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이사는 벤처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1994년 자본금 6000만원으로 넥슨을 창업해 연매출 2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그에게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뇌물공여 기업가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는 그를 고발했다.
이쯤 되면 넥슨이 정권의 비호를 받고 성장했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뇌물 관련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주 NXC 대표의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공여 관련 재판이 진행중인 가운데 김 대표가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300억원 규모의 뇌물을 헌납했다는 나왔다.
무슨 근거로?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에게 300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있다며 김 대표 부부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대표의 횡령·배임 액수가 3조원에 달하며 상당 금액이 정치자금으로 의심된다”며 “김 대표와 동업한 신뢰할 수 있는 인물로부터 뇌물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는 또 ‘돈봉투 만찬’ 사건 관련 검찰 간부들이 고발된 사건을 본인의 지휘·감독을 받는 조사1부에 배당했다며 서울중앙지검 노승권 1차장검사, 이진동 부장검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향후 김 대표와 이 전 의원에 대한 고발이 검찰 수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와 이명박(MB)정부 간 밀접한 관계를 나타내는 모습은 정권 초기부터 나왔다. MB 정부 인수위 시절 인수위 인사들이 넥슨 본사를 방문해 카트라이더를 즐기는 등의 모습을 언론에 비췄다.
또 MB정부 인수위 인사가 넥슨을 방문해 게임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전도유망한 업계의 대표 기업 격려 차원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진경준 전 검사장이 인수위원회 파견을 다녀온 직후 고급 승용차 제네시스를 김 대표로부터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인수위의 행보에 각종 의혹이 어른거렸다.
특히 진 전 검사장이 넥슨으로부터 9억5300만원의 자금을 받아 넥슨재팬 주식을 매매해 130억원의 이득을 챙긴 사실까지 알려지자 논란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결국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기소했고, 지난해 12월 1심 결과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도의적인 책임이 남아 있는 가운데 검찰이 항소를 제기해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MB인수위의 행보가 진 전 검사장의 설계로 보고 관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진 전 검사장은 당시 MB정부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진 검사장은 2007년 말∼2008년 초 법무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위원회로 파견됐다. 당시 정부서 파견된 전문위원 34명 중 최연소(40세)였다.
시민단체 이상득에 뇌물 혐의로 고발
“구체적인 정황”…“명백한 허위사실”
진 전 검사장은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총장에 임명되면서 힘을 키웠다. 한 총장은 2011년 7월 총장에 지명되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진 검사장(당시 부산지검 형사1부장)을 귀국시켜 청문회 준비단서 자신의 신상 검증 업무를 전담하도록 했다.
한 전 총장과 그의 가족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가 진행되면 이 전 의원까지의 연결고리가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넥슨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민단체의 고발 내용이 터무니없이 달라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현재로서는 세세한 답변을 하기 곤란하지만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넥슨 측이 법적 대응을 운운하는 것은 일종의 협박으로 읽힌다. 법적대응으로 넘어갈 경우 진실을 밝히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넥슨은 또다시 ‘뇌물 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는 상황이다. 넥슨이 정권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있었다. 박근혜정부의 실세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통해 유착관계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투기자본감시센터가 고소한 내용에는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 제기도 포함돼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이 해외에 도피시킨 것으로 의심되는 서민 전 넥슨 대표이사 관련 내용과 리얼케이의 500억원 수익 등이 비자금으로 흘러갔을 정황에 대한 고발도 포함됐다.
따라서 지난해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로 종결됐던 수사가 재개될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넥슨은 우병우 장모의 강남 땅을 1326억원에 매입하면서 비난 여론이 조성됐다. 처치 곤란한 우병우 처가의 부지를 넥슨이 매입해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당시 검찰은 우병우 관련 의혹을 수사했으나 무혐의 처리했다. 이후 관련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진실 가리자”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김정주 NXC 대표와 진 전 검사장에 대한 뇌물 혐의 관련 재판이 있었는데 무죄로 선고됐다”면서도 “재판 선고 이후에도 관련 의혹이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라 넥슨의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