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맨 3인방' 보은인사 논란

선방의 대가? 입막음용?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경영인의 영전이 가능할까. 적어도 롯데그룹에선 가능하다.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인사가 대거 그룹 요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뒷말이 불가피한 상황.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그룹 재건의지로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무리는 아니다.

롯데그룹이 지난 21일 인사를 단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그룹재건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신 회장의 재건 의지는 분명히 읽힌다. 그러나 자신을 위한 그룹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에 중용된 핵심인사 대부분이 배임 혐의로 기소됐지만 신 회장 지근거리에 있는 인사다. 배임죄는 회사의 경영에 치명적인 범법행위라 이들 영전에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회장님 가신들 

지난해 롯데그룹은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2015년 발발한 롯데 ‘형제의 난’ 이후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롯데 수사)까지 번지며 내홍을 겪는 모습이었다. 검찰의 롯데 비리를 캐는 수사는 역대급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6월 10일부터 시작된 롯데 수사는 장장 132일동안 진행됐다.

수사결과 신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 및 핵심임원 다수가 검찰로부터 기소 당했다. 관련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연말에는 최순실 사태가 확대되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불명예스럽게 이름이 오르내리며 난처한 입장이 되는 모습이었다.

롯데그룹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자금줄 역할을 한 K스포츠재단의 5대 광역 거점 스포츠인재육성사업 추진과정서 부지와 시설대금 명목으로 75억원을 기부했지만 이를 다시 돌려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롯데가 면세점 사업 등과 관련 대가성 기부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또 롯데 수사와 관련 압수수색을 앞두고 지원금이 반환되면서 관련 정보를 청와대와 공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배경에서 연말 롯데의 인사가 미뤄졌다.

일각에선 각종 내홍에 시달린 롯데그룹이 정부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롯데그룹의 인사는 2월 중순이 훌쩍 넘어 단행됐다. 그동안 신 회장은 그룹을 재건하겠다고 공언한터라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임원인사 명단이 발표되자 뒷말이 나왔다. 중용된 핵심 인원이 지난 롯데 수사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된 임직원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내세운 경영 혁신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회사 경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은 배임이라는 죄목으로 송사에 시달리면 회사에 남아있기 어려운 상황인데 롯데수사망에 걸린 다수 인사는 오히려 좋은 자리로 이동했다.

해당인사는 롯데그룹 차원의 횡령 및 배임 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당한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사장,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 허용수 롯데케미칼 사장 등이다. 이들은 롯데수사에서 오너일가의 비자금 조성 등을 도왔다는 의혹에 검찰의 강력한 수사를 받기도 했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은 경영혁신실장으로 옮기면서 롯데그룹의 2인자 자리를 꿰찼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존의 정책본부는 7개부서(비서실, 대외협력단, 운영실, 개선실, 지원실, 인사실, 비전전략실)로 구성된 반면 경영혁신실은 재무, 인사, 커뮤니케이션, 가치혁신팀 등 4개 팀 축소됐다.

외견상 축소이지만 경영혁신실이 향후 그룹 전반의 기획, 조정 업무를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이를 진두지휘하게 된 황 실장이 롯데그룹의 2인자로 전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그는 신동빈 핵심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횡령·배임 혐의에도 줄줄이 영전
수사 키맨들 중용…신동빈 의도는?

지난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중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에 신 회장과 함께 황 실장이 포함돼 그룹 내 2인자라는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기도 했다.
 

소진세 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무게감 있는 자리로 옮겼다는 평가다. 소 사장은 신 회장이 맡고 있던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 직을 이어받았다. 롯데그룹이 2015년 형제의난 이후 사회공헌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설립한 사회공헌위원회는 그동안 신 회장이 이끌어오던 조직이다.

롯데 측은 “롯데그룹은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룹의 중량감 있는 인사이자 추진력이 강한 소 사장에게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맡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신 회장의 가신으로 분류되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초대 화학BU장에 올랐다. 허 사장은 이번 화학BU장 선임으로 황각규 사장, 소진세 사장 등과 함께 신 회장의 측근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향후 화학 사업 운영과 관련해 신 회장과 직접 호흡을 맞춰나가며 보좌할 전망이다. 신 회장의 핵심 참모 반열에 올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

결과적으로 신 회장의 가신 3인방으로 분류되는 황 실장, 소 사장, 허 사장 등은 그룹내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성공한 모습이다.

