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체크포인트> ‘승부 가를’ 막판 변수 여섯!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02 11:46:39
  • 호수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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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금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장미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정부의 실정으로 국민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북풍’ ‘단일화’ 이슈가 떠오르면서 대선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요시사>는 19대 대선을 가를 주요 변수를 꼽아봤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각 당의 캠프는 막판 표심 당기기에 한창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는 붕괴된 모습이다. CBS가 리얼미터에 의회해 전국 성인 1520명 대상으로 지난달 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44.4%를 기록했고, 안 후보는 22.8%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전주보다 2.3% 상승했다. 반면 안 후보는 5.6% 하락했다.

‘비문’ 단일화
한다? 안 한다?

국민의당 경선 바람을 타고 지지율 상승곡선을 그리던 안 후보는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당초 TV토론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안 후보는 아이러니하게도 TV토론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호남’과 ‘TK’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둘 다 놓쳤다는 평가다. 대선이 사실상 1강1중 구도로 재편되면서 대권은 문 후보 쪽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하지만 대선을 약 일주일 앞둔 현재 곳곳에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어 문 후보의 대선 승리를 낙관하기만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강력한 변수로 ‘반문 단일화’가 언급된다. 문 후보를 제외한 안-홍-유 세 후보의 연대를 의미한다. 1중, 2약 후보의 단일화로 문재인 후보를 누른다는 계산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바른정당은 단일화 논의에 세 당 중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26일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전히 (3자)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개최된 ‘3당 중도·보수 대통령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사회 원탁회의’에는 당초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지도부가 만나 의견을 논의하려 했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거부해 주 원내대표만 참석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단일화 논의에 참석하는 순간 단일화에 동의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각 당의 입장이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달 27일 바른정당 김성태 의원도 단일화에 힘을 보탰다. 김 의원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3자 후보 단일화는 29일 넘겨도, 문재인 패권 저지를 위한 3자 후보 단일화가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활발한 단일화 논의…주자들 ‘갸우뚱’
불안한 문…심상찮은 북한 동향도 부담

그는 전날 완주 의사를 밝힌 유 후보에 대해 “당론을 번복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솔하고 무책임한 처사”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어 “지리멸렬한 지지율로 대선에서 패배하면 당의 존립과 후보 자신이 져야 할 엄청난 책임의 결과를 본인도 감당 못할 것”이라며 “단일화는 하나의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 당은 “문재인은 막자”는 대전제하에 물 밑에서 단일화 논의를 이뤄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들이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안 후보는 지난달 25일 TV토론서 “연대는 없다고 100번 넘게 말해온 것 같다”며 연대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지난달 26일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서 “우리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하면 오히려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진다”며 반문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각 당과 후보들의 입장차가 커 단일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선을 단 일주일 남기고 통합정부를 염두에 둔 ‘표몰이식’ 연대 가능성을 배제키 어렵다는 분석이다.

북풍이 온다
도발 가능성

단일화 논의 이외에 막판 변수로 ‘북풍’과 ‘안보’가 거론된다. 주로 1등 주자인 문 후보와 관련된 이슈들이다. 우선 TV토론회서 불거진 주적 논란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 문건 문제는 문 후보의 불안한 안보관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로 불린다.

