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정몽준 ‘전략적 연대’ 속내

손발 척척 찰떡궁합 “지금은 반박(反朴)시대”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얼마전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외동딸 결혼식에 유일하게 참석한 정치인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로 알려졌다. 그래서일까? 최근 전략적 연대로 서로 간에 내뱉는 말 한마디도 ‘칭찬일색’이다, 박근혜 전 대표엔 비판을 이어가며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 경기도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기량을 뽐낸 김 지사와 킹메이커로 ‘이회창 대세론’을 뒤엎으며, 반전을 일궈냈던 정 전 대표의 ‘찰떡궁합’ ‘환상의 호흡’이 대권까지 이어질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짝짓기하고나니 입맞춤도 자연스레
김 지사의 반박기류는 독재시절부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는 지난달 30일 7·4 전당대회 경선규칙 관련, 핵심 쟁점이었던 당권·대권 분리 규정과 대표·최고위원 선출 방식을 현행 당헌·당규를 유지한다는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다. 즉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고, 대표와 최고위원을 통합 선출하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한 것.

비대위의 이같은 결정은 당권·대권 통합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의 견해에 반하는 한편,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 고수와는 일치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세론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며, 따라서 당분간 친이계인 두 사람이 뭉쳐서 서로 힘을 실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략적 동맹’ 맺은 두 잠룡
친이계 새로운 구심점 역할

그동안 김 지사와 정 전 대표는 당이 어려울 때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박근혜 역할론’을 주장했다. 이어 당권?대권을 분리하는 현 당헌?당규를 유지해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입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최근에는 아예 전략적 연대를 맺고 같은 목소리를 내며 박 전 대표 공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달 19일 초청특강을 위해 경기도청을 방문 김 지사와 만나 “대권·당권을 분리하면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최고위원 9명중에 선출직 7명은 대선 경선에 못 나간다”면서 “상식에 맞지 않고 당의 현실에도 안 맞는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김 지사도 “7명의 발을 묶으면 리더십이 어디서 나오고 누가 주류 리더십이 되겠느냐”고 동조한 것.

정 전 대표는 특히 기자간담회에서 “김 지사와 언론을 통한 간접대화를 통해 큰 문제에 관해 의견이 같다는 것을 알고 다행스럽게 생각했다”고 김 지사를 높이 평가했다. 이어 김 지사가 (대권출마) 결단을 하면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김 지사도 “특강 내용이 정말 좋았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정 전 대표가 당대표로서 땀 흘리며 저를 직접 도와줬다”며 정 전 대표의 호의에 답례를 보냈다.

일각에서는 지지율이 낮은 김 지사와 정 전 대표가 ‘박근혜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했으며, 전략적 연대를 통해 친이계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4·27 재보선 패배로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내 입지가 좁아졌고, 당내 주류였던 친이계 역시 힘을 잃었다. 이에 두 사람이 동맹을 통해 친이계를 재정비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도 두 사람을 중심으로 흩어졌던 조직이 다시 모이면서  ‘당권·대권 분리 규정 완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비대위에 참가하고 있는 원유철·이명규·권영진·박영아·신지호·차명진 의원 등 친이계 의원들은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대선 6개월이나 1년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동맹 후 반박 수위 높여
김 “박근혜 선덕여왕보다 세”

동맹을 맺은 이후로 두 사람의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지난 달 25일 청주대학교 특강에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큰 자산인 동시에 아주 큰 그늘”이라고 말했다. 7.4 전당대회 규정과 관련, 박 전 대표가 당권?대권 분리를 규정한 현행 당헌당규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데 대해 “박 전 대표는 본인이 만들었다고 해서 고치려 하지 않는데, 상식에 어긋나면 바꿔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 지사도 “박 전 대표의 권력이 과거 신라시대 선덕여왕보다 더 세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달 25일 중국 베이징 방문 중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땐 씨족, 부족장들이 권력을 갖고 있어 여왕이 마음대로 할 수 없었지만 지금 당은 박 전 대표의 한마디에 마음대로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지사는 지난 28일도 필리핀 마닐라 출장 중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 전 대표는 대세론에 안주하고 있다”며 “선거의 여왕이 나와서 웃고 다니면 대역전이 일어나나?”라며 반문했다.