지난 롯데수사에서 비교적 혐의가 짙은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는 상근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며 일단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의 혐의를 감안하면 롯데그룹 측으로부터 상당한 배려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강 신임 고문은 롯데수사 결과 임직원의 급여를 높게 부풀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2억3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쓰는 등 회삿돈 6억8800만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횡령)를 받았다. 아울러 지난해 6월 검찰이 사무실과 대표이사실 등을 압수수색하자 비서를 시켜 개인 컴퓨터 안에 있는 일정과 업무폴더 파일을 지우도록 시킨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일각에선 롯데의 이번 인사를 두고 지난 롯데 수사를 잘(?) 막아준 임직원들에게 보은성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롯데 수사 당시 오너 일가의 비자금 및 탈세 의혹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지만 혐의 입증에 실패한 바 있다.
 

특히 롯데의 특검수사 가능성까지 남아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입막음 용 보은인사 가능성도 상존한다. 지난해 롯데 수사 관련 검찰의 압수수색 전 황 실장과 소 사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과 여러 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19일 알려지면서 박영수 특검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모두 한자리씩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이번 인사는 신동빈 회장이 그간 주장해온 경영쇄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비자금 조성 등의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사가 오히려 영향력을 확대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검찰에 기소된 임직원의 승진을 최대한 지양했다”며 “회사의 경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인사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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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역대 최악’ 쿠팡 개인정보 유출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회상을 반영하는 표현으로 ‘○○ 공화국’을 쓰곤 한다. OECD 국가 중 극단적 선택률 1위를 놓치지 않는 우리나라를 ‘자O 공화국’이라고 하거나 연예인에게 지나치게 높은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연예인 공화국’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최근 또 하나의 공화국이 세워졌다. 바로 ‘쿠팡 공화국’이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제시한 쿠팡의 비전이자 슬로건이다. 국민의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들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실제 쿠팡은 전 국민의 생활을 차례로 잠식했다. ‘로켓배송’을 무기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했고 ‘쿠팡이츠’로 배달업계를 흔들었다. ‘쿠팡플레이’로 OTT 업계에도 진출했다. 생태계 잠식 대체재 없다 쿠팡의 위력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서 더욱 뚜렷하게 증명됐다. 지난달 29~30일 쿠팡 이용자에게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배송지 주소록, 주문 정보 등이다. 쿠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자에게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시기가 주말이어서 혼란은 배가 됐다. 특히 배송 과정에서의 편의를 위해 적은 공동현관 비밀번호, 최근 주문 내역 등이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유출된 정보를 조합하면 가족 구성을 알 수 있는 상황이라 교묘하게 제작된 스팸 문자 등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의 수는 무려 3370만명에 달했다. 올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5168만명)의 65%에 이르는 숫자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이 지난 6월24일, 무려 5개월여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분노가 폭발했다. 또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다른 업체와 달리 쿠팡 사건은 내부 직원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이 가중됐다. 중국 국적의 직원이 해외에서 개인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달 20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 고객 계정이 4500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열흘 새 3370만명이라고 다시 공지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분 활성고객(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은 2470만명인데 피해 고객은 이보다 900만명 많다. 최근 3개월 간 구매 이력이 없는 고객까지 포함한 수치다. 사실상 전체 고객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소셜커머스 시작 로켓배송 도입 날개 달아 이번 쿠팡 사태의 규모는 지난 2011년 해킹으로 약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싸이월드·네이트 사례와 맞먹는다. 올해 4월 발생한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약 2324만명)를 상회한다.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진 선례를 보면 쿠팡 역시 피해 범위와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쿠팡을 놓지 못하는 이용자가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 사태 이후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한국 시장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는 데이터 유출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쿠팡이 독점하고 있기에 이번 사태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걱정을 표하면서도 막상 탈퇴하긴 어렵다는 글이 보인다. 당장 내일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데 쿠팡이 아니면 재료를 조달할 방법이 없다는 글도 있다. 김범석 의장이 지향하던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가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에 문제가 생겼을 때 현실화한 셈이다. 쿠팡은 어떻게 한국을 지배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쿠팡이 ‘틈새시장’을 기가 막히게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틈새를 만든 건 쿠팡이 아니라 정부였다는 것이다. 정부가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대형마트를 규제하자 소비자는 전통시장을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현재 대적할 상대가 없는 ‘유통 공룡’으로 성장했다.