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듣보잡’ 대선후보들 열전

안 될 줄 알면서도…3억짜리 얼굴도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후보에 대한 주목도는 ‘빈익빈 부익부’다. 대선 레이스가 막판에 접어들수록 언론과 유권자의 관심은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집중된다. 지지율이 낮은 후보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외면받기 일쑤다. 그럼에도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있다. <일요시사>가 현재 주목도가 높은 원내 5당 후보들을 제외한 10명의 후보를 조명해봤다.

19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달 9일이면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게 된다. 15∼16일은 대선 후보 등록기간이었다. 양일간 등록한 후보는 15명에 달했다. 역대 최다 후보 등록으로, 17대 대선 때 12명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경제애국당 오영국 후보,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 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후보, 홍익당 윤홍식 후보, 무소속 김민찬 후보(기호순) 등이다.

역대 최다 후보
투표용지만 30센티

선거법상 국회 원내 의석이 있는 정당 후보가 우선 순위이며 원내 정당의 경우 의석수 순으로 기호를 배정받는다. 원외 정당 후보들은 정당명의 가나다순이다. 무소속 후보는 추첨을 통해 기호가 정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후보자 15명 기준 투표용지의 길이는 약 28.5㎝에 이른다. 선관위 안내문을 포함, 16장에 이르는 벽보를 이어 붙이면 그 길이만 10m가 넘는다.

▲새누리당 조원진 후보= 조 후보는 지난 8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박(친 박근혜) 세력이 주축이 돼 만든 신생 정당이다. 이후 새누리당은 지난 11일 조 후보를 19대 대선 후보로 추대했다.


새누리당은 “단독 입후보한 조 의원을 당헌당규 규정에 따라 별도 국민 참여경선 없이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조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로 결정해주셔서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고 한편으로는 가시밭길에 큰 짐을 지고 가는 것 같다”며 “새누리당 돌풍이 실감날 정도의 관심과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원내 1석을 배경으로 기호 6번을 배정받은 조 후보는 유세송, 선거 포스터 등을 이용,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 후보는 태극무늬 티셔츠를 입은 곰을 넣은 공식 선거 포스터나 동요 ‘곰 세 마리’를 박정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넣어 개사한 유세송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대통합당 장성민 후보= 장 후보는 DJ의 젊은 가신, 국회의원, 시사 프로그램 MC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졌다. 그는 지난 1월 서울장충체육관서 자신의 책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 <큰 바위 얼굴>로 북콘서트를 열고 세를 과시했다. 당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장 후보는 국민의당 입당을 타진했으나 종편 TV 프로그램 진행 중 5·18 민주화운동 폄훼발언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3월14일 광주시의회서 공식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국민대통합당 창당을 선언했다. 올해 53세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젊은 편인 장 후보는 SNS, 유튜브 등을 통해 표심 잡기에 나섰다.

유튜브 공식채널을 개설, 자신의 정책을 담은 동영상으로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장 후보는 지난 18일 대전 중앙시장을 찾아 “1%의 기득권이 아닌 골목상권과 제조업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99%의 서민들의 희망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강력한 경제성장 정책으로 쪼들린 경제와 복지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 5선 국회의원이자 MB정부 시절 특임장관을 지낸 이 후보 역시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후보는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복면을 쓴 뒤 “소속 당과 이름, 얼굴을 가리고 누가 위기에 처한 나라를 살릴 수 있는 후보인지 정책토론을 하자”며 복면토론을 요구했다.

3월20일 이 후보는 “대통령이 돼 1년 안에 나라의 틀을 바꾸고 물러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늘푸른한국당은 원외정당이기 때문에 국고지원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또 창당 3개월 만에 치르는 선거라 조직력서도 열세다.