전략적 연대로 대권까지 갈 수 있을까?
킹과 킹메이커, 역할분담에 관심 쏠려

이어 그는 “나는 한나라당이 대세가 아닌 상황에서 대권 주자급이나 실질적 지분을 가진 사람들이 총출동해 사활을 걸면 해볼 만하다는 해법을 이미 제시했다”며 “박 전 대표의 총선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만약 없다면 ‘이지고잉’하자는 것 아닌가”라고 거듭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 전 대표 역시 비대위의 결정이 결국 박 전 대표의 의중대로 끝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공세수위를 높였다.

정 전 대표는 지난 달 31일 한나라당 대구시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가 당을 도와주기로 했으면 당내로 들어와서 도와주는 것이 상식에 맞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내년 총선에서는 당을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

그는 또 박 전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의 비공개 회동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당 바깥에 있으면서 원내대표가 당 밖에서 박 전 대표를 만나고, 당에 전달하는 형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전당대회를 통해 새롭게 구성될 지도부가 열심히 일했는데도 대선후보 경선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런 규정은 제왕적 총재 시대에 있던 것으로 지금의 한나라당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반대하던 김문수
박근혜 견제 목소리 여전

김 지사의 반박기류는 젊은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반대목소리를 내며, 민주화운동을 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지사는 1969년 당시 경북고 3학년 때 3선 개헌 반대운동에 참여했다가 무기정학을 받았다. 1974년에는 ‘불온 세력의 조종으로 공산정권 수립을 추진했다’는 혐의로 180명이 구속 기소된 ‘민청학련사건’에 연루돼 서울대에서 제적됐다. 1980년대 서울지역노동운동연합의 핵심 조직원으로 활동했고, 1990년대 민중당 노동위원장을 지냈다.

하지만 그가 좌파에서 전향한 것은 1994년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에 입당하면서부터다. 그는 소련에서 여자들이 성(性)을 팔정도로 비참한 삶에 “혁명적 리더십으로 유토피아를 만들겠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거짓이었다”고 전향이유를 밝혔다. 이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찬양의 목소리까지 아끼지 않으며 전폭적인 ‘우향우’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는 박 전 대표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이고, 정치적으로는 유일하게 후광을 독점적으로 상속했다. 한나라당 대표도 했고, 국회의원이고, 매력도 있다. 그러나 과연 (현재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단정하긴 어렵고, 본인이 잘 아실 것”이라며 견제의 목소리를 유지했다.

두 잠룡 역할분담 어떻게?
일시 우군인가 ‘지속 동맹군’인가

여권 한 관계자는 ‘2002월드컵’과 ‘현대’라는 후광을 갖고 있는 정 전 대표가 ‘지명도’ 면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경기 도지사 재임에 성공한 김 지사가 ‘선호도’ 면에서는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근혜 대세론’에 대항해 대권까지 가기 위해서는 ‘역할분담’을 통해 전략적 동맹을 지속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략적 연대를 맺은 두 사람 모두 대권을 꿈꾸고 있기에 역할분담이 관건이라고 본 것이다. 즉 누가 ‘킹’으로 나서고, 누가 ‘킹메이커’로 양보하느냐는 것.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이들 두 사람이 역할분담에 실패하면 동맹은 깨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 지사는 당이 어려울 때 모두 다 전면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서는 “저와 서울시장이 (7.4 전당대회) 경선에 나가면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도지사를 열심히 해야하는 게 맞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대표의 경우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에 성공해 킹메이커 역할로 당시 ‘이회창 대세론’을 뒤집은 바 있다. 하지만 선거일을 불과 하루 남겨놓고 ‘노무현과 후보단일화 파기’를 선언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한나라당 7.4 전대룰이 당권?대권 분리로 굳어진 가운데, 내년 대선을 앞둔 차기 당권은 킹메이커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대권을 꿈꾸는 두 사람 중 누가 ‘킹메이커’로 선뜻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동맹관계가 한시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대 이후 대권 경쟁구도가 본격화되면 결국 갈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대권을 꿈꾸고 있기에 동맹관계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며 “총선 정국에 접어들면 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두 사람이 전략적 연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 두 사람이 동맹으로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대권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그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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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