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무장’ 경찰용품 거래 백태

“수갑 팔아요” 아무나 구입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치안과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 제복과 경찰 용품이 인터넷을 통해 아무런 제재 없이 일반인들에게 손쉽게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권력의 신뢰 하락과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15년 경찰 제복 및 경찰 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이러한 불법적인 거래 등을 철저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사각지대’는 그대로 남아 있다.

5만원이면…

경찰복과 경찰 용품은 전문 쇼핑몰서 일반 옷을 인터넷서 구입하듯 사이즈 선택부터 결제까지 간편하게 구매 혹은 대여할 수 있다. 의상대여 전문업체 A사에선 부가세 포함 7만7000원에 경찰 남방, 모자, 배지, 넥타이, 호루라기까지 경찰 제복 ‘풀세트’를 2박3일간 대여하고 있다. 

중고품으로는 20만원 상당에 구매할 수도 있다. 거래는 무통장 입금이나 신용카드 결제로 이뤄지며 옷은 택배로 배송된다. 이 업체 판매자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매장에 직접 방문해 보고 사 가도 된다”며 “경찰 납품하는 회사서 가져와 대여·판매하는 것”이라며 품질을 자랑했다.

실제 경찰들이 입는 제복과 동일하진 않더라도 유사 제복 또한 인터넷을 통해 2만∼3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이처럼 경찰 제복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서 경찰 사칭 범죄가 이뤄지고 있어 제복 관리에 주의가 필요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서도 ‘수갑 판매’ ‘수갑 구매’ 등을 검색하면 수백개의 판매글을 찾을 수 있다. 이중에는 “경찰 수갑과 똑같다” “강력한 재질로 돼있다” 등의 소개글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현행 경찰 제복 및 경찰 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유사 경찰 제복·장비의 제조·판매, 사용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구매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판매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이 규정한 경찰 제복에는 옷뿐 아니라 계급장과 어깨 휘장 등도 포함되며, 경찰 장비의 경우 수갑과 방패, 권총 허리띠, 경찰차량 등이 일반인 사용금지 대상이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선 암암리에 유사 경찰용품이 버젓이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입시엔 별다른 신원확인 절차도 필요없다. 한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는 ‘진짜수갑’ ‘경찰수갑’ 등의 제목으로 소개 글과 수갑 실물 사진, 장착 사진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주문은 누구나 가능하다.

호신용품이라는 이름으로 경찰장비를 판매하기도 하는데 판매물품은 수갑부터 방탄복, 교통지시봉, 무전기, 시위진압용 방패 등까지 다양하다. 경찰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패는 한 사이트서 ‘경찰’ ‘POLICE’ 등 글자가 찍힌 그대로 크기와 성능에 따라 8만∼2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찰’이 찍힌 방검복은 11만원, 2∼4단봉은 3만2000∼9만원, 수갑은 4만5000∼8만원 등의 가격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판매자는 “이중 잠금기능과 2중날 기어가 있다”고 제품을 광고하면서 “사용자의 불법사용에 대해 판매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갑은 그동안 꾸준히 판매돼온 것으로 파악된다. 구매자들의 사용 후기글에는 ‘완벽한 경찰수갑입니다. 감사합니다’ ‘호신용으로 갖고 다니기 편하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유사 경찰용품은 수갑뿐 아니라 경찰 권총 허리띠, 경찰 계급장, 경찰마크 등도 1만원미만의 가격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모두 법적으로 판매가 금지된 물품들이다.

법망 피해 암암리에…판매 사이트 수십개
수갑 4만8000원, 계급장·경찰패치 1만원

문제는 이렇게 구매한 유사 경찰용품 등이 범죄에 활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여성과 교제하다가 이별을 통보받자 납치, 성폭행한 강모(4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중국 여성은 강씨가 인터넷서 구입한 유사 수갑, 무전기 등을 보여 주며 경찰관이라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

지난 4월에는 새벽시간에 편의점에 경찰관 비옷을 입고 들어가 금품을 훔친 최모(24)씨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최씨는 편의점 종업원에게 “주변에 강도사건이 발생했으니 화장실에 숨어라”라고 한 뒤 범죄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12월 인천에선 미리 준비해둔 가스총을 들이대며 경찰관을 사칭한 A씨가 업주 B씨를 위협, 보호비 명목으로 현금 33만원을 빼앗았다. 그보다 전인 11월에는 형사를 사칭해 여고생에게 접근한 뒤 성추행한 30대 남성이 부산 사하경찰서에 입건됐다.

2015년 11월에는 수갑에 가짜 경찰 신분증까지 갖춘 교회 전도사가 경찰을 사칭해 인터넷 채팅 사이트서 만난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 제복 및 경찰 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는 이러한 경찰용품 등을 통한 경찰 사칭 범죄를 막기 위해 2015년 12월부터 시행됐다. 법에 따르면 유사 경찰 제복·장비는 누구나 제조·판매·대여, 착용·사용 ·휴대 등이 금지된다.

유사가 아닌 실제 경찰 제복·장비 등은 업체가 경찰청 등 관할 기관에 사전 등록을 할 경우 제조·판매·대여가 가능하다. 경찰 공무원은 업체서 장비 등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처벌을 받는다.

단 예외적으로 영화 촬영, 연극 등의 용도나 교육활동, 광고 등 홍보활동의 용도로는 경찰 제복을 착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등록 업체에선 판매 과정에 신분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치고 있다.

한 경찰용품 판매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품을 고르면 직접 가게를 방문하게 한 뒤 신분증 등을 보고 신분확인을 하고 있다”며 “영화촬영의 경우 사업자 등록증 등 증빙서류를 확인한 후 대여를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신분 확인 절차서도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영화 촬영 등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를 완벽하게 확인할 순 없다는 것도 맹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경찰용품 판매업체 관계자는 “마음 먹고 서류를 조작해서 오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며 “법 시행 이후 최대한 주의를 하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의경 출신 등이 제복을 직접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의경의 경우 전역시 제복을 반납하거나 폐기하는 게 원칙이지만 외부로 갖고 나가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의경 출신 관계자는 “제복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갖고 나올 수 있다”며 “경찰 직원과 제복이 계급장 등만 다르고 거의 유사해 일반인들은 구별을 못한다. 판매될 경우 범죄에 활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등록업체에 대한 정기점검과 경찰 제복, 용품 등이 외부로 반출되는 일이 없게끔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경찰 용품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혹시 불법판매를 하고 있는지 제보를 받거나 점검 등을 하고 있다”며 “경찰로 보일 수 있는 유사용품을 팔거나 사고, 사용하는 것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경찰들이 사용하고 있는 물품에는 일련번호와 로고가 명시돼있어 일반 물품과 구별이 된다. 만약 이런 물건들이 빠져나가 사용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범죄에 악용


하지만 경찰장비를 공공연히 사이버상에서 판매하는 것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해할 수 없다. 저런 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뭔가 의심스럽다’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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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