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현 정부 들어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태의 심각성이 위험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일성도 이 같은 맥락서 나왔다. <일요시사>는 연속으로 프랜차이즈의 황제경영을 해부한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편의점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전년보다 12.5% 증가한 3만2611개에 달했다. 전국 프랜차이즈의 16.4%에 달할 만큼 편의점수가 많다보니 프랜차이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편의점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을의 눈물
이 같은 배경서 업계 1위(점포수 기준) 편의점 ‘CU’에 눈길이 쏠린다. CU의 운영사 BGF리테일은 홍석조 회장을 비롯한 홍씨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기준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 회장이 31.8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오너 일가가 43.53%를 쥐고 있다.
BGF리테일의 지분은 크게 네 갈래로 나뉘어 있다.
홍 회장과 두 아들 정국·정혁 등이 주축이 되는 ‘홍석조 일가’, 홍 회장의 형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과 그의 부인 신연균 등 ‘홍석현 일가’, 동생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과 그의 아들 승연·정환 등의 ‘홍석준 일가’, 그리고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총괄부관장 등의 구조다.
문제는 오너 일가가 퍼져있다 보니 주변 친인척까지 챙기느라 바쁘다는 데 있다. 지난해 2월 BGF리테일이 적자에 빠진 골프장을 인수하겠다고 나서 업계를 당황케 했다.
결국 휘닉스스프링스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보광이천의 지분 85.2%를 1301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은 부정적이었다. 편의점을 주력사업으로 영위하는 BGF리테일이 골프장 사업을 해서 얻는 시너지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17% 가량 빠졌다.
업계에선 홍 회장의 동생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을 돕기 위해 BGF리테일이 보광그룹의 부실 계열사 매입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현재의 상황서 판단하면 가맹점주들에 직·간접적으로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올 여지가 있다. 가맹점주는 회사 지분은 없지만 회사의 수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반면 가맹점주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회사에 수익을 가져다주는 노동자의 경우 노조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 그러나 가맹점주에 대한 법적인 보장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상황이다. 만약 BGF리테일의 보광이천 인수로 인해 경영상황이 악화됐다면 가맹점주들에 피해가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같은 맥락으로 지난친 오너 일가 챙기기도 지적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공시를 바탕으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홍 회장은 지난해 국내서 22번째로 배당금을 많이 챙겼다. 그가 챙긴 배당금은 126억원 수준. 대부분 재벌 총수가 링크된 가운데 포함돼 눈길이 쏠렸다.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오너 일가들도 두둑히(?) 배당금을 챙겼다.
홍 전 회장은 28억원, 홍 전 부관장은 26억원, 홍석준 회장은 20억원의 배당을 챙겼다. 이들이 챙긴 배당금 총합은 220억원 수준이었다.
BGF리테일의 배당성향은 21.6% 수준으로 국내 법인의 배당성향보다 높다. 일반적으로 주주친화적 정책으로 권장사항이긴 하지만 오너 일가를 향하는 주식이 많아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하지만 이런 상황서 BGF리테일은 오너 일가의 승계작업으로 바쁜 상황이다. 홍 회장 중심으로 그룹이 정리되는 상황.
홍 전 회장 등은 지난달 22일 장 종료 직후 대규모 블록딜을 통해 252만주를 팔아치웠다. 주당 10만원에 매각을 마쳤다. 1주당 할인율은 9.09%였다. 홍 전 회장 등은 보유한 BGF리테일 지분 일부를 매각해 2520억원 규모를 챙겼다.
홍 전 회장은 매각 전 353만여주(지분율 7.13%)였으나 보유 지분 3.97%를 팔아 지분율이 3.16%로 낮아졌다. 홍 전 총괄부관장은 매각전 319만여주(6.45%)서 1.12%를 팔아 지분율이 5.33%가 됐다.
앞서 BGF리테일은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주사인 BGF와 사업회사인 BGF리테일을 분할하는 것이다.
회사 측은 “투자(지주)부문과 사업부문을 분리하면 경영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사업적인 리스크와 투자관련 리스크를 분리함으로써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시장의 평가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분할로 계열사에 대한 과대평가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며 “분할 전 시가총액은 6조8000억원이지만 시가총액을 분할비율로 나누고 적정가치를 추산할 경우 분할 이후 적정 시가총액은 6조6000억원으로 오히려 소폭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실시하는 지주사 전환이라는 분석이다. 분할절차 완료 후 BGF와 BGF리테일 간 주식 맞교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주식 맞교환이 이뤄지면 홍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뿐만 아니라 그의 두 아들 정국·정혁씨의 지주사 지분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으로 사업회사의 현금이 줄어 투자여력이 줄어든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역시 가맹점주에게 우호적인 상황이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본사만 좋은일
편의점을 운영하는 A사장은 “본사의 결정에 어떤 의견을 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최근 정부서 을의 부당함을 개선하는 추세에 있으니 편의점 가맹점에 대한 보호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CU편의점 가맹점과 관계는?
CU 가맹점주가 본사와의 실랑이 끝에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점주의 사망진단서를 위조한 BGF리테일 관련자가 벌금형에 그쳐 논란이 됐다.
2014년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BGF리테일 직원 연모씨와 윤모씨에 대해 사문서변조와 변조사문서행사 혐의가 성립된다며 각각 500만원과 300만원의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다.
참여연대와 전국을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는 BGF리테일의 홍석조 회장과 박재구 사장을 ▲사문서변조 ▲변조사문서행사 ▲의료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3년 5월 한 가맹점주가 BGF리테일 직원과 폐점과 관련해 논쟁을 벌인 끝에 수면제 40알을 삼켜 자살했다. 이에 당시 BGF리테일은 사망진단서에 수면제 중독부분을 삭제한 위조 병원진단서를 언론에 배포해 물의를 일으켰다.
회사측은 당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기사 정정을 정중히 요청드리는 바이며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법적 조치 등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언론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한편 당시 폐점 관련 내용에 대해 공정위는 ‘혐의 없음’으로 심의절차 종료했다.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