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휘감은’ 담철곤 12가지 의혹

‘사방이 적’ 남데렐라 회장님은 왜 찍혔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남데렐라(남자판 신데렐라)’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비리 혐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번에는 전 임직원의 양심선언이다. 그들의 입을 통해 담 회장의 비위 정황이 세상에 공개됐다. 이미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담 회장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13일, 오리온 전직 임원들이 오리온 사태에 대한 양심 선언한 내용이라면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를 공개했다. 앞서 비대위와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오리온 사태의 주범으로 담철곤 회장을 지목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수사는?
조여오는 칼날

담 회장은 6년 만에 다시 횡령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담 회장은 지난 2011년 비자금 조성과 회삿돈 횡령 죄로 2013년 대법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외에도 동양채권단 비대위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이혜경 동양그룹 전 부회장을 강제집행면탈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며, 담철곤 회장과 아들 담서원씨도 조세포탈 및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조사1부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김대성 동양그룹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수석대표와 김재율 약탈경제반대행동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지난 11일에는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혜경 전 부회장과 비대위 측은 제부인 담 회장이 아이팩을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부회장은 담 회장을 이같은 취지로 고소했다. 아이팩은 지난 2015년 6월 오리온에 편입된 포장전문 회사다.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다가 사후에 담 회장이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담 회장이 아이팩 지분을 차지하는 과정서 상속 권한이 있는 이 전 부회장이 동의해 준 사실이 없으므로 지분을 반환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주장을 살펴보면 담 회장 고발인들은 담 회장이 아이팩 지분을 강탈해 225억원 가량의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

또 2011년까지 아이팩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전환한 이후 지분 유상감자를 통해 80억원을 빼돌리고 지분 일부를 오리온에 매각하면서 145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이 가운데 전직 임직원이 담 회장에 대한 횡령 혐의를 지적하면서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시민단체·전직 임원들 협공
양심선언 형태로 폭로전 확대

이번에 공개된 탄원서에는 12개 항목에 걸쳐 담 회장의 총체적인 비리 의혹들이 담겼다. 여기에는 고소고발 된 아이팩 지분 횡령 의혹 외에 ▲담 회장 외아들 군 복무중 주식매매 차익실현 의혹 ▲시가 16억원 상당의 파텍필립 시계 등을 비자금으로 매입한 의혹 등이 담겼다.
 

탄원서에 따르면 오리온의 참담한 비극의 시작은 2001년 오리온이 동양그룹서 분리돼 담 회장이 오리온을 이끌면서부터다. 이때부터 그룹이 담 회장의 사유화가 되고, 담 회장과 그의 부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대상이 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전 임직원들은 “극도의 사치뿐만 아니라 횡령과 배임 , 탈세를 통한 비자금조성, 해외 재산 도피 등의 과정을 보아 왔다”고 주장했다.

우선 2011년 담 회장 횡령 사건 당시 박병정 등 중요 증인들을 병원에 입원을 시키고, 해외로 나돌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은닉과 여러 직원을 꾀어서 위증교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담 회장은 2011년 법인자금 140억원으로 미술품 10여점을 사들여 자택에 걸어둔 것이 드러나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돼 대법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난 바 있다.

직원들의 월급을 빼돌린 정황도 드러났다. 담 회장과 그의 아내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은 임직원들의 급여를 증액해 당사자도 모르게 통장을 만들어 놓고, 그 차액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임원에게는 갚아 줄 의사가 없으면서 급여를 빌려달라고 하고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임직원이 빌려간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그 임원에 대한 온갖 문제를 만들어 회사서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 상속재산
사위가 빼돌려?

담 회장 내외의 사치서 비롯된 횡령 혐의도 공개됐다. 최근 회사서 사직한 담 회장의 사택관리인 오 모씨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프랑스 유명 작가 마리아 페르게이의 침대와 가구 등을 100억원이 넘는 자금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전 임직원들은 가구를 매입한 돈이 어디서 마련돼 어떻게 나갔는지 물건은 어디로 어떠한 방식으로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며 해당 자금을 비자금으로 추론했다. 전 임직원들은 “2011년 검찰 조사 때도 해당 자금에 밝혀진 바가 없다”며 “자금 관리 직원도 이 돈을 정상적으로 지급한 바 없다”고 지적했다.

