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트럼프 빅딜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19 11:06:55
  • 호수 1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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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사드 주고 FTA 받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 국가원수 자격으로 정상외교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통령의 외교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향후 문재인정부의 대북, 대중 외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한-미 정상회담의 득과 실을 따져봤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백악관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국 2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 주재 백악관 환영 만찬에 참석해 다음날인 오는 30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무슨 얘기 할까
인식만 재확인?

앞서 두 정상은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의 문 대통령 취임 축하 전화를 통해 서로에게 호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관계는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앞으로 4년간 호흡을 맞춰야 할 두 정상이 개인적 유대관계와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29일부터 공식일정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양국 정상이 첫 대면서 무엇을 주고받을지 주목된다. 한미 양국은 각각 발표를 통해 두 정상이 나눌 의제 윤곽을 제시했다.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서 ▲한미동맹을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한 협력 방향 ▲북핵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공동 방안 ▲한반도 평화 실현 ▲실질 경제 협력 및 글로벌 협력 심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한미 동맹 강화 ▲경제 및 국제 문제에 대한 협력 증진 ▲양국 간 우호 관계 강화 방안 ▲북한 관련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29일 정상회담에 앞서 방한 중인 토머스 섀넌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을 만난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은 “양측은 양국 신정부 하 첫 한미정상회담이 확고한 대북 공조를 포함한 양국간 포괄적 협력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우리 신정부 출범 이후 거의 매주 미사일을 발사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굳건한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양국이 제시한 의제는 ‘동맹 강화’ ‘북핵 해결’ ‘경제 협력’ 등으로 요약된다. 다만 3가지 모두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어 양국 간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양국은 군사적 동맹으로 공고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대선 과정서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주한미군 방위비를 분담시킬 것이라 공언해왔다. 이는 우리나라에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양국 간 군사 동맹에 뇌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 정부 첫 한미회담…외교력 시험대
관전포인트는? 퍼주기만 하고 끝날까

정상회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비 부담을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평소 그의 언행을 미루어 짐작할 때 정상회담 자리서 방위비 이야기가 거론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양국 간 이견 및 갈등은 쉽사리 좁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도 두 가지 측면에서 양국 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 4월 북폭설이 나돌 정도로 미국은 북한에 강경책을 취하고 있다.

반면 문재인정부는 앞선 정부와 달리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방침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결을 달리한다. 또, 사드문제를 둘러싼 문제서도 양국의 입장은 첨예하다. 

사드는 지난 정부서 배치하기로 결정된 사안으로 이미 레이더와 발사대 2기가 배치된 상황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사드 추가 반입 과정 진상 조사와 사드 배치지인 경북 성주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검토로 인해 미국과 불편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한미 양국은 최대한 발언을 삼가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사드 배치 연기 방침을 시사한 상황에서 미국은 사드 배치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히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 결정을 효과적으로 설명해 미국 측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문제를 직접 거론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문 대통령이 사드에 대해 모호한 입장표명을 하면, 오히려 미국의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해부터 푼다
경제 협렵은?

경제 협력에서도 우리나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100일을 맞아 백악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미FTA 재협상 또는 종료를 주장했다.

당장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미FTA 문제가 중심 의제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앞으로 남은 4년간 문재인정부와 트럼프정부 간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서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협상을 원활이 이끌어나가기 위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 카드'를 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에는 미국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제사절단이 동행할 방침이다. 당초 30명 안팎으로 예상됐던 사절단 규모는 50명 안팎으로 확대되고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정책실을 중심으로 경제사절단의 규모와 참석자 등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트럼프정부는 외국 기업에 강한 투자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회담을 앞두고 벌써부터 미국측의 압력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4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이하 암참)는 브리핑을 통해 한국정부에 ‘100억달러(10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펀드 조성’을 제안했다.

경제사절단 대거 파견
선물보따리가 통할까?


암참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서 ▲한미 FTA 미이행 사안 해결 ▲미국산 LNG 및 셰일가스 수입증대 ▲대외군사판매량 무역 수지 산출 시 반영 ▲미국 글로벌 엔트리 프로그램 개선 등 한미 정상회담서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제안은 암참이 지난달 15∼18일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국가무역위원회 및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도출한 결과라는 점에서 한미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암참의 지적과 같이 한미FTA 문제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향후 한-미 관계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한미FTA 이익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연 200억달러 무역 적자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상황서 문 대통령이 한미FTA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뚜렷이 보여준다면 향후 대미 무역에 득이 될 전망이다. 해결 방법으로는 석유 및 셰일가스 등 에너지원의 수입과 한국 정부 조달 예산으로 약 100억달러의 미국 제품 수입이 거론된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발걸음도 분주한 모양새다. 이미 세계적 브랜드인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를 실시 중이거나 실시할 계획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가전공장 투자계획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고, 현대차는 올해 초 미국에 향후 5년간 31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유력 대기업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나설 뜻을 내비쳤다. 방미와 동시에 경제사절단이 선물꾸러미를 펼치면 트럼프 대통령도 각종 정치적 현안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 해소
대북관계 해빙

다만,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임하는 자세에 따라 실익과 평가는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른바 '할 말 하는 외교'를 펼치고 돌아올 경우 기분은 내더라도 외교적 실익은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한미회담으로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우선 불확실성 해소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군사적 동맹으로 이어져 있음에도 북한 대응에 대한 세부 내용에는 이견이 있다.

정상회담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이 서로 접점을 찾는다면 북핵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현 정부가 추진코자 하는 북한 관련 공약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직접적인 현안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하더라도 트럼프와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고 온다면 그것 자체가 성공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성급히 주요 현안에 대해 논쟁이 오고 갈 경우 한미동맹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국제사회에 비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밀월관계는 국내를 둘러싼 강대국과의 외교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드로 인해 우리나라에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는 중국과의 협상전에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역사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이 일본의 관계서 중재자 역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뢰관계 강화
포괄적인 협력

오늘 29일에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방미를 통해 두 정상 간 개인적 신뢰와 유대 관계를 강화함은 물론 한미동맹을 더욱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비전을 공유할 것”이라며 “확고한 대북 공조를 포함해 양국 간 포괄적 협력의 기반을 굳건히 하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럼프 상대법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일본 전문가 제럴드 커티스 컬럼비아대 정치학 석좌교수는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처럼 트럼프를 띄워주는 방식으로 상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는 전형적인 ‘예스맨’으로 비판을 싫어한다”며 “아베는 트럼프와 만나 자신이 얼마나 트럼프에 관심이 많고 호감이 있는지 피력해 트럼프가 아주 좋아했다”고 강조했다. 즉 커티스 교수는 문 대통령도 아베처럼 트럼프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티스 교수는 또 문 대통령과 트럼프가 자주 만나고 대화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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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