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초월’ 병역기피 수법들 천태만상

“예나 지금이나” 군대 안 가려고 별의별 짓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이 부여한 신성한 의무를 져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상상을 초월하는 병역 기피 수법들이 갈수록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만 19세가 되면 징병검사를 받아 1∼3급은 현역으로, 4급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각각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이때 신체등위 5∼6급을 받게 되면 24개월간 군대 ‘짬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다. 병역 의무에서 해방된 이들은 때론 ‘신의 아들’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때만 되면 터지는 병역비리 사건 때문에 주기적으로 의혹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병역비리 수사망을 운 좋게 피했더라도 이런 의혹은 본인이나 부모 앞길에 장애가 될 때도 있다. 면제자들은 평생 ‘의혹의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기상천외
수법도 발전

‘꽃다운 20대를 희생해야 한다’는 병역 공포서 벗어나는 방법은 이를 악물고 24개월을 버티는 방법과 고의로 병역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

특히 후자는 지금까지 밝혀진 병역비리 사건을 꼼꼼히 더듬어 보면 여기에도 세월에 따른 유행과 트렌드가 존재하는데, 그 수법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1960~70년대에는 장기간 병역을 회피한 뒤 ‘고령’ 등을 사유로 한 병역면탈 수법이 유행했다. 입영 대상자들은 대학 재학 또는 대학원 입학 등으로 군에 가야 할 시점을 늦췄다.

이렇게 시간을 끌어 당시 31세(만 30세)였던 입대 제한연령을 넘긴 뒤 ‘장기 대기로 인한 소집면제’ 등으로 군 복무를 피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당시 제대로 된 병무전산시스템이 없었기에 가능했다. 70년대 초부터 80년대 정부가 체계적인 병역시스템 수립에 나서면서 더 이상 ‘고령’을 이유로 군복무 회피가 힘들어지자 내과적 질병을 이용한 수법이 유행했다.

멀쩡한 어깨수술은 고전
점점 엽기적으로 진화중

폐결핵, 만성간염, 관절염, 중이염 등으로 당시 의료 기술로는 확인하기 힘들고 환자를 바꿔치기하기 쉬운 병들이었다. 이런 방법은 최근까지도 유행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산업기능요원과 영주권 취득을 통한 병역면제 수법이 단골 메뉴였다. 업체에 거액을 주고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법상 채용이 금지된 4촌 이내 혈족을 산업기능요원으로 뽑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선발된 이들은 대부분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으며 출근한다고 해도 일은 하지 않고 업무와 관련 없는 자기 일을 하면서 복무기간을 채운다. 재입대 곤욕을 치른 후 제대한 가수 ‘싸이’가 이에 해당된다.


또 국외이주와 영주권 취득 등 장기간 외국에 체류함으로써 입대 제한연령을 초과해 면제받는 수법도 통용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외과적 수법이 새롭게 부각된다. 최근 경기도 일산경찰서가 수사 중인 어깨탈구수술을 통한 병역 면제는 무릎·디스크 수술과 함께 전통적인 ‘신체 훼손’ 수법에 들어간다. 즉 자기 신체를 고의로 훼손해 병역을 감면받는 것이다.

‘미친 척’
정신질환 많아

지난 5일 병무청에 따르면 특별사법경찰관이 도입된 지난 2012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병역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된 건수가 203건에 달했다.

2012년 9명, 2013년 45명, 2014년 43명, 2015년 47명, 2016년 54명, 2017년 1월 5명 등으로 나타나 꾸준히 늘고 있는 셈이다. 종류별로는 정신질환 위장이 49건(24%)으로 가장 많았다. 고의 문신이 47건(23%), 고의 체중 증·감량 46건(23%), 안과 질환 위장 20건(10%), 기타 41건(20%) 순이었다.

체중을 갑작스럽게 늘리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게 병역의 의무를 피하는 수법으로 이용되지만 단속망을 빠져나가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달 인천지법 형사항소4부(김현미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4)씨 등 대학생 보디빌더 2명에게 징역 8개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A씨는 2012년 8월 인천·경기지방병무청의 징병검사를 앞두고 90㎏인 몸무게를 123㎏까지 늘려 4급 판정으로 병역의무를 감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B씨도 2013년 11월 징병검사를 받기 전 75㎏인 몸무게를 109㎏으로 늘려 4급 판정을 받아 현역 복무를 회피했다.

