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 1팀] 박호민 기자 = 정읍시와 잔디로골프텔의 행정폭력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읍시가 잔디로 사업을 방해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는 대행복구 마무리 공사를 두고서다. 양측 간 입장은 첨예하다. 주요 쟁점과 과정을 살펴봤다.
잔디로골프텔은 지난 2007년 4월 정읍시와 민자유치사업기본협약(MOU)을 체결하고 유스호스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해당 부지는 정읍시 부전도 1065-14 외 6필지로 정읍시가 잔디로의 사업을 적극 도와준다는 것이 골자였다.
감리기술사
실사는 했나
그러나 사업 내용과 진척 속도에 대한 이견이 나오면서 둘 사이는 극도로 나빠졌다. 급기야 정읍시는 2013년 9월 공사 지연을 이유로 투자협정 파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잔디로는 그 과정서 정읍시가 행정절차를 무시하는 등의 행정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잔디로는 유스호스텔 사업의 수익성이 맞지 않아 2011년 온천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정읍시에 허가를 요청했다. 정읍시는 2011년 온천공 신고에 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2013년 9월 돌연 온천개발 사업은 불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잔디로 측은 적절치 않은 행정절차라고 주장했다. 정읍시는 온천공 개발계획 승인신청이 지연됐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잔디로측은 반발했다.
온천법에 따르면 시장·군수는 온천발견신고를 수리했을 때 수리한 날로부터 일정기간 이내에 온천공보호구역 지정 등을 해야하는데 정읍시는 온천공보호구역 지정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잔디로 측은 행정절차상의 문제를 내세우며 온천발견신고 수리 취소 처분 및 대집행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양측 간 갈등은 정읍시가 사업 취소 후 명령한 적지복구 명령을 내리면서 극으로 치달았다. 특히 정읍시가 적지복구 기한 내 복구를 완료하지 않았다며 적지복구비용을 잔디로로부터 강제 유치시키면서 양측 간 견해 차이는 더욱 팽팽해졌다.
이후 정읍시는 대행사를 선정해 적지복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잔디로 측은 복구작업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는데 보험공사로부터 11억3000만원을 유치시키고 복구를 허술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관련 소송은 이미 진행 중이다. 잔디로가 제기한 대행복구 무효확인 소송(본안소송)과 복구집행정지 신청이다. 지난해 7월에 나온 1심 판결은 정읍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서는 복구집행 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지난 1월 광주고등법원은 대행복구 무효 확인 소송 판결일로부터 14일이 지난날 까지 효력, 집행 및 절차의 속행을 정지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1심과 달리 본안 소송은 잔디로 측이 유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본안 소송에 대한 선고가 있기까지 복구작업은 멈춰졌다. 그러나 정읍시 측은 현재 준공계를 받아 서둘러 복구 작업을 마치려고 하는 모양새다.
소송 잔디로에 유리하게 흘러가자
선고 앞두고 준공계 당겨 마무리
정읍시가 행정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서 그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행정처분 실행이 완료된 경우, 그 행위가 위법한 것이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별론으로 들어간다. 이럴 경우 그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사라지기 때문에 정읍시가 서둘러 복구진행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잔디로 측은 봤다.
따라서 복구작업 완료 여부도 쟁점 가운데 하나다. 정읍시는 지난 1월2일 대행복구를 맡은 정읍산림조합으로부터 준공계를 받고 복구를 마무리한 것으로 봤다.
잔디로 측은 복구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잔디로가 이처럼 주장하는 것은 2심 결정문을 근거로 한다. 법원은 정읍시가 제시한 증거만으로 복구대행공사가 완료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잔디로 측이 전문 업체 측에 복구 실행이 제대로 됐는지 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상당부분 기준에 미달한 부분이 발견돼 복구 완료로 보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잔디로 측 자료에 따르면 복구 부지에 식재된 소나무, 이팝나무, 단풍나무, 능소화 등은 규격 미달이었다. 회화나무는 수량이 부족했다. 줄떼식재(잔디)는 괴사를 하거나 시공이 돼있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전석은 부실시공이 의심됐다.
잔디로 측은 대행업체가 복구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실제 감리기술사가 실사를 하지 않고 복구가 완료됐다는 준공계를 낸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행정 시스템상
불가능한 이론
정읍시 측은 “준공계를 낸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 법원의 결정문과는 별개로 정읍시 측은 복구가 완료된 것으로 봤다”며 “다만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잔디로 측은 복구공사를 대행업체에 넘기는 과정 역시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잔디로에 따르면 정읍시는 잔디로의 적지복구 기한(2014년 4월30일∼2015년 5월31일)이 끝난 후 이틀 만인 지난 6월3일 사전 공지 없이 11억3000만원의 예치금을 유치시켰다.
잔디로 측은 적지복구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였음에도 이를 감안하지 않고 전액을 청구해 유치시켰다는 점에서 다분히 감정적이고 보복적인 조치로 판단했다. 실제로 2015년 5월 정읍시에 제출된 제7차 감리보고서에 따르면 적지복구공사는 ▲토공 85% ▲부대공 100% ▲식재 20%가 진행됐다.
