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통하는 퍼시스-시디즈, 왜?

‘일감’ 돌고 돌아 회장 주머니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오너의 회사를 세운다. 그 뒤 새로 만들어진 회사에 그룹은 일감을 몰아준다. 몰아준 일감으로 성장한 회사는 그룹의 지분을 사들인다. 전형적인 오너 밀어주기 행태로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런 행태가 퍼시스그룹에도 있다. 해당 기업은 시디즈다. <일요시사>에서 시디즈의 성장과 퍼시스그룹 장악 과정을 정리했다.

퍼시스그룹을 지배하는 회사는 시디즈다. 지난해 말 기준 시디즈의 지분율은 30%가 넘는다. 그룹 회장인 손동창 회장의 지분 16.73%의 2배 가까운 수치다. 시디즈가 처음부터 최대주주는 아니었다.

내부거래로 성장

시디즈는 2007년 일룸서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회사다. 시디즈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실질적 오너 회사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100%에 가까운 지분이 오너 일가 및 밀접한 관계인 사람이 가지고 있다. 최대주주는 80.51%의 지분을 가진 손 회장이다.

2대주주는 14.98%로 김영철 명예회장이다. 손 회장과 김 명예회장은 한샘을 공동창업했으며 이후 손 회장이 퍼시스그룹을 창업하면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현재까지 지분관계로 엮여있다. 손 회장의 장남인 손태희씨도 0.7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정리하면 시디즈는 오너가 8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개인회사로 볼 수 있다. 나머지 지분도 오너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우호 지분이라 이 같은 평가에는 무리가 없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 회사의 성장 방식이다.


설립초기 시디즈는 매출의 대부분을 내부거래에 의존해 성장했다. 설립 첫해인 2007년 매출액은 585억원이었다.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574억원 수준으로 매출 대부분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시디즈는 이처럼 안정적인 그룹사 매출처를 통해 성장했다.
 

이듬해 665억원으로 성장한 데 이어 꾸준히 성장세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11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설립 당시와 비교했을 때 두 배 넘는 성장세다. 다만 내부거래율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시디즈의 전체 매출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53.7% 수준이다. 여전히 높은 비중이지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회사의 노력으로 내부 비중이 감소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량 몰아주기로 덩치 키워 그룹사 지배
10년 만에…대기업보다 더한 장악 과정

10년새 내부거래 규모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기록한 내부거래 비중은 610억원 수준으로 3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기업의 운영에 있어서 안정적인 매출처의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그룹사가 나서서 사실상 오너 소유의 회사에 매출의 대부분을 챙겨주는 것은 배임에 가깝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장 많은 물량을 챙겨주는 퍼시스의 경우 상장사이기 때문에 퍼시스의 소액주주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는 개연성도 존재한다.

문제는 시디즈가 내부거래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을 통해 규모를 키운 뒤 퍼시스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점이다.


법인 설립 당시 시디즈가 가지고 있는 퍼시스의 지분의 비율은 11%가 채 안 됐다. 손 회장이 21.05%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퍼시스는 10.91%로 2대주주의 신분이었다. 하지만 시디즈는 이후 퍼시스의 지분을 틈틈이 사들였다.

이듬해에는 12.00%로 지분율을 끌어올렸으며, 2010년 12.35%, 2011년 16.73%으로 지분율을 높였다. 2012년 5월 마침내 20.40%까지 지분율을 끌어올려 당시 손 회장이 가지고 있던 지분율(20.35%)을 뛰어넘었다. 이후에도 시디즈는 퍼시스 지분을 꾸준히 사들였다.
 

현재 시디즈가 가지고 있는 지분은 30%를 웃돈다. 그새 손 회장의 지분은 16%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손 회장이 시디즈를 통해 퍼시스를 지배하는 구조인 만큼 그룹사 장악에 문제는 없다. 결과적으로 손 회장은 시디즈를 통해 퍼시스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문제는 오너 일가의 회사를 설립해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은 과거 재벌 중심의 그룹사에서 흔히 발생했던 일로 꾸준히 비판이 제기됐던 터라 퍼시스그룹 내 일련의 상황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시디즈의 한 관계자는 “시디즈의 주요 매출은 50% 이상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 사업분야에 기반하고 있다”며 “2013년부터 시작된 시디즈의 큰 성장폭은 국내 가구 시장의 성장 및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에 의한 B2C 분야 매출 증가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제는 전세 역전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오너 일가의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규모를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법인의 지분을 사들여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일종의 배임혐의로 볼 수 있는 측면이 명백히 존재한다”며 “이 같은 일이 근절돼야 오너경영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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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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