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6로 본’ LG전자 폰망사

‘혁신은 없다’ 따라가기 급급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LG전자의 휴대폰은 피처폰 시대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 온 이후 좀처럼 힘을 못쓰고 있다. 초기 스마트폰 라인인 옵티머스는 팬택에 밀려 3위에 밀리는가 하면 이후 출시된 G시리즈는 시장에 별다른 영향력을 보이지 못한 채 명맥을 유지하는 데 그치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지난주 G6가 공개됐다. LG전자의 휴대폰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LG전자는 과거 피처폰 강자였다. 프라다폰, 샤인폰, 초콜릿폰 등 수많은 히트작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피처폰서 스마트폰으로 시대가 바뀌면서 과거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LG전자 스마트폰으로 평가되는 지난 2010년 출시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인 ‘안드로원’이다. TFT LCD 터치 디스플레이와 후면 500만화소 카메라, 쿼티자판으로 준수한 사양으로 시장공략에 나섰으나 업데이트 부분서 잡음을 일으키며 뒷심 부족을 겪었다.

부진의 늪
절치부심

LG전자는 피처폰에 치중한 나머지 변화하는 스마트폰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 집중하기 위해 ‘옵티머스’ 시리즈를 출시했다. 처음 나온 제품은 쿼티자판을 탑재한 ‘옵티머스Q’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경쟁했지만 밀렸다. 이후에도 다양한 옵티머스 시리즈를 출시했으나 삼성전자는 커녕 팬택에도 밀려 국내시장 점유율 3위로 밀려나는 등 체면을 구겼다.


LG전자는 2012년 첫 G시리즈인 ‘옵티머스G’로 분위기를 반전을 꾀했다. 일명 ‘회장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옵티머스G는 최고급 사양과 깔끔한 디자인을 앞세워 마케팅을 전개했다. 가격은 G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게 책정됐지만 결과는 좋았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 본부의 플러스 성장을 이끈 것이다.

하지만 성공이 지속적이지 못했다. LG전자는 다음해 후면전원·볼륨키를 처음으로 탑재한 ‘G2’를 내놨다. 옵티머스G 후속작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MC사업본부는 그 해 하반기 12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평범한 성능에 플래그십 수준 가격
액정 유리가…약한 내구성도 도마

2014년 5월, 출시한 ‘G3’의 반응은 좋았다. G3는 국내최초 QHD 디스플레이를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세련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글로벌 판매량 1000만대 돌파했다.

그러나 G3의 인기가 G시리즈의 인기를 이끌지 못했다. 2015년 4월 출시한 G4가 판매량 500만대에 그친 것이다. LG전자로선 예상하지 못한 참패였다. G4는 후면 디자인에 천연가죽을 채용했지만 트랜드를 읽지 못한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판매부진을 겪어야했다.
 

LG전자는 타개책으로 2015년 10월 G시리즈가 아닌 V시리즈를 출시했다. ‘V10’은 ‘조준호폰’으로 불렸다. V10이 조준호 LG전자 MC사업부장의 심혈을 기울인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사장이 ‘중박폰’이라고 할만큼 시장의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지난해 3월 다시 ‘G5’를 내놨다. 시장에 처음 공개됐을 때만해도 세계 최초의 모듈형 조립폰과 스마트폰과 결합할 수 있는 캠플러스·360VR 등 프렌즈 5종이 공개되면서 시장의 눈길을 끌었지만 조 사장조차 실패작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해 2분기 15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V20 역시 시원찮은 실적을 기록하며 LG전자 대규모 적자를 안겼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670억원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전자는 지난달 26일 호르디 클럽(Sant Jordi Club)서 LG G6 공개했다.

단점 극복하고
이번엔 성공?

