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혼돈의 대선판 관전포인트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10 17:09:07
  • 호수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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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 대결집? 문 지고 황 뜬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됐다. 정국은 빠르게 조기 대선 체제로 본격 전환될 전망이다. 대선이 60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당의 대선주자들은 정권 쟁취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권교체에 대한 민심이 주를 이루는 상황서 보수진영에선 대반전 카드를 기획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탄핵 직후 각 당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자 여야 대선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9대 대선은 3월10일 기준으로 60일 뒤인 오는 5월9일 경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야권은 현 정국을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룰 최적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계가 과반을 넘으면서 이번 대선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
끝까지 간다?

앞서 민주당은 정당들 중 가장 우선적으로 선거인단 모집에 들어가면서 대선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난 9일에는 선거인단 모집을 마감해 본격 경선 체제로 돌입했다. 민주당은 대주주 문재인 전 대표가 버티고 있는 가운데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도전장을 내민 모습이다.

일각에선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대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은 강력한 지지율을 바탕으로 대선판을 지배하고 있다. 경선 과정서 문 전 대표가 낙승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돌발 변수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우선 안 지사의 재반등이 문 전 대표의 대권행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대연정’ 발언을 통해 논란을 일으켰지만, 중도와 보수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한때 문 전 대표와 10% 안쪽으로 격차를 좁히면서 안풍(安風)이 불 조짐을 보였지만 ‘선의’ 발언이 발목을 잡았다.


20%을 넘었던 지지율은 5% 이상 빠져 15%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여권의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까지 덜미를 잡혔다.
 

일각에선 탄핵이 인용되면서 줄곧 통합을 강조해왔던 안 지사가 반등을 이끌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탄핵 결과로 인해 양 극단으로 국론이 분열된 가운데 ‘통합’을 강조해온 안 지사가 호재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탄핵 인용 결정, 대선구도 지각변동 예상
문 대세론 휘청…안희정·이재명 반전기회

안 지사 측도 통합 이미지를 통해 문 전 대표를 잡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안 지사 캠프의 총괄본부장인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지난 9일 “미래 대한민국을 통합해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는 문제의식서 출발한 게 대연정”이라며 “지금까지는 탄핵이 이슈였지만 앞으로는 탄핵 찬반으로 맞서 있던 국론을 어떻게 통합할 것이냐가 국민적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장은 선명성을 강조하며 경선 대역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 8일 이 시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문 전 대표의 사드 및 안보 현안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지난 6일에도 문 전 대표를 공격했다.

그는 “문 전 대표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 (복지재원 확보의) 가장 마지막 방법이라고 얘기한다”며 “경제 기득권자나 재벌, 사회의 온갖 기득권자가 문 전 대표에게 몰리는 것 같다”고 말해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 의지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시장이 문 전 대표에 공세를 퍼 붓는 것은 안 지사를 따돌리고 문 전 대표와 양강구도로 가기 위한 방법론으로 풀이된다.


이 시장 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2등이 아니라 1등이 목표다. 문 전 대표와 대비되는 이 시장의 정치적 리더십을 국민이 알게 되면 경선서도 결국 이 시장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와 이 시장은 문재인 대세론을 무너뜨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손이냐 안이냐
국민의당 딜레마

탄핵이 인용돼 정권교체에 대한 전 국민적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국민의당은 적신호가 켜졌다. 민주당이 경선 룰을 확정짓고 대선 채비를 갖추는 동안 국민의당은 이조차 확정짓지 못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희의 의장이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손 의장의 합류로 확장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국민의당은 정체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는 국민의당의 창당 기반인 호남도 민주당에 빼앗긴 모양새다. 좀처럼 반등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줄곧 결국 ‘문재인 vs 안철수’구도로 갈 것이라고 했다. 여권 대선주자들이 무너진 상황이기 때문에 본인과 문 전 대표가 결국 최후의 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 문 전 대표는 “만일 (안 전 대표가) 보수 후보가 된다면 결국 정권교체 후보와 정권연장의 맞대결이라고 본다”며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훨씬 많기에 누가 상대 후보가 되더라도 정권교체를 이뤄낼 자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양자대결 성사여부는 대선 직전에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략 5월9일 경에 대선이 펼쳐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다수의 민심은 민주당 경선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경선서 최종 낙점된 사람은 탈락한 나머지 2명의 지지율을 끌어들여 강력한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국민의당은 경선 흥행을 장담할 수 없고 문 전 대표와 양자구도로 간다고 하더라도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보수 후보들이 전멸한 상황에서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주장하는 안 전 대표쪽으로 보수층이 결집한다면 그림이 달라질 수 있다.

