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vs 안철수 양자대결 시나리오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03 11:17:20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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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아니면 안…심상찮은 비문 결집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상승세가 매섭다. 그는 호남 경선 흥행을 발판 삼아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다만 문제인 대세론을 꺾기 위해선 ‘연대만이 살길’이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그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정치권이 주목하는 두 사람의 양자대결 구도를 미리 그려봤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하나둘씩 정해지고 있다. 정권교체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야권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당 당내 경선에 국민들의 관심은 뜨거운 상황이다. 특히 각각 호남 경선 결과가 발표가 나면서 문재인 전 대표는 대세론에 힘을 실었고 안 전 대표는 ‘제2의 안풍’을 일으켰다.

제2의 안풍
다시 분다

호남은 그동안 야권서 가장 유력한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주는 경향성을 보여왔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두 사람에게 60%대의 높은 지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또다시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대표는 지난 연말부터 줄곧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전북 경선서 승리한 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을 교체하라, 문재인을 이기라는 호남의 명령을 기필코 완수하겠다”고 말해 양자대결 구도를 암시했다. 안 전 대표가 ‘안풍’을 몰고 올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적잖이 긴장한 모양새다.

문 전 대표 측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서 “호남은 압도적으로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며 “(호남의 안 후보 지지의 뜻은) 보조 타이어 격으로 일종의 격려를 해준 게 아닌가”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자 국민의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박지원 대표는 지난달 28일 영남 합동연설 인사말서 “문 후보는 대선 기간 동안 (타이어가)펑크 난다. 펑크 난 타이어는 중도 포기한다”며 “우리 당후보가 지금 지지도는 낮지만 결국 이긴다는 것을 민주당서 잘 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양자대결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두 사람만 출마한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중 44%가 문 전 대표를 꼽았다. 안 전 대표는 40.5%를 기록했다.

단순 수치만 놓고 비교했을 때 두 사람의 격차는 3.5%에 불과했다. 안 전 대표 측은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대결’ 구도를 부각시키면서 ‘비문(비 문재인)’ 결집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은 “본선서 후보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문 후보에 비해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며 “중도·보수 유권자들은 문 후보에 대한 불안 때문에 결국 안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경선 흥행·문재인 ‘대세론’ 굳히기
떠오르는 유승민 역할론·범보수 헤쳐 모여?

반면에 문 전 대표 측은 “1대1 구도가 성립하기 위해선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이 합의하에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를 해야 하는데 자기 당 후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가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나설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안 전 대표가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범보수 진영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다. 현재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의원이 대선후보로 확정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에선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선출을 확정지었다.

정치권에선 안 전 대표가 ‘자강론’과 ‘연대불가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문 전 대표와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당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정치권은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에 주목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면서 탄생했다. 탄핵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그 과정서 바른정당은 국정 농단에 책임이 있다고 불리는 자유한국당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기존 당을 박차고 나온 정치적 명분도 얻었다.

다만, 대선주자로 낙점된 유 의원의 지지율 정체는 바른정당의 고민이다. 유 의원은 한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무죄 선고를 받고 단숨에 자유한국당의 대선주자로 거듭난 홍 지사가 지지율 10%를 육박할 동안 유 의원은 반등 기미가 보차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유 의원 입장서도 ‘문재인 대세론’을 저지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연대인 셈이다.

현재 안 전 대표가 한국당과 직접적인 연대를 도모할 가능성은 아주 적어 보인다. 줄곧 적폐세력과의 연대에는 선을 그어왔고, 여전히 친박(친 박근혜) 진영이 공고한 한국당과 연대할 경우 호남서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쫓기는 문재인
유승민 역할론

안 전 대표가 연대를 주도하기보다는 범보수(바른정당, 한국당)가 단일화를 이룬 뒤에 안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연대에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 의원 측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한국당과의 단일화 전제 조건으로 ‘친박 총선 불출마’와 ‘당원권 정지’를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친박청산’ 기준에 대해 “제 생각은 (친박 의원들의) 탈당인데, 그게 어렵다면 다음 총선에 못 나올 만한 실질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당원권 정치 조치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에선 국민의당과 먼저 (단일화 협상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왕설래한다”며 “우리는 오히려 지금 ‘국민의당에 먼저 손을 내밀자’가 아니라 ‘절대 먼저 손 내밀 이유가 없다, (국민의당에서) 응해오면 (한국당보다)먼저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대선주자인 홍 지사가 단일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연대 가능성은 존재한다. 지난달 29일 홍 지사는 “일부 친박의 패악 때문에 바른정당 사람들이 나간 것”이라며 “이제 일부 친박들도 탄핵돼 바른정당과 분당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해 바른정당과의 연대설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당내 친박 핵심인 김진태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단일화 자체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유 의원도 섣부르게 단일화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29일 유 의원은 “한국당과 당대당 통합은 분명히 반대한다”며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원칙과 명분이 있는 단일화가 아니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당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결국 후보단일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독자 후보를 내 대선을 치를 경우 범보수 표밭이 분산돼 정권교체는 쉽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양당이 단일화를 이룬 뒤 안 전 대표가 합류하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문재인 vs 안철수 양자대결’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맞붙게 된다면 대선은 제2의 2012년 대선을 재연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표 양자대결 구도로 50대50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일단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역풍 딜레마
최종 승자는?

