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 담철곤-조경민 인연과 악연 풀스토리

‘배신에 배신’ 까인 충신의 한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점입가경이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비리에 대한 폭로가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후에는 조경민 오리온 전 사장이 있다. 그의 폭로로 담 회장은 휘청대고 있다. 인연으로 시작해 악연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의 비리혐의가 밝혀지면 회복 불가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그는 비리 관련 집행유예 기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또다시 유죄가 확정되면 중형을 면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담 회장의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검찰 수사는?
각종 추측 난무

하지만 담 회장이 위기를 타개하기 만만치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회사 사정에 밝은 조경민 전 오리온 사장이 칼을 갈고 그의 목을 겨누고 있다. 담 회장과 조 전 사장은 처음부터 악연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조 전 사장은 경신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4년 오리온(당시 동양제과)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오리온 이양구 창업주의 둘째 딸 이화경 현 부회장의 눈에 들어 입지를 넓혀 갔다. 그 과정서 조 전 사장은 이 부회장 남편인 담 회장과의 인연을 맺었다. 
 

담 회장에게도 조 전 사장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담 회장은 중국화교 출신으로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의 차녀 이 부회장과 10년 열애 끝에 1980년 결혼하면서 로열패밀리가 됐다. 같은 해 동양시멘트 과장으로 동양그룹서 회사 생활을 시작한 담 회장은 이듬해 오리온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회사내 입지가 현재와 같이 막강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조 전 사장의 실력적인 면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로의 필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조 전 사장은 담 회장의 최측근이 됐다. ‘담철곤의 남자’로서 승승장구한 조 사장은 평사원으로서는 최고의 자리인 사장까지 올랐다.

조 사장 토사구팽에 담 회장 의혹 폭로
무산된 광복절 특사…격화되는 미스터리 

그러나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담 회장의 비리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2011년 담 회장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조 전 사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나란히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담 회장이 오리온의 위장계열사 의혹을 받고 있던 아이팩을 차명 소유주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2006년 7월부터 2011년 3월까지 38억3500만원을 횡령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또 아이팩이 리스료를 지급한 외제 스포츠카를 담 회장의 자녀 통학에 이용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정황도 드러났다. 아울러 서울 성북구 자택 관리비로 회삿돈 20억원을 유용하고 자택 옆에 위치한 아이팩 서울영업소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이 외에도 담 회장은 법인자금으로 거액의 미술품 10여점을 사들여 자택에 전시한 정황도 검찰의 수사망에 포착됐다.

이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은 조 전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도 기소됐다. 1심 재판서 법원은 담 회장과 조 전 사장에 대한 공소 사실을 인정했다. 그 결과 담 회장은 징역 3년, 조 전 사장에게는 징역 2년6월이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담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계열사를 사유물로 여기는 범행을 했다”고 강도 높게 질책했다.

집행유예 기간
또 다시? 긴장

이들은 바로 항고했다. 이듬해 1월 담 회장은 2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조 전 사장 역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담 회장과 함께 풀려났다. 

검찰은 대법원에 항소했고 이들은 2013년 4월 집행유예 선고로 형이 확정됐다. 일각에선 집행유예로 끝난 재판을 두고 유전무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제는 재판 과정서 둘 간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내용은 이렇다. 담 회장의 비자금 조성 지시를 받은 조 전 사장이 지시와는 무관하게 개인의 용도로 착복한 돈이 만만치 않다는 소문이었다. 

조 전 사장 입장에선 담 회장이 자신에게 모든 혐의를 뒤집어씌운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신뢰관계가 깨진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다.

스포츠토토 비자금 조성 사건이 터지면서 둘 간 사이에 변곡점이 생겼다. 검찰은 2012년 조 전 사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지난 2007~2009년 스포츠토토를 운영하면서 경기 포천의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서 회사 자금 14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조 전 사장이 스포츠토토를 비롯한 5~6개 계열사 임직원 급여를 과대 계상해 지급한 뒤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회사 돈을 빼돌린 정황도 발견했다.

담 회장 입장에선 스포츠토토 수사와 관련해 불똥이 튈까 우려스러운 상황이었다. 당시 검찰은 조 전 사장이 조성한 돈이 담 회장에게로 흘러들어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담 회장에게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두고 검찰이 조 전 사장을 집중 추궁하던 시기였다. 집행유예 기간인 데다 대법원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스포츠토토와 관련된 혐의에 연루되면 교도소 행이 불가피했다. 따라서 재판결과가 중요했다. 

