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안희정 등판론’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14 18:13:05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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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안풍에 떠는 문풍지…죽은 안풍으로 산 안풍 막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서의 앙금이 결국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지지했던 중도·보수 표심이 안 후보에게 결집했다. ‘대세론’으로 수월한 정권교체를 예상했던 문재인 후보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일각에선 안 지사가 위기에 처한 민주당의 마지막 구원투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무서운 상승세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문 후보는 연일 안 후보에게 맹공을 퍼부으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막기 위해 악전고투 중이다. 여기에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지지를 요청하면서 흩어진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초조한 문
안에 SOS

문 후보 측은 안 지사를 끌어안으면서 당내 계파갈등을 해소하고 민주당 지지층 결속을 다진 뒤 확장성을 넓혀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 후보가 당내 경선서 승리해 대선후보에 올랐지만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을 흡수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지난 7일 문 후보는 안 지사와 회동을 갖고 직접적으로 지지를 요청했다. 문 후보는 이 자리서 “안 지사는 단체장이라 선대위 결합이 어려운 면이 있어 캠프서 활동했던 분들을 선대위에 참여하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안 지사의 가치나 정책 중 좋은 부분을 이어받고 싶은데 자치분권 철학이나 정책은 나와 맥락을 거의 같이 한다”며 “시도지사들이 함께하는 제2 국무회의 신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탁견이다. 내 공약으로 동의해줬으면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에 안 지사는 “제2 국무회의는 대통령에게 단순 민원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정에 힘을 모아 나가는 회의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문 후보께서 저의 자치분권에 대한 핵심공약을 수용해주시니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안, 지지자 대거 이탈 중
문, 지지층 껴안기 행보

다만, 그는 현직 단체장의 선거운동 금지 규정을 들어 “도정에 복귀하면서 경선 참여 후보의 한 사람으로 힘을 모으고 제 의무를 다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발언도 사실 단체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며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서 적극적으로 도와드리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문 후보의 안 지사 끌어안기 행보가 안 후보의 지지율 급등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지지율 한 자릿수에 머물던 안 후보는 당내 경선을 마치고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킬 정도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문 후보가 강점으로 앞세운 ‘대세론’이 직접적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기존 안 지사 지지자들의 이탈과도 맥을 같이 한다.

<조선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의 지지율 중 52.9%가 안 후보 쪽으로 갔고,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표 22.9%가 안 후보에게 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민주당 경선 과정서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세 사람의 지지율 합계는 60%를 웃돌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경선서 승리한 후보가 본선서도 낙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안 지사 및 이 시장의 지지층이 대거 안철수 후보 쪽으로 집결되면서 대선판은 문-안 양강구도로 재편됐다.


무너진 대세론
중·보 대이동

일각에선 사실상 대세론이 무너진 문 전 대표로는 민주당 정권교체가 힘들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동시에 안 지사 ‘대타론’이 언급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국민일보>는 여론조사 기관은 문 후보와 안 지사 둘 중 한 명이 민주당 대선 주자가 됐을 때를 가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대선 후보로 나서면 양자 대결은 물론 야권 복수 후보가 포함된 3자 대결서도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의미한 점은 안 지사는 양자 및 3자 대결서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우선 문 후보는 안철수, 유승민 후보와의 3자 대결서 47.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18.7%, 12.6%를 얻었다. 양자 대결서도 안 후보와 유 후보를 앞질렀다. 안 지사는 안철수, 유승민 후보와의 3자 대결서 55.3%를 기록했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17.3%, 12.0%를 기록했다. 안 지사와 안 후보의 가상 대결에선 안 지사가 66.1%, 안 후보는 23.8%를 기록했다. 안 지사의 양자대결 지지율은 문 후보보다 10% 높게 기록됐다.
 

이는 안 지사가 문 후보보다 안 후보와의 지지층이 더 겹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여론조사 관계자는 “전체 후보 지지도 조사보다 후보를 압축한 조사에서 안 지사의 흡수력이 문 후보보다 크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런 여론이 안 지사의 확장 여력이 남아 있는 충청권이나 호남권에서 발휘될 경우 전체 후보 지지율 상승도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멈출 줄 모르는 안풍
흔들리는 문 대세론

현재 민주당은 문 후보로 결정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2월 여론조사 결과처럼 안 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면 안 후보에게 덜미를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안 지사와 안 후보의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지지층이 겹친다는 것은 한 번 마음을 정한 지지층의 이동을 막는 효과가 있다.

올해 초부터 중도·보수 표심은 반기문, 황교안, 안희정, 안철수 순으로 이동해왔다. 이 같은 중도·보수 지지층은 유력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인물이 낙마하면 그 자리를 대체할 인물로 옮겨갔다. 현재는 안 후보가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꿰찬 모양새다.

