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이 등장했다. 해당 이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이끌었다. 홍 후보는 탄핵 직후 박 전 대통령을 ‘향단이’로 비유하면서 맹비난했다. 하지만 대선 막판에 이르러서는 ‘박근혜 마케팅’에 나서면서 보수층 결집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일요시사>는 박근혜 건강이상설의 내막을 들여다봤다.
지난달 30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강남 코엑스서 열린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한 서울대첩’에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극도로 나쁘다고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을 구속집행정지해 병원으로 이감해야 한다”며 “검찰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문재인 대선 후보의 눈치만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프다?
홍 후보는 같은 자리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밖(병원)으로 간 게 알려지면 문 후보가 당선되는 데 문제가 생길까 싶어서 안 하고 있다”며 “요즘 검찰 애들은 바람이 불기 전에 알아서 기어버린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의 주장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박광온 공보단장은 지난 1일 브리핑을 통해 “홍준표 후보가 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 극도로 나쁘다’는 말은 거짓”이라며 비난했다. 이어 “법무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식사와 취침을 규칙적으로 잘하고 있다’ ‘체중에도 큰 변화가 없고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다’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도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경북 상주 유세서 조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음식을 거의 못 드시는 준단식 상태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만약 박 전 대통령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면 검찰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 2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건강이상설은 친박단체들이 지지자들을 선동하기 위해 SNS에 퍼트린 가짜뉴스인 것으로 알려진다.
박 전 대통령은 단식이 아니라 일상적 수준의 ‘소식’을 하고 있으며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는 것이다. 접견은 박 전 대통령의 완고한 뜻에 따라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에 한해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교정당국은 건강이상설의 진원지를 친박단체 내부 SNS로 파악했다.
한 교정당국 핵심 관계자는 “친박단체들이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이후 구치소 앞에서 계속해서 집회를 하다 관심이 줄어들고 참석자가 줄어들면서 SNS서 주고 받은 내용으로 자극적 선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이상설 같은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대응도 안 하기로 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보수진영 대선주자의 입에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이 나오게 된 것일까. 홍 후보는 탄핵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춘향이인 줄 알고 뽑았는데 향단이였다” “허접하고 단순한 여자였다” “탄핵당해도 싸다”는 등 거친 발언을 이어나간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홍 후보는 박근혜 지킴이를 자처하며 ‘박근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조짐은 지난달 17일 공식선거운동 첫날부터 시작됐다.
홍 후보는 ‘보수의 심장’인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서문시장은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찾던 곳이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방문했을 뿐아니라 같은 해 4월 총선에도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대선 막판 느닷없이 ‘소문’ 돌아
홍의 마케팅?…박 지지층 끌어안기
홍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 전력을 쏟으며 지지층 결집에 열을 올렸다. 그는 지난달 27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를 찾아 “TK 지역서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만 나를 밀어주면 100% 이긴다”며 노골적으로 친박 끌어안기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부산 구포시장을 방문한 자리서 홍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내보내주세요’라는 상인의 요구에 “대통령이 되면 내보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을 암시한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아직 살아있는 TK지역의 민심을 확실히 다지고 가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정치권에선 홍 후보가 선거 막바지에 박근혜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두고 보수 세력 껴안기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와의 단일화가 사실상 물 건너갔기 때문에 분화된 박 전 대통령 지지세력을 끌어안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친박8적’이 정치 2선으로 물러났지만 아직까지 자유한국당의 주류는 친박(친 박근혜)계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또한 보수층을 중심으로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는 공고한 상황이다.
지난 4·12 재보궐 선거를 통해 보수층의 민심이 일정 부분 확인되기도 했다. 재보궐서 유일한 국회의원 보궐 지역이었던 경북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에 김재원 의원은 압도적 표차이로 당선됐다. 탄핵정국에도 불구하고 친박계는 TK지역서 건재함을 과시한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 홍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로 흐르던 대선정국은 1강2중 구도로 재편됐다. 홍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
홍 후보는 안 후보 쪽으로 쏠렸던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선거 막판 박근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호남 및 수도권서 문-안 두 후보의 표가 갈라지고 보수층이 대결집을 하면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정치권은 홍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오고 있기는 하지만 홍 후보의 표 확장성이 떨어져 대선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박 전 대통령으로 인해 ‘조기대선’이 치러진 상황서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가짜뉴스?
민주당 제윤경 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홍준표 후보의 때와 장소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박근혜 마케팅 행보에 우려를 표한다”며 “홍 후보가 연일 박 전 대통령을 팔아 가짜 보수 표를 얻어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무리 망가진 정당의 함량 미달 후보라지만 대통령 후보라는 분이 ‘박 전 대통령 건강이 극도로 나쁘다’는 가짜뉴스까지 퍼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