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막판 ‘안희정 등판론’ 내막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14 18:13:05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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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안풍에 떠는 문풍지…죽은 안풍으로 산 안풍 막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서의 앙금이 결국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지지했던 중도·보수 표심이 안 후보에게 결집했다. ‘대세론’으로 수월한 정권교체를 예상했던 문재인 후보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일각에선 안 지사가 위기에 처한 민주당의 마지막 구원투수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무서운 상승세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문 후보는 연일 안 후보에게 맹공을 퍼부으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막기 위해 악전고투 중이다. 여기에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지지를 요청하면서 흩어진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초조한 문
안에 SOS

문 후보 측은 안 지사를 끌어안으면서 당내 계파갈등을 해소하고 민주당 지지층 결속을 다진 뒤 확장성을 넓혀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 후보가 당내 경선서 승리해 대선후보에 올랐지만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을 흡수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지난 7일 문 후보는 안 지사와 회동을 갖고 직접적으로 지지를 요청했다. 문 후보는 이 자리서 “안 지사는 단체장이라 선대위 결합이 어려운 면이 있어 캠프서 활동했던 분들을 선대위에 참여하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안 지사의 가치나 정책 중 좋은 부분을 이어받고 싶은데 자치분권 철학이나 정책은 나와 맥락을 거의 같이 한다”며 “시도지사들이 함께하는 제2 국무회의 신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탁견이다. 내 공약으로 동의해줬으면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에 안 지사는 “제2 국무회의는 대통령에게 단순 민원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정에 힘을 모아 나가는 회의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문 후보께서 저의 자치분권에 대한 핵심공약을 수용해주시니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안, 지지자 대거 이탈 중
문, 지지층 껴안기 행보

다만, 그는 현직 단체장의 선거운동 금지 규정을 들어 “도정에 복귀하면서 경선 참여 후보의 한 사람으로 힘을 모으고 제 의무를 다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발언도 사실 단체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며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서 적극적으로 도와드리지 못하는 점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문 후보의 안 지사 끌어안기 행보가 안 후보의 지지율 급등 현상과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지지율 한 자릿수에 머물던 안 후보는 당내 경선을 마치고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킬 정도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문 후보가 강점으로 앞세운 ‘대세론’이 직접적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기존 안 지사 지지자들의 이탈과도 맥을 같이 한다.

<조선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의 지지율 중 52.9%가 안 후보 쪽으로 갔고,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표 22.9%가 안 후보에게 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민주당 경선 과정서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세 사람의 지지율 합계는 60%를 웃돌았다. 이 때문에 민주당 경선서 승리한 후보가 본선서도 낙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안 지사 및 이 시장의 지지층이 대거 안철수 후보 쪽으로 집결되면서 대선판은 문-안 양강구도로 재편됐다.


무너진 대세론
중·보 대이동

일각에선 사실상 대세론이 무너진 문 전 대표로는 민주당 정권교체가 힘들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동시에 안 지사 ‘대타론’이 언급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국민일보>는 여론조사 기관은 문 후보와 안 지사 둘 중 한 명이 민주당 대선 주자가 됐을 때를 가정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두 사람 모두 대선 후보로 나서면 양자 대결은 물론 야권 복수 후보가 포함된 3자 대결서도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의미한 점은 안 지사는 양자 및 3자 대결서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우선 문 후보는 안철수, 유승민 후보와의 3자 대결서 47.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18.7%, 12.6%를 얻었다. 양자 대결서도 안 후보와 유 후보를 앞질렀다. 안 지사는 안철수, 유승민 후보와의 3자 대결서 55.3%를 기록했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17.3%, 12.0%를 기록했다. 안 지사와 안 후보의 가상 대결에선 안 지사가 66.1%, 안 후보는 23.8%를 기록했다. 안 지사의 양자대결 지지율은 문 후보보다 10% 높게 기록됐다.
 

이는 안 지사가 문 후보보다 안 후보와의 지지층이 더 겹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여론조사 관계자는 “전체 후보 지지도 조사보다 후보를 압축한 조사에서 안 지사의 흡수력이 문 후보보다 크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런 여론이 안 지사의 확장 여력이 남아 있는 충청권이나 호남권에서 발휘될 경우 전체 후보 지지율 상승도 견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멈출 줄 모르는 안풍
흔들리는 문 대세론

현재 민주당은 문 후보로 결정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당시 2월 여론조사 결과처럼 안 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면 안 후보에게 덜미를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안 지사와 안 후보의 지지층이 겹치기 때문이다. 지지층이 겹친다는 것은 한 번 마음을 정한 지지층의 이동을 막는 효과가 있다.

올해 초부터 중도·보수 표심은 반기문, 황교안, 안희정, 안철수 순으로 이동해왔다. 이 같은 중도·보수 지지층은 유력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인물이 낙마하면 그 자리를 대체할 인물로 옮겨갔다. 현재는 안 후보가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꿰찬 모양새다.

