 경선 띄우기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서 주장하는 ‘경선 띄우기’ 의혹에 대해 민주당 평가감사국 관계자는 “그렇게(경선 띄우기로) 볼 수 있다. 그런 인식에 대해 뭐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 당시 (민주당) 상황이 그런 부분(경선 흥행)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숫자를 정확히 발표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 반올림 하다보면 뭉뚱그려지는 것이 있다”며 “초반이다 보니 그런 부분이 있었다. 양해 바란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경선인단 모집과정서 또 다른 의문점도 제기된다. 경선인단 모집 첫날인 지난 2월15일부터 19일까지 인터넷으로 경선인단을 신청할 경우 범용공인인증서만 사용이 가능했다. 

범용인증서란 일반적으로 금융권에만 사용가능한 무료 공인인증서와 달리 정부·공공기관까지 사용가능한 인증서를 말한다. 개인의 경우 매년 4400원을 지불하고, 기업의 경우 11만원을 지불해야 사용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3400만명의 공인인증서 이용 인구 중 범용공인인증서는 287만명(개인)에 불과하다. 문제는 민주당 경선인단 모집과정서 범용인증서만 사용가능한 기간(2월15~19일) 동안 점점 인터넷 신청자수가 줄었다는 점이다.

첫날인 2월15일 1만9074명, 16일 7819명, 17일 5634명, 18일 2687명, 19일 1353명이다. 같은 기간 콜센터로 등록된 경선인단 수는 첫날(8744명)을 제외하곤 꾸준히 4만∼5만명을 유지했다. 경선인단 인원은 점점 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터넷 신청은 줄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초반 5일간 인터넷 신청자 수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추후에(경선인단 모집 시작 5일 뒤) 무료 공인인증서를 통해 인터넷 등록이 가능했기 때문에 대기 수요가 있었다”며 “일부러 사람들이 기다리고 인터넷 등록을 안 하다가 2월20일 날에 등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수사 결과는?

현재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경선과정에 대한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0일 A씨는 민주당 홍재형 선거관리위원장을 권리행사방해, 공직선거법위반, 업무방해죄 협의로 고소·고발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선거 앞두고 수시로 당규 바꾼 이유 

민주당이 당내 경선을 앞두고 수시로 당규를 개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규정’을 보면 민주당 경선인단이 모집되던 시기인 지난 3월 경 무려 5차례에 걸쳐 당규가 개정됐다. 각각 3일, 8일, 10일, 13일, 24일이다. 24일 개정된 부칙을 살펴보면 결선투표에 대한 특례가 생겼다.

총 3항으로 ▲결선투표의 경우 ARS투표 안내 문자의 발송시점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다. ▲결선투표의 경우 자발적ARS투표 안내 문자 발송 및 완료시점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다 ▲결선투표의 경우 제55조부터 제66조까지, 부칙 제1호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선거관리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 등이다. 


해당 부칙에 대해 이번에 고소·고발을 진행한 A씨는 “경선을 코앞에 두고 당규를 수시로 바꾸는 것은 특정 후보를 위한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겠냐”며 “이렇게 당규가 바뀐 사실은 당원들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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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