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주사파 전성시대 막전막후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15 10:10:35
  • 호수 1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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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띠 매고 대거 청와대로?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서 ‘송민순 회고록’ ‘주적’ 발언 등을 통해 불안한 안보‧대북관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취임 초기 ‘주사파’ 출신 인사를 청와대 핵심 인사로 등용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첫날인 지난 10일, 1기 내각을 발표했다. 국무총리로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등용했고, 비서실장으로는 임종석 전 의원을 발탁했다. 국정원장과 경호실장에는 각각 서훈 전 국정원 3차장과 주영훈 전 경호실 안전본부장이 내정됐다.

국보법 위반
전대협 출신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이하 실장)을 내정하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정치권 인맥을 갖고 있어 청와대와 국회 사이의 대화와 소통의 중심 역할이 기대된다”며 “합리적 개혁주의자로 민주적 절차에 의한 결정과정을 중시해 청와대 문화를 ‘대화와 토론, 격의 없는 소통’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시절 통일외교통상위서만 6년간 활동해 외교 분야에도 전문성이 있다”며 “외교적으로 어려운 상황서 외교안보실장과 호흡을 맞춰 대외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기대감과 달리 정치권에선 임 실장 임용을 두고 우려를 표명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0일 논평을 내고 임 실장 인선을 겨냥해 “권력의 핵심인 비서실장이란 중책을 주사파 출신이자 개성공단 추진자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깊다”며 “국민적 통합을 위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실장은 인선 발표 이후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에게) 격의 없이 토론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신임 비서실장으로서 의지를 다졌다. 자유한국당이 본인을 ‘주사파’라고 비난한 데 대해서는 “한국당과 더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국회·야당과 잘 소통할 테니 지켜봐달라”고 짧게 답했다.

임 실장 논란의 핵심은 '주사파'다. 주사파는 1980년대 중반 운동권 학생 일파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과 행동지침으로 내세운 주체사상파의 줄임말이다. 특히 민족해방을 강조해 ‘NL파’라고도 불렸다. 이들은 제5공화국 정부를 타도하는 데 앞장서 당시 대학생들로부터 호응을 받아 크게 확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1기 인선 발표…깜짝 등용 술렁
청 누비는 ‘임길동’ 전과도 OK?

임 실장이 주사파 논란에 서게 된 이유는 과거 이력 때문이다. 1989년 한양대 재학시절 임 실장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연합회(이하 전대협) 의장을 맡아 노태우정부에 대한 학생 시위를 주도했다. 같은 해 임수경 방북 프로젝트인 ‘평양 축전참가’를 진두지휘했다. 당시 노태우정부는 평양축전 참가를 허락하지 않았는데 전대협은 극비리에 임수경을 제3국을 통해 북한으로 파견했다.

당시 임 실장은 ‘임길동’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학생운동으로 지명수배된 상황서 공권력을 따돌리고 신출귀몰한 행적으로 전국을 누볐기 때문이다. 도피생활을 이어가면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기자회견을 발표하는 등 경찰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후 임 실장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3년6개월을 복역했다.


임 실장은 2000년 정치권에 데뷔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에 따라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했다. 같은 해 임 실장은 16대 총선서 서울 성동구에 입후보해 한나라당의 4선 의원이던 이세기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당당히 국회에 입성했다. 17대 총선서 재선에 성공했지만 18대 총선에선 낙선했다.

이후 지난 2014년 지방선거서 박원순 캠프에 합류하면서 ‘박원순의 남자’가 됐다. 그는 당시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임명돼 2015년까지 재직했다. 임 실장은 지난해 20대 총선을 앞두고 재차 국회 입성을 꿈꿨지만 공천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내각 급물살
그들의 득세

임 실장의 청와대 등용으로 주사파 출신인 임수경 전 의원의 정치 재개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2년 임 실장은 임 전 의원의 정치 입문에 도움을 줬다. 당시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을 지낸 임 실장은 “임수경을 영입하기를 희망한다”고 강력히 당 지도부에 호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두고 전대협 의장단 출신 486그룹의 임 전 의원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도 “임수경씨가 방북했는데 이후 삶의 굴곡이 심한 것을 보고 전대협 출신 정치인들이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전 의원은 19대 총선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선 당내 공천과정서 컷오프 돼 부침을 겪었다. 당시 임 실장은 자신의 SNS에 “그래 수경아, 너무 안타까워하지 않을게. 수고했어”라며 “많이 아프고, 많이 자존심 상할 텐데 담담하게 넘겨줘서 고맙고 아프다. 좀 쉬었다가 나랑 같이 다시 통일운동하자”고 전했다. 임 실장의 임 전 의원에 대한 부채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임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탈북자에게 막말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탈북 대학생 백씨에 따르면 임 전 의원이 종로 인근 식당서 백씨에게 “근본도 없는 탈북자 XX들아, 대한민국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아. 개념 없는 탈북자 XX들이 어디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기는 거야. 변절자 XX들아”라며 폭언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임 전 의원은 이 외에도 “너 그 하태경하고 북한인권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짓 하고 있다지. 하태경 그 변절자 XX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야”라고 말하는 등 동료 의원인 하태경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처럼 임 전 의원은 임 실장과 함께 대표적인 주사파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진영에선 문 대통령의 불안한 안보관과 연관해 주사파의 득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임 실장을 필두로 주사파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입각에 성공한다면 보수진영의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청와대 인사가 대탕평 기조를 이룬 것은 맞지만 굳이 주사파 출신을 청와대 2인자로 앉힘으로써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가고
종북이 온다

