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는 기업들 막전막후

불황 맞아? 골라 골라 ‘빌딩 쇼핑’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다방면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건물주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의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빌딩 인수를 통해 임대업을 하기도 하고 사옥으로 쓰기도 한다. 최근 빌딩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을 알아봤다.

부영은 최근 빌딩을 잇달아 사들이면서 상업부동산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사옥을 매입한 이후 포스코건설 송도사옥까지 손에 쥐었다. 1년 2개월 새 1조2000억원을 쏟으며 공격적으로 매입에 나서는 모양새다.

자사브랜드 홍보
높은 임대수익률

업계에 따르면 부영은 지난달 24일 건물주인 PSIB에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매매 잔금(1500억원)을 납입하고 등기 이전도 마쳤다. 포스코건설 송도사옥은 인천 연수구 송도동 36번지에 있는 쌍둥이 빌딩이다. 정식 명칭은 포스코이앤씨타워다.

연면적 14만8790㎡ 지하 5층~지상 39층 2개동 규모다. 지난 2007년 9월 착공해 2010년 5월 완공됐다. 3600억원가량의 공사비가 투입됐다. 완공 당시 이 빌딩의 소유자는 PSIB였다. PSIB는 포스코건설과 테라피앤디가 지분 49%, 51%를 각각 가지고 있는 합작회사였다.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6월 테라피앤디 지분을 근질권을 행사해 데라피앤디의 지분을 모두 취득해 PSIB의 주인이 됐다. 이후 PSIB는 지난해 9월 부영주택에 송도사옥 소유권을 3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부영은 계약금과 1차 중도금(16.7%)을 시작으로 올해 2월 잔금을 모두 치르며 송도사옥 등기이전까지 마치게 됐다.


부영은 매매계약 체결 당시 송도 사옥을 포스코건설이 5년간 책임 임차하는 조건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연면적 3.3㎡당 매각가격은 670만원 수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 최고 수준 수익률
국내외 기업들 인수 열풍

앞서 부영은 삼성생명 사옥과 삼성화재 본사 사옥을 잇달아 인수한 바 있다. 이번 포스코건설 사옥 인수까지 최근 1년2개월 동안 대형 빌딩 3채를 매입했다. 

지난해 1월에는 서울 태평로2가 150번지에 있는 삼성생명 사옥을 5000억원에 매입했다. 이 건물은 지하 6층~지상 21층, 연면적 5만4653㎡ 규모다.

삼성생명은 본사를 서초구 삼성타운으로 옮기게 돼 이 건물을 매각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1984년 준공 이후 본사로 사용해왔다. 현재 이 건물 꼭대기에는 ‘삼성생명’을 대신해 부영의 아파트 브랜드인 ‘사랑으로’가 새겨졌다.

삼성화재 본사 빌딩도 부영이 품었다. 서울 중구 을지로 29번지에 있는 삼성화재 본사 사옥은 지하 6층~지상 21층 규모로 매각가 4000억원대로 알려졌다. 

대형빌딩에 군침
이용가치 많아야


외국계 기업도 국내 빌딩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안젤로고든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생명의 ‘메트로빌딩’을 861억원에 매입했다. 안젤로고든은 부동산자산운용사 마스턴투자운용과 함께 지난해 12월 말 삼성생명 소유의 메트로빌딩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메트로빌딩은 연면적 1만3215㎡, 지하 1층~지상 10층 규모다. 안젤로고든은 메트로빌딩을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개발해 분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여의도의 랜드마크로 평가 받는 서울국제금융센터(IFC)도 외국계 투자운용사에 넘어갔다. 글로벌 대체투자 운용사 브룩필드는 AIG코리안부동산개발과 IFC 인수를 위한 매각절차를 지난해 11월 마쳤다. 인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총 2조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IFC는 연면적  50만5236㎡ 규모로 업무공간과 상업시설을 갖춘 여의도의 랜드마크 빌딩이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캐피탈타워를 매입했다. 매입 금액은 47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블랙스톤은 이번 캐피탈타워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 상업부동산 투자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해졌다.

떠도는 매물들
누구의 손으로

블랙스톤은 전 세계에 투자한 부동산 자산운용 규모가 1010억달러(약 114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운용사로 국내 시장서 빌딩 쇼핑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계 보험사 안방보험도 국내 빌딩 매입 행렬에 참여했다. 중국 안방보험이 유안타증권 을지로 본사 빌딩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매도자는 하나자산운용이다. 안방보험은 이번 거래로 처음으로 국내 빌딩을 인수하게 됐다. 현재 매매 관련 최종협상만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안방보험은 지난해 삼성화재 을지로 본관 사옥(약 4500억원)과 강남캐피탈타워(약 5000억원) 입찰에 참여하며 국내 부동산 매입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외국계 자금이 국내 빌딩 매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높은 수익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상업용 부동산으로 몰려드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아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사무용 빌딩은 신축 빌딩 증가와 함께 공실률이 10%대로 높아졌다. 하지만 높은 공실률에도 임대료는 잘 떨어지지 않아 연 4~5%대 임대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명목 임대수익률뿐 아니라 몇 개월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프리(Rent free) 마케팅을 감안한 유효수익률도 4%대로 높다.

국내 부동산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청계천로의 랜드마크 빌딩인 시그니쳐타워를  매입한다. 올 들어 국내에서 이뤄진 상업용 부동산 거래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시그니쳐타워 소유주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하 신한BNPP)이다. 신한BNPP는 이지스를 이번 매매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는 2개월가량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잇단 매입 부영 업계 큰손으로
임대업 하거나 사옥으로 쓰기도

시그니쳐타워는 연면적 9만9991㎡ 규모로 2011년에 완공했다. 이 건물을 보유한 신한BNPP 부동산 펀드의 주요 투자자는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회사인 아센다스(지분율 30%)다. 지난달 9일 예비입찰은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예비입찰에 참여한 투자사는 이지스를 비롯해 동양자산운용, 에머슨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국내 운용사들과 이 건물 투자사인 아센다스, CBRE글로벌인베스트먼트-아부다비투자청(컨소시엄), 블랙스톤-미래에셋 등이다.

이지스가 제시한 가격은 3.3㎡당 2300만원대 중반으로 총 7000억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는 국민연금 자금을 건물 매입에 동원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스가 국민연금으로부터 위탁받는 돈은 향후 7년간 총 5500억원에 달한다.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빌딩을 매입하기도 한다. LG생활건강은 올 1월 서울 가로수길에 자리한 빌딩을 225억원에 인수했다. 건물은 대지 연면적 885.84㎡, 4층 규모다. 업계에선 자사 브랜드로 구성된 멀티숍을 운영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 건물에는 외국계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과 가방 브랜드 쌤소나이트가 입점해있다. 향후 업계에선 LG생활건강이 가로수길을 선택한 것으로 명품 브랜드가 많은 곳에 자사의 주요 브랜드를 모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안정적이고
매력적이다

하이투자증권 장문준 연구원은 “아시아 시장서 한국 상업용 부동산은 일본만큼 안정적이고 동남아보다 위험이 적다. 수익률 역시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임대수익률은 세계 2위 수준으로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 불고 있는 빌딩 사자 열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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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