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시행됐다. 정보 털려도 쓸 수밖에… 유통법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영업 가능 ▲대형마트 월 2회 의무 휴업일 지정 ▲의무휴업일과 영업 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 서비스 금지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km 내 출점 불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발 묶인 사이 이커머스 시장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쿠팡이 2014년 도입한 로켓배송은 그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든 ‘신의 한 수’였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금을 등에 업고 심야, 새벽 배송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쿠팡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를 늘릴 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 물류 센터가 지역 배송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에서 택배기사의 건강권을 위해 심야 새벽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 택배기사 사이에서도 민주노총의 주장에 반발이 나왔다. 소비자는 오후에 주문해도 아침이면 집 앞에 물품이 도착하는 데서 오는 편리함, 택배기사는 경제적 이익, 노동권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실제 민주노총의 주장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쿠팡의 배송 시스템이 국민 생활에 얼마나 깊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쿠팡의 영향력은 더욱 거대해졌다. 저녁 식사 재료를 사기 위해 퇴근 후 마트나 슈퍼로 뛰어가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도 과거 회상 장면에나 나온다.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며 불과 몇 시간 만에 집 앞에 배송된 택배 상자를 안고 들어가는 게 일상이 됐다. 가족끼리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 쇼핑을 하는 일은 생활을 위한 게 아니라 이른바 ‘여가’가 됐다. 규제 업고 틈새 노려 방점을 찍은 건 코로나19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배달업계와 함께 끝 모르고 성장했다. 이 시기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일이나 심야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부 풀어달라고 호소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규제에서 자유롭던 쿠팡은 또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쿠팡은 2023년 창사 이후 첫 흑자를 냈다. 당시 쿠팡은 6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지었다. 영업손실은 2021년 1조7097억원에 달했지만 2022년 1447억원으로 줄었고 2023년에는 결국 흑자로 돌아섰다. 2023년 기준 쿠팡의 매출은 32조원에 이른다. 당시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3년 4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영업이익은 6174억원이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전통 유통기업을 제친 1위다. 쿠팡은 흑자 전환의 비결로 고객의 충성도를 꼽았다. 이들이 쿠팡에서 씀씀이를 늘리면서 쿠팡 전체 이익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8년 쿠팡이 도입한 ‘쿠팡 와우’ 멤버십의 증가가 영업이익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 와우는 월 4990원(현재 7890원)을 내면 쿠팡에서 구매하는 대부분 물건을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또 쿠팡플레이라는, 쿠팡이 론칭한 OTT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당시 쿠팡은 쿠팡 와우 멤버십, 즉 유료 가입자가 2021년 900만명에서 2023년 1400만명까지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41조원까지 뛰어올랐다. 전체 대형마트 판매액(37조1779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영업이익은 60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는데 매출이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쿠팡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500만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소비트렌드 변화·코로나19로 쐐기 2023년 흑자 전환해 전체 매출 1위 눈여겨볼 대목은 쿠팡 와우의 가격이 지난해 3000원가량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이 이탈하기는커녕 되려 대거 늘었다는 점이다. ‘쿠팡 생태계’가 이미 공고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충성 고객층이 이전보다 두꺼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독료 인상분보다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성장 배경은 다르지만 쿠팡을 카카오와 비교하기도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배경으로 각종 사업에 진출했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중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톡은 카카오가 골목상권에 침투하는 데 훌륭한 ‘씨앗’ 역할을 담당했다. 쿠팡 와우 가입자를 위한 ‘로켓배송’이 심야·새벽 배송 시장을 잠식하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한 것과 비슷하다. 대체재가 많지 않은 것도 닮았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 업데이트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SNS처럼 바꾸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앱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방도를 찾다가 고안한 방법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용자의 반발이 거셌다. 카카오톡 앱 평점은 1점대로 떨어졌고 조롱이 줄이었다. 결국 카카오는 가장 많은 비판이 나왔던 ‘친구탭’을 원래대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에도 카카오톡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이용자 이탈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톡을 대체할 만한 메신저 앱이 마땅치 않았던 게 문제였다. ‘네이트온’이 노를 저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 ‘트래픽, 다운로드는 줄지 않았다’고 쓰기도 했다. 당시 홍 CPO의 해명에 비판이 쏟아졌지만 글 내용만 봐서는 카카오톡 자체에 타격은 크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과징금에 주저 앉나 그러면서도 카카오의 현 상황을 봤을 때 쿠팡도 당국 조사가 진행되다 보면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일단 이재명 대통령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과징금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벌써부터 역대 최대 과징금(1347억원)을 받은 SK텔레콤의 사례를 넘어 1조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jsjang@ilyosisa.co.kr>