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북한이 노리는’ 김정은의 데스노트

다음은 누구? 암살 타깃 리스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몰래 사람을 죽임’ 암살의 사전적 의미다.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공항서 여성 2명에게 독극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사망한 김정남을 보면 암살의 사전적 의미가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대담한 범행이었다. 사건 내용이 조금씩 구체화되면서 ‘북한 배후설’이 힘을 얻고 있다. 당장 다음 타깃은 누가 될 것인지를 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방이 뻥 뚫린 공항서 여성 2명이 스쳐갔을 뿐이다. 그 한 번의 스침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쓰러졌다. 김정남은 지난 13일 오전 9시(한국시각 오전 10시)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에서 독극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고 실신,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오전 11시께 사망했다. 김정남 피살 소식이 전해지자 용의자와 그 배후를 둘러싸고 수많은 억측이 쏟아졌다.

김정남 피살
북 배후 확실

사건 발생 사흘 뒤인 지난 15일 말레이시아 경찰은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도안 티흐엉, 인도네시아 국적의 시티 아이샤 등 여성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 범행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여성 용의자들에게 범행을 사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용의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17일 북한 국적의 리정철을 체포했고, 19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리정철 등 신원이 확인된 북한 국적의 남성 용의자 5명 중 4명은 모두 사건 직후 출국했다고 발표했다.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는 “말레이시아 당국의 부검 결과를 믿을 수 없다”(17일) “경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 북한이 배후가 아니다”(20일)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22일 경찰청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이 김정남 피살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공개했다. 또 앞서 지목한 5명의 남성 용의자 중 4명은 이미 북한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한 명은 아직 말레이시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통일부는 지난 22일, 정례브리핑서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용의자, 북한 국적자들의 행적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말씀드린 대로 배후는 북한인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통일부는 강철 북한대사가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가 한국”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21일 “대응할 가치조차 없는 억지 주장이자 궤변”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주요 탈북인사들의 안전 문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서 열린 김정남 피살 사건 긴급 최고위원회에서 “국내에도 북한서 보낸 암살자가 잠입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현재 국내서 활동 중인 암살자는 남성 2명으로 국적은 알려지지 않았다”며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내놨다. 또 지난해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를 두고 “워낙 고위급 인사였고 최근 정보를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암살) 타깃 1순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눈엣가시’ 꼽히는 탈북인사 초긴장
이미 암살자 잡입? 경찰 경계 강화

‘암살 타깃 1순위’로 지목된 태 전 공사는 지난해 8월17일, 영국 주재 공사로 지내던 중 일가족과 함께 망명했다. 공사는 대사 다음 서열로, 태 전 공사는 탈북 외교관 중 지난 1997년 미국으로 망명한 장승길 주 이집트 대사 다음으로 최고위직이다. 그는 10년 이상 덴마크와 영국 등 서방 세계서 북한 체제 선전 등 외교 관련 업무를 맡아왔다.

태 전 공사는 서유럽 사정에 정통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평가받았다. 2001년 6월 벨기에 브뤼셀서 열린 북한과 유럽연합의 인권대화 때 대표단 단장으로 나서면서 외교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학창시절 중국 유학을 통해 중국어를 익힌 태 전 공사는 평양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했고 이후 외무성 8국에 배치됐다.

덴마크, 스웨덴 등에서 굵직한 직무를 맡았던 태 전 공사는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서 현학봉 대사에 이어 2인자 자리까지 올랐다. 그에 대한 북한의 신임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그의 탈북은 북한 당국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 북한 대남 매체들은 그를 가리켜 ‘특급 범죄자’라고 맹비난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달 MBC와 인터뷰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김정은 체제에는 더 기대할 게 없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김정은은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처럼 행동하고 있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염증,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을 이유로 탈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 전 공사는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김정은 정권의 사악성을 알리는 데 기여한 사건”이라며 “체제 붕괴에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이 세상에 태어난 첫날부터 오늘까지 테러를 생존 수준으로 간주하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고 있는 태 전 공사에 대한 경호 수위는 김정남 피살 사건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태 전 공사 측은 암살 위협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외부활동을 잠정 중단키로 했지만 태 전 공사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공개활동을 계속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태 전 공사는 “어떤 위협이 조성된다 해도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활동을 한 순간도 중지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한 방송과 인터뷰서 진행자가 “(김정은이) 당신을 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느냐”고 묻자 “물론이다. 나도 암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해 암살 위협에 노출돼 있음을 고백했다.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역시 표적 1순위로 거론된다. 하 의원은 지난 16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어머니가 일본 사람이기 때문에 김정은은 사실 후지산 혈통”이라며 “(김정남 피살 사건은) 백두혈통에 대한 김정은의 열등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두혈통은 김일성 주석과 부인 김정숙이 백두산서 항일독립운동을 했다고 주장하며 신격화한 내용으로 일종의 권력 정통성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김정남은 백두혈통의 장자이자 그의 아들인 김한솔도 백두혈통이다.

하 의원의 말대로 김정은이 권력 정통성을 위해 이복형을 암살했다면 김한솔은 ‘또 다른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태영호 1순위
“그래도 활동”

현재 김한솔의 행방은 묘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솔이 비밀리에 말레이시아에 입국해 변장한 채 영안실서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돌았지만 현재 그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정보는 없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한솔이 입국하면 신변을 보호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한솔은 김정남이 1995년 동거녀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로 2011년부터 보스니아의 유나이티드월드칼리지 모스타르 분교서 유학생활을 했다. 이후 프랑스 르아브르 파리정치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9월 영국 옥스퍼드대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솔은 대학원 등록 전 중국 정부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진학을 포기했다고 알려졌다. 영국서 생활할 경우 북한의 암살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정남을 따라 외국서 자란 김한솔은 10대 때부터 머리를 염색하는 등 개방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때 자신의 SNS에 “나는 민주주의를 선호한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이후 미국 공영방송과 인터뷰에선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는 모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2012년에는 김정은에 대해 독재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대사관이 피살된 남자가 김정남이 아니라고 극구 주장하는 것을 두고 시신의 신원 확인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김한솔을 찾아 DNA 샘플을 채취하기 위한 것.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한솔을 비롯한 김정남의 가족들이 사건 이후 보안에 극도로 신경 쓰면서 행적을 드러내지 않고 현지 정부의 엄밀한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 중이다.