LG전자 스마트폰의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G6 공개 이후 LG전자의 주가(지난달 27일 종가 기준)는 오히려 6% 가까이 빠졌다. G6 제품에 대한 실망감에 매물이 쏟아졌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블로그 등에는 G6 제품에 대한 평가와 함께 실망스럽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우선 플래그십에 제품에 맞지 않은 프로세서가 큰 불만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LG전자가 G6에 차용한 프로세서는 스냅드래곤 821이다. 현재 최신 프로세서는 삼성과 퀄컴이 합작으로 만든 스냅드래곤 835다.

스냅드래곤 835는 10NM 핀셋 공정으로 생산돼 이전의 CPU와는 성능, 크기 모두 향상됐다. G6에 스냅드래곤 821이 탑재된 것은 스냅드래곤 835의 초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갤럭시 S8에 스냅드래곤 835를 대거 투입해야 함에 따라 물량 확보에 실패한 것.

두 프로세서간 차이는 어떨까. 다운로드 속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스냅드래곤 835 1Gbps(=1000Mbps)인 반면 스냅드래곤821은 600Mbps 수준에 그친다.

국내 통신사들이 1Gbps 속도를 내기 위한 4밴드 LTE-A 기술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스냅드래곤 821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무리가 아니다. 한달 뒤 스냅드래곤 835를 탑재한 갤럭시S8 출시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G6에 손길이 갈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메모리 역시 플래그십 모델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지 의문이 남는다. 출시가 임박한 갤럭시S8에 6GB의 메모리가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G6가 4GB를 선택하면서 선택의지를 한풀 꺾어놓는 것.

G6로 반전?
기대와 우려

휴대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플래그십 모델을 찾는 소비자의 경우 핸드폰의 사양이 최신이길 원한다”며 “프로세서나 메모리가 현 최신 모델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모델을 고가를 주고 구입할 소비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6의 약한 내구성도 소비자들이 꺼릴 요소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LG전자 신작 스마트폰 G6의 전면 액정 유리는 4년 전 갤럭시노트3에 들어간 고릴라글라스3다. 플래그십 모델에 어울리지 않는 사양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7에는 고릴라글라스5가 사용됐다.

또한 불안한 사후지원도 G6를 꺼리게 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거 LG전자는 플래그십 핸드폰에 사후지원에는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실제 LG전자가 2015년에 선보였던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G4와 V10에 대한 운영체제(OS) 업데이트 중단을 선언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2일 “G4·V10에 대해 안드로이드 누가(7.0·7.1)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소프트웨어의 안정성과 기기의 성능 유지를 감안한 조치”라고 밝혔다.

LG는 지난 2015년 4월 G4를, 10월에는 V10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출시 당시에는 안드로이드 롤리팝(5.1)OS를 채택했다. G4는 2015년 11월, V10은 2016년 3월에 마시멜로(6.0)OS로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LG측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안드로이드 체제와 호환을 진행한 결과 최적화된 성능 유지가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시된지 2년도 안 된 스마트폰의 업데이트 불가 소식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LG전자는 업데이트를 다시 해주기로 번복했지만 불신만 자초했다.
 

또 구글의 AI(인공지능) 비서 ‘구글 어시서턴트’의 기능을 탑재하고도 한국어 기능을 지원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구글의 하드웨어 사업을 이끄는 릭 오스텔로(Rick Osterloh) 수석부사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LG G6에 한국어 버전의 구글 어시스턴트가 언제 제공될지 모르겠다”며 “불행하게도 아직 아무런 대답도 갖고 있지 않다.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현재 영어와 독일어만 지원한다.

프라다폰, 샤인폰…피처폰 히트
스마트폰 시대 들어 ‘비실비실’

LG전자 측도 이와 관련해 마땅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LG전자 김홍주 MC상품기획그룹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버전은 다른 외국어보다 먼저 지원될 것으로 자신한다”면서도 “시점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욕심 같아서는 올해 안에는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어 지원이 불투명하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


또한 불안한 사후지원도 G6를 꺼리게 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거 LG전자는 플래그십 핸드폰에 사후지원에는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실제 LG전자가 2015년에 선보였던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G4와 V10에 대한 운영체제(OS) 업데이트 중단을 선언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2일 “G4·V10에 대해 안드로이드 누가(7.0·7.1)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소프트웨어의 안정성과 기기의 성능 유지를 감안한 조치”라고 밝혔다. LG는 지난 2015년 4월 G4를, 10월에는 V10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출시 당시에는 안드로이드 롤리팝(5.1)OS를 채택했다.

