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궁합 보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29 10:26:59
  • 호수 1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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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웃지만…“두고 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대선 이후 각 정당의 지도부가 교체 수순을 밟고 있다. 야당은 전열을 가다듬어 여권과 청와대를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여당은 야당의 공세에 방어하는 모양새다. 각 당은 국정 초기 ‘협치’를 내세우며 국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이면에는 이해관계와 정치공학적 셈법이 숨어 있다. <일요시사>는 각 당 원내대표의 궁합을 통해 향후 정국을 내다봤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에 우원식 의원이 선출됐다. 우 원내대표는 115표 가운데 61표를 얻어 54표를 득표한 홍영표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다. 우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국면서 협치로 당을 이끌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해 친문(친 문재인)계로 통하는 홍 의원을 제쳤다. 

대통령 바뀌고
일시적 밀월관계

당선 직후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민생, 적폐 해소, 탕평인사로 통합과 개혁의 길을 열어가는 데 여러분의 힘을 모아서 원내대표로서 온몸을 바쳐 함께 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같은 날 국민의당도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했다.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에는 비대위원장 출신의 4선 김동철 의원이 당선됐다. 

호남 민심 회복을 주장한 김 원내대표는 결선투표 끝에 과반을 득표해 신임 원내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을 통해 “문재인정부가 상당히 들떠서 국민에게 보여주기식 행보만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협조하겠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을 할 땐 앞장서서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정의당 3개 당은 현행 원내대표가 당분간 직을 유지키로 했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오는 7월3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 선출에 나선다. 바른정당은 다음 달 26일이면 새 지도부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각 당 원내대표들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 우 원내대표는 협치를 강조하며 여야 당청 간 조율자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선을 통해 틀어진 국민의당 및 자유한국당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역할도 맡을 전망이다.

같은 날 원내대표에 오른 민주당 우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는 협치를 강조했다. 지난 17일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을 찾은 우 원내대표에게 “우리 양당이 당리당략을 떠나서 오직 국가와 민족만을 생각하면서 일을 한다면 못 할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민주당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우리 국민의당은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드린다”고 했다. 이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만큼 국정 초기에 발목을 잡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국민의당은 우리 당과 뿌리를 같이하는 형제당”이라며 “그동안 대선서 경쟁하고 갈등하면서 쓴소리했던 사이지만 기본적으로 사회를 어떻게 잘 만들어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은 거의 같다”고 답했다.

민주당-국민의당 새 원내대표 선출
서로 인연 강조…협치 화두 꺼낸다

두 사람은 30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 아래서 정치를 시작했고, 노원구서 서울시의원에 출마한 경험도 같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광주로 내려갔고, 우 원내대표는 노원구서 터를 닦았다. 

다만 두 당이 대선을 통해 발톱을 드러낸 바 있지만, 김 원내대표가 국정에 발목을 잡지 않기로 한 만큼 밀월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와 야당의 거대 축인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우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다음 날인 지난 17일 자유한국당 정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그는 “여당이 을이고 야당이 갑”이라며 화해와 소통을 통한 대화를 강조했다.

또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활동 인연을 들면서 존경심을 표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우원식 하면 을지로위원회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는 사람이 많다”며 “우 대표님은 소위 카운터파트너로서 대화가 통하는 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는 국정 농단 사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됐고, 정권교체가 돼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높은 만큼 당리당략을 떠나 협치할 것이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거대 양당의 축인 만큼 각종 사안에 이견은 불가피하다.

다만 정 원내대표 취임 당시와는 다르게 이번에 우 원내대표 선출 이후에 두 당의 원내대표가 덕담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에서 당분간 정쟁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적통 대결을 펼치고 있는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관계도 주목받는다. 바른정당은 국정 농단의 책임을 지고 자유한국당을 박차고 나온 의원들이 만든 정당이다. 
 

지난 대선서 유승민 의원을 대선주자로 내세우며 자유한국당과 보수적자 대결을 펼쳤다.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위를 기록하면서 4위에 그친 유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대거 탈당함과 동시에 자유한국당에 복당하면서 바른정당은 위기에 직면했다. 대선을 통해 바른정당은 보수적자 경쟁에서 승기를 잃은 셈이다.

보수적통 대결
문 행보 제동

정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는 선거과정서 날을 세우며 서로를 비판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한목소리를 내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개혁독선에 빠지지 말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곳곳서 개혁,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법에 맞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감사원법에 의하면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돼있으나 독립돼있어 대통령이 감사 지시를 할 수 없다. 감사는 발동 요건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의 광폭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한 것을 두고 이명박정권을 겨냥한 “전형적 정치 감사”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감사를 지시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전 정부 일이라도 잘못된 건 반성하고, 교훈을 얻는 차원서 조사할 수 있고, 법적인 책임이 있으면 처벌하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부관참시하듯, 보복하듯 뒤집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두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 행보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과거청산에 나선 만큼 두 원내대표는 논평 수준의 비판을 넘지 않았다. 