역대 최다 15명 등록 ‘후보 난립’
군소후보들도 메이저·마이너 갈려

늘푸른한국당 측은 5억원 규모의 ‘초절약’ 대선을 치르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돈 안 드는 선거운동은 불편하지만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 정치가 나아갈 길”이라며 “대선서 돈 덜 쓰고 선거운동하는 새로운 기록을 한 번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민중연합당 김선동 후보= 김 후보는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해 해산된 통합진보당 출신이다. 앞서 2011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을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서 최루탄을 터트린 사건으로 더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대법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 후보는 지난해 3월 흙수저당, 비정규직철폐당, 농민당이 연합해 창당한 민중연합당에 입당, 1년 뒤인 올 3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1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유세를 펼치며 “대통령이 되면 전시작전지휘권을 환수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주권자인 국민의 동의 없이 미국의 압력에 굴종해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 박근혜정부 첫 국정원장 출신인 남 후보도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남 후보는 서해 북방한계선 논란과 관련해 2013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을 당시 원장이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한창 피어오를 무렵이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사드 배치를 넘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전술핵 재배치와 경우에 따라 독자적인 핵무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안홍준 전 의원이 2015년 창당한 통일한국당은 남 후보를 대선 후보로 추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한국당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정신 및 박정희 전 대통령의 민족중흥 정신 등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보수 정당이다.

남 후보는 14일 “지금 제도로는 무소속 후보의 승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과 충고를 토대로 정체성과 일치하는 통일한국당의 후보 추대 제의를 받아들인다”며 수락 의사를 밝혔다.

이색 홍보로
한 표만 호소

조원진·장성민·이재오·김선동·남재준(기호순) 후보는 정치에 관심 있는 유권자들에게는 미약하나마 지명도가 있는 경우다. 국회의원을 지냈거나 국정 요직을 맡는 등 언론에 오르내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주목도가 절정에 이른 원내 5당 후보나 미미하게라도 알려진 5명의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말 그대로 ‘누구세요’ 수준의 인지도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직선거 기탁금 납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탁금 납부제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선거 등에서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후보등록 신청 시 관할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에 법률이 정한 일정금액을 기탁하도록 하는 제도다. 후보자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기탁금을 반액 또는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기탁금 3억 내야
득표율 10% 이하 ‘0원’


공직선거법 제56조에 따르면 대선 후보는 기탁금으로 3억원을 내야 한다. 후보들은 최종득표율이 15% 이상인 경우 전액, 10% 이상 15% 미만인 경우 반액을 선거일 후 30일 이내에 보전받을 수 있다. 10% 이하일 경우 기탁금은 국고로 귀속된다. TV토론회에 출연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원내 5당 후보 중에도 기탁금 반환 여부가 불분명한 후보가 있을 정도로 득표율 10%는 매우 높은 수치다. 반전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군소정당 후보들에게는 꿈의 득표율이나 다름없다.

▲경제애국당 오영국 후보= 포털사이트서 오 후보를 검색하면 ‘하하그룹 회장’이라는 이력이 나온다. 하하그룹은 의료용 대장 세정기를 판매하는 업체다. 오 후보는 국제금융 혁신 주도국을 건설하겠다는 이색 공약을 내놨다. “지구촌을 운영하는 국제금융그룹 산하의 금융·법리·재단·과학 등 7개 본부를 유치해 한국을 글로벌 중심축으로 우뚝 세우겠다”는 공약이다.

방문판매 등과 관련한 법령을 개정하고 폐지해 유통업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공약은 자신의 사업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오 후보는 이 공약을 통해 800만명 이상의 사업자를 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1976년과 1982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각각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0년에는 사기죄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 등 대선후보들 중에서 전과 이력으로는 공동 2위다. 또 후보들 중 여성인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군복무를 하지 않았다.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 이 후보는 전과 이력에 있어서만큼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후보는 2004년 공직선거법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으로 벌금 1500만원, 2005년에는 소음진동규제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08년 8·15특사로 사면받았다. 이후 2010년 업무방해와 권리행사방해로 벌금 100만원, 2012년 상해죄로 벌금 300만원, 2014년 식품위생법과 공중위생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 전과 5범의 이력이 있다. 벌금 총합계만 2500만원에 이른다.

