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궁합 보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29 10:26:59
  • 호수 1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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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웃지만…“두고 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 이후 각 정당의 지도부가 교체 수순을 밟고 있다. 야당은 전열을 가다듬어 여권과 청와대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여당은 야당의 공세에 방어하는 모양새다. 각 당은 국정 초기 ‘협치’를 내세우며 국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이면에는 이해관계와 정치공학적 셈법이 숨어 있다. <일요시사>는 각 당 원내대표의 궁합을 통해 향후 정국을 내다봤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 우원식 의원이 선출됐다. 우 원내대표는 115표 가운데 61표를 얻어 54표를 득표한 홍영표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다. 우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국면서 협치로 당을 이끌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해 친문(친 문재인)계로 통하는 홍 의원을 제쳤다. 

대통령 바뀌고
일시적 밀월관계

당선 직후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민생, 적폐 해소, 탕평인사로 통합과 개혁의 길을 열어가는 데 여러분의 힘을 모아서 원내대표로서 온몸을 바쳐 함께 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같은 날 국민의당도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했다.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에는 비대위원장 출신의 4선 김동철 의원이 당선됐다. 

호남 민심 회복을 주장한 김 원내대표는 결선투표 끝에 과반을 득표해 신임 원내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을 통해 “문재인정부가 상당히 들떠서 국민에게 보여주기식 행보만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협조하겠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을 할 땐 앞장서서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정의당 3개 당은 현행 원내대표가 당분간 직을 유지키로 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오는 7월3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 선출에 나선다. 바른정당은 다음 달 26일이면 새 지도부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각 당 원내대표들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 우 원내대표는 협치를 강조하며 여야 당청 간 조율자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선을 통해 틀어진 국민의당 및 자유한국당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역할도 맡을 전망이다.

같은 날 원내대표에 오른 민주당 우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는 협치를 강조했다. 지난 17일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을 찾은 우 원내대표에게 “우리 양당이 당리당략을 떠나서 오직 국가와 민족만을 생각하면서 일을 한다면 못 할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민주당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우리 국민의당은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린다”고 했다. 이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만큼 국정 초기에 발목을 잡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국민의당은 우리 당과 뿌리를 같이하는 형제당”이라며 “그동안 대선서 경쟁하고 갈등하면서 쓴소리했던 사이지만 기본적으로 사회를 어떻게 잘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은 거의 같다”고 답했다.

민주당-국민의당 새 원내대표 선출
서로 인연 강조…협치 화두 꺼낸다

두 사람은 30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 아래서 정치를 시작했고, 노원구서 서울시의원에 출마한 경험도 같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광주로 내려갔고, 우 원내대표는 노원구서 터를 닦았다. 


다만 두 당이 대선을 통해 발톱을 드러낸 바 있지만, 김 원내대표가 국정에 발목을 잡지 않기로 한 만큼 밀월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와 야당의 거대 축인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우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다음 날인 지난 17일 자유한국당 정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그는 “여당이 을이고 야당이 갑”이라며 화해와 소통을 통한 대화를 강조했다.

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활동 인연을 들면서 존경심을 표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우원식 하면 을지로위원회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는 사람이 많다”며 “우 대표님은 소위 카운터파트너로서 대화가 통하는 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는 국정 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됐고, 정권교체가 돼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만큼 당리당략을 떠나 협치할 것이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거대 양당의 축인 만큼 각종 사안에 이견은 불가피하다.

다만 정 원내대표 취임 당시와는 다르게 이번에 우 원내대표 선출 이후에 두 당의 원내대표가 덕담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에서 당분간 정쟁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통 대결을 펼치고 있는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관계도 주목받는다. 바른정당은 국정 농단의 책임을 지고 자유한국당을 박차고 나온 의원들이 만든 정당이다. 
 

지난 대선서 유승민 의원을 대선주자로 내세우며 자유한국당과 보수적자 대결을 펼쳤다.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위를 기록하면서 4위에 그친 유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대거 탈당함과 동시에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면서 바른정당은 위기에 직면했다. 대선을 통해 바른정당은 보수적자 경쟁에서 승기를 잃은 셈이다.

보수적통 대결
문 행보 제동

정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선거과정서 날을 세우며 서로를 비판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한목소리를 내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개혁독선에 빠지지 말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곳곳서 개혁,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법에 맞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감사원법에 의하면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돼있으나 독립돼있어 대통령이 감사 지시를 할 수 없다. 감사는 발동 요건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의 광폭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한 것을 두고 이명박정권을 겨냥한 “전형적 정치 감사”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감사를 지시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전 정부 일이라도 잘못된 건 반성하고, 교훈을 얻는 차원서 조사할 수 있고, 법적인 책임이 있으면 처벌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부관참시하듯, 보복하듯 뒤집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과거청산에 나선 만큼 두 원내대표는 논평 수준의 비판을 넘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간 궁합도 들여다볼 만하다. 두 당은 같은 야당이라는 범주에는 묶이지만 이념 및 지역적 색깔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선 과정에선 홍 후보와 안 후보가 보수층의 표를 갉아먹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날을 세웠다.