온몸에 문신하는 것도 대표적인 병역 회피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꼼수다. 2015년 11월 서울지방병무청에 신체검사를 받은 C(당시 19세)씨는 병역 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온몸에 문신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병역기피 목적을 전면 부인했다. 단순히 문신에 관심이 많아 어렸을 때부터 새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온몸에 문신을 새기면 현역병 입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추가로 문신해 미필적으로나마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의정부지법은 C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밖에도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수법은 상상을 뛰어 넘는다.

“귀신이 보인다”며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처럼 행세한 김모씨. 정신질환을 이유로 공익요원 대상자가 됐지만 거짓이 드러나 지난해 8월 대법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이모(21)씨는 징병검사를 앞두고 보육원에 위장 등록해 시설 생활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병무청에 제출했다. 병역법에 따르면 부모가 없거나 아동양육시설에 5년 이상 보호된 사람은 군대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모(23)씨는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데도 불필요하게 척추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8월 척추 운동이 제한된다는 사유로 군 복무가 면제됐다. 사고로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은 또다른 이모(23)씨는 손가락을 다시 절단해 면제 판정을 받기도 했다.

손가락에
고환도 제거

붙이는 멀미약을 눈에 발라 동공운동장애를 위장해 병역을 기피한 사례가 처음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D씨 등은 2009년과 2010년 키미테를 눈에 발라 동공을 크게 한 뒤 “축구공에 맞았다”며 동공운동장애가 발병한 것처럼 속여 의사에게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이들은 이렇게 발급받은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해 재신체검사를 신청하는 수법으로 병역을 감면 받아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됐다.

D씨 등은 멀미약에 들어있는 성분이 눈에 닿으면 일시적으로 동공이 커지고 시력을 떨어뜨려 동공운동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서울 송파에 있는 한 방문판매회사에서 함께 근무하면서 ‘키미테를 눈에 바르면 동공이 커진다’는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요즘 멀미약을 눈에 발라 안과질환을 위장하는 방법은 ‘애교’ 수준이다. 발기부전제를 주사하고 양쪽 고환과 전립선을 적출한 이도 있다.

병무청 5년간 203건 적발
적발시 5년 이하의 징역형

여러 명이 모여 정보를 나누면서 병역을 기피하는 편법도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편법이 널리 퍼져 병무청 단속이 들어오겠다 싶으면 금세 다른 수법이 등장한다. ‘환자 바꿔치기’ 병역 비리를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는 브로커도 병역연기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입대 예정자들을 모았다. 이런 사이트는 정보를 공유한다는 취지인 만큼 단속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해 E씨는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발기부전제를 주사한 후 양쪽 고환과 전립선을 적출하다 병무청에 걸렸다. F씨는 고의로 아토피 환부를 자극하고 치료를 방치해 군 면제를 시도하기도 했다.
 

인터넷서 병역 면탈을 모의하거나 면제 사실을 자랑하다 걸린 사례도 있다. G씨와 H씨는 인터넷에서 4급 공익 판정을 받기 위해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I씨는 인터넷에 “아픈 데 없고 정신 멀쩡한데 군 면제 받았다”고 자랑하는 글을 올렸다가 병역 면탈 행위를 들켰다. 인터넷 커뮤니티서 병역기피 글을 본 J씨는 미국 중학교 중퇴한 뒤 다른 중학교에 입학했으면서도 학력을 속여 군대에 가지 않으려다 적발됐다.

인터넷에는 입영을 연기하거나 병역 기간을 줄이는 방법을 묻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병역 비리글은 바로 지우겠다’는 경고문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회원 가입제 카페 뿐 아니라 포털사이트에도 ‘입영 연기’ 관련 게시물이 줄줄이 검색된다.

국방의 의무를 피하려고 국적까지 바꾸는 사례들도 많다 보니 뜻하지 않게 외국 언론의 조명을 받는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이란 국영 프레스TV가 입대를 피하려 국적을 바꾸는 세태를 알리는 기사까지 내보낼 정도다. 이 방송은 서울발 보도를 통해 “매년 수천명의 한국 젊은이가 징병을 피하려고 국적을 바꾼다”며 “지난 5년간 8000명이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으로, 3000명이 캐나다와 일본 국적으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몸에 문신을 과도하게 하거나 신체를 갑작스럽게 증·감량하는 것은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중대 범죄”라고 강조했다.

국방의무 외면
“처벌 강화해야”

그러면서 “현행법상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사람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외면, 국민의 도리를 다하지 않는 범법 행위에 대해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헌법상 의무인 병역의무 면탈 범죄를 뿌리 뽑을 때까지 지속적인 수사와 단속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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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