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무차별 개인테러 주의보

아무 이유 없이 묻지마 공격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과거 한국은 ‘테러 청정국’이라고 불릴 만큼 테러 위험에서 비켜나 있었다. 영국이나 러시아서 일어난 폭탄 테러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큰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도 서서히 테러 위험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징후는 사회 곳곳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영국 잉글랜드 맨체스터 아레나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22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번 테러는 2005년 이후 영국서 일어난 최악의 폭탄 테러였다. 앞서 4월3일(현지시각)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서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15명이 사망했다. 러시아 정부는 폭발 사고가 테러 단체에 소속된 무슬림 남성 등 2명의 소행으로 보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사건사고 늘어

영국과 러시아서 일어난 테러는 연세대서 발생한 폭발 사고에 영향을 끼쳤다. 폭발물을 만든 용의자가 앞서 일어난 테러 관련 보도를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소재한 연세대 1공학관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연구실 앞에 놓여있던 나사못과 폭발 촉매로 채워진 사제 폭발물이 폭발하면서 해당 연구실의 김모 교수는 양손과 목에 1∼2도의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용의자와 피해 교수 사이의 개인적인 감정을 범행동기로 추정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한복판, 그것도 학교 내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테러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 


경찰은 대테러국을 신설, 테러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의 확대를 검토 중이다. 또 테러 발생 시 수사 활동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으로 테러사범 수사 매뉴얼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올로기→개인 성향
개인적 불만·원한 분출

경찰의 이 같은 구상은 내년에 있을 2018평창동계올림픽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해 새로 설치된 경비국 산하 대테러위기관리관실을 경비국서 분리해 격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테러위기관리관실로는 향후 국내서 발생할 수 있는 테러를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한국의 테러 현황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이데올로기 중심서 개인적 성향에 의한 사건으로 변화 양상을 띠고 있다. 

경찰청이 경찰대 산학협력단에 연구 의뢰해 발표한 ‘경찰의 대테러 관련 법·조직·임무 재정비 방향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발생한 국내 테러는 북한의 폭탄테러, 대학생들의 반미주의 운동 위주였다.
 

북한에 의한 테러는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특수 상황과 맞닿아 있다. 1986년 9월 서울 아시안게임 개막을 5일 앞둔 상황서 김포국제공항 청사 앞에서 의문의 폭발물이 폭발해 5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이 북한에 의해 발생했다고 추정했으나 뚜렷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1987년 11월 ’KAL기 폭파사건’은 북한의 직접적인 테러로 분류된다. KAL기 폭파사건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858편이 폭발물로 인해 인도양 상공서 폭발한 일이다.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한국 승객 93명, 외국 승객 2명, 승무원 20명 등 115명이 전원 사망했다.


1982년 3월 부산서 일어난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이나 1983년 9월 ‘대구 미국문화원 폭발사건’은 이데올로기로 인한 테러로 분류된다. 

1970∼198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어닥친 반미주의 운동이 가져온 사회·문화·정치적 신념의 차이서 일어난 사건들이다. 이런 움직임은 1990년 초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로 냉전의 한 축이 사라지면서 점차 줄어들었다.

대신 개인이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저지르는 테러가 늘어났다. 1999년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구 동구 효목동의 한 골목길에서 정체불명의 남성이 6세 남자 어린이에게 황산을 끼얹은 후 도주했다. 소년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고통에 시달리다 49일 만에 사망했다. 어린 소년을 상대로 저질러진 끔찍한 범죄에 사회는 경악했다.

소년의 부모는 범인을 잡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이를 계기로 2015년 7월31일부터 2000년 8월 이후 발생한 모든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이 법은 소년의 이름을 따 ‘태완이법’으로 불리고 있다. 

2003년 192명 사망, 21명 실종, 151명 부상이라는 끔찍한 희생을 낸 대구 지하철 참사의 경우 피의자의 울분이 방화로 분출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2006년 5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지원유세 도중 한 남성에게 피습당해 얼굴에 상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변호사와 접견한 자리서 감호소 안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방화로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전소된 사건도 토지보상금 문제로 불만을 품은 70대 노인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2014년에는 재미교포 신은미씨의 북콘서트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고체연료를 이용한 사제폭탄을 투척해 3명이 다쳤다. 북한에 수차례 방문했던 신씨는 당시 종북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불특정 대상 향해…
자생적 테러로 발전?

2015년에는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가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리퍼트 대사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최한 조찬 강연회에 참석하던 중 문화운동단체인 우리마당의 대표 김모씨의 습격을 받았다. 김모씨는 체포된 이후 군사훈련과 관련해 미 대사에게 항의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들 외에도 주변에서 개인적인 앙심을 품고 테러를 저지르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백화점서 20대 남자 직원에게 염산을 뿌리고 달아난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힌 일이 있었다. 

이 여성은 남성의 결별선언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5월에는 어선 매매금을 놓고 다투던 상대방에게 염산을 뿌린 60대 남성이 검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BMW 차주가 차에 염산 테러를 당했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CCTV 영상에는 정체불명의 남성이 두 차례에 걸쳐 차에 정체불명의 액체를 뿌리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차의 도장면은 부풀어 올라 처참하게 망가졌다.

터지는 분노

지난 13일에는 남성 2명이 심야시간에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행인을 상대로 비비탄을 마구 쏘는 바람에 6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장난으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보고서는 “사회에 대한 불만·가난·문화·인종 차별·사회적 배제 같은 상대적 박탈감이 자생적 테러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연결돼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게 되고 결국 그 분노는 무차별적으로 대중을 향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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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