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허니문’ 문 정면돌파 플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07 10:04:45
  • 호수 1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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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의 허니문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관 인선 과정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야권의 맹공을 받고 있는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면 돌파에 나서면서 반전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문 대통령의 위기극복 플랜을 들여다봤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후 새 정부 내각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인선안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발표하는 등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부각시킨 모양새다. 대통령의 ‘탈권위’ ‘소통행보’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80%를 돌파했다.

쏟아지는 의혹들
무너진 인사기준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기대 이상이다’ ‘사람을 잘못 봤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다만 내각 인선과 관련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의 허니문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내정자는 ‘의혹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김 내정자는 ‘위장전입’ ‘부인 취업특혜’ ‘논문 자기표절’ ‘다운계약서’ ‘아들 군대보직 특혜’ 등 의혹을 받고 있다. 강 내정자는 ‘위장 전입’ ‘증여세 탈루’ ‘딸 이중국적’ ‘박사 논문표절’ 등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각종 의혹은 문재인정부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으로 번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 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위 두 사람은 5대 원칙에 최소 2개 이상이 위배되는 상황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2005년 7월 이후 위장 전입자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공직후보서 원천 배제하는 기준안을 제시했다.

공직후보자들의 위장 전입 사례가 과거 부동산투기형 위장 전입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안인 만큼 법 위반의 경중을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위장 전입뿐 아니라 다른 공직인선 기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향후 어느 진영서 정권을 잡더라도 정쟁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가 되고 있는 후보자들의 위장 전입이 2005년 이전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 새 기준안을 들이밀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총리 통과했는데…김상조·강경화 첩첩산중
야3당 “안 봐 준다”…깨지는 협치 분위기 

문 대통령은 직접 “5대 비리에 관한 구체적인 인사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거나 또는 후퇴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다”며 진정성을 호소했다. 또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철저한 인사검증을 약속했다.

야권에선 청와대 내각 인선과 관련해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의 경우 새 정부 초기 대승적 차원서 통과시켰지만 다른 장관 및 주요부처 인사는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김상조, 강경화 두 내정자 인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의원총회서 “두 후보자에 대해 책임 있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개별 장관은 국정 혼란 부분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확실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김 내정자가 낙마할 경우 국정 초기 문재인정부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재벌개혁의 선봉장에 설 것으로 예상된 김 내정자가 부재한다면 문 대통령발 ‘재벌개혁’은 방향과 속도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스텝 꼬인 인사
문 노리는 야당

인선 과정서 정치권의 불협화음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출신 4명을 장관에 중용했다. 인선 정국을 정면돌파하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김, 강 내정자에 집중된 인사 청문 검증 공세를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로도 보인다. 

두 번째 내각 인선의 특징은 4명 모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이라는 점이다. 

4선의 김부겸 의원을 비롯해, 3선 김현미, 김영춘, 재선 도종환 의원 등이 중용됐다. 4명 후보자들의 지역도 영남, 수도권, 충청 등이기 때문에 탕평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각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김부겸 후보자에 대해선 ‘지방분권, 균형발전, 국민통합 목표 실현 적임자’로 표현했고, 도종환 후보자는 ‘문화적 통찰력과 의정 경험’, 김현미 후보자는 ‘일자리 창출 등 국토교통부 주요 과제들의 차질 없는 추진’, 김영춘 후보자는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혁신’을 이야기했다.  

청와대는 인사 배경과 관련해 “이미 내정된 것으로 보도돼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었다”며 “청문회 통과 가능성도 어느 정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허니문 기간 동안 빠르게 새내각을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단 이낙연 총리가 국회를 통과한 만큼 문 대통령은 한시름 던 모양새다.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서 문 대통령은 “인준 과정서 진통이 없지는 않았지만 청문회가 활성화된 이후 최단 시일 안에 인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총리가 인준됐으니 제가 약속했던 책임 총리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청와대 비서실서도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주문했다. 

막막한 추경안 통과
청 잡고, 야당 조율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괄하는 국무총리 인선이 완료됨에 따라 청와대의 개혁 및 과제 수행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총리 인선 과정서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국정초기 여·야·정 협치는 금이 갔다.