지난달 21일 송 전 장관은 2007년 노무현정부 시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북한의 의견을 묻고 기권했다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공개해 문 후보 측과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날 문 후보는 “북풍 공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저는 이 사건을 지난 대선 때 있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조작 북풍 공작 사건에 이은 제2의 NLL 사건이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지난달 24일 송 전 장관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후보자 비방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더불어민주당서 송민순 전 장관을 상대로 고발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공표 사건 고발대리인으로 출석해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진실공방은 결국 법정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송 전 장관과의 진실공방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 후보는 지난달 19일 KBS 주최 TV토론서 유승민 후보와 주적 개념에 대해 토론을 나눴다. 이날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북한이 주적이냐”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대통령이 말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유 후보는 “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온다”며 “국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문 후보는 “대통령은 평화통일에 대한 의무도 있다. 대통령 될 사람이 할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바로 문 후보의 안보관 논란으로 이어졌다. 다음 날 안 후보는 기자회견서 곧바로 북한을 ‘주적’이라고 표현했고,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문 후보에 맹공을 퍼부었다.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송대성 전 세종연구원장은 “북핵 위협으로 한국의 생존이 걸린 상황서 대선 주자가 북한의 실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유권자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안보 이슈가 대선판을 흔드는 상황에서 주적 논란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발언이 곧바로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당 발언이 안보에 민감한 보수층에 ‘반문’ 정서를 확장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최근 북한 동향도 우리나라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대선서 북한 도발은 선거판의 변수로 작용한 바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북폭설’이 나오는 등 불안한 안보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과 중국의 공조 속에 북한의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북한은 인민군 창설일인 지난 25일 예정됐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지했다. 주변 강대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이 일주일 남은 가운데 북한이 돌발행동을 감행한다면 선거판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보수·호남 민심
과연 누구에게?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샤이 보수’와 ‘호남 민심’이 대선판에 주요 변수로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샤이 보수층을 포함한 부동층의 표심은 안-홍-유 세 후보로 갈라져 있다. 샤이 보수층이 세 후보 중 한 후보에게 몰표를 줄 경우 지난 대선과 같이 양자대결 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샤이 보수층은 전체 유권자의 10∼15% 안팎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서도 ‘샤이 트럼프’는 힐러리 대세론을 격파한 바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보수진영이 철저히 붕괴됐다.

이는 보수층의 결집을 방해함과 동시에 투표 성향을 숨기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다만 ‘문재인 대세론’이 공고한 현 상황서 샤이 보수층의 표심이 판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진 대통령리서십연구원장은 한 언론과 통화에서 샤이 보수층에 대해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만한 변수는 안 될 것”이라며 “특정 후보에 대한 전략적 투표보다는 세 갈래의 길에서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호남 민심의 변화도 대선의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총선서 국민의당은 39석을 얻어 원내 제3당의 입지를 다졌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민주당을 제치고 호남정당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는 친문패권주의에 대한 호남민심의 이반, 호남홀대론 등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호남민심은 지금까지 대선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당시 호남 경선의 승리를 발판으로 단숨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뛰어올랐고, 이회창 전 총리를 물리치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올해 대선판도 4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안 후보가 과거 노 전 대통령을 재현하는 듯 보였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경선 흥행을 일으키며 안 후보를 띄웠다. 안 후보는 기세를 몰아 지난달 초반부터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샤이 보수·호남 민심…문이냐 안이냐
마지막 토론 중요 “지지 후보 바뀐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호남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에 뒤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반문재인 정서가 옅어진 결과다.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원내 1당의 지위를 가진 민주당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정권교체 이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이끌 정당으로 민주당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민주당의 ‘호남바라기’ 전략이다.

안희정 지사를 지원하다 문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행 중인 박영선 의원은 호남서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송영길 선대위 총괄본부장, 강기정 선대위 수석총괄본부장 등이 호남에 전력을 다한 점도 호남민심에 동요를 일으켰다.

최근 호남의 지지율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사이에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 후보는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안 후보는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문 후보의 지지층은 20∼30대가 주를 이룬다. 실제 투표율이 높은 중장년층의 지지가 대선서도 이어질 확률이 높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내가 문 후보 지지자라면 승기를 잡았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여전히 지고 있다고 더욱 긴장감을 높일 것”이라며 “호남서 간극이 10% 이상이어도 전국 수치를 만회할 만한 수치가 아니고, 특히 이 수치가 20대와 30대를 기반으로 주로 형성됐으니 실제 투표 결과와는 다를 것이기 때문에 결코 좋아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전문가들은 마지막으로 남은 2일 토론이 대선의 향배를 결정지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TV토론을 통해 안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는 지지율이 보합 혹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5일 TV토론은 현재까지 토론 가운데 가장 토론다운 토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회가 지날수록 후보자들 간의 지지율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TV토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YTN-<서울신문> 조사에 따르면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46.3%가 "TV토론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히 토론 방식의 변화도 후보자들의 토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마지막 토론
대선 가른다

지난 대선까지만 하더라도 TV토론회는 리더십, 대북 정책 방향, 권력형 비리 근절 방안 등 문제를 놓고 사회자가 각 대선 후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통 질문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대본 없는 스탠딩 방식의 자유 토론을 진행해 유권자들이 보다 철저한 검증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2일 토론 이후에는 대선이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2일 토론의 이미지가 유권자의 투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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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