호남 경선의 ‘흥행’으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15%를 넘으면서 대선주자 2위를 기록했다. 또 민주당이 문 전 대표로 결정될 경우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시장의 표가 안 전 대표에게 흐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정치권은 안 지사 측의 표심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안 지사는 ‘대연정론’을 펴며 중도·보수층 결집에 힘썼다. 그 결과 안 지사는 단숨에 대선주자 중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외연확장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경선에 돌입했지만 현재는 ‘문재인 대세론’에 막혀 주춤한 모양새다.

정치권은 15%를 육박하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안 전 대표에게 흐를 경우 ‘문재인 대세론’이 더 이상 맥을 추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보다 안 전 대표와 성향이 유사하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린다.

두 사람 모두 중도 표심에 예민하다는 점, 사드로 위시되는 안보관도 큰 맥락서 유사하다는 점에서 안 지사의 표심이 안 전 대표에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례서 보듯 유력 대선주자의 불출마는 다른 대선주자에게 지지층이 이동하는 흐름을 보였다. 황 대행이 불출마하자 홍준표 경남지사는 황 대행의 표심을 흡수해 단숨에 유력 대선주자로 발돋움 했다. 당시 최대 수혜자가 홍 지사였다면 그 다음은 안 지사와 안 전 대표였다.

또 10%를 육박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표심 향방도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의 양자대결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선 과정서의 불협화음, 상호간 네거티브 공세로 인해 세 사람의 지지층간 골은 깊은 상황이다.

안희정·이재명 흩어진 표심 어디로
대역전 가능성은…일단 안 찍고 본다?

이 상황서 같은 민주당이라는 이유로 안 지사와 이 시장의 지지층이 곧장 문 전 대표에게 흐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만약 안 전 대표가 범보수 진영과 연대를 해 중도·보수 진영의 단일후보가 돼 문 전 대표를 상대한다면 두 사람의 대권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문 전 대표는 안 전 대표의 정체성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

보수 진영과의 연대는 아무래도 진보 진영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호남민들의 부정적 정서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호남지역은 보수 진영과의 연대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이 점을 문 전 대표가 파고들어 호남민들을 자극한다면 문재인, 안철수로 양분된 호남의 지지가 문 전 대표 쪽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을 확장해 문 전 대표가 본인이 정권교체의 적임자라고 강조하면서 야권서 정통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아울러 안 전 대표의 범보수와 연대를 정치공학적 ‘야합’이라 평가절하해 야권 지지층 결집을 노릴 수 있다.

안 전 대표 측에서는 문 전 대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비문 정서’를 결집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아직 연대가 이뤄지기 전인 현재도 집중하고 있는 전략이다.

지난달 29일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호남서만 반문 정서가 있는 게 아니라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지역도 반문 정서가 만만치 않다”며 “문재인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안 전 대표 캠프서 국민참여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기석 의원도 “호남 쪽은 기존의 (문 후보의) 말 바꾸기라든가 인사 차별, 약속 불이행 등 때문에 결국 문 후보를 신뢰할 수 없다”며 “영남지역, 특히 대구·경북은 문 후보에 대한 근본적인 안보 불안감 때문에 (반문 정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 구도면
안철수 승리?

특히 대선이 한 달여 남은 시점서 양자대결 구도 자체는 안 전 대표에게 호재다. 양자대결로 부족한 지지율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대세론’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있다. 세력이 비등한 사람의 대결서 ‘대세론’은 더 이상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비문연대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 “후보들이 선출되고 나서 전체적인 3자구도, 4자구도, 양자구도 여론이 어떻게 가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며 “만약 3자구도 속에서 민주당에 뒤지는데 연대하면 해볼 만하다고 할 경우 보수층에서도 일단 이번 대선에서 자기들이 안 되더라도 공동정부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안철수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종인-안철수 연대 가능성은?

‘친문패권주의’를 비판하고 당을 떠난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킹’으로 나설 채비를 마쳤다. 지난달 28일 김 전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내 비문진영 의원 10여명과 회동해 정국 상황 및 자신의 행보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최명길 의원이 민주당을 전격 탈당하고 김 전 대표에게 합류했다. 최의원은 “권력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 또 다른 절대 권력자를 세우고, 과실을 따먹으로 한다”며 문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는 안 전 대표와 김 전 대표간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결국 마지막 단계에 가면 그런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게 국민이 바라는 바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제3지대’의 핵심축으로 불린 그의 행보에 따라 대선판은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 속 기사> ‘확’ 달라진 안철수 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달라졌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18대 대선 때 ‘철수정치’라는 소리를 들었던 그는 이번 대선과정에서 ‘강철수’로 변신했다. 특히 목소리 톤과 화법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과거 청춘콘서트서 조근조근하고 위로하는 화법을 구사했던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창당 이후 공격형 화법으로 바뀜과 동시에 목소리 톤을 낮춰 신뢰감을 높였다.

지난달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서 열린 경선 연설 과정에서 안 전 대표는 저음의 힘찬 목소리로 연설문을 읽어나갔다.

달라진 안 전 대표의 모습에 지지자들은 “강철수”를 연호 했다. 안 전 대표의 연설에 당내 인사들도 고무된 모습이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단전호흡을 배워온 것 아니냐. 목소리가 우렁차더라.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특별히 전문가의 도움은 받지 않았다. 이동하면서 주로 연설을 고치고, 연습한다. 신뢰감 있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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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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