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업소에 사진 돌리는 구직사이트 실태

믿고 맡겼더니…아가씨 얼굴로 홍보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구직 사이트에 올린 개인 정보가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돈만 내면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력서를 보고 조건만남을 제시하는가 하면 퇴폐업소에서 일해보자는 제안도 들어온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리는 취준생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구직 사이트에 올리는 이력서에는 증명사진과 휴대전화 번호, 학력 등 구체적인 개인 정보가 담겨있다. 이런 정보가 범죄 조직이나 퇴폐업소, 데이트 상대를 구하는 사람들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현재 구직 사이트서 사업자로 등록하고 한 달에 몇 만원의 이용료를 내면 누구나 ‘기업 회원’ 자격으로 취준생의 개인 정보를 볼 수 있다.

“단둘이 만나자”

취업 준비생 박모(여·22)씨는 지난 9일, 한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와 사진을 올렸다. 그랬더니 그날 저녁 카카오톡 계정으로 한 남성이 ‘이력서 보고 연락한다. 토킹 바텐더(손님과 대화하는 술집 종업원) 하실 생각 있느냐’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유흥업소라고 생각한 박씨가 거절했더니 이 남성은 “가게서 일하라는 게 아니다. 나랑 단둘이 술자리 하면 바로 시급을 주겠다”고 했다. 이른바 ‘조건 만남’을 제의한 것이다.

박씨가 ‘일자리 구하려고 사진 올렸다가 모욕적인 일을 당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취준생 정모(여·26)씨는 지난 설 연휴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이력서를 공개했다가 “선정적인 인터넷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깜짝 놀랐다.


이 업체는 “보수는 회당 20만원이고 방송 수위는 조절할 수 있다”며 변태적인 장면이 담긴 사진을 보내왔다. 정씨는 “이력서를 공개했더니 수시로 이상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취업 못 한 것도 서러운데 이런 취급까지 받게 돼 너무 서글펐다”고 말했다.

조건만남 제안 보이스피싱 노출
돈만 내면 열람…취준생만 골탕

구직 사이트에 올린 이력서가 보이스피싱(전화 사기) 조직의 먹잇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린 취준생 조모(여·22)씨는 이틀 뒤 덴마크계 시계 회사라는 곳에서 “채용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드디어 취업했다”는 마음에 들떠있던 조씨에게 이상한 요구가 이어졌다.

“보안 문제로 출입증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현금카드와 통장을 보내라고 한 것이다. 이름 있는 업체고 자기 통장에 돈도 없었기 때문에 조씨는 별 의심하지 않고 통장과 현금카드를 보내줬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 후 연락을 끊었다. 며칠 뒤 조씨 통장에는 거액이 입금됐다가 바로 인출된 기록이 남았다.

경찰에 신고하자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포통장을 쓴 것”이라며 “피해 신고가 접수될 경우 소환돼 조사받을 수 있다”고 했다.

조씨는 “하루아침에 범죄를 도운 공범이 된 것 같아 너무 당황스럽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구직 사이트들은 “구직자가 원치 않으면 이력서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기업 회원으로 등록할 때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확인하고 의심 업체는 블랙리스트로 관리한다”고 했다.

그러나 강모(여·29)씨는 “일자리가 급한 입장에서 찬밥 더운밥 가리겠냐”며 “혹시 연락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력서를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취준생은 취업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개인 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에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구직 사이트들이 취준생의 개인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기업 회원들에 대한 관리를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취업 전에는 최소한의 개인 정보만 요구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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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헌정사상 두 번째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사건을 인용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정치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22분께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서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111일 만이자, 탄핵 심판 변론 종결 38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번 탄핵 심판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것이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명시했다.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낭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은 국회 권한 행사가 다수의 횡포라 판단했어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게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취임한지 2년 후 이뤄진 총선서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며 “결과가 피청구인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도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의 의사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안 됐다”고 판단했다. 문 권한대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계엄을 선포해 국가긴급권을 남용하는 역사를 재현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하고 일반인 신분이 됐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도 퇴거해야 한다. 다만, 사저 경호 문제 등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즉시 관저를 비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헌재 파면 결정 이틀 뒤에 청와대 관저를 나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긴 바 있다. 이번 파면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은 경호와 경비를 제외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상 최대 15년(10년+5년 연장)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으나, 임기만료 전 퇴임한 경우에는 최대 10년(5년+5년 연장)으로 줄어든다. 전직 대통령 예우 모두 박탈 정치권 ‘장미 대선’ 현실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받았을 대통령 연금 수령 자격도 상실됐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여의 8.85배)의 95%를 12개월로 나눠 받는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약 2억6258만원(세전)이고, 이 기준에 따른 매월 연금액은 약 1533만원(연 기준 1억8397만원)이다. 이 밖에 기념사업 지원과 개인 사무실 및 보좌진 지원도 중단됐으며, 사후 국립묘지 안장 대상서도 제외된다. 공직 취임의 기회도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4조 2항은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결정 선고가 있은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하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이 선고된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에게 남은 건 형사재판 절차 뿐이다. 형사재판은 탄핵 심판 결과와 별개로 그대로 진행되는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은 오는 14일 첫 정식 공판을 받는다.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상실함에 따라 대한민국은 ‘장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헌법 제68조는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4일을 기준으로 하면 60일째 되는 날은 오는 6월3일이므로 이날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오말육초’(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고, 정확히 60일째인 5월9일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선례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질 조기 대선도 60일째 되는 날인 6월3일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시점이 6월3일보다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60일째 되는 날에서 가장 가까운 수요일인 5월28일이 조기 대선일로 유력하다는 예상도 나왔다. 어느 날짜에 선거가 치러지든, 정치권에서는 당분간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탄핵 정국이 조기 대선 정국으로 급변했고, 이제 차기 권력을 향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여야 잠룡들은 탄핵 정국 속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여권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정권 재장출의 목표를 두고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내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도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힌다. 조기 대선으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당선 즉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이날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 태세를 유지하겠다”며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