한국당은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지난달 제안했던 여야정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제1야당이 반대했고 불거진 의혹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없는 상태서 인준을 정부여당이 강행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이 총리인준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국회를 예방한 이 총리를 향해 “이 총리가 오전에 우리당을 방문하겠다는 요청이 있었으나 이런 상황서 만나기 대단히 불편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문재인정부의 독선과 독주, 협치 실종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서 전혀 진정성 없는 언론 사진찍기용 회동에 응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무총리 인선 과정을 둘러싸고 온전한 의미의 여야정 협치는 깨졌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과의 협치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여소야대 국면서 국민의당의 의석수는 과반수 찬성을 필요로 하는 법안 통과에 있어 절대적 힘을 발휘한다. 앞으로 문 대통령은 민주당을 필두로 국민의당, 정의당과 협조 체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활 건 일자리
국방개혁 신호

현재 문 대통령은 일자리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에 TV상황판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일자리 현황을 살피기도 한다. 특히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이하 추경안) 통과는 문 대통령 제1공약인 일자리 만들기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지난 1일 청와대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추경안을 최대한 빠르게 국회에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추경서 국회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회를 설득하는 데 필요하다면 추경안이 제출된 후 적절한 시기에 국회에 가서 시정연설 형태로 의원들께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추경안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추경안이 문 대통령의 바람대로 흐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지난달 29일 문재인정부가 세금을 통해 공공일자리 확대를 추진할 경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 편성이 국가재정법상 요건이 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추경안을 편성토록 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근본적 일자리 대책 없이 추경안만 바라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고, 바른정당도 재원조달 방안을 꼼꼼이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일자리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오는 9월초 국회에 제출되는 내년도 본예산 편성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추경안 통과 여부에 따라 문재인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일자리 공약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문 대통령이 과거정부의 적폐를 재조사할 것을 지시하고 있어 자유한국당의 동의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의당도 국무총리의 경우 대승적 차원서 통과시켰지만, 이 밖에 현안 및 인사에 대해서는 봐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한국당 등 야당 입장에선 크게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강공 정치’를 ‘일방통행’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국방부 국기문란 지적
주도권 싸움 들어갔다

최근 문 대통령은 정부 내 기강확립에도 힘쓰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국방부의 ‘사드 4기 추가반입’ 보고 누락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의 행위가 국기문란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줄줄이 청와대 조사를 받았다. 

이는 단순히 사드 반입과 관련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 초기 기강을 잡아 국정운영에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국방개혁의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 대통령은 방산비리를 적폐청산 대상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면서 1년 안에 국방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국방비 증가율에 있어서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수순을 따라가는 움직임이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의 4% 수준의 국방비를 참여정부 때와 같은 7∼8%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참여정부는 국방개혁 2020을 발표하면서 전시작전권 환수, 국방부 문민화, 3군 균형발전과 신무기체계 적극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육군, 예비역 장성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계획은 어긋났다. 정치권은 문 대통령이 사드배치 보고 누락 사태로 국방부와의 기 싸움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정권 초기 국방개혁을 추진할 토대는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국정 초기 개혁에 힘쓰고 있는 문 대통령이 자칫 인사과정으로 인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국민적 기대감이 높은 만큼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문 대통령의 행보에 무리하게 발목을 잡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정초기 바짝
개혁 드라이브 

한 정치평론가는 “대통령과 청와대는 인사 문제서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일종의 강박증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인사청문회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여당은 대통령의 논리로 총대 메기에 나서곤 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 후보자 몇 사람을 구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성공적인 협치와 그를 통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당, 청와대와 각 세우기 왜?

‘강한 야당’을 모토로 내세운 자유한국당이 문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인사, 추경, 사드 추가반입 진상조사 등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청와대서 이에 대한 해명이나 자료제출 없이 일방적으로 인준 통과만 이야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사퇴를 요구했다. 

최근 문 대통령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선 대통령의 ‘자해행위’라며 맹비난했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 출범 불과 2주 만에 한국당이 비난 어조로 나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한국당의 움직임은 한국당이 정권초기 적폐청산을 강조하며 맹활약하는 문 대통령과의 주도권 경쟁서 지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사 속 기사> 군 사조직 ‘알자회’ 정체

청와대가 사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 파문으로 국방부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사드 보고 누락 배후설에 ‘알자회’가 거론되고 있다. 알자회는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120여명이 활동했던 군내 사조직이다. 알자회는 군내 핵심 보직을 독점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사드 배치와 추가 반입 과정서 군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고 누락 문제가 생겼고, 그 배경에 알자회를 비롯한 군내 사조직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드 배치를 총괄하는 국방부 정책실의 장경수(육사 41기) 정책기획관도 알자회 소속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알자회 처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은 지난 1일 정책조정회의서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과정과 관련해 세 가지 국내 문제가 있다”며 “알자회가 해체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명박·박근혜정권서 부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통해 알자회의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방부는 입장자료를 통해 “알자회는 1992년 이미 해체됐다. 군내 파벌이나 비선에 의한 인사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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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