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롯데 재판 시나리오

‘노발대발’ 96세 왕회장이 총대 메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롯데 일가의 법정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20일 벌어진 공판서 한 가지 특이점이 발생했다. 롯데 오너 일가의 대부분의 구성원이 혐의 내용을 대부분 부인하면서 신격호 회장에게 의혹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나름의 치열한 전략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날의 법정 안 모습을 정리했다.

지난 20일 롯데그룹 오너 일가는 자신을 둘러싼 비리 혐의를 소명하기 위해 법원에 모였다.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굳은 표정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법원 앞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별다른 말없이 재판에 참석했다.

줄줄이 법정행
어리둥절 신격호 

롯데그룹 관련 비리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312호서 진행됐다. 비리에 연루된 오너 일가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그의 세 번째 부인 서미경씨가 오후 1시33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신 총괄회장은 건강이 우려되는 모습으로 등장해 휠체어를 이용해 법정으로 향했다. 서씨는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비교적 당당한 모습이었다. 서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한 채 법정으로 향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서 서씨가 ‘캐스팅보트’로 떠오르자 여론은 그에게 높은 관심을 보였다.

딸인 신유미씨와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6.8% 보유한 것이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지분을 93.8% 가지고 있어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회사로 꼽힌다. 모녀의 보유지분은 롯데 오너 일가 중 가장 많은 규모다. 따라서 그가 향후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서 ‘키맨’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미스롯데 출신인 그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6년 만이다. 서씨는 18세이던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로 선발돼 하이틴 영화에 출연하는 등 연예계서 활동하다가 1980년대 초 돌연 종적을 감췄다. 1983년 신 총괄회장과 사이에 딸 유미씨를 낳았고,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채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다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신동주 롯데그룹 회장이었다. 신 회장은 수행원들과 1시47분에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관련 혐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짧은 소감만 밝힌 후 법정으로 떠났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시47분께 등장,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구속 수감돼 다른 경로로 법정에 참석했다.

이날은 롯데 신 회장 3부자가 500여일 만에 한 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그동안 ‘형제의 난’으로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인 터라 서먹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마지막으로 모인 자리는 지난 2015년 11월3일 신 총괄회장의 생일 때였다.

당시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 모인 3부자는 어색한 조우를 했다. 당시에도 ‘형제의 난’으로 형제 간 우애에 금이 간 상황이었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함께 했던 시간은 30~40분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짧았다.

지난해 신 총괄회장의 생일에는 신 전 부회장만 참석해 3부자간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던 터라 이번 만남까지는 500일이 걸렸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뿐이었다. 이날 법정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이들 3부자는 각자 롯데그룹 관련된 비리 혐의를 안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서씨 일가 등에게 몰아주는 등 총 774억원의 손해를 회사에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 가지가지
형제의 운명은?
 

신 총괄회장은 858억원의 탈세, 508억원 횡령, 872억원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차명으로 소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를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증여하고, 1.6%를 서미경씨 증여하면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매매로 가장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 전 부회장은 10년간 한국 롯데 계열사 여러 곳에 별다른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별다른 활동없이 391억원 상당의 급여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정의 모습은 ‘아수라장’이었다. 롯데그룹 내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방청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법정은 치매 증상을 보인 신 총괄회장이 일본어로 고성을 지르면서 상황은 극에 달했다. 재판 시작 20분 후에 입장한 신 총괄회장은 법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는 재판부를 향해 “니 누고” “와 이라노”라는 말을 반복했다. 재판을 그대로 진행하자 신 총괄회장은 일본어로 “롯데는 100% 내 회산데 누가 기소했냐, 책임자 불러와라”고 큰 목소리로 재판정을 혼란케 했다. 20여분 동안 고성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정상적인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신 총괄회장을 퇴정조치했다.

지팡이를 내던지며 횡설수설하는 신 총괄회장의 모습을 보며 피고인석의 신 회장과 신 이사장, 서씨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러나 오너 일가는 혐의를 가리는 과정서 자신에게 덧씌워진 내용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모습이었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은 롯데 오너 일가의 모든 인사가 자신의 비리 의혹을 신 총괄회장에 떠넘기는 모습이었다.
 

신 회장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에게도 월급 통장을 주지 않고 급여만 지급했다”며 “명색이 회장인데 월급 통장도 주지 않을 정도로 부자 관계가 그렇다(폐쇄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과 서씨 모녀에게 부당 급여를 지급하고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독점 운영권을 넘겨줄 때도 신 회장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이 수도권은 미경이네, 지방은 유미네 주라고 직접 지시했고 자필로 메모지에 주주 명단을 하나씩 정해주기도 했다”고 했다. 가계도까지 슬라이드로 띄우며 신 총괄회장이 가족들의 이권을 직접 챙겼음을 주장했다.