반면 정읍시는 충분히 기회를 줬다는 입장이다. 예치금 유치를 위한 공문을 수차례 보냈고 1년1개월의 공사기간을 줬는데도 공사가 지연됐다는 것. 수차례에 걸쳐 복구를 촉구하면서 ‘기일까지 완료하지 못할 경우 대행복구를 할 계획’임을 고지했다고 반박했다.
정읍시 측은 “잔디로가 고지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별다른 차도가 없는 데다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지 못해 예치된 복구비로 충당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잔디로는 정읍시의 일방적 산지 대행복구를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잔디로의 손을 들어줬다. 정읍시에 시정 권고한 이유에 대해 산지관리법, 행정절차법 등을 들었다.
산지관리법 제41조 제1조에 따르면 기간 내에 복구를 완료하지 않으면 대행하게 하고 비용을 예치된 복구비로 충당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권익위는 이 규정이 일반적 원칙만 정하고 구체적인 절차는 정하고 있지 않다고 해석했다.
행정목적을 위해 국민의 신체·재산 등에 실력을 가해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고자 하는 침해적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따라서 행정절차법에 따른 처분 절차가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잔디로가 복구공사를 50% 정도 진행했고, 복구공사를 수행할 의사를 내비친 점도 권고 이유로 꼽혔다. 권익위는 “허가지의 대행복구 중지를 구하는 잔디로의 주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이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허가지의 대행복구를 실시한 정읍시의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역경제 개발
발목잡는 행정
또한 복구에 들어간 비용을 두고도 양측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미 50% 이상 진행된 복구작업에 예치금 11억원을 전부 유치시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공사비용이 많이들어갔다는 주장도 있다. 50%가량의 복구공사가 진행되는 데 드는 공사 비용은 대략 3억원 정도였는데 정읍시가 나머지 복구 공사에 들어간 비용은 6억7300만원이다.
잔디로 측은 이 같이 복구 비용이 많이 들어간 것 역시 잔디로를 괴롭히는 ‘하나의 방법’으로 판단했다.
정읍시는 예치금을 유치한 것은 당연한 절차라는 설명이다. 정읍시청 관계자는 “내장산 유스호스텔 건에 들어간 복구 비용 11억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관련 비용이 늘어난 것은 복구 대행 업체가 진행한 공사 과정서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잔디로와 정읍시의 관계가 나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잔디로는 김생기 시장이 원인이 됐다고 봤다. 잔디로에 따르면 정읍시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현 김생기 시장 당선후 시장이 이 토지를 헐값에 넘기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이를 거부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정읍시가 공문을 통해 해당 토지 매각과 기부채납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잔디로에 따르면 이후 정읍시가 행정적으로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잔디로 측은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을 하는데 정읍시가 행정적으로 보복을 가하는 것 같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관련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곳이 있었는데 정읍시 측은 행정적 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치열한 소송전 계속될 전망
상생의 길 도모의 목소리도
잔디로 측은 자신들이 유스호스텔 사업서 손을 뗄 경우 전북지역에 거점을 둔 다른 건설업체가 이 사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즉, 정읍시가 잔디로를 의도적으로 몰아내고 사업권을 친 정읍시 성향의 제3자에게 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것.
잔디로는 “정읍시가 제대로 된 행정지원만 해줬어도 사업이 지금처럼 좌초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잔디로가 손을 떼면 다른 건설사가 이 사업을 넘겨받기로 돼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돈다”고 지적했다.
정읍시는 공문을 보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잔디로 측에 토지매각과 기부채납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낸 것은 잔디로 측이 땅 사용과 관련해 향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문의해와 일종의 제안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행정폭력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없었다”며 “잔디로 측이 사업 진행 의지가 안 보여 절차를 밟아갔던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읍시는 대행복구 지연의 실질적 이유로 잔디로 측이 해당부지를 청소년수련시설(야영장) 건립을 위한 의도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막 속에 현재 2심 본안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잔디로는 복구공사의 재판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 등의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양측간 법정 다툼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양측 간 소모적인 법정보단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로에게 필요한 중재안은 없는 것일까.
“적법 절차”
말만 되풀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정읍시는 적극적으로 법인 유치를 나서는 것이 일반적인데 법인과 각을 세우는 모습은 정읍시에 사업을 벌이려는 다른 사업자에게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원만한 해결책 모색이 이제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간당간당’ 김생기 시장, 왜?
김생기(70) 전북 정읍시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잃을 수도 있다.
앞서 총선 과정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시장에게 직위상실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2형사부(재판장 박노수 부장판사)이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시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이 형이 확정되면 김 시장은 시장직을 잃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거운동에 개입할 때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훨씬 크다”며 “피고인이 공직선거법의 입법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고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계속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시장은 1심 선고 사흘만에 변호인을 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변호인 측은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김 시장은 고법으로의 항소를 통해 시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