보수진영도 적신호가 들어오긴 마찬가지다. 일단 바른정당은 박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박차고 나왔다. 헌재의 탄핵 심판에 앞서서는 기각 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쓰는 강수를 뒀다.

탄핵이 인용으로 결론남에 따라 바른정당은 국정 농단의 책임서 조금이나마 자유롭게 됐다.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탄핵 반대 진영은 점점 목소리를 높여왔다. 샤이 보수층이 광장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헌재를 압박하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들도 탄핵 기각을 주장했다.

바른정당은 중간에 낀 모양새였다.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지지율이 정체되며 반전 기회를 갖지 못했다.

바른정당에선 새로운 대체마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정운찬 전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대해 “얘기는 오가고 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혼자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으로 가면 묻혀버린다”며 여타 정치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황 vs 홍
보수 카드는?

탄핵이 인용됨에 따라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게이트’의 책임을 떠맡게 됐다. 탄핵정국서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기각을 주장했기 때문에 보수층의 결집을 얻긴 했지만 ‘부역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그럼에도 보수층은 잠재적으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황교안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주목하고 있다.
 

황 대행은 대선출마를 거론조차 하지 않았지만 현재 전체 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실정의 공동 책임자라는 부담이 있지만 보수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선 출마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고수했던 황 권한대행이 조만간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는 20일경 대통령 선거일이 공고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일 공고 권한은 황 대행에게 있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난 상황에서 황 대행이 대통령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대선 출마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황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지난 2일 황 대행은 국가조찬기도회서 성경 구절을 인용해 “사람이 마음으로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다”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당초 원고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황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황대만’(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의 출범이다. 황대만은 자체 구성원을 모집해 본격 활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문vs안’ 양자구도 가능성은?
황 저격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이런 가운데 한국당은 높은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는 황 대행 영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황 대행이 출마하면) 흥행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황 대행이 다양한 리스크에도 불구, 여론 조사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하지 않는 등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며 “대선 출마의 명분과 방법을 찾는 데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2심 무죄 선고로 단숨에 대권주자로 떠오른 홍 지사와 황 대행이 당 내 경선서 맞붙을 경우 충분한 흥행몰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홍 지사는 대선 출마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9일 홍 지사는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만나 “당비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당원권 회복을 요청했다.

홍 지사는 지난 8일 한국당 초선의원들을 만난 자리서 “대선에 대한 생각이 조금 있다”고 말해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이어 “1997년, 2002년, 2007년 세 번의 대선을 치러봤기 때문에 대선 경험은 당내서 제일 많다”며 “어차피 대선은 진영싸움으로 5대 5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홍 지사는 문재인 때리기에도 열을 올렸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가 얘기하는 정권교체는 정권탈취”라며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때 콘텐츠도 없던 박근혜 후보 하나 제압 못했다”고 말했다.

한 정치전문가는 “보수층은 이러다가 정권이 넘어가고 적폐청산 대상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 속에 표를 결집시키면서 단일후보를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라며 “황 대행이나 홍준표 경남지사 쪽으로 보수표가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도는 어디로
빈자리는 누가?

탄핵 이후의 대선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탄핵 인용은 사법부의 판단으로 현 정권이 정말 잘못된 정권이라는 인식을 재확인 시킬 것”이라며 “보수 결집현상을 예상할 수 있으나 캐스팅보터인 중도층이 확고하게 야당을 찍을 공간이 더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탄핵’ 박근혜가 잃은 것

탄핵이 인용됨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 따라 경호·경비를 제외하고 연금 혜택 등 모든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대통령경호법은 현직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에 퇴임할 경우 경호 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있지만, 필요하면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파면이 결정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 칩거 생활을 정리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서울 삼성동 사저로 되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바로 가지 않고 임시거처로 옮길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언론은 “탄핵 인용시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를 팔고 경기도에 새 집을 구할 것”이라고 보도키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 인용으로 인해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고, 현직 대통령에게 보장됐던 형사상 불소추 특권도 사라지게 됐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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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