현재 두 당은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연대 및 합당설은 나오고 있지만 자유한국당과의 연대설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쪽에서도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염두에 두고 있지만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고려치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두 원내대표는 개헌을 고리로 뭉칠 가능성이 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오찬 회동에 참석한 직후 국회로 돌아와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6월 반드시 약속대로 개헌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책은 ‘OK’
통합은 ‘NO’


이어 “(문 대통령) 본인 스스로 절대로 (개헌에) 발목을 잡거나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3월28일 “개헌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선택지거나 단지 권력의 한 끄트머리를 나눠 갖기 위한 정략적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해 개헌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개헌에 대해 정치적 합의 및 국민적 동의가 필요함을 전제하면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대선 전에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당론으로 채택키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를 관철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서 “문 대통령이 약속했듯 내년 지방선거 때 헌법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며 “개헌을 통해 다수당과 소수당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면서 정치권에 개헌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힘쓰는 모양새다. 

그는 앞으로 민주당을 제외하고 개헌 단일안을 도출하는 데 일조해 향후 개헌 정국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당은 개헌의 핵심 쟁점인 대통령 권한과 관련해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자유한국당과 결을 달리한다. 하지만 개헌이 국회의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개헌 추진을 위해 정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공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보수적통 대결…과연 승자는 누구?
연대·통합론 속 엇갈리는 이해관계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관계도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모두 당내 대표가 공석인 상태서 대표직과 원내대표직을 겸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울러 소수정당이란 점도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고,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창당의 배경도 비슷하다. 대선에서 패한 두 당의 의원들 중 일부는 각각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으로 합류를 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이탈을 막고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하는 책무도 지고 있다. 다만 이념 측면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맥락은 같다.

그렇기 때문에 두 정당은 대선 과정서 각종 연대 시나리오를 양산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임인 국민의당 주승용 전 원내대표와 바른정당에 대한 견해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주 전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양당의 연대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간접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회동 이후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 제안이 어떤 뜻인지 궁금했고, (주승용 대행에게) 확인해본 결과 개인적 의견이라고 했으나 완전한 사견만은 아닌 듯하다”며 “(국민의당) 구성원들의 뜻을 상당히 짐작하고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새) 지도부가 들어서고 나서 그런 논의를 활발히 해야 할 것 같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취임한 이후 양당의 연대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난색을 표했다. 지난 22일 그는 양당의 통합론에 대해 “국민 선택을 어긋나게 하기 때문에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횡포를 부릴 경우 이를 견제하기 위해 통합 카드를 내밀 것이란 말을 하면서 통합론에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는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지난 16일 취임 첫날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추진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와 만나 공동보조를 취하고 이야기하면 정책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안이 하나씩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유사점을 보이는 두 정당이 힘을 합친다면 거대 양당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원수의 한계로 정책 및 법안 관련해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정당의 정책연대는 당의 존립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 원내대표도 정책이 같다면 국민의당과 정책연대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물리적 통합은 “양당 모두 새로운 지도부로 교체 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즉답을 피했다. 주 원내대표는 대표적 개헌론자로 불리는 김 원내대표, 정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힘겨운 통합카드
개헌으로 뭉친다

최근 문 대통령을 만난 이후 “문 대통령의 개헌의 진정성을 확인했다”며 호평하기도 했다. 향후 문 대통령의 과거 정권의 적폐청산이 마무리되면 3개 정당 원내대표는 개헌을 고리로 뭉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당의 연정 가능성에 대해 “시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지금 같은 허니문 시기에는 연정 없이도 민주당 단독으로 개혁입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추후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질 경우 연정 형태도 검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4당 원내대표 매주 모이는 이유

지난 22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국회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들은 ‘의장-원내대표단’ 모임을 주 1회 정례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실무협의의 틀은 원내 수석부대표 간에 협의키로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작업의 일환이다. 

해당 모임에 대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야당과 협력할 것”이라며 “방향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도 공동의 이익을 잘 정리해내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여당의 덕목은 아량”이라며 “협치 과정에서 야당이 까칠하고 부드럽지 못한 입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야당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협치를 잘해 달라”고 주문했다. 

여야정 협의체는 문 대통령의 협치 첫 관문으로 불린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입법과 각종 정책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야 간 협치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협의체가 구성되면 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협의체에 대해 “과거 고위당정협의나, 일회성으로 진행된 여야정협의체보다 한 차원 높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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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