임 실장과 마찬가지로 운동권 출신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송영길 의원의 입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민주당은 오는 16일 새 원내대표 선출이 있기 때문에 우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서 물러날 예정이다. 몸이 가벼워진 우 원내대표는 최근 통일부장관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는 19대 국회서 외교통일위원회 상임위 소속으로 활동했다. 평소에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우 원내대표가 입각에 성공할 경우 임 실장과 함께 운동권 인사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 원내대표는 1987년 연세대 총학생 회장으로 대규모 시위를 이끌면서 전대협 부의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1995년에는 ‘8월 부여 간첩사건’에도 연루된 바 있다.

당시 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남파간첩 김동식, 박광남은 한국으로 침투한 뒤 이인영 당시 전대협 동우회장, 우상호 당시 청년정보문화센터 소장 등을 만나 “함께 통일운동을 하자”며 포섭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우 원내대표는 검찰에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해 신고할 가치를 못 느꼈다”고 주장해 기소를 면했다.

우 원내대표는 임 실장과 같은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 이외에 정치적 입문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나란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젊은 피’로 영입했던 인사들이다. 외교부장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운동권 출신이다.

송 의원은 1984년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부의장을 역임했다. 그는 인천광역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여권 내 ‘중국통’으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 11월23일 북측의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송 의원은 망언으로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그는 연평도를 찾은 자리서 북한군의 포격으로 불에 탄 소주병을 들고 “이거 진짜 폭탄주네”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운동권 출신 우상호·송영길 선봉
불안한 보수진영…마찰 심해질 듯

흥미로운 것은 입각에 성공한 임 실장을 비롯해 입각을 노리는 우 원내대표와 송 의원 세 사람이 함께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는 점이다. 2009년 12월 국회에선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논란이 일었다. 2004년 설립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2005년부터 북한 당국의 저작권 자료에 대한 저작권료를 걷어 북한에 보내는 단체였다.

해당 단체는 북한 작가의 소설이나 역사서 등을 출판하던 국내 소형 출판사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해 합의금을 받고 북한 당국에 전달했다. 이 단체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북한에 준 저작권료는 67만6525달러(한화 8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은 임 실장이었다. 부이사장은 송 의원과 우 원내대표가 각각 맡았다. 상임고문은 이미경 당시 민주당 사무총장이 맡았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통일부는 “해당 단체의 사업 파트너인 북 저작권 사무국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고 있고, 저작권료가 저작권자에게 전달됐는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밝혀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저작권료라며 국내 소형 출판사로부터 받은 돈 가운데 1억2700만원을 북한에 전달하지 않고 보관했다. 정부로부터 지적을 받은 뒤 법원에 공탁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문재인정부서 하마평에 오르는 해당 인물들이 과거에 북한과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수진영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 진영
친북 우려↑

자유한국당 중앙선대위원장을 맡아 이번 선거를 이끌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인선은 대통령 재량이므로 일단은 존중한다”면서도 “친북적인 생각에 전과도 있는 인물을 핵심 요직에 앉히는 배경이 무엇인지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미친북 성향을 드러낸 문 대통령의 그동안 발언을 우려했던 사람들이 이미 많지 않으냐”며 “이런 경향을 강화하는 인선이 계속되면 국민의 걱정이 현실적 저항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사파란?

주사파는 대한민국 민족해방 계열의 하나로 북한의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을 지지하고 그에 따른 정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주사파는 80년대 중반 통일을 지향해 당시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제5공화국 정부를 타도하는 데 앞장섰다.

지나친 북한 노선에 치중해 우리나라가 반봉건사회고 미국의 식민지라고 주장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1986년 10월 건국대학교서 무리하게 애학투련을 결성하려다가 대규모 공권력의 투입으로 인해 조직이 타격을 받았다.

1987년 이후에는 반정부 투쟁으로 이어졌고, 주사파 세력은 운동권 전면에 나서 서울대학생대표자협의회,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등 학생단체를 주도했다. 민주화 이후에는 통일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면서 1989년 7월 평양서 개최된 한민족 축전에 전대협 대표를 파견해 주목을 받았다. 문민정부 이후에는 학생운동이 퇴조해 주사파의 활동은 위축됐다.

1995년 박홍 서강대 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주사파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자 잠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다만, 공산주의의 퇴조, 김일성의 사망, 학생운동 위축으로 주사파 세력은 미미해졌다는 평가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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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