결과적으로 담 회장의 혐의점은 입증에는 실패했다. 담 회장의 지시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흘러나오는 진술이 있었지만 조 전 사장의 개인비리로 재판은 마무리 돼 조 전 사장은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2014년 12월 만기 출소 후 조 전 사장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2011년 소송 중 공식적으로 해임돼 야인이 됐으며, 비자금을 조성한 비리 경영인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스포츠토토가 조 전 사장에 소송까지 제기한 점도 뼈아팠다. 스포츠토토는 조 전 사장이 개인 비리로 총 75억원을 손해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소장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스포츠토토 소송에 대해 담 회장의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대신 옥고를 치렀지만 형 집행을 마친 뒤 돌아온 것은 손해배상 소송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담 회장의 지시를 받고 그의 죄를 모두 덮어쓴 것인데, 오히려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일을 계기로 담 회장과 조 전 사장의 불편한 관계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광복절특사를 노리던 지난해 8월초 조 전 사장이 담 회장을 상대로 수백억원 대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소장 일부가 공개됐다.

조 전 사장은 1992년 회사를 떠나려고 했을 때 담 회장이 붙잡으면서 이들 부부의 지분 상승분 10%를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깊어진 감정
회복은 글쎄

당시 1만5000원이던 주가는 93만원까지 올라 담 회장 부부가 1조5000억원의 이익을 봤으니 이 중 10%인 1500억원은 자신의 몫이라는 게 조 전 사장의 설명이다. 조 전 사장은 1500억원의 약정액 중 우선 200억원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2011년 3월 무렵 오리온 그룹이 서류상 회사를 계열사로 만들어 지분을 매각하거나 고급 빌라 건축 과정서 사업비를 빼돌리는 등의 방법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자 담 회장이 막무가내로 원고(조 전 사장)에게 대신 모든 책임을 져달라”고 요청했다.
 

“당시까지 비자금 관련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었다”는 조 전 사장은 “어떻게 비자금을 조성했고 전달했는지 알아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담 회장은 그제야 사건의 내막을 그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담 회장이 그동안 오리온 그룹의 계열사 사장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비자금을 만들었고, 이를 직접 상납받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금고지기 배신?
회장님의 오해? 

조 전 사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순간 고민에 빠지기는 했으나 30여년간 동고동락하며 쌓아온 인간적인 정, 오리온그룹 오너에 대한 부하 직원으로서의 도리 등을 생각해 이를 승낙했고 검찰에 출두해 오리온그룹의 계열사 사장들이 원고의 지시를 받아 비자금을 만든 것”이라고 진술했다. 

오리온 비자금 수사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재계 관계자는 “당시 담 회장은 조 전 사장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 간부들에게도 자기 대신 책임을 져달라며 요청했고, 그렇게만 해준다면 수사가 마무리된 뒤 신분 보장은 물론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며 사정했다고 증언했다.
당시부터 제기됐던 폭로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조 전 사장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회사서 ‘토사구팽’ 당한 전임직원들과 함께 담 회장의 비리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관련 내용이 지속적으로 공개되고 있는 것. 

오리온은 담철곤 회장의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이 담긴 <추적60분> 5월24일 방영분에 대해 가처분 신청까지 하면서 진땀을 빼고 있다. 

오리온 측은 조 전 사장의 행보에 대해 “회사에 큰 손해를 입히고 나간 임직원들의 억측”이라며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심한 CEO
돌연 저격수로

재계에선 담 회장과 조 전 사장의 극적 화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회사 내 핵심 인물은 오너와의 신뢰가 중요한데 소송전을 통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며 “신뢰가 깨진 상황서 다시 관계가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담철곤-현재현’ 바람 잘 날 없는 동서지간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폭로로 휘청거리는 가운데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역시 동양사태의 여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이 금융사기 사건 논란에 대해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지난 18일 “‘동양그룹 금융사기 사건’과 ‘IDS홀딩스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에서 검찰의 수사와 기소 모두 잘못됐다”며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 따르면 동양그룹 사기사건은 2011∼2013년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이혜경 부회장, 그룹산하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의 사장 정진석 등이 공모해서, 동양증권 고객을 상대로 저지른 ‘금융사기’ 사건이다. 사기성으로 발행한 기업어음과 회사채는 약 2조 원에 이르고, 피해자도 5만여명으로 추산되는 미증유의 사기사건이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은 “두 사건 모두 우리가 피해자들을 조직하여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의 직무유기가 지나치다”며 당시 기소를 담당했던 검사들의 처벌을 요구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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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