올해 43세로 최연소 후보인 이 후보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고, 2004년엔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 역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떨어졌다. 부동산개발업 및 임대업을 해왔다는 이 후보는 65억3947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안철수 후보(1196억9000여만원)에 이어 재산 순위 2위를 기록했다.


그는 국정원장·대법원장·감사원장 선거로 선출, 초·중·고·대학교 통폐합, 군 복무기간 16개월로 단축 등의 공약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후보가 바로 나”라며 “선거 기간이 좀 더 길었다면 당선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한반도미래연합 김정선 후보= 국가보훈처 산하 제대군인지원정책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김 후보는 김영란법 폐지, 기초의원 폐지, 사이버특수군 10만명 양병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각양각색 이력과 출마 이유
인지도 높이려 훗날 도모?

김 후보는 사기 2건 등 전과 3범의 이력을 갖고 있다. 200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이듬해에도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 2003년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후보 측은 서울, 경기지역 외 일부 지방에 벽보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지역에선 김 후보의 벽보 없이 14명 후보자들의 것만 부착됐다.

▲홍익당 윤홍식 후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이어받은 후보도 있다. 윤 후보는 “내가 받고자 하는 것을 남에게 베풀자는 정신을 사회 제반 분야를 넘어 정치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대학서 사학과 철학을 전공한 후 13년간 20대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인문학 학원을 운영해왔다. 5년 전부터는 유튜브서 무료 인문학 강의도 진행했다.

그가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지난해 11월 윤 후보는 창당발기인 서명 작업에 돌입하면서 대권을 꿈꿨다. 독립운동가·순직자·의인 등의 후손에 최대한 지원, 공직자 채용 시 양심평가지표 도입, 방산비리 추적 전담조직 구성 등의 공약을 앞세웠다.

윤 후보는 대선 기탁금 3억원을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인터넷을 통해 그의 강의를 듣는 해외동포들이 선거 자금을 후원해 4억원 정도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최순실 사태 이후 기존 정치권서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하게 됐다”며 “평범한 국민도 대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출마했다”고 밝혔다.

▲무소속 김민찬 후보= 김 후보는 15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당적이 없는 무소속 후보다. 원광디지털대 자연건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템플턴대 상담심리학과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문화예술학회인 ‘월드마스터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월드마스터위원회는 김 후보가 국내외를 오가며 발굴한 장인들을 한데 모아 관리하는 단체다.

비무장지대(DMZ)에 세계문화예술도시 건설, 전통 문화 보존에 전념하는 각계 명인 및 명장 발굴, 문화예술인을 위한 다각적인 일자리 창출 등 주요 공약은 문화예술 분야에 치중돼있다. 그는 한국을 세계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외에도 부처 및 공공기관 내부서 이뤄지는 상시 감사 체계를 강화할 수 있도록 국가진단위원회 설치 등을 주장했다. 빚을 내 기탁금을 마련했다는 김 후보는 “장난으로 출마한 게 아니다”며 “국민은 국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열패감을 타파하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나왔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24일 군소후보 10명을 대상으로 비초청 후보자 토론회를 진행한다. 공중파, 종편, 선관위 등이 주관하는 총 6번의 토론회 중 군소후보가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한 번에 불과하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는 이른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식으로 대선 주자를 나눠 TV토론회를 실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마이너 후보들
토론도 한 번뿐

이 후보는 “후보자들이 3억원의 기탁금을 동일하게 냈음에도 똑같은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불평등하다”며 “특히 토론회를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나눠 후보자를 차별하면 선거 결과에 치명적인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82조는 국회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만 초청후보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다.

한편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이들 군소후보의 눈은 대선 너머에 고정돼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후보들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등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포석으로 출사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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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