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위 시대’ 진도군수의 제왕적 행보 고발

때가 어느 땐데…대통령보다 더하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진도군수의 제왕적 행보에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역신문과 시민단체를 통해 관련 내용이 나오면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진도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진 진도군수가 구설에 올랐다. 그의 독불장군식 행보에 군민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인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국회의원을 이른바 ‘왕따’를 시켰다는 뒷말이 나온 것.

각종 의혹

<뉴스진도>의 지난 4일자 사설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이 군수는 지산면민 한마당잔치서 진도군의회 의장 축사를 생략했다.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 대신 더불어민주당 김영록 전 의원에게 축사를 하게 한 것이다. 자연스레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현 의원이 참석한 공식행사에 전 의원이 축사를 하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뒷말이 무성했다. 특히 관례를 깨는 배경에는 이 군수가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같은 달 21일 열린 군내면민 체육대회와 다음 날 개최된 5개면 봉사단체협의회 화합한마당잔치서도 석연찮은 일이 벌어졌다.


윤 의원이 표창을 수여하려 했으나 취소된 것. 대선을 앞둔 선거기간이기 때문이라는 주최 측의 해명이 있었지만 민주당 대통령선거 운동원으로 활동 중인 김인정 진도군의회 표창은 거부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7일 열린 대명리조트 기공식서 윤 의원의 축사가 제외된 사건까지 일어나자 이 군수와 당이 다른 국민의당 의원인 윤 의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윤 의원 측도 강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아무리 군수와 당이 다르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에 대한 기본적인 의전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진도 지역개발 예산 확보와 국책 현안사업 해결을 위해 뛰고 있는 국회의원을 이처럼 배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군수의 제왕적 행보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 군수의 제왕적 행보가 검찰 고발로 이어진 사건도 있었다.

<진도신문> 및 지역 언론에 따르면 진도사랑연대회의는 진도군수가 진도군 인사에서 특정인을 승진시킬 목적으로 근무성적평정점(이하 근평점수)을 조작하도록 지시·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역 행사서 속보이는 왕따 지적
독불장군도 아니고…군민들 눈살
 

진도사랑연대회의는 2015년 9월 이 군수를 지방공무원법 위반과 직권남용,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죄 등의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진도군 인사담당 부서는 지난 2013년 2월경 84명의 공무원에 대한 근평점수를 수 차례에 걸쳐 고의로 변경해 서열명부의 순위를 조작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13년 11월경 행정자치부 정부합동 감사에 드러난 내용으로 행정자치부는 당시 “진도군 인사담당자 등이 ‘지방공무원 평정규칙’에 따라 서열명부의 순위를 변경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을 승진시킬 목적으로 근평점수를 수정했다”며 “진도군수에게 인사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진도사랑연대회의는 “이 군수가 근평점수 조작과 관련 2013년 11월 진도군의회 203회 정례회서 행정자치부 감사결과에 대해 질의하자 근평점수 조작 개입을 부인하다가 1년이 흐른 2014년 11월 진도군의회 211회 정례회에선 ‘공을 세운 공무원에게 상을 주는 것이 좋다는 의사표시는 했다’”며 “근평점수 변경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폭로했다.

진도사랑연대회는 “피고발인인 이동진 군수가 진도군 행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을 승진시키기 위해 그 지위를 악용해 근무평점제도를 훼손하고 직업 공무원으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군수가 ‘막강한 권력’으로 주변인들에게 특혜를 몰아줘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진도신문> 2015년 10월5일자 기사에 따르면 이 군수는 주변에 친분이 있는 특정인에게 토지 매입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감사원의 조사는 불가피했다.

조사 과정서 조모씨 등 2명의 특정인 토지 매입을 담당했던 공무원 등은 토지 소유자 중 이모씨는 부동산 중개업자로서 이 군수와는 같은 전주 이씨 집안이고 친분이 돈독한 사이며, 조모씨는 진도군서 병원을 운영하는 자로 이 군수와는 절친한 친구로 2010년 지방선거 때 많은 도움을 줬다는 진술이 나왔다.