신 회장 측이 신 총괄회장의 지시받고 실행한 인물로 지목한 채정병 전 롯데카드 대표 측 변호인 역시 “신 총괄회장은 채 전 대표에게 매점을 임대하라고 지시하면서 적정 임대료로 제대로 받으라고 했다”며 “채 전 대표는 적법하게 임대료를 정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서씨 측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신 총괄회장을 방패막이로 삼았다. 서씨는 롯데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돌연 일본으로 사라져 많은 추측을 낳은 가운데 이번 재판에 참여해 그의 입에 시선이 쏠렸다. 그가 한국에 돌아온 것은 경영비리 의혹을 둘러싼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6월 일본으로 출국한지 9개월 만이다.


일본행을 택한 서씨는 이후 검찰의 거듭된 소환 요구에도 응하지 않다가 20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 맞춰 한국으로 돌아왔다. 서씨는 그동안 신 총괄회장과의 사이에 낳은 외동딸 유미씨의 도쿄 자택과 도쿄 인근 별장 등을 오가며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검찰의 재산 몰수 압박에도 귀국하지 않던 서씨가 첫 공판기일에 맞춰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그의 주장에 눈길이 쏠렸다. 그가 내세운 전략 역시 신 회장과 마찬가지로 신 총괄회장에 혐의 떠넘기기였다.

서씨 측 변호인은 “서씨에게 배임의 의도가 있거나 그런 행위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런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서씨는 ‘수익성 있는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신 총괄회장에게) 말했을 뿐이며 (사업권을 받는 과정서) 관여한 사실이 일체 없다”며 “영화관의 매점 사업은 임대해선 안 되고 반드시 회사가 직영해야 한다는 검찰의 전제도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장녀인 신영자 전 이사장도 아버지 신 총괄회장에게 혐의를 넘겼다. 신 전 이사장 변호인은 “영화관 매점 임대는 시작부터 유지 관리까지 신 총괄회장의 의사에 따라 이뤄져 신 전 이사장은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영권 다툼
각자 셈법은?
 


롯데가의 오너 일가들이 자신의 혐의를 신 총괄회장에 떠넘기자 치열한 법리적인 고민이 있었던 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신 총괄회장이 건강상태 문제로 형 집행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신 총괄회장이 모든 죄를 안고 가는 형식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신 총괄회장의 나이는 올해 96세다. 건강도 최근 급격히 악화돼 수차례 병원 입원을 했으며, 인지능력에도 이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지난해 롯데수사 당시 신 총괄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자택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신 총괄회장이 징역형을 받더라도 형 집행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되고 있다. 롯데 총수 일가의 혐의를 신 총괄회장이 안고 가는 형식이 될 경우 징역형에 대한 부분은 대부분 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신 총괄회장 자신은 건강을 이유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논리를 펴고 있는 상황이다. 신 총괄 회장의 변호인은 “구체적인 경영 일선서 물러난지 오랜 피고인에게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지시 사항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정책본부의 구체적인 판단과 업무 집행 과정서 계열사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 전 부회장은 법정에서는 아버지 신 총괄회장과 보폭을 맞추는 모습이었지만 법정밖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주식을 압류하는 등 아버지의 건강상태를 최대한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법정서 신 전 부회장의 변호도 동시에 맡은 신 총괄회장 측 변호인은 “한국과 일본의 그룹 경영 전반에 관여한 신 전 부회장이 그에 상응한 보수를 지급받는 건 당연하고 적법한 일”이라며 “이 사건의 수사 과정서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법정 밖에선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를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주식 지분에 대해 압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아버지의 악화된 건강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서 제기됐다. 신 전 부회장은 이같은 비판이 제기되자 “아버지(신 총괄회장)의 상장주식에 대해 현재 강제집행할 의사가 없다”고 해명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날 배포한 입장자료를 통해 “신 회장은 자신의 주식재산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주식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총수 일가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을 둘러싸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신 총괄회장이 롯데를 둘러싼 모든 비리 혐의를 안고 가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서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합심한 분위기
법원의 판단은?
 

법정서 자신의 혐의를 소명한 이들은 재판이 끝난 뒤 각기 법원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들 오너 일가가 이번에 진행되는 혐의와 관련돼 다시 한 자리에 모두 모이는 일은 없다. 그러나 한국 기업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재벌 총수 일가의 법정공방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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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