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안철수 양자대결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03 11:17:20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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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아니면 안…심상찮은 비문 결집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상승세가 매섭다. 그는 호남 경선 흥행을 발판 삼아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다만 문제인 대세론을 꺾기 위해선 ‘연대만이 살길’이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그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정치권이 주목하는 두 사람의 양자대결 구도를 미리 그려봤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하나둘씩 정해지고 있다. 정권교체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야권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당 당내 경선에 국민들의 관심은 뜨거운 상황이다. 특히 각각 호남 경선 결과가 발표가 나면서 문재인 전 대표는 대세론에 힘을 실었고 안 전 대표는 ‘제2의 안풍’을 일으켰다.

제2의 안풍
다시 분다

호남은 그동안 야권서 가장 유력한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주는 경향성을 보여왔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두 사람에게 60%대의 높은 지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또다시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 연말부터 줄곧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전북 경선서 승리한 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하라, 문재인을 이기라는 호남의 명령을 기필코 완수하겠다”고 말해 양자대결 구도를 암시했다. 안 전 대표가 ‘안풍’을 몰고 올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적잖이 긴장한 모양새다.

문 전 대표 측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서 “호남은 압도적으로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며 “(호남의 안 후보 지지의 뜻은) 보조 타이어 격으로 일종의 격려를 해준 게 아닌가”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자 국민의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박지원 대표는 지난달 28일 영남 합동연설 인사말서 “문 후보는 대선 기간 동안 (타이어가)펑크 난다. 펑크 난 타이어는 중도 포기한다”며 “우리 당후보가 지금 지지도는 낮지만 결국 이긴다는 것을 민주당서 잘 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양자대결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두 사람만 출마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중 44%가 문 전 대표를 꼽았다. 안 전 대표는 40.5%를 기록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비교했을 때 두 사람의 격차는 3.5%에 불과했다. 안 전 대표 측은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대결’ 구도를 부각시키면서 ‘비문(비 문재인)’ 결집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본선서 후보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문 후보에 비해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며 “중도·보수 유권자들은 문 후보에 대한 불안 때문에 결국 안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경선 흥행·문재인 ‘대세론’ 굳히기
떠오르는 유승민 역할론·범보수 헤쳐 모여?

반면에 문 전 대표 측은 “1대1 구도가 성립하기 위해선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이 합의하에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자기 당 후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안 전 대표가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범보수 진영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현재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의원이 대선후보로 확정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선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선출을 확정지었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자강론’과 ‘연대불가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문 전 대표와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당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정치권은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에 주목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탄생했다.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그 과정서 바른정당은 국정 농단에 책임이 있다고 불리는 자유한국당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기존 당을 박차고 나온 정치적 명분도 얻었다.

다만, 대선주자로 낙점된 유 의원의 지지율 정체는 바른정당의 고민이다. 유 의원은 한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무죄 선고를 받고 단숨에 자유한국당의 대선주자로 거듭난 홍 지사가 지지율 10%를 육박할 동안 유 의원은 반등 기미가 보차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 의원 입장서도 ‘문재인 대세론’을 저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연대인 셈이다.

현재 안 전 대표가 한국당과 직접적인 연대를 도모할 가능성은 아주 적어 보인다. 줄곧 적폐세력과의 연대에는 선을 그어왔고, 여전히 친박(친 박근혜) 진영이 공고한 한국당과 연대할 경우 호남서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쫓기는 문재인
유승민 역할론

안 전 대표가 연대를 주도하기보다는 범보수(바른정당, 한국당)가 단일화를 이룬 뒤에 안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연대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 의원 측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한국당과의 단일화 전제 조건으로 ‘친박 총선 불출마’와 ‘당원권 정지’를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친박청산’ 기준에 대해 “제 생각은 (친박 의원들의) 탈당인데, 그게 어렵다면 다음 총선에 못 나올 만한 실질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당원권 정치 조치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선 국민의당과 먼저 (단일화 협상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왕설래한다”며 “우리는 오히려 지금 ‘국민의당에 먼저 손을 내밀자’가 아니라 ‘절대 먼저 손 내밀 이유가 없다, (국민의당에서) 응해오면 (한국당보다)먼저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대선주자인 홍 지사가 단일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연대 가능성은 존재한다. 지난달 29일 홍 지사는 “일부 친박의 패악 때문에 바른정당 사람들이 나간 것”이라며 “이제 일부 친박들도 탄핵돼 바른정당과 분당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 바른정당과의 연대설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당내 친박 핵심인 김진태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단일화 자체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유 의원도 섣부르게 단일화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9일 유 의원은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은 분명히 반대한다”며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원칙과 명분이 있는 단일화가 아니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당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후보단일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독자 후보를 내 대선을 치를 경우 범보수 표밭이 분산돼 정권교체는 쉽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양당이 단일화를 이룬 뒤 안 전 대표가 합류하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대결’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맞붙게 된다면 대선은 제2의 2012년 대선을 재연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표 양자대결 구도로 50대50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일단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역풍 딜레마
최종 승자는?