G4는 2015년 11월, V10은 2016년 3월에 마시멜로(6.0)OS로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LG측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안드로이드 체제와 호환을 진행한 결과 최적화된 성능 유지가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시된지 2년도 안 된 스마트폰의 업데이트 불가 소식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LG전자는 업데이트를 다시 해주기로 번복했지만 불신만 자초했다.

문제는 갖가지 불안요인이 부각되는데도 출고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LG전자가 공개한 출고가는 89만9800원으로 플래그십 모델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한 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7의 경우 지난해 출시 당시 출고가가 83만6000원 수준이었다.

삼성·애플?
“아직 멀었다”

IT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블로거는 “전작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스펙(사양)에 비싼 가격까지 소비자의 눈길을 끌만한 요소를 찾기 힘들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잔혹사를 끊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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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회상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 공화국’을 쓰곤 한다. OECD 국가 중 극단적 선택률 1위를 놓치지 않는 우리나라를 ‘자O 공화국’이라고 하거나 연예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연예인 공화국’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최근 또 하나의 공화국이 세워졌다. 바로 ‘쿠팡 공화국’이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제시한 쿠팡의 비전이자 슬로건이다. 국민의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실제 쿠팡은 전 국민의 생활을 차례로 잠식했다. ‘로켓배송’을 무기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고 ‘쿠팡이츠’로 배달업계를 흔들었다. ‘쿠팡플레이’로 OTT 업계에도 진출했다. 생태계 잠식 대체재 없다 쿠팡의 위력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더욱 뚜렷하게 증명됐다. 지난달 29~30일 쿠팡 이용자에게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주문 정보 등이다. 쿠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시기가 주말이어서 혼란은 배가 됐다. 특히 배송 과정에서의 편의를 위해 적은 공동현관 비밀번호, 최근 주문 내역 등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출된 정보를 조합하면 가족 구성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 교묘하게 제작된 스팸 문자 등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의 수는 무려 3370만명에 달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5168만명)의 65%에 이르는 숫자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이 지난 6월24일, 무려 5개월여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분노가 폭발했다. 또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다른 업체와 달리 쿠팡 사건은 내부 직원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이 가중됐다. 중국 국적의 직원이 해외에서 개인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0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 계정이 4500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열흘 새 3370만명이라고 다시 공지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분 활성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은 2470만명인데 피해 고객은 이보다 900만명 많다. 최근 3개월 간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까지 포함한 수치다. 사실상 전체 고객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소셜커머스 시작 로켓배송 도입 날개 달아 이번 쿠팡 사태의 규모는 지난 2011년 해킹으로 약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싸이월드·네이트 사례와 맞먹는다. 올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약 2324만명)를 상회한다.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진 선례를 보면 쿠팡 역시 피해 범위와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쿠팡을 놓지 못하는 이용자가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 사태 이후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는 데이터 유출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쿠팡이 독점하고 있기에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걱정을 표하면서도 막상 탈퇴하긴 어렵다는 글이 보인다. 당장 내일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데 쿠팡이 아니면 재료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글도 있다. 김범석 의장이 지향하던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가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현실화한 셈이다. 쿠팡은 어떻게 한국을 지배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쿠팡이 ‘틈새시장’을 기가 막히게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틈새를 만든 건 쿠팡이 아니라 정부였다는 것이다.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대형마트를 규제하자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현재 대적할 상대가 없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시행됐다. 