김정은의 숙부 김평일 주 체코 북한대사가 다음 타깃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홍콩 인터넷매체 <홍콩01>은 김평일과 김정남은 유사한 점이 많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세계탈북자대회서 김평일을 망명정부 지도자로 추대했다는 설이 그에게 치명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국제탈북민연대 김주일 사무총장은 국내 언론과 인터뷰서 “지난해 10월 체코에 거주하는 탈북민을 통해 현지서 열린 외교행사에 참석한 김평일 대사에게 ‘국제탈북민연대가 망명정부 수립을 위해 당신과 접촉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구두로 전했다”고 밝혔다. 김평일은 당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두혈통 김한솔
행방 묘연한 상황

홍콩의 시사평론가는 김평일이 공개적으로 탈북 의사를 밝힌 적도 없고, 행동을 조심하고 있지만 김정은정권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제거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가 다음 암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체코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체코 당국은 김평일이 외부 약속 등으로 외출할 때마다 동향을 점검하는 등 관련 정보를 수집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국내 주요 탈북 인사들에 대한 북한의 테러 경계령을 최고 수위로 올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서 “대테러센터 등 관계기관은 테러 대응 태세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탈북 인사의 신변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북한이 노리는 국내 주요 탈북인사는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6년 전 독살 위기를 넘겼고, 지금도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검찰은 2011년 독침으로 박 대표를 암살하려 한 혐의로 탈북자 출신 공작원 안모씨를 구속 기소했다. 당시 안씨는 독총과 독침을 가지고 있었다.

침에는 10㎎만 인체에 들어가도 즉사할 수 있는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라는 독약 성분이 묻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법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박 대표 독살 위협 사건은 김정남 피살 사건서 독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대담한 범행 방식은 20여년 전 자신의 집 앞에서 피살된 이한영 사건과 닮은 점이 많다. 이한영은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처이자 김정남의 어머니인 성혜림의 조카로 알려져 있다. 김정남과는 이종사촌 간이다.

1978년 모스크바 외국어대 어문학부를 전공한 엘리트 출신 이한영은 1982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KBS 국제국 러시아어 방송 PD로 근무했던 이한영은 1996년 김정일의 사생활을 담은 <대동강 로열패밀리 서울 잠행 14년>을 출간해 관심을 끌었다.

거슬렸다간 소리소문 없이…
친인척도 가차 없이 제거

그로부터 1년 뒤인 1997년 2월15일 이한영은 망명 15년 만에 경기도 자택서 피살당했다. 현장서 북한제 권총에 사용되는 탄피가 발견됐고 이한영이 의식을 잃기 전 ‘간첩’이라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범인은 검거하지 못했다.

이한영은 ‘한국서 영원히 살고 싶다’는 의미로 이름까지 개명한 상황이었기에 그의 죽음에 대한 충격은 더욱 컸다. 이후 2003년 2월 이한영의 아내 김모씨는 국가를 상대로 약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김씨는 “남편은 국가가 철저히 신분을 보호해야 하는 요시찰 보호 대상이었지만 북한 암살단이 심부름센터를 이용해 남편의 신상정보를 빼내 그를 살해할 때까지 이를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국가는 남편이 사망한 후 추가 테러 위협이 있다는 이유로 가족의 활동을 제한해 기본적인 인권을 박탈했다”고 소송 이유를 밝힌 바 있다.

2008년 대법원은 “국가는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안전기획부의 만류를 무시하고 언론 인터뷰와 TV 출연 등을 통해 자신을 노출한 이씨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국가 책임을 60%로 제한, 유족에게 9699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0년 사망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1997년 망명한 이래 평생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황장엽은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권력층 중 최고위직으로 꼽힌다. 망명 당시 직책은 노동당 중앙위 국제담당 비서였다. 주체사상의 이론적 토대를 세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에 ‘주체사상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황장엽은 망명 이후 북한 체제 비판과 북한 민주화를 위한 활동에 매진했다. 북한의 실상을 잘 알고 있던 황장엽은 북한으로선 꼭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실제 2010년 국내에 탈북자로 위장한 ‘황장엽 암살 2인조’가 침투했다가 사정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북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공작원으로, 황씨를 살해하라는 북한 고위직의 지시를 받고 중국과 태국을 거쳐 입국했다가 잡혔다.

북한은 지난 2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발표하고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한 북한 배후설은 ‘음모책동’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김정남 사망 이후 열흘 만에 나온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다. 북한 측은 담화에서 김정남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공화국 공민의 쇼크사’로 지칭했다.

북한은 담화문서 사망한 공화국 공민은 심장 쇼크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부검을 할 필요가 없고, 말레이시아 당국의 시신 부검은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자 인권에 대한 난폭한 유린이라고 비판했다.

이한영 피살과
대담수법 닮아

또 북한 배후설과 관련해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사건을 이미 전부터 예견하고 있었고 그 대본까지 미리 짜놓고 있었다”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박근혜 역도의 숨통을 열어주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딴 데로 돌려보려는 시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반응에 통일부 관계자는 “억지주장이자 궤변”이라며 “(북한 반응은) 예상해왔던 것이고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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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