결국 감사원은 이 군수와 친분이 있는 특정인 소유 토지만을 매입함으로써 녹진 관광지 내 편입토지의 다른 토지 소유자와의 형평성을 잃는 등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사람 채우기 구설
가까운 사람 챙기기도

진도군은 2011년 6월7일 조씨 등 2명으로부터 군내면 녹진리 산2-121번지 2만5938㎡를 매입해 줄 것을 요청받고 2012년 9월19일 위 토지를 4억1111만원(물건 보상액 170만원 제외)에 매입했다.

해당 토지는 2010년 10월22일 관광진흥법 제52조, 제54조 및 제58조의 규정에 따라 녹진리 일원 21만8322㎡를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에 편입된 것으로 이사업의 시행자는 진도군수, 계획기간은 2010∼2014년, 총사업비는 450억6200만원(공공자금 240억9800만원, 민간자금 200억6400만원)이다.

진도군은 조씨 등 2명이 요청한 토지를 매입해 주기로 군수 결재를 통해 방침을 정했다. 같은 해 6월17일 녹진관광지 내 관광시설 설치 등 전체 또는 개별사업의 추진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보상대상토지에 대한 토지조서 등 작성, 보상계획 공고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7월18일에는 감정평가결과를 통보(2필지 계 : 3억8654만8350원) 받고도 토지소유자가 감정평가금액이 낮다는 사유로 매각을 거부하자 보상 협의절차를 이행하거나 관할 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을 신청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


이듬해 2월23일엔 토지소유자 이들의 신청에 따라 합병된 토지를 감정평가금액으로 매입해주기 위해 이미 2012년 본예산으로 확보한 3억원 외에 1억22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4억2200만원의 토지매입비를 확보하고 당초 감정평가 시점(2011년 7월13일)으로부터 1년이 지난 후에 감정평가를 다시 의뢰하기로 했다.

이후 2012년 7월27일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다시 의뢰해 같은 해 8월27일 통보 받은 감정평가결과에 따라 9월19일 토지를 4억1111만원에 매입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주의조치를 내렸다. 사실상 절차를 무시한 채 이 군수의 친분 관계에 있는 특정인에게 혜택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 불가피했다. 

성난 민심 

진도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동진 군수가 독단적으로 행정을 처리하는 과정서 잇단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혜 시비까지 불거지면서 군민들의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탈권위시대’ 진도군수의 제왕적 행보 고발」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본 신문은 지난 5월14일자 사회면에 ‘탈권위시대 진도군수의 제왕적 행보 고발’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동진 진도군수의 각종 의혹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확인 결과 다음과 같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1.군의회 의장 축사는 생략하고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 대신 더불어 민주당 김영록 전 국회의원에게 축사를 하게 하였다고 보도하였으나 당초 진도군의회 의장 대신 지역구 기초의원인 주선종 의원이 축사를 하기로 계획 되었으며, 윤영일 국회의원, 이동진 군수, 김영록 前 국회의원 순서로 축사했습니다.

2.토지소유자 중 이모씨는 부동산 중개업자로서 이 군수와는 같은 전주 이씨 집안이고 친분이 돈독한 사이다라고 보도하였으나 토지소유자 이모씨는 원주 이씨로 이동진 군수와 같은 집안이 아닙니다.

또한 진도군은 “‘국민의당 국회의원 왕따 지적’에 대하여는 일련의 행사 자체가 진도군 주최·주관 행사가 아니며, 진도군수도 초청 대상자로 행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 그리고 ‘특정인을 승진시킬 목적으로 근평점수를 조작하도록 지시·묵인’했다는 의혹에 대하여는 근평점수를 수정한 것은 사실이나 근평점수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사실은 없으며, 의회 정례회에서 발언한 ‘공을 세운 공무원에게 상을 주는 것은 좋다는 의사표시는 했다며 근평점수 변경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평소 회의나 정례조회 시 공적이 탁월하고 열심히 근무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승진 등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근평점수 변경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한 것은 아니며, 2015년 9월 진도사랑연대회의에서 고발한 사건은 2017. 4. 12. ‘혐의없음’으로 처분결과가 통지되어 사건이 종료되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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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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