정보 털려도 쓸 수밖에… 유통법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영업 가능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일 지정 ▲의무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금지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km 내 출점 불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발 묶인 사이 이커머스 시장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팡이 2014년 도입한 로켓배송은 그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신의 한 수’였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금을 등에 업고 심야, 새벽 배송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쿠팡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늘릴 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 물류 센터가 지역 배송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서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위해 심야 새벽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택배기사 사이에서도 민주노총의 주장에 반발이 나왔다. 소비자는 오후에 주문해도 아침이면 집 앞에 물품이 도착하는 데서 오는 편리함, 택배기사는 경제적 이익, 노동권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 민주노총의 주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쿠팡의 배송 시스템이 국민 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쿠팡의 영향력은 더욱 거대해졌다.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퇴근 후 마트나 슈퍼로 뛰어가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도 과거 회상 장면에나 나온다.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며 불과 몇 시간 만에 집 앞에 배송된 택배 상자를 안고 들어가는 게 일상이 됐다. 가족끼리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하는 일은 생활을 위한 게 아니라 이른바 ‘여가’가 됐다. 규제 업고 틈새 노려 방점을 찍은 건 코로나19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배달업계와 함께 끝 모르고 성장했다. 이 시기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이나 심야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풀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규제에서 자유롭던 쿠팡은 또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쿠팡은 2023년 창사 이후 첫 흑자를 냈다. 당시 쿠팡은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지었다. 영업손실은 2021년 1조7097억원에 달했지만 2022년 1447억원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결국 흑자로 돌아섰다. 2023년 기준 쿠팡의 매출은 32조원에 이른다. 당시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3년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영업이익은 6174억원이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통 유통기업을 제친 1위다. 쿠팡은 흑자 전환의 비결로 고객의 충성도를 꼽았다. 이들이 쿠팡에서 씀씀이를 늘리면서 쿠팡 전체 이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 쿠팡이 도입한 ‘쿠팡 와우’ 멤버십의 증가가 영업이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 와우는 월 4990원(현재 7890원)을 내면 쿠팡에서 구매하는 대부분 물건을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또 쿠팡플레이라는, 쿠팡이 론칭한 OTT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당시 쿠팡은 쿠팡 와우 멤버십, 즉 유료 가입자가 2021년 900만명에서 2023년 1400만명까지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41조원까지 뛰어올랐다. 전체 대형마트 판매액(37조1779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60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는데 매출이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50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소비트렌드 변화·코로나19로 쐐기 2023년 흑자 전환해 전체 매출 1위 눈여겨볼 대목은 쿠팡 와우의 가격이 지난해 3000원가량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이 이탈하기는커녕 되려 대거 늘었다는 점이다. ‘쿠팡 생태계’가 이미 공고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충성 고객층이 이전보다 두꺼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독료 인상분보다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성장 배경은 다르지만 쿠팡을 카카오와 비교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배경으로 각종 사업에 진출했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중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데 훌륭한 ‘씨앗’ 역할을 담당했다. 쿠팡 와우 가입자를 위한 ‘로켓배송’이 심야·새벽 배송 시장을 잠식하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하다. 대체재가 많지 않은 것도 닮았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업데이트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SNS처럼 바꾸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앱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방도를 찾다가 고안한 방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용자의 반발이 거셌다. 카카오톡 앱 평점은 1점대로 떨어졌고 조롱이 줄이었다. 결국 카카오는 가장 많은 비판이 나왔던 ‘친구탭’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카카오톡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이용자 이탈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을 대체할 만한 메신저 앱이 마땅치 않았던 게 문제였다. ‘네이트온’이 노를 저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 ‘트래픽, 다운로드는 줄지 않았다’고 쓰기도 했다. 당시 홍 CPO의 해명에 비판이 쏟아졌지만 글 내용만 봐서는 카카오톡 자체에 타격은 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과징금에 주저 앉나 그러면서도 카카오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쿠팡도 당국 조사가 진행되다 보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과징금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벌써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7억원)을 받은 SK텔레콤의 사례를 넘어 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