정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간 궁합도 들여다볼 만하다. 두 당은 같은 야당이라는 범주에는 묶이지만 이념 및 지역적 색깔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선 과정에선 홍 후보와 안 후보가 보수층의 표를 갉아먹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날을 세웠다.

현재 두 당은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연대 및 합당설은 나오고 있지만 자유한국당과의 연대설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 쪽에서도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염두에 두고 있지만 국민의당과의 연대는 고려치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두 원내대표는 개헌을 고리로 뭉칠 가능성이 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오찬 회동에 참석한 직후 국회로 돌아와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6월 반드시 약속대로 개헌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책은 ‘OK’
통합은 ‘NO’

이어 “(문 대통령) 본인 스스로 절대로 (개헌에) 발목을 잡거나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3월28일 “개헌은 해도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선택지거나 단지 권력의 한 끄트머리를 나눠 갖기 위한 정략적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해 개헌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개헌에 대해 정치적 합의 및 국민적 동의가 필요함을 전제하면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미 자유한국당은 대선 전에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당론으로 채택키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를 관철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대표적인 개헌론자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서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서 “문 대통령이 약속했듯 내년 지방선거 때 헌법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헌은 국가 백년대계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며 “개헌을 통해 다수당과 소수당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하면서 정치권에 개헌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힘쓰는 모양새다. 

그는 앞으로 민주당을 제외하고 개헌 단일안을 도출하는 데 일조해 향후 개헌 정국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당은 개헌의 핵심 쟁점인 대통령 권한과 관련해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자유한국당과 결을 달리한다. 하지만 개헌이 국회의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개헌 추진을 위해 정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공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보수적통 대결…과연 승자는 누구?
연대·통합론 속 엇갈리는 이해관계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관계도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모두 당내 대표가 공석인 상태서 대표직과 원내대표직을 겸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울러 소수정당이란 점도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은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고,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창당의 배경도 비슷하다. 대선에서 패한 두 당의 의원들 중 일부는 각각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으로 합류를 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의 이탈을 막고 당을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하는 책무도 지고 있다. 다만 이념 측면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지만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맥락은 같다.

그렇기 때문에 두 정당은 대선 과정서 각종 연대 시나리오를 양산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임인 국민의당 주승용 전 원내대표와 바른정당에 대한 견해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 주 전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양당의 연대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간접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회동 이후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 제안이 어떤 뜻인지 궁금했고, (주승용 대행에게) 확인해본 결과 개인적 의견이라고 했으나 완전한 사견만은 아닌 듯하다”며 “(국민의당) 구성원들의 뜻을 상당히 짐작하고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새) 지도부가 들어서고 나서 그런 논의를 활발히 해야 할 것 같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취임한 이후 양당의 연대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난색을 표했다. 지난 22일 그는 양당의 통합론에 대해 “국민 선택을 어긋나게 하기 때문에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횡포를 부릴 경우 이를 견제하기 위해 통합 카드를 내밀 것이란 말을 하면서 통합론에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는 당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서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지난 16일 취임 첫날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의 정책연대 추진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와 만나 공동보조를 취하고 이야기하면 정책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안이 하나씩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유사점을 보이는 두 정당이 힘을 합친다면 거대 양당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원수의 한계로 정책 및 법안 관련해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두 정당의 정책연대는 당의 존립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 원내대표도 정책이 같다면 국민의당과 정책연대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물리적 통합은 “양당 모두 새로운 지도부로 교체 후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즉답을 피했다. 주 원내대표는 대표적 개헌론자로 불리는 김 원내대표, 정 원내대표와 마찬가지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힘겨운 통합카드
개헌으로 뭉친다

최근 문 대통령을 만난 이후 “문 대통령의 개헌의 진정성을 확인했다”며 호평하기도 했다. 향후 문 대통령의 과거 정권의 적폐청산이 마무리되면 3개 정당 원내대표는 개헌을 고리로 뭉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당의 연정 가능성에 대해 “시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지금 같은 허니문 시기에는 연정 없이도 민주당 단독으로 개혁입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추후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질 경우 연정 형태도 검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4당 원내대표 매주 모이는 이유

지난 22일 정세균 국회의장과 국회교섭단체 4당 원내대표들은 ‘의장-원내대표단’ 모임을 주 1회 정례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실무협의의 틀은 원내 수석부대표 간에 협의키로 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 작업의 일환이다. 

해당 모임에 대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야당과 협력할 것”이라며 “방향이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도 공동의 이익을 잘 정리해내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여당의 덕목은 아량”이라며 “협치 과정에서 야당이 까칠하고 부드럽지 못한 입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야당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협치를 잘해 달라”고 주문했다. 

여야정 협의체는 문 대통령의 협치 첫 관문으로 불린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입법과 각종 정책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야 간 협치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협의체가 구성되면 회의는 대통령이 주재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협의체에 대해 “과거 고위당정협의나, 일회성으로 진행된 여야정협의체보다 한 차원 높은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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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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