탄원서에는 관세청의 오리온 봐주기 의혹도 담겼다. 탄원서에 따르면 담 회장이 회삿돈으로 워커힐 면세점에서 시가 16억원이나 하던 파텍필립 시계를 비자금으로 사서 중국으로 반출한 후에 다시 몰래 국내로 반입해 8억원 정도에 달하는 관세와 특별소비세등을 포탈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후 관세청서 조사한다고 하더니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또 미술품 
수상한 가구들

담 회장은 오리온 오너 일가의 상속 몫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비대위에 따르면 담 회장은 한국, 중국, 대만의 3개 국적을 가진 화교로서 오리온그룹의 사위가 되기 전에는 큰 재산이 없었다.


그가 재산을 본격적으로 형성한 것은 오리온가의 사위가 된 이후 2001년 그룹을 분리하면서다. 비대위 측은 재산 형성에 불분명한 자금이 1조원에 달했다며 이 과정서 많은 비리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담 회장뿐만 아니라 담 회장의 아들에 대한 비리 혐의도 공개됐다. 담 회장의 아들 담서원씨가 과거 군복무중 거액의 자금을 조달해 주식거래에 이용 석연찮은 차익을 실현했다는 주장이다.

탄원서에 따르면 담 회장은 군복무중 홍콩에 ‘STELLAR WAY’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아이팩지분을 사기위한 215억원의 자금을 만들고 불과 수개월만에 그 주식을 팔아서 85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특히 담 씨의 석연찮은 차익 실현이 아이팩 지분 강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수사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탄원서를 통해 담 회장의 베이징 파크하얏트 횡령 의혹도 수면위로 올라왔다.

담 회장이 회사의 사택용으로 중국 베이징에 현 시가 100억원에 달하는 파크하얏트를 산 후 회사 용도가 아닌 개인 및 가족 용도로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파크하얏트가 담 회장의 중국 유학시절 숙소로 사용하는 등 가족들의 개인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치위해 회삿돈 유용?
자식까지 동원해 잇속?


담 회장이 회삿돈으로 별장 등을 구입해 개인용도로 사용한 정황은 또 있다. 양평연수원 근처에 고급와인저장고를 포함한 오너 일가를 위한 초호화별장을 200억원 가량의 회사돈을 투입하여 지어놨다는 주장이다. 이 곳들은 2010년이후 계속되는 세무조사와 검찰조사로 사용조차하지 않고 은폐해두고 있는 실정이라는 전언이다.

담 회장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정황도 눈길을 끌었다. 전직 임직원은 “중국 메가박스는 시가 500억원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사”라면서 “이 회사의 주주구성을 본다면 담철곤 누나의 운전기사 A씨가 51%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립당시 비자금을 이용해 중국직원 명의로 된 주식 51%가 아무런 주식매입과정도 없이 운전기사가 어떻게 이렇게 거액의 메가박스회사 주식을 가질 수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담 회장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 회사 주식은 해외재산에도 누락이 되어있는데다 세금도 탈루 의혹도 있다.

이외에도 담 회장이 박스납품회사 삼민등 회사를 팔고, 되사주면서 차액을 횡령하고 배임했다는 주장도 반영됐다. 담 회장이 납품을 받아주는 대신에 매월 상납을 하게 해 김승열, 오모 사장 등에게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삼보 에이팩 등도 마찬가지로 상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누나 운전기사가
中메가박스 지분

특히 이 회사 김용률 사장이 오리온의 가장 뜨겁고 민감한 회사인 ‘아이팩’의 박스공장의 의문스러운 지분도 가지고 있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 “오리온에 납품하는 회사는 상납하지 않고는 도저히 납품 할 수가 없는 것은 이미 오랜 진리”라며 “이 모 부사장이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리온 측은 “양심선언을 한 이들은 배임·횡령 등으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친 인물들”이라며 “마치 양심선언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근거 없는 주장으로 회사와 임직원들의 명예를 실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주장을 명백한 허위발언”이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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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