일각에선 구여권이 철저히 붕괴된 이번 대선서 그나마 중도층의 표심을 잡았던 안 지사의 낙마는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당내 경선 과정서 불거진 갈등은 안 지사와 이 시장 지지층의 민주당 내 결집을 방해했다.

안 지사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문 후보가 자신의 뜻을 계속해서 곡해한다며 “자신들이 비난당하는 것은 모두가 다 마타도어이며 부당한 네거티브라고 상대를 역공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이라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자신들도 닮아버린 것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뜨는데
문재인 답보중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치고 올라오자 민주당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우선 확장성의 문제다. 문 후보의 강점은 확고한 지지층이지만 약점으로는 확장성이 꼽힌다. 지난 6일 <중앙일보>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문 후보는 비호감도 조사에서 28.1%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서 사실상 양강 구도를 형성 중인 안 후보보다 비호감도가 높게 나왔다. 특히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분포한 TK(대구·경북) 지역에선 30%를 넘었다. 호감도는 지지자로 돌아설 여지가 있지만 비호감도는 ‘이 사람은 절대 뽑지 않겠다’로 연결되기 때문에 호감도는 표 확장성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월17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는 8명의 대선 주자 중 호감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비호감도에서는 8위를 차지했다.
 

당시 안 지사는 문 후보에게 전체 지지율상 2위로 밀렸지만 확장성면에선 문 후보를 압도했다. 이 같은 확장성 문제가 대선이 한 달여도 채 남지 않은 현재 문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안보 우클릭에 나서면서 중도·보수 표심 집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보에 민감한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40%에 육박한 지지율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더 이상 ‘대세론’에 기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딸, 부인, 버스차떼기 등을 문제 삼으면서 검증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안 후보는 아들 특혜 의혹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며 문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양 캠프는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네거티브 공방을 이어 나가고 있다. 만약 이 과정서 석연치 않은 해명이 나올 경우 문 후보의 지지율이 꺾일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그렇게 된다면 안희정 등판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안희정-안철수 양자대결
안철수 잡으러 나온다?

일단 안 지사는 ‘이인제방지법’으로 인해 독자 출마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방지법은 각 정당 경선서 탈락한 예비 후보자가 무소속 등 독자 출마를 하지 못하도록 한 법이다. 1997년 15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경선서 탈락한 이인제 후보가 결과에 불복하고 국민신당을 만들어 대선에 출마했다. 이 같은 사태가 또다시 벌어지는 것을 막고자 발의됐다.
 

현재 안 지사는 문 후보를 직접적으로 돕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9조·60조 등에 따라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이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 후보를 외곽서 지원할수 밖에 없는 안 지사가 막판에 직접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후보가 지지층 확장에 실패해 안철수 후보에게 승기를 뺏긴 상황에서 안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나온다는 시나리오다.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기존 안희정-안철수 양자 구도서 안 지사가 우위를 점쳤다는 점에서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아울러 안 지사가 출마할 경우 안 후보의 지지층이 안 지사 쪽으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돕나
직접 나서나

지난 4일 경선 패배 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안 지사는 “법적으로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직자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당원이자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의무와 적극적 역할을 다 하겠다”며 “민주당의 승리,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에 붙은’ 아넥시트가 뭐길래?

아넥시트는 안희정과 엑시트의 합성어로 안 지사 지지층의 이탈을 의미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아넥시트’ 흐름이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한 자릿수의 지지율에서 단숨에 30%이상 치솟으면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근접했다.

지난 5일 엄태석 교수는 아넥시트 현상에 대해 “그간 민주당의 상승세는 문 후보의 경쟁력뿐 아니라 안 지사가 중도·보수층을, 이재명 시장이 진보층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라며 “이제 두 후보가 탈락한 만큼 일부가 이탈하면서 민주당의 지지율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유의미한 점은 안 지사의 중도·보수 표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옮겨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적폐세력이라는 인식이 강한 구여권에 지지를 보내기보다는 중도·온건보수 이미지가 강한 안 후보에게 쏠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양 극단에 치우치기보다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이 대선판의 중심에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사 속 기사> 안철수 ‘안희정 경제교사’ 영입 왜?

지난 13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변양호 신드롬’의 당사자인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경제특보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변 특보는 1977년부터 2005년까지 경제부처서 경제 및 금융정책의 주요 직책을 역임하면서 한국금융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면서 “특히 197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제금융 주무과장과 국장으로서 금융산업 구조개선과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던 주역 중 일인”이라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변 특보는 1990∼1992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뒤 2001∼2004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국장직을 수행했다. 이후 2004∼2005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거쳐 2005년부터 보고펀드 공동대표 및 고문을 맡았다.

변 특보는 금융정책국장 시절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가 4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의사결정에 관여했다가 구속까지 된 것 때문에 이를 계기로 공무원 사이에서는 논쟁적인 사안이나 책임질 만한 결정을 회피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보신주의 분위기가 확산된 바 있다. 변 특보는 최근까지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경제자문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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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