일각에선 구여권이 철저히 붕괴된 이번 대선서 그나마 중도층의 표심을 잡았던 안 지사의 낙마는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당내 경선 과정서 불거진 갈등은 안 지사와 이 시장 지지층의 민주당 내 결집을 방해했다.

안 지사는 지난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후보를 비판했다.

그는 문 후보가 자신의 뜻을 계속해서 곡해한다며 “자신들이 비난당하는 것은 모두가 다 마타도어이며 부당한 네거티브라고 상대를 역공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성공”이라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자신들도 닮아버린 것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뜨는데
문재인 답보중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치고 올라오자 민주당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우선 확장성의 문제다. 문 후보의 강점은 확고한 지지층이지만 약점으로는 확장성이 꼽힌다. 지난 6일 <중앙일보>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문 후보는 비호감도 조사에서 28.1%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서 사실상 양강 구도를 형성 중인 안 후보보다 비호감도가 높게 나왔다. 특히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분포한 TK(대구·경북) 지역에선 30%를 넘었다. 호감도는 지지자로 돌아설 여지가 있지만 비호감도는 ‘이 사람은 절대 뽑지 않겠다’로 연결되기 때문에 호감도는 표 확장성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월17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는 8명의 대선 주자 중 호감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비호감도에서는 8위를 차지했다.
 

당시 안 지사는 문 후보에게 전체 지지율상 2위로 밀렸지만 확장성면에선 문 후보를 압도했다. 이 같은 확장성 문제가 대선이 한 달여도 채 남지 않은 현재 문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안보 우클릭에 나서면서 중도·보수 표심 집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보에 민감한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면서 40%에 육박한 지지율을 달리고 있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더 이상 ‘대세론’에 기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안 후보의 딸, 부인, 버스차떼기 등을 문제 삼으면서 검증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안 후보는 아들 특혜 의혹의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며 문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양 캠프는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네거티브 공방을 이어 나가고 있다. 만약 이 과정서 석연치 않은 해명이 나올 경우 문 후보의 지지율이 꺾일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그렇게 된다면 안희정 등판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안희정-안철수 양자대결
안철수 잡으러 나온다?

일단 안 지사는 ‘이인제방지법’으로 인해 독자 출마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방지법은 각 정당 경선서 탈락한 예비 후보자가 무소속 등 독자 출마를 하지 못하도록 한 법이다. 1997년 15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경선서 탈락한 이인제 후보가 결과에 불복하고 국민신당을 만들어 대선에 출마했다. 이 같은 사태가 또다시 벌어지는 것을 막고자 발의됐다.
 

현재 안 지사는 문 후보를 직접적으로 돕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9조·60조 등에 따라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이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 후보를 외곽서 지원할수 밖에 없는 안 지사가 막판에 직접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후보가 지지층 확장에 실패해 안철수 후보에게 승기를 뺏긴 상황에서 안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나온다는 시나리오다.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기존 안희정-안철수 양자 구도서 안 지사가 우위를 점쳤다는 점에서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아울러 안 지사가 출마할 경우 안 후보의 지지층이 안 지사 쪽으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돕나
직접 나서나

지난 4일 경선 패배 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안 지사는 “법적으로 선거에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직자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당원이자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의무와 적극적 역할을 다 하겠다”며 “민주당의 승리,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에 붙은’ 아넥시트가 뭐길래?

아넥시트는 안희정과 엑시트의 합성어로 안 지사 지지층의 이탈을 의미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아넥시트’ 흐름이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한 자릿수의 지지율에서 단숨에 30%이상 치솟으면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근접했다.

지난 5일 엄태석 교수는 아넥시트 현상에 대해 “그간 민주당의 상승세는 문 후보의 경쟁력뿐 아니라 안 지사가 중도·보수층을, 이재명 시장이 진보층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라며 “이제 두 후보가 탈락한 만큼 일부가 이탈하면서 민주당의 지지율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유의미한 점은 안 지사의 중도·보수 표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옮겨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적폐세력이라는 인식이 강한 구여권에 지지를 보내기보다는 중도·온건보수 이미지가 강한 안 후보에게 쏠렸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양 극단에 치우치기보다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지지하는 중도층이 대선판의 중심에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사 속 기사> 안철수 ‘안희정 경제교사’ 영입 왜?

지난 13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변양호 신드롬’의 당사자인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경제특보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변 특보는 1977년부터 2005년까지 경제부처서 경제 및 금융정책의 주요 직책을 역임하면서 한국금융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면서 “특히 197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제금융 주무과장과 국장으로서 금융산업 구조개선과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던 주역 중 일인”이라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변 특보는 1990∼1992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뒤 2001∼2004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국장직을 수행했다. 이후 2004∼2005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거쳐 2005년부터 보고펀드 공동대표 및 고문을 맡았다.

변 특보는 금융정책국장 시절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가 4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의사결정에 관여했다가 구속까지 된 것 때문에 이를 계기로 공무원 사이에서는 논쟁적인 사안이나 책임질 만한 결정을 회피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보신주의 분위기가 확산된 바 있다. 변 특보는 최근까지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경제자문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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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