호남 경선의 ‘흥행’으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15%를 넘으면서 대선주자 2위를 기록했다. 또 민주당이 문 전 대표로 결정될 경우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시장의 표가 안 전 대표에게 흐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정치권은 안 지사 측의 표심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안 지사는 ‘대연정론’을 펴며 중도·보수층 결집에 힘썼다. 그 결과 안 지사는 단숨에 대선주자 중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외연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선에 돌입했지만 현재는 ‘문재인 대세론’에 막혀 주춤한 모양새다.

정치권은 15%를 육박하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안 전 대표에게 흐를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더 이상 맥을 추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보다 안 전 대표와 성향이 유사하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린다.

두 사람 모두 중도 표심에 예민하다는 점, 사드로 위시되는 안보관도 큰 맥락서 유사하다는 점에서 안 지사의 표심이 안 전 대표에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례서 보듯 유력 대선주자의 불출마는 다른 대선주자에게 지지층이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황 대행이 불출마하자 홍준표 경남지사는 황 대행의 표심을 흡수해 단숨에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 했다. 당시 최대 수혜자가 홍 지사였다면 그 다음은 안 지사와 안 전 대표였다.

또 10%를 육박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표심 향방도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의 양자대결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선 과정서의 불협화음, 상호간 네거티브 공세로 인해 세 사람의 지지층간 골은 깊은 상황이다.

안희정·이재명 흩어진 표심 어디로
대역전 가능성은…일단 안 찍고 본다?

이 상황서 같은 민주당이라는 이유로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지지층이 곧장 문 전 대표에게 흐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만약 안 전 대표가 범보수 진영과 연대를 해 중도·보수 진영의 단일후보가 돼 문 전 대표를 상대한다면 두 사람의 대권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문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정체성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보수 진영과의 연대는 아무래도 진보 진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호남민들의 부정적 정서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호남지역은 보수 진영과의 연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이 점을 문 전 대표가 파고들어 호남민들을 자극한다면 문재인, 안철수로 양분된 호남의 지지가 문 전 대표 쪽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을 확장해 문 전 대표가 본인이 정권교체의 적임자라고 강조하면서 야권서 정통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아울러 안 전 대표의 범보수와 연대를 정치공학적 ‘야합’이라 평가절하해 야권 지지층 결집을 노릴 수 있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문 전 대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비문 정서’를 결집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아직 연대가 이뤄지기 전인 현재도 집중하고 있는 전략이다.

지난달 29일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호남서만 반문 정서가 있는 게 아니라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지역도 반문 정서가 만만치 않다”며 “문재인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안 전 대표 캠프서 국민참여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기석 의원도 “호남 쪽은 기존의 (문 후보의) 말 바꾸기라든가 인사 차별, 약속 불이행 등 때문에 결국 문 후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영남지역, 특히 대구·경북은 문 후보에 대한 근본적인 안보 불안감 때문에 (반문 정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 구도면
안철수 승리?

특히 대선이 한 달여 남은 시점서 양자대결 구도 자체는 안 전 대표에게 호재다. 양자대결로 부족한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대세론’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있다. 세력이 비등한 사람의 대결서 ‘대세론’은 더 이상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비문연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 “후보들이 선출되고 나서 전체적인 3자구도, 4자구도, 양자구도 여론이 어떻게 가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만약 3자구도 속에서 민주당에 뒤지는데 연대하면 해볼 만하다고 할 경우 보수층에서도 일단 이번 대선에서 자기들이 안 되더라도 공동정부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종인-안철수 연대 가능성은?

‘친문패권주의’를 비판하고 당을 떠난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킹’으로 나설 채비를 마쳤다. 지난달 28일 김 전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내 비문진영 의원 10여명과 회동해 정국 상황 및 자신의 행보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최명길 의원이 민주당을 전격 탈당하고 김 전 대표에게 합류했다. 최의원은 “권력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 또 다른 절대 권력자를 세우고, 과실을 따먹으로 한다”며 문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는 안 전 대표와 김 전 대표간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결국 마지막 단계에 가면 그런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게 국민이 바라는 바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제3지대’의 핵심축으로 불린 그의 행보에 따라 대선판은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 속 기사> ‘확’ 달라진 안철수 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달라졌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18대 대선 때 ‘철수정치’라는 소리를 들었던 그는 이번 대선과정에서 ‘강철수’로 변신했다. 특히 목소리 톤과 화법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과거 청춘콘서트서 조근조근하고 위로하는 화법을 구사했던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 이후 공격형 화법으로 바뀜과 동시에 목소리 톤을 낮춰 신뢰감을 높였다.

지난달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서 열린 경선 연설 과정에서 안 전 대표는 저음의 힘찬 목소리로 연설문을 읽어나갔다.

달라진 안 전 대표의 모습에 지지자들은 “강철수”를 연호 했다. 안 전 대표의 연설에 당내 인사들도 고무된 모습이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단전호흡을 배워온 것 아니냐. 목소리가 우렁차더라.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특별히 전문가의 도움은 받지 않았다. 이동하면서 주로 연설을 고치고, 연습한다.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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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