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8대 대선’ 선관위 부정개표 의혹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20 15:33:35
  • 호수 1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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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당선됐던 18대 대선 부정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대한민국은 선거 후진국”이라고. 투표는 국민이 하지만 ‘개표’는 그들만의 성역이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그들은 부정을 지적하면 변명으로 일관했다. <일요시사>는 일각에서 ‘연어현상’이라 명한 18대 대선의 개표 부정 시스템을 추적해봤다.
 

투표함을 열기 전에 개표방송이 나올 수 있을까.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이 같은 현상이 지난 18대 대선(2012년)서 발생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선 ‘투표함 개함(개표)전에 개표방송 된 것’을 ‘연어현상’이라 명했다. 

드러난 허점

지난 대선서 '공표시각보다 개표결과 보고시각이 앞선' 사례는 전국적으로 839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선관위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줄곧 ‘투표표지분류기 제어용 컴퓨터의 시간 오류’라는 간단하면서도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국민들은 ‘시간 오류’라는 변명을 의심했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허점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점이 드러난 곳이 있다. 바로 의정부시 ‘녹양동제1투표구’다. 녹양동제1투표구 개표결과(언론사 공개 자료)는 2012년 오후 8시05분에 최초 공개됐다. 중앙선관위가 언론사 및 포털사에 제공한 자료에는 박근혜 후보 1366표, 문재인 후보 1204표 등 모두 2583표로 집계됐다. 이는 아직 투표함이 열리기 전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투표함이 열린 뒤 숫자는 어떻게 됐을까. 녹양동제1투표구 개표상황표를 보면 오후 9시16분에 투표지가 최초로 분류됐고 종료시간은 오후 9시31분이다. 개표상황표에 나온 결과는 박근혜 후보 1333표, 문재인 후보 1204표 등 모두 2550표다.

1시간11분 전에 언론사에 공개한 자료보다 박근혜 후보가 33표 덜 득표한 것으로 나온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를 선관위 직원이 아닌 개표참관인 오모씨가 발견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시 오씨가 두 숫자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박근혜 후보는 33표 많은 상태로 대선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이에 한 선거전문가는 “이것을 발견한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오씨가 차이를 발견 뒤 상황은 의정부시 개표록 ‘특기사항’에 기재됐다. 오후 10시 이후, 차이가 나는 33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재검(재분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투표용지교부수(2550표)와 투표수(2550표)는 일치했고 박근혜 후보는 1333표, 문재인 후보는 1204표를 확정했다. 이후 10시54분에 언론사에 공개된 2차 분류 결과보고에 박근혜 후보의 표는 33표 줄어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8시5분에 중앙선관위가 언론에 제공한 기록(개표방송)에 의문이 남는다. 분명히 8시05분에는 2583표(투표수)가 기록으로 남았고 그 자료를 근거로 오씨가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8시5분 미스터리…과연 진실은?
정확한 증거 없이 말로만 주장

<일요시사> 취재결과 이에 대한 당시 의정부선관위 직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간 오류다”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 다만 당시 사무국장을 맡은 이씨는 개표록에 기재된 사실과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언론사에 개표결과가 공개된 시간인 8시05분 시점 이전에 투표지분류기를 돌렸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대로 8시5분 결과를 나오게 한 개표상황표가 존재한다면 그의 주장은 단번에 입증될 것이다. 하지만 8시5분 결과에 대한 개표상황표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사무국장은 “9시16분에 제대로 나왔기 때문에 이전 개표상황표는 폐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 선거전문가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개표상황표를 없애 오히려 의혹을 자초한 것으로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개표상황표는 보고용PC서 최종 입력되는 과정에서 바로 팩스를 통해 상급선관위(경기도 선관위)에 보낸다. 즉, 사무국장이 8시5분 개표상황표를 폐기했더라도 상급선관위가 팩스로 보낸 개표상황표를 가지고 있다면 8시5분 전에 투표지분류기를 돌렸다는 것이 확인되는 셈이다. 확인결과 상급선관위도 개표상황표를 갖고 있지 않았다.

아울러 개표장서 이의 제기한 것을 촬영한 비디오 영상도 없었다. 사무국장 이씨의 주장에 대한 근거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중간에 누군가 있었다?

또 만약 사무국장이 주장하는 대로 8시5분 전에 개표가 진행됐다면 9시16분에 최종적으로 돌려 사태를 마무리한 것으로, 개표록에 기록된 10시서 11시 사이에 사태수습 기록은 모두 허위사실이 된다. 개표참관인 오씨가 처음 개표에 이상을 발견한 시간은 10시경이고 그 이후에 확인을 위해 녹양동제1투표구에 대해 재검을 했다는 것은 이미 개표록에 기재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사무국장의 주장에 한 선거전문가는 “전 사무국장이 본인과 관리계장 그리고 선관위원들이 확인, 서명한 개표록의 내용을 부정하는 것은 자가당착으로 개표의 공정, 투명한 관리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무국장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공문서인 개표록의 내용을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개표록의 기재내용이 사실과 다름이 없음을 확인하고 서명 또는 날인한’ 위원장 및 7명 위원의 행위를 뒤집는 것이다.

이 밖에 9시16분에 돌린 개표상황표에 수정 흔적도 9시16분이 처음 투표지분류기를 돌렸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기존 투표용지교부수 2560(표)에 검은 펜으로 두 줄을 긋고 아래에 2550(표)가 기재됐다. 이는 개표록에 기재된 바와 같이 10시 이후에 재검을 하고 일치되게 개표상황표가 출력되자 투표용지교부수와 투표수를 맞추기 위해 수정한 것이다.

이에 사무국장은 9시16분에 투표지분류기를 가동한 것이 두 번째라는 주장을 펴며 “다시 돌릴 때 투표용지교부수를 2560(표)으로 두고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정부선관위는 재검을 하기 전에 이미 잔여매수 10매가 미계산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선거전문가는 “투표록상에는 수정을 한 뒤였기 때문에 두 번째 돌렸을 때 투표용지교부수를 2550(표)으로 입력하지 않고 2560(표)으로 두고 돌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사무국장이 8시5분 전에 돌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재검을 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원들이 회의를 거치고 개표장 내 방송을 통해 알리게 돼있다. 만약 사무국장의 주장처럼 9시16분이 두 번째 돌린 것이라면 많은 목격자와 증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2차 분류 결과 보고가 10시54분까지 갈 필요도 없다.

시간별로 보니…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당시 의정부선관위 사무국장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8시5분에 자료는 누가 올렸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에 선관위는 지금까지 ‘시간 오류’를 이유로 피해갔다. 한 선거전문가는 “개표과정서 누군가(개인 혹은 조직) 중간에 개입 하지 않았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선관위는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9대 대선’ 바뀌는 것

<일요시사>는 지령 1101호 <선관위 ‘수상한 무상원조’ 내막>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지난 17대 대선에선 투표구별로 개표결과가 올라갔지만, 18대 대선에서는 오히려 후퇴해 구별로 누적표만 적시돼 선관위가 개표 부정의혹을 자초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5일 선관위는 ‘완벽한 투·개표관리와 정책선거로 국민통합 이룰 것’이란 보도자료를 냈다. 선관위는 ‘선거일에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실시간 공개하는 개표결과를 종전 구·시·군단위서 투표구별 단위로 세분화해 개표소에서 작성한 개표상황